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마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만큼 중층적(重層的)이고
심원(深遠)한 문제들이 개입되어 있는
우리의 삶을 핵심적으로 관통하는
이 주제에 대한 정답을
보통 사람들은 얻기가 힘들다.
그래서 사람이 문화를 만들면서
이 주제에 대한 질문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인류의 문명이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려는 것이
철학과 종교의 영원한 주제가 되었다.
그러므로
이 어려운 주제를 대중가요에서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우리 대중가요에서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노래를 찾기가 힘들다.
그런데
최희준이 부른 <하숙생>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접근하여 성공한 노래이다.
이 노래는 인생을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돌아가는(空手來 空手去)’
나그네 길이라고 정의하여
그것에 대해 아무런 학술적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방식이 신기할 정도이다.
이토록
심오한 주제를 이렇게 쉽게 풀이하여
좋은 곡에 실어 인기가수가
정성껏 불렀으니 히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노래가 나와 히트를 하던
1964년은 대한민국의 혁명적 변혁을
초래한 급진적 산업화가 시작된 초기이지만
, 박정희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이기도 하다.
이 즈음 우리 사회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물질적으로 잘 살아보겠다는 욕망이
꿈틀대면서 물질만능주의에 점차
오염되기 시작한 시절이었다.
즉, 고도성장의 붐 속에서
그 붐에 편승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차이가 생기는 등
그늘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특히,
사랑이나 진심 등 인생의 소중한
정신적 가치를 버리고 현세적 성공이나
출세(돈·권력·명예 등)를 향해 열심히 쫓아가는
사람과는 달리 형편없이 뒤처지거나,
그대로 남은 사람의 허전함과
외로움이 진하게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를 안고 탄생한 노래
<하숙생>은 젊은 화학도(강민구)와
미스코리아 출신 여성(재숙)의
비극적 사랑은 다룬 영화
<하숙생>의 주제가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민구와 재숙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다.
화학도이지만 아코디언도 잘 다루는 등
음악에 재주가 있는 민구는 둘의 약혼 기념으로
<하숙생>을 작사, 작곡하여 재숙에게 들려준다.
그러던 어느 날 재숙은 민구가 근무하는
화학실험실에 놀러갔다가 화재사고를 일으킨다.
이때 불길 속에서 재숙을 구출하다가
민구는 얼굴과 온몸에 화상을 입게 된다.
사고 후 미스코리아가 된 재숙은
민구를 버리고 나이 많고
돈 많은 사람과 결혼하게 된다.
복수심에 불타는 민구는
성형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재숙이 사는 집 근처에 하숙을 하게 된다.
그는 매일 밤 아코디언으로 그가 작사,
작곡한 <하숙생>을 연주한다.
자신이 버린 남자가 작곡한 이 노래를
매일 듣고 양심의 가책을 받은 여인은
마침내 혼자서 깔깔대거나 웃으며,
땅에 주저앉아 우는 등 실성(失性)하게 된다.
한때 사랑했으나 자신을 배신했던
여인이 이렇게 미치는 모습을 보고
남자는 복수의 통쾌함보다도
연민의 정을 느낀다는 것이
이 영화의 스토리이다.
이 영화의 내용은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제럴드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와 비슷하다.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공주고보와
공주사대를 졸업한 시나리오 작가이자
작사가인 김석야는 개발연대와
그 이후 한국 현대정치사의 주역으로
활동했던 김종필 전 총리의
스피치 라이터가 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삶을 살았다.
그는 1963년 공주 동학사 쓰레기장에서
비구니가 되기 위해 머리를 깎은
여인의 머리카락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는 이것을 보자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라는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다고 한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시나리오가 만들어져
1966년 정진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신성일, 김지미, 김희갑,
최남현, 전계현, 오현경, 전양자, 윤일봉 등이
출연하는 영화
<하숙생>으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의 주제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인생의 철리(哲理)를 쉽게 풀이한
<하숙생>이란 한국대중가요에서
빛나는 명곡이 탄생되었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 최희준은
경복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엘리트 학사가수이다.
허스키하나 구수하고 담백한 목소리의 그는
미 8군 무대에서 기량을 닦으며
스탠다드 팝과 스윙풍의 노래를 불렀다.
작곡가 손석우로부터
최희준이라는 예명을 받은 그는
1960년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로
가요계에 데뷔한 후 <엄처시하>, <진고개 신사>,
<종점>, <맨발의 청춘>, <팔도강산>,
<노신사> 등으로 1960년대
한국 가요계의 정상에 섰다.
작곡가 김호길은 1920년 평북 곽천 출신이다.
서울 선린학교와 일본 메이지대를 수학하였다.
1961년부터 74년까지
MBC 경음악단장을 역임하면서
<하숙생>, <진고개 신사>, <월급봉투>,
<금단의 문> 등을 작곡하였다.
<하숙생>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 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없이 흘러서 간다
인생은 벌거숭이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가
강물이 흘러가듯 여울져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벌거숭이
강물이 흘러가듯 소리없이 흘러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