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가 없는 인간과 늦은 점심후 몸 허한 인간이 무지막지한 더위를 뚫고 나갈 행상길이 자신이 없어
우물쭈물 발가락만 꼬무작거리다가.. 헤도네님이 일러주신 존 던의 영성 깊은 시와 그산님의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를 다시 보고는 막간의 몇줄 횡설수설 주절여봅니다
그산님의 영화 해설은 검은 뿔테의 명화극장 정영일 선생을 능가할 정도로 더 보탤 것없는 수준이고요..
이 영화를 저는 중학교때 대구 2류 자유극장에서 본 걸로 부분부분 기억되는데 여주인공의 깊은 눈동자
에 사춘기의 저는 신천지가 안전에 전개되는 듯 했었습지요
..마리아는 미국 게릴라 조던을 그지없이 사랑하게 되고 남자라고는 모르던 순진한 스페인 촌장의 딸
은 그를 따르며 산속생활을 하던 어느날 그에게 너무나 유명한 대사를 속삭입니다
'로베르토, 전 키스할 줄 몰라요.. 코가 방해되지 않을까요..' 조던이 가까이 키스를 해주자 '코가 방해
가 되지않는군요.. 방해될 줄 알았는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게리 쿠퍼와 잉그리드 버그만의 이 사랑스런 짓은 그러나 헤밍웨이
원작에는 없는 장면이라고요.. 감독이 즉흥적으로 삽입한 이 장면을 본 헤밍웨이는 재미있는 발상에
특유의 턱수염을 흔들며 좋아했다고 합니다
이런 청순한 마리아는 총을 맞은 말에 깔려 다리가 부러진 로베르트를 사지에 두고 당장 떠나라는 말
에 한사코 우기다가 억지로 끌려가며 짧은 사랑과 헤어지는 비련의 주인공이 되었습지요..
요즘 우리 주변에는 젊은 연인들이 거리김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이 흔합니다
앞세대들이 마음놓고 손한번 못잡아보고 남의 눈을 피해 보리밭 깊숙히 숨던 시절과는 너무도 발랄
하고 싱싱하기에 흐믓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랑의 자유가 지나쳐 아무 데서나 진한 표현을 하는 애들도 더러 봅니다
저도 이것도 연식이라 몇번 접촉사고를 낸 후는 운전이 거슬려 시원한 지하철로 요즘 행상길에 나서
는데 지하철에서 중인환시리에 흉하게 껴안고 시시덕대는 모습은 곱게 보려해도 혐오감이 치밀어
오릅니다
더 가관은 화투짝 그림으로 문신한 양아치풍의 머스마가 하는대로 맡기고는 주위를 아랑곳않는 반나
의 여자아이입니다
딸둘 키우는 애비로 성질로는 굵은 손가락으로 머리에 꿀밤 몇대 제대로 치고 싶으나 그러나 마음뿐,
겉으로는 미스코리아 심사위원의 팔장 낀 온화한 미소로 점잖은 할아버지인양 애써 외면합니다
연인끼리의 밀착은 여수 밤바다나 덕수궁 돌담길 가로수 길에서 나누면 시선을 가려주며 보는 이도
흐믓하게 만듭니다, 봄날 벚꽃이 비처럼 날릴 때 나무 뒤에서 하는 기습뽀보는 얼마나 운치가 있었던
가요
그걸 나무라는 싸구려 어른들이 누가 있겠습니까마는 지하철에서의 노닥거림에는 영 불쾌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하기사, 젊은 애들만 그런 건 아니지요.. 제가 과문한 탓이라 쉬운 예로, 우리 카페에도 십여년 넘어
머물다 보니 더러 민망한 경우를 보게 됩니다
큰 회사 CEO 행세하며 진위불명의 명품가방으로 그쪽에 눈 반짝이는 여성들을 낚던 인간, 가관은 그
짝퉁에 줄을 서서 자기만 받은 줄 알았다가 나중에 자기가 한참 후순위었다는 슬픈 사실도 드러나고..
전직 고위직, 한의학 교수, 연출가로 회칠한 인조미끼와 이 카페 저 카페 배회하며 짜집기한 작업용
맞춤글로 그물을 치고 사냥에 나선 인간들, 거기에 저요저요 경쟁적으로 다투어 몰려가던 유유상종
의 그 애처로운 인간군상들..
당연한 결과로, 자기만 간택된줄 알았는데 어차피 사냥이 목적인 주최측의 양다리 세다리를 알고는
순정파인양 오해니 진실이니 배신이니 고급대사가 급난무하고 성질 급한 이는 스스로도 양다리면서
자폭공개의 막장 드라마를 펼치기도 하고..
