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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오는 2020년 3월 18일부터 4월 4일까지 강경구, 김성호, 김을, 안창호 네 작가가 참여하는 《라자스탄의 우물》이 아트 스페이스 보안 1(구관 전시장)에서 열린다.
《라자스탄의 우물》은 2003년 갤러리 피쉬에서 개최되었던 강경구, 김성호, 김을, 김지원, 안창홍 5명의 작가가 인도를 여행하며 제작한 드로잉과 회화들로 구성한 전시 《다섯사람 여행도-인도기행》를 이어 17년만에 또 다른 인도를 기록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인도의 자이푸르, 조드푸르, 자이살메르를 지나 타르 사막에 들어가는 여정동안 느끼고 겪었던 순간들을 기록한 드로잉들을 보여주며 여행과 스케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동일한 장소와 풍경등을 보며 작가들은 자신만의 시지각적 표현으로 스케치북에 담았다. 각자의 방법대로 재해석한 드로잉들은 풍경과 인물 같은 사실적인 요소들과 자연과 자아의 추상적인 장면들이 결합되어 있다. 인증 사진처럼 단지 여행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 아닌 실재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한 모습을 이번 여행을 통해 나온 작품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요즘 여행의 목적은 단순히 관광과 유희가 아닌 자아를 실현하고 발견하며 성찰하고자 떠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국내의 템플스테이와 올레길, 스페인 산티아고 성지 순례길 등 사회로부터 심리적 공허감과 불안감을 치유하거나 정신적 수양을 할 수 있는 여행지가 유행하는 것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여행을 통해 삶의 진정성을 고민하고 내적 자아를 고찰함으로써 실존의 의미를 찾아 떠난다.
『길 잃기 안내서』를 쓴 리베카 솔닛은 인간의 영혼이 길 잃기를 통해 성숙해진다고 주장한다. 상실과 방황을 거쳐야 진정한 자아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흔히 인도를 인간 본연의 감성과 직관의 언어를 고스란히 담아낸 곳 그리고 신과 수행자의 나라라고 생각한다. 참여 작가 네 명은 인도인들이 섬기는 신보다 그 자리에 있는 인간들에 주목하며, 신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이국적인 것 같으면서도 과거로 돌아간 듯한 풍경들로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인도를 여행함으로써 기존의 자아와 시간을 잠시 잃게 된 것이다.
이번 《라자스탄의 우물》은 2003년 《다섯사람 여행도-인도기행》 이후 약 17년만에 다시 찾은 인도로부터 여행과 삶의 메커니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며 준비한 전시다. 이를 통해 여행의 의미와 목적 그리고 예술가의 태도를 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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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는 것, 그것은 관능적인 투항이고, 자신의 품에서 자신을 잃는 것이고, 세상사를 잊는 것이고, 지금 곁에 있는 것에만 완벽하게 몰입한 나머지 더 멀리 있는 것들은 희미해지는 것이다. 베냐민의 말을 빌리자면 길을 잃는 것은 온전히 현재에 존재하는 것이고, 온전히 현재에 존재하는 것은 불확실성과 미스터리에 머무를 줄 아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우리는 그냥 길을 잃었다(get lost)는 표현 대신 자신을 잃었다(lose oneself)는 표현을 쓰는데, 이 표현에는 이 일이 의식적 선택이라는 사실, 스스로 택한 투항이라는 사실, 지리를 매개로 하여 도달할 수 있는 어떤 정신 상태라는 사실이 함축되어 있다.”
「길 잃기 안내서」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