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을 아느냐
장석민
“이런, *발놈이”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욕이 튀어나와 버렸다.
어느 초겨울 밤 마을버스에서 내리는데 바로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초로(初老)의 남자가 있다.
뒷모습을 보니 조금 전 마을버스에 함께 탔던 남자다.
나는 맨 뒷좌석에 앉아 있었고 그 남자는 앞쪽 출입문 쪽에 서 있던 남자다.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해서 그 남자가 먼저 내린 후 바로 담배에 불을 붙여 피운 모양이다.
내가 내린 순간에 담배 연기와 역한 냄새가 나 있는 쪽으로 확 밀려온 것이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욕이 튀어나와 버렸다.
법적으로는 버스정류장 10미터 이내에는 금연장소로 되어 있고,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어 있다.
과태료 문제가 아니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것이 좋지 않은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 남자는 내가 욕을 한 것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아무런 반응 없이 어두운 계단을 허위허위 올라가고 있다.
그쪽으로 가면 우리 아파트 옆에 위치한 또 다른 아파트 단지다.
낮에 지방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가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인데 집 부근에서 역한 담배 냄새와 연기 때문에 기분을 상하게 된 것이다.
터벅터벅 걸어서 우리 아파트 앞에 도착하였다.
아파트 1층 현관 유리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서면 현관 옆쪽에 우편함이 있다.
오가며 우편함을 확인하는 습관이 있어 우편함을 확인하고 있는데 누군가 쓰윽 들어온다.
자동문으로 된 출입문이 몇 초간 열려 있는데 그 순간에 들어온 모양이다.
그때까지도 별생각 없이 우편함만 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내가 먼저 타고 그 사람이 뒤따라 탔다.
엘리베이터 벽에 붙은 거울을 통해 함께 탄 사람을 보니 아까 버스정류장에서 담배를 피운 그 사람이다.
순간 섬뜩한 느낌이 든다.
‘나를 따라 왔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다시 거울을 통해서 본다.
그 사람은 다른 쪽을 보고 있다.
그 사람이 누른 층수는 맨 꼭대기층이다.
맨 꼭대기층은 복층 구조로 꽤 넓은 평수인데 그곳에 사는 사람일까, 처음 보는 사람인데 이 아파트 주민은 맞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우리 아파트 단지와 옆에 있는 아파트 단지를 오갈 수 있도록 울타리에 작은 쪽문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 남자는 그 쪽문을 이용해서 우리 아파트 단지로 들어온 모양이다.
집에 도착해서 조금 전의 상황을 얘기하니 식구들이 모두 걱정을 한다.
그 사람이 나쁜 마음 먹고 따라 왔으면 어떡할거야 하는 반응이다.
세상 분위기가 험악한 상황이고, 나쁜 사람들도 많으니 걱정이 되는가 보다.
가족들의 말을 들으니 덩달아 걱정이 생긴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분양 받은 후 계속 살다보니 어느덧 강산이 세 번 바뀌고도 조금 더 지났다.
산자락에 위치 하고 있어 공기도 좋고 자동차 소음도 안 들리고, 여름에는 시내보다 2,3도 정도 낮은 기온이어서 시원하고 좋은 곳이다.
아파트 후문만 나서면 바로 등산로와 연결되니 산책하기도 좋고, 아파트 단지 한쪽 산 밑에 약수터도 있어 편리하다.
그래서 계속 살다 보니 그렇게 많은 세월이 흘러버렸다.
같은 아파트 라인에 오래 사는 사람들이 몇 명 있긴 한데 대부분은 몇 년 살다가 이사 가고 새로운 사람들이 오고 하여 주민들이 자주 바뀌는 듯하다.
현대사회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서로 바쁘게 살다 보니 만날 일이 거의 없고 얼굴도 모른 채 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오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그 남자도 이 아파트 주민인지 다른 곳에 사는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궁금증만 안고 며칠을 보냈다.
점점 기억에서 멀어지고 있던 어느 날
낮에 외출 하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그 남자가 타고 내려온다.
알고 보니 맨 꼭대기층에 사는 주민인 듯한데 여태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
1층에 도착하여 엘리베이터에서 그 사람이 먼저 내리고 나는 일부러 천천히 뒤따라가다 보니 흡연 장소로 가고 있다.
아파트 단지 한쪽에 벤치가 있는데 흡연하는 사람들이 그곳에서 흡연하면서 쉬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 남자는 그 장소로 가서 흡연을 하고 있다.
그 꼭대기층에는 어느 중년 여자가 고가의 외제승용차를 몰고 다니던데 뭐하는 사람일까 궁금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좋은 승용차를 타고 다닐 정도 되면서 왜 이렇게 시골까지 와서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외형상으로 볼 때 조금 어울리지 않은 듯 한데 저 남자는 그 여자의 남편일까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 남자를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된다.
외형만 보고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면 안되는데 우선 외형부터 보게 된다.
한번 마주치고 나니 가끔씩 보이기도 한다.
주로 흡연 장소에서 담배 피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처음 보는 사람, 요즘에도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맞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먼저 인사해 볼까 하다가 그만둔다.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 유행하는 MBTI로 따지면 나는 진한 대문자 I 다.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거는 성격이 아니다.
그리고 첫 대면을 한 후에도 친해지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 남자 역시 아무런 반응 없이 지내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그 남자는 항상 다른 곳만 바라보고 있다.
그러니 서로 모르는 사람으로 지내고 있는 것이다.
또 며칠이 지난 후 엘리베이터에 같이 타게 되었다.
그 사람은 오늘도 다른 쪽만 바라보고 있는데 담배 냄새가 나는 듯하다.
어디선가 그날 밤 내뱉은 말이 허공을 맴돌며 메아리로 들리는 듯하다.
첫댓글 너무 걱정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저도 담배를 안피우고 있어 가급적이면 흡연하는 곳에 가지 않습니다.
토할 것 같은 역한 냄새가 정말 싫습니다.
끽연가들의 입장도 있겟지만
금연장소를 피해서 흡연 했으면 좋을 듯합니다.
현대사회에서 이웃이라는 것에 대하여
새삼 생각해 보게 된 날이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이 담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담배에 붙는 국세와 지방세를 합친 비율이 70% 이상이고 이 돈의 일부를 금연 운동에 쓰는 것이 웃기는 일이죠.개인적으로는 반세기가 넘게 해온 흡연 끊을 수가 없더군요.
끽연가들은 담배를 피워야 하겠지요.
개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줘야 하겠지만
금연장소를 피해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피해서
흡연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이웃 주민인지도 모르고 사는 세상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