팁으로, 늦사랑 짝짓기는 완벽한 이상형이 아니라도 사랑의 열정이 여전히 밀려온다면 적당한 상대
를 골라 가을날 햇빛을 튕겨내는 억새처럼 은은한 연륜의 정을 나누면 그런대로 운치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마리아는 좀처럼 말이 없고 사랑의 표현에 둔한, 이 동굴에 나흘밖에 머물 수가 없는 조던에게 키스
방법을 물으며 사랑 표현을 유도합니다
그러나 그 처음이자 마지막인 입맞춤은 단둘의 깊은 산속에서였지 여러 사람이 보는 지하철 2호선
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사랑은 수천년 동안 인간을 들었다놓았다 농락한 요물이지만 또한 인간이란 동물의 어쩔 수가 없는
영원한 본성이기에 사랑은 표현하기에 따라 아름답게도 추하게도 비추입니다
사랑의 자유는 젊은이 늙은이 모두에게 방종이 아닐 것이기에..
첫댓글 좋은 글, 공감합니다. ^^
수고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명화를
올려주신 분과 좋은 시를 곁들여주신 분께
누가 되는 잡글이라 좀은 걱정을 했는데 첫
댓글로 웃어주시니 마음을 놓습니다
더운 날 짜증나는 풍광에 해본 투정이었습니다
사랑이라는 것,
그것이
너무 흔해서,
별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닐까요.
.
공공장소에서 하는 짓거리는
우리들의 짓을 잘 봐 주셔요.
요런 것이 사랑이란 겁니다.ㅎ
짜집기한 글을 버젓이 닉을 걸고
올리는 경우가
공공장소에서 사랑 짓거리 하는 철부지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근데,
구봉님 다른 카페의 글을
많이 읽어보는 기회가 있나 보네요.^^
요런 게 사랑이다고 노인에게 시범을 보이는
거였구만요, 콩꽃님 분노의 반어에 웃습니다
먹고살기도 바쁜 인간이라 다른 카페를 볼 틈
은 없는데요, 카페에 교과서적 정답을 섞은
글을 보면 어디서 본 기시감은 느낌이 옵니다
선풍기로는 이 더위를 식힐 수 없어 에어컨 켜고
구봉님 글 읽으며 피서해요..^^
20여년 전에 파리에서 세느강 유람선 갚판 맨 앞에서 두연인이 진하게 키스를 하는데
에펠탑도 보아야지 파리시내 강변 구경도 해야하는데 그연인들도 쇼킹한 구경 꺼리여서
안볼수가 없었어요.^^
요샛날 한국에서도 심심찮게 구경하니 놀랄일도 아니고 그냥 스쳐 지나 버립니다..
시대가 변하니 적응해야지요.^^
서양을 따르고 흉내내는 게 선진은 아닌데
그게 20년이 걸려서 왔구만요
그래도 영화에서나 볼 장면을 감상하셨겠
습니다, 까이꺼 세느강 에펠탑이 대수이리오ㅎ
큰 행사가 내일로 압니다만 모두가 즐거운
좋은 자리가 되시길 응원합니다
ㅎㅎㅎㅎ
구봉 님을 성질나게 한 그 젊은이들
몽둥이로 제대로 한방 맞을 뻔했네요.
따님들을 지키시려는 아빠의
의지가 느껴집니다.
맞아요, 사랑이란 표현하기에 따라
아름답게도, 추하게도 느껴지지요.
제게는 딸 둘 아들 하나가 있습니다.
그 아이들 부부를 보면 참 보기 좋게
살고 있구나 싶습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아껴주는 모습을 보면
사랑이란 저런 거구나 싶어요.
뜨거운 여름 날, 낙동강이 보이는
시원한 원두막에서 구봉 님 글
읽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이런 거 보면 저도 꼰대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합니다, 고이얀 놈들..
동물이지만 개돼지와는 달라야 하는 인간
이란 동물의 본능조절은 힘들기만 합니다ㅎ
이베리아님처럼 좋으신 엄마를 둔 자식들이
보기좋게 안살면 감히 누가 그리 하겠습니까
헉~!
몽둥이를 들고 싶은 맘이 꿀떡꿀떡~!
하다구요??
무십다요
그 젊잖은 군자의 기품은 어찌하구;;;;~
ㅡ 놀래키게 하기엄끼ㅡ (- ! -)
몽둥이는 어쩌고.. 표현은 지나치다는 어느 분
의 진중한 꾸중을 듣고 수정을 했습니다, 신경
을 써주시니 고마운 분이지요
젊은 날에는 거슬리는 건 참지 못하고 높은 분
에게 돌도 던졌으나 나이든 이제는 법정스님의
평정심을 배우려 애씁니다, 놀래키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입추 처서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이 없어서 순간 당황했습니다ㅎ
봄 날 벚꽃이 비 처럼 날릴 때 나무 뒤에서하는 기습뽀뽀를 운치있게 보시는 분이시네요.
