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라는 게 뭔가. 더위를 피하는 거 아닌가. 파도가 일렁이는 해수욕장이나 폭포가 떨어지는 계곡만이 피서지가 아니다. 에어컨 빵빵 터지는 거실도 피서하기엔 딱이지만 다리 밑 피서가 내게는 일품이다.
조경기사는 여름 한철 보내기가 가장 힘 든다. 더위가 한창 극성을 부릴 시절이라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해야 할 일 어지간히 하고 일찌감치 점심을 챙기고 강둑 너머 다리 밑으로 왔다 .
작년 태풍에 두 개가 떠내려가고 한 개뿐인 평상에는 먼저 칩입한 거사가 늘어지게 오수를 즐기고 있다.
한쪽 켠에는 머리카락이 덤성덤성 나있는 70대로 보이는 영감뻘 아저씨가 마누라로 보이지는 않은 동련배의 아낙과 고스톱을 치고 있다.
저 나이에 애인인들 어떻고 아닌 들 어쩔까. 노후만 즐거우면 되는 것이지. 저 사람은 노후대책은 끄떡없겠지. 그 점은 부럽다.
나는 언제 호구지책으로 삼는 현업을 졸업하고 남들처럼 살아보나. 낼모레 70인데 자식농사도 아직 반타작이고 적지 않은 유산은 똘똘 말이 되어 아파트 하나가 유일한 재산인데, 다들 편한 백성처럼 은퇴하고 유유자적하려 하니 꼴랑 연금은 40만 원 밖에 안 나오니 100세 인생시대에 갑갑하기만 하다.
애고 답답 내 팔자 한탄한들 무삼하리. 처음 시작했던 공직생활을 계속했더라면,
50에 IMF명퇴만 안 했으면, 대학졸업 후 후계자 자금 받아 목장을 했었으면, 면, 면, 면,
지금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 있으리오.
매미야 지금 니 세상 만났다고 소리 내어 까불지 마라.
곧 겨울 온다. 내가 살아보니 그렇더라.
없던 바람이 강을 타고 불어온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내일 행복하느니 지금 행복한 게 제일이다.
귀신이 죽었나 왜 이리 시원하지. 앞으로 한 시간 나의 천국으로 갈련다.
첫댓글 ㅎㅎㅎ
아주 멋진 글입니다.
솔직 담백함이 돋보입니다.
장고~~귓전을 스치네요..서부영화 장고~~~
너무 더운 나날입니다
눈팅만하다가 간만에 나타났습니다
가을님 글 잘읽고있습니다
곧 가을이 오겠지요 ?
장고님, 안녕하셔요.
꽤 오랜만입니다.
별난 피서가 있나요.
다리 밑 피서도 좋고
수필방 글쓰기도 하시면
더운 줄 모릅니다.
~면, 면, 면 하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요.
현직에 있음도
아파트 한 채 있음도
꽤 괜찮은 겁니다.
~도 있고, 고, 고 하고 나가시지요.
수필방에 오시면,
~도 하고, Go, Go 하시기에 바쁘실테니요.
콩꽃선배님
여여하시네요
면면하지 않고
도도해볼려 합니다
아... 시원한 다리 밑 피서로
한시간 꿀잠 주무실 모양입니다.
근데 매미가 억울하답니다. ㅎ
일곱날 열심히 짝 찾아 울다 가는데,
겨울은 언감생신,
여름도 다 못 삽니다요. ㅎㅎ
매미도 멋진 인생이지요
한 세상 멋지게 장식하니까요
바다보다 계곡보다 다리밑이 좋을 수도
있답니다
한여름 잘 넘기세요
분당 살 때는 다리 밑 벤치에서 놀다 온 적이 많았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여기는 벤치가 아니고 평상이라
오수를 즐길 수 있습니다
아주 무더위 날려 보내는 시원한 바람 같은 글 잘 읽었습니다.^^
손 놓지 않고 일하시는 행복을 잠시 잊으시고 꿀잠 즐기소서~^^
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여름 잘 넘기세요
제 경험치로, 고속도로가 지나는 다리밑이
넓고 두꺼워서 제일이고 개울을 지나는
다리밑도 쏠쏠하지요
매미는 겨울을 모르고 사람은 백년뒤를
모르니 지금 당장 부는 바람에 신선놀음이
인생사 정답임에 크게 공감합니다ㅎ
고속도로 다리밑도 엄청 시원할 듯 합니다
다리밑이 시원한 줄 몰랐습니다 .
아주 좋은 피서방법을 알려 주셔서
감사 합니다 . 돗자리랑 화투도 준비해서
언제 한번 가 봐야 겠습니다 .
매미가 그렇게 말 했습니다 .
겨울일은 겨울일이고
여름 한철 행복하면 그것으로 만족하다네요 .
ㅎㅎ
돗자리랑 베개대용 할 게 필요합니다
언젠가
공원산책 나갔다가
다리밑에 앉아 피서를 즐긴적이
있었습니다
꽤 시원했던 기억이 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