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녕 나는 친환경 달력이란다. " 코엑스 친환경 상품 전시회를 다녀와서 |
"안녕 나는 친환경 달력이야." 어째 숫자가 좀 삐뚤빼뚤하다 싶더라니. 마을버스 기사, 식당주인, 문구점에서 만난 어린이... 그렇게 오가며 만난 이웃들의 글씨를 받아 만들었단다. 인쇄 도수도 최소화하고 거기다 콩기름인쇄까지. 아참, 또 있다. 인쇄 후, 재단을 하지 않아 분리 폐기되는 종이를 최소화 했으니 이만하면 친환경표 아닌가?
'웰빙을 넘어 로하스로'라는 주제 아래 111개 기업 및 단체가 참가해 1만여 점에 이르는 친환경 상품을 선보였다. 폐현수막을 이용한 장바구니서부터 건강과 환경을 지키는 건축자재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총출동했다
지렁이가방
옥수수전분웨딩드레스
앞서 친환경 달력과 함께 이것들 역시 국민대학 디자인대학원의 전시품들이다. 학교부근 포장마차집서 수거한 꼬치를 깡통에 빽빽이 담아낸 알뜰함이 눈길을 끈다.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한지를 꼬아 만든 유골 함은 차갑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좋다.
바퀴달린 여행용 트렁크엔 4인 가족이 배출할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할 지렁이를 담아냈는데 여행지에서도 환경을 잊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으려 했다는 학생들의 설명이다. 80% 옥수수전분으로 만들어진 웨딩드레스가 조명 발에 더욱 화사한데 엄마, 딸 할 것 없이 서로 입어보느라 사진 찍느라 줄 설 정도로 인기가 좋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끼 스웨터 내복을 받쳐 입음으로써 난방비용을 절감해 궁극적으로 지구의 온난화를 방지, 환경보전을 꾀하자는 WarmBiz 패션쇼(롯데쇼핑)를 펄쳐 실내온도 20도를 유지하면서 따뜻하고 세련되게 입을 수 있는 아이템을 제안했다. 대서양홀 한복판 초록무대를 옛날처럼 옷을 많이 껴입고 누비는 모델을 보며 순간적이나마 의심했다.
몇 개월 전의 여름 우린 어땠나. 은행이나 관공서는 말할 것도 없고 전철 버스를 타거나 변두리 식당을 가도 씩씩 내뿜는 에어컨 냉기는 몸이 얼 정도였으니 제발 여기 이곳서 행사로 그치지만 말 것을. 약속으로 이어질 것을. ‘정말? 정말 내복벗지 않을 자신 있어요?’
1회용장갑 기저귀 운동화 매트 류 등도 소개되었다. 역시 옥수수를 주원료로한 친환경 생분해성 상품이다. 합성수지 함량이 제로로 다이옥신 등의 유해물질발생이 전무한, 자연에서 100%분해 되는 신소제의 제품들이다.(SK네트웍스) 그렇지만 신소재 제품가격이 만만치 않음에랴.
주위에 널린 게 플라스틱이요 폴리에스텔인데 모두 옥수수로 대체하려면 옥수수 밭도 부지런히 일궈야겠지.
폐현수막으로 장바구니를 만드는 모습.
주부들의 발길이 가장 잦은 곳은 현수막을 수거해 장바구니를 만드는 곳 . 주문이 달려 이름 적고 두시간이 지나서야 찿아갈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부스에서 재봉질을 한참 하던 한세대 학생은 전깃줄로 만든 블로우치를 가슴에 장식한 채로 웃으며 포즈를 취해주기도 했다.
관람객들의 참여로 환경상식을 퀴즈로 풀어보는 도전! 에코벨과 환경의 소중함을 알리고자 기획된 가족 환경뮤지컬이 진행되는 등 볼거리가 풍성했다.
석탄재로 만든 보도블록(왼쪽)과 물을 내리지 않아도 되는 소변기.
석탄재로 만든 보도 블록(한국후라이애쉬시멘트공업)물을 내리지 않아도 되는 소변기도 있다. 이미 강남구청사 과천정부종합청사 서울시청 수원시청등 일부 화장실에 설치 했다는데 참 궁금하다. 화산재로 생겨난 대표적 암석인 현무암에서 착안, 석탄재를 응용콘크리트를 대체했다. 화력발전소에서 연료로 사용되는 석탄을 태우고 난 뒤 발생된 폐기물을 자원으로 활용한 것이다.
자가발전 손전등과 태양광시계(에코생협) 발암물질을 제거한 책상과 동판과 활성탄을 설치해 공기정화 작용을 강화한 사물함(에리트퍼니처), 휘발성유기화합물 회수장치가 부착돼 주유시휘발유 냄새가 나지 않는 셀프주유기(GS칼텍스)도 등장했다.
이렇게 세심하게 신경 쓴 제품들이 있다니 놀랍고 기쁘고 흐뭇했다.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무엇 한가지 해낸 것도 없으면서 주위 탓만 했던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 보게도 한다.
강물에 시약을 넣어 수질측정을 하는 학생들
에코테스트(KIST에서 개발한 제품으로 수질 오염도를 신속하게 진단하는 키트)를 활용해 주변의 수질급수와 특성을 알아내고 하천의 오염지도를 그릴 수 있어 학생들의 현장학습을 돕고 환경단체나 동아리들의 환경감시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환경교육해설지원센터의 설명이다. 이렇게 부스에 나와 실제 체험해보는 사람들, 특히 어린 학생들을 볼 때면 참 반갑다. 사실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 태반이 어른들이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참여하거나 현장에서 체험해 볼거리도 몇 안됨이 아쉽다.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갈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유익안 학습현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행사기간동안맞은편의 컨퍼 런스센터에서는 산업계 관계자와 시민단체들의 친환경상품구매촉진대회와 건강주택포럼 및 재생가능에너지 전문가초청강연회도 열렸다.
갈수록 환경이 나빠져 가는 이때에 친환경상품의 전시와 교류 보급은 절실하다.
지구 환경을 지키는 일, 내가 손댈 수 없는 큰일처럼 여겨지지만 나의 작은 실천이 빠지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일이기도하다 내복을 껴입는 것, 음식을 먹을 만큼 덜어와 남기지 않고 먹는 것, 머리 감기를 하루 건너 뛸까 고민해 보는 당신이라면 이미 아름다운 친환경주의자 아닐까. 박분 parkbun58@hanmail.net / <하니바람> 리포터 한겨레신문 주주 독자 매거진 <하니바람> http://hanibaram.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