사랑도 운치가 있고 기품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고 해석 되어집니다.
거침없고 멋진 글이라 말씀드립니다.
감사히 읽었습니다.
벚꽃 절정의 스무살 어느 봄날, 신촌 로타리
어드메쯤서 기습뽀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다가.. 할까말까 망설이는 나는 못난이가
되었습지요ㅎ 불쑥불쑥 솟는 본능의 지배를
벗어나기 힘들지만 그래도 인간의 삶은 커쇼의
직구처럼 명쾌하고 기품이 서려야지 않을까 하는..
사는 곳이 사는 곳이다 보니
사랑한다는 말도 일상적으로 하고
입맞춤 정도는 장소 불문 흔히 보게 됩니다.
산 시간이 있어 그런 풍경들에 저도 무덤덤해졌는데... 혹 고국에 돌아가면 어떨지 모르겠네요.
고등학교 지리시간에 배운, 사람은 환경의
산물이니 무덤덤해짐은 자연스러운 거지요
..마는 저는 성장기 풍토상 공개적 남녀상열
지시는 거부감이 있습니다ㅎ
사랑은 표현하고 사는 게 중요한데도 그게
안되는 저는 위선적 꼰대의 국가대표지요 낄^^
몰래하는 사랑이 더 달콤하고 애절한것인데
요즘 애들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겠어요 .
그맛을 일찌기 맛보았기에 불륜이 생기는걸까요?
카페의 가짜 명품 사건은 저도 아는 이야기라서
그런일도 있구나 ~ 좀 놀랐습니다 .
가끔 가면을 쓴 사람들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각자 알아서 조심해야 겠지요.
남탓해서 뭐하나요 ~ 분별못한 본인의 탓이지요.
세상사 사기를 치는 놈보다 당하는 이가 바보
가 되는 세태이기도 합니다, 사기는 당하는 이
의 허영심에 큰 이유가 있다고..
금방 보이는 치졸한 '자겁' 에 줄서던 그 자발적
피해자들을 제가 뭐라고 말릴 수도 없어 구경만
했는데 실은 어디나 있을 풍광입니다마는..
참나..
카페 이력이 거기서 거긴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군요..구봉님과 햇수만 거기서 거기지 이거야원..
그러니까
맨날 싸움의 기술 워저구저쩌구 하면
여성회원들이 남자답다~ 좋아할 줄 알고..ㅎ.. 허나 그게 헛된 짓..
그래 짝퉁 가방이라도 돌려야 송사리라두 입질헌다는걸 전혀 몰랐으니
소생 헛농사 지었소이다.
진작 알려주시지안쿠...^^
고담준론의 춘추필법으로 카페의 질을 선도
하시는 가을님이 이 무슨 말씀을.. 저자의
우물가 뒷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시려니 이는
당치않사옵니다, 소는 누가 키우랴고욥..
형이하부는 소관 담당이오니 얼씬마소서~ 낄^^
마리아를 배역에 잉그리트 버그만을 헤밍웨이가 추천했다는 전설도 있는데요.
로베르토역으로 게리쿠퍼가 한다고해서 헤밍웨이가 화를 냈다는 설도 있어요.
허긴 20대 후반 로베르토를 게리쿠퍼가 하기에는 무리 일 수있는데요.
정작 영화에서는 역시 게리쿠퍼 매력이 넘나 돋보였던 작품였어요.
시대가 바뀌어서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장소물문 애정행각을 보면 제발 애기는
책임지고 낳거라 그런 생각이 들때도 있어요.
왜냐면요 제가 '서울영아일시보호소'에서
애기들 목욕 봉사활동 한 경험이 있어서요.
당대 최고의 드라마 작가 김수현 선생은 배우
를 아예 지정하는 파워를 지녔다는데 헤밍웨이
선생도 못지않았구만요..
봉사처가 테레비 다큐에서 보았는데 애기 박스
가 있는 그곳인가 합니다, 그거 보면서 울음깨나
참느라 홋기침을 꽤 했습니다만..
나도 코큰 서양인들은 키스를 어떻게 할까? 궁금했어지요.
오래전 전철안에서 진한 애정표현하는 아이들에게 여기는 안방이 아니라고 말 했는데 ᆢ사실 조금 무서웠어요.
딸이 다음에는 절대 모른척하라고 충고 ㅠ
지하철에서 푸른비님이 하신 행동은 자식을
키우는 엄마의 마음에서 비롯된 깊은 자애심
이었겠습니다마는 공공장소에서 젊은 아이
들에게 건네는 한마디는 사실 그거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저도 구들장에서는 욕도 하는 망나니지만
밖에서는 참 무기력해지는 자괴감을..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자주 만나는 연인들 이지요..
적당한 포옹은 예뻐 보이는데
완전 몰입중인 커플은 민망해서 얼른 시선을 피했습니다.ㅎ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