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처방전

[망실봉]

         쉼이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처방전

 
  아주 오랫동안 '죄책감 없이 쉬는 법'에 관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할 만
큼 일중독이 심각했다. 일하는 법을 익히면 익힐수록 쉬는 법은 내게서 잊
혔다. 잠을 자거나, 명상하며 호흡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면 어느새 불안이
침습해 '다음에 뭘 해야 하지?'라는 잡념이 파도처럼 울렁였다.
 
  이 원고를 쓰고 있는 곳이 우동으로 유명한 일본 다카마쓰를 향해 달리
는 신칸센 안이라는 사실이 내 일중독을 대변하는 게 아닐까. 결국 쉼에
있어 '공간'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
람들에겐 '움직임'이 쉼 일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까닭이다.
 
  기차는 매번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기차 안에서 유독 잠이 잘 오거나
책이 잘 읽히는 까닭은 기차 특유의 흔들림 때문이다. 여기서 기억해야 하
는 건 ‘반복’이다. 세상 모든 반복엔 리듬이 존재한다. 이런 흔들림이 우리
를 얼마나 평온하게 하는지.
 
  수면제도 듣지 않는 만성 불면증 환자인 내 친구는 잠을 자기 위해 가끔
기차에 오른다. 20년을 지독하게 일한 결과, 경제적 여유가 생긴 그녀에게
가장 큰 사치는 일등석을 두 자리 예매한 뒤 자신의 오래된 가방을 친구
처럼 나란히 두는 것이다.
 
  그녀와 함께 늙어간 그 커다란 가방에 '베개'가 들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어쩐지 이 모든 게 거대한 쉼의 풍경처럼 느껴진다.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가 그것을 '느끼는 방식'이 중요하다. 그
러므로 쉬고 싶다면 내가 하는 일에서 '가장 먼 곳’까지 도망가야 한다.
 
  초등학교 2학년 담임인 내 친구가 자신의 골방에서 뜨개질을 하는 건
자신의 의지대로 차곡차곡 채워지는 씨실과 날실 속에서 충만한 안정감
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녀는 계획한 도안대로 메워 나가는 하트와 동그라
미를 보며 훼손되고 헐거워진 자신의 내면이 단단히 채워지는 경험을 한
다고 고백했다.
 
  뜨개질은 그녀의 교실로부터 가장 먼 곳에 있는 고요한 정반합의 세계
다. 사랑스럽고, 시끄럽고, 제멋대로인 아이들을 통제해야 하는 단내 나는
교사의 일에서 가장 멀어지는 멋진 순간인 셈이다.
 
  글로벌 IT 기업 메타의 대표 마크 주커버그는 설거지가 가장 큰 휴식이
라고 고백했다. 그 역시 자신의 직함에서 가장 떨어진 주부의 일이 휴식이
되었으리라. 종일 앉아서 하는 은행 업무에서 가장 멀어지는 등산이 큰 쉽
이라는 친구의 말에서 나는 휴식의 비밀을 엿본다.

 
  뜨개질, 설거지, 등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특정 행동이 반복된다는 것
이다. 세상 반복되는 많은 것에는 쉽의 리듬이 깃들어 있다. 그러니 가만
히 앉거나 누워 있는 것만이 휴식이라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나는 주기적으로 기차를 탄다. 오직 기차를 타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평소 독서는 내 생계를 위한 것이지만, 기차 안에서만큼은 순수한
기쁨이 된다. 페이지도 순서대로 읽지 않고 손길 가는 대로 읽는다.
 
  책을 읽다가 문득 창밖을 보면 나는 어느새 달라진 풍경 속에서 다른 차
원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을 맞는다. 미국 서부의 암트랙 기차를 탔
을 때, 겨울 폭설이 쏟아지다가도 꽃이 가득한 봄이 펼쳐지는 광경에 대륙
의 거대함을 체감했다. 그때의 기분을 '앨리스의 토끼굴을 쫓아간 시간 여
행'이라고 적어 놓았다. 내가 기차에서 읽은 모든 책에는 그날의 날씨와
풍경이 지문처럼 찍혀 있다.
 
  쉬고 있는데도 쉬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면 '뇌'가 쉬지 못하고 있기 때문
이다. 만약 그런 증상에 시달린다면 내 일에서 가장 멀리 떨어질 수 있는
'행동'을 의식적으로 반복해 볼 것을 권유한다. 과학자들은 이때 손가락을
쓰는 게 좋다고 말한다.
 
  그것이 내겐 기차 타기, 컬러링 북 색칠하기, 산책, 수세미 뜨기다. 직관
을 거스르는 일이지만, 열심히 일한 만큼 쉼에도 ‘열심’이 필요하다.
 
  백영옥 | 소설가

  UNDRESSD - Forever Young (Lyrics)

[동트는아침]

좋은글 감사 합니다

[망실봉]

반갑습니다
다녀가신 고운 걸음으로
공감주셔서 고맙습니다~
일교차 큰 요즘,
늘 건강하시고
기쁨과 미소 가득,
행복한 주말보내세요
동트는아침 님 ~ !

[정 읍 ↑ 신 사]

우리나라는 일 중독자들이 많아요.

눈 오는 날 종점이 없는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가면 스트레스도 풀릴 것 같고,
10년은 젊어질 것 같습니다.

[인희*]

삶에 좋은 마음에 글과 함께
공유해 봅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망실봉]

편안한 밤 보내세요
감사드립니다~~

[인희*]

[망실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