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리라'
여기서 표범은 앞서 제시된 늑대와 동일한 이미지를 새끼 염소는 새끼 양과 동일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지내리라'에 해당하는 '이르빠트'(irbats)의 원형 '라바츠'
(rabats)는 네 발 가진 동물들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옆으로 드러눕는 것을 의미하는
동사이다.
약육강식의 관계에서 서로 먹고 먹혀야 할 천적 관계에 있는 두 짐승은 한편은 먹기
위해 웅크리고, 다른 한편은 먹히지 않기 위해 경계하고 도피하고 도주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이들 두 짐승이 함께 나란히 누워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것 역시 메시아가 새롭게 창조하는 세상의 모습을 선명하게 묘사하는 것으로서
이 세상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경이로운 광경이다. 이러한 내용은 이어지는 '송아지가
새끼 사자와 더불어 살쪄 가고' 라는 표현에서도 계속된다.
'어린 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
앞선 내용은 흉폭한 동물과 약한 동물, 육식 동물과 초식 동물이 천적 관계를 형성하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함을 열거법을 사용하여 묘사하였다. 이제 본문은 단지 짐승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짐승들과 인간들 사이에도 평화가 이루어짐을 보여준다.
특히 인간 가운데 가장 연약한 어린 아이가 초식 동물은 물론 사자나 표범 같은
사나운 육식 동물들을 몬다는 것은 태초에 하느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면서
인간에게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생물을 다스려라"
(창세1,28)고 축복하신 것이 다시 회복됨을 의미한다.
메시아가 통치하는 새 세상이 되면 과거와 다른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지만
그것은 전혀 이상하거나 생소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죄를 지음으로 파괴된
창조 질서와 섭리가 다시 완벽하게 회복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본문의 '어린 아이'에 해당하는 '나아르 카톤'(naar katon)은 또 다른 측면에서
메시아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메시아는 어린 아이처럼
연약하면서도 동시에 죄를 모르는 순수한 분으로서 죄와 무관한 새로운 세계, 죄를
청산하고 새롭게 조성될 새 하늘과 새 땅의 지도자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 (7)
이사야서 11장 6절에 이어 7절에서도 암소와 곰이 평화롭게 공존하며, 그것들의
새끼들도 함께 어울림을 묘사하고 있다. 원문에 보면 '곰'에 해당하는 '도브'(dob)는
여성형, 즉 암곰을 가리킨다. 잠언 17장 12절에서는 매우 사나운 짐승으로 '새끼 잃은
암곰'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새끼 잃은 암곰은 몹시 민감하여 새끼에게 다른 짐승이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시아가 통치하는 왕국에서는 이러한 동물의 본능까지도 변하게
될 것임을 묘사하고 있다.
또한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는다고 묘사된다. '여물'(풀)에 해당하는 '테벤'(theben)은
볏단을 말려 작두로 썬 짚을 지칭하는 것으로서(창세24,32), 이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집에서 기르는 소의 먹이이다. 육식을 하는 사자가 그 습성을 버리고 여물을
먹게 되는 것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날카로운 송곳니도
평범한 어금니로 변해야 하고 그 체질도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장차 메시아가
통치하는 나라에서 이루어질 완벽한 평화가 어떤 것인지를 함축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젖먹이가 독사 굴위에서 장난하며' (8)
이사야서 11장 8절은 젖먹는 아이가 독사 굴에 손을 넣고 장난하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젖먹이의 피부는 유약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이처럼 유약한 아이가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고 독사굴에 손을 넣는 장면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끔찍한 결과만이 예상된다.
그러나 본절에서 이사야는 그렇게 해도 전혀 해가 없을 것이라고 서술한다. 이것은
메시아가 통치하는 평화의 나라에서는 해를 받는 일이 전혀 없을 것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여기서 '장난하며'에 해당하는 '웨쉬아샤으'(weshyashah)의 원형 '샤아으'
(shaah)는 어린 아이가 소리를 지르며 즐겁게 노는 모습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이사66,12). 이것은 세말에 이루어질 메시아 왕국의 도래에 따른 놀라운 변화,
제한없고 완전한 평화의 구현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선명하게 확증하고 있다.
한편 이처럼 젖먹이, 젖뗀 아이가 아무런 염려도 없이 독사굴에 손을 넣고 장난하는
이러한 일은 독사의 이빨이 빠지고, 그 독이 완전히 제거된 것을 전제로 한다.
여기서 독사의 이빨이나 독은 악의 요소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은
메시아를 통해 구현될 새로운 세계에서는 악의 요소가 자취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완전히
제거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