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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그냥 싫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처음인데도 이야기하고 싶었고...
처음인데도 더 오래있고 싶었던 사람.
처음인데도 자꾸 쳐다보고 싶었고...
처음인데도 계속 알고 지내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처음부터....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습니다.
-written by.아이사야
열려진 커다란 창을 통해 쏟아지는 나른한 오후 햇살...
이따금씩 그 나른함을 더해주기 위해 불어오는 미지근한 바람.
눈물이 날 만큼 시리도록 푸른 하늘...
책장이 넘어갈 때마다 기분 좋게 들려오는 사락사락-하는 소리.
.
.
.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쉬며 창 밖으로 향해있던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자. 시험범위라며 빼곡하게 칠판을 채우고 있는 흰 글씨들이 눈에 들어온다.
감히 필기할 엄두가 나지 않는 엄청난 양의 요점정리를 바라보고 있자 또다시 턱-하니 숨이 막혀온다.
그리고 또다시 느껴지는 시선에 희미하게 웃음이 흘러나온다.
이제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 시선을 받아들이고 있다. 마치 일상생활의 한 부분처럼...
슬쩍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향해있던 그녀의 두 눈이 놀란 듯 커다랗게 떠지며 황급히 시선을 피해버린다.
고개를 푹 숙이고 허둥지둥 펜을 잡아 필기를 시작하는 모습에 픽-하니 실소가 터져 나온다.
"....왜 입맛이 없어?"
말없이 고개를 가로젓고는 고개를 푹 숙이고 밥숟갈을 입안으로 꽂아 넣었다.
차마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볼 수 가 없었다.
분명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겠지.
7살 되던 해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해외 출장으로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아졌다,
한참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 할 유년시절...언제나 난 혼자였다.
언제부터였을까...오히려 '혼자 있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깨달았던 때가.
"내일 새벽비행기로 출발 할 꺼야 ....이번 출장은 꽤 길어질 것 같구나."
아버진...착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다만, 자식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 서툰 것뿐이지.
식탁 위로 올려지는 흰 봉투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흰머리가 히끗히끗 자리잡고 있는 그의 얼굴에도 변함 없이 세월의 흔적은 흐르고 있었나보다.
이렇게 가끔씩 마주하는 그의 모습은 언제나 낯설음만을 안겨주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모든 정신을 일에만 쏟아 붓던 그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돈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겠지만.
"잘 다녀오세요."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던 시선을 다시 수북하게 쌓여있는 밥공기로 떨구며 고개를 저었다.
11년이란.... 시간의 골을 메우기엔 너무 늦은 것 같네요, 아버지.
아무 맛도 느낄 수 없는 밥알들을 목구멍 너머로 삼켜보지만, 모래알을 씹는 듯하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도대체 어떤 얼굴로 그녀를 대해야 할지...결국 그대로 책상에 엎드리며 눈을 감아버렸다.
가느다란 그녀의 한숨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뜬눈으로 밤을 새웠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그보다 자꾸만 의식을 자극시키는 그녀의 숨소리에 정신은 더욱 말짱해지고 있었다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반 아이들이 하나둘 교실을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오지만 옆에 앉은 현경은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또다시 그녀의 시선이 느껴진다. 한참을 그렇게 쳐다보는가 싶더니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조심스런 손길로 촉촉한 무언가가 눈가에 와 닿는다.
"헷갈리게 하지마."
무심히 창 밖으로 시선을 두던 고개를 돌리자, 옆얼굴을 따갑게 하던 시선이 눈 속으로 파고든다.
밀려오는 짜증을 애써 억누르며, 책상 서랍에서 어제 읽다 만 책을 꺼내들어 접혀있는 페이지를 펼쳐 읽으려고 했지만...
집요하게 자신을 쫓아오는 시선이 신경 쓰여 도무지 글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언제부터였는지..이제는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처음엔 문득문득 느껴지던 시선이, 이제는 하루종일 자신을 쫓고 있었다.
무엇보다 두려운 건...이제는 평이한 일상처럼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나를 발견해 냈을 때가 가장 곤혹스럽다.
"...머리 아프게 하지마."
무심코 고개를 돌린 시야에 그녀의 옆모습이 잡힌다.
처음에는 그냥 자꾸만 따라다니는 끈적끈적한 시선의 주인공이라서 바라본 것뿐이었다.
처음 본 그 순간부터 호감이 가는 녀석이었다. 싱글싱글 웃는 모습이 정말 예쁜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녀석은 계속해서 내 시선의 범주 안에 있었다.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저 눈동자가 나를 봐준다면....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 목소리가 날 불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냥 그것뿐이라고.... 그렇게 주문처럼 되뇌었었다.
"고민하게 하지도마"
"...선생님한테 말씀드리자!"
고개를 들어올리며 날 바라보는 그녀의 검은 눈동자 속에 자신의 모습이 빤히 비치는 것 같아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익숙하지 않는 타인의 걱정 어린 시선...은 낯설기만 하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황급히 손목을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이 떨어져 나간다.
"...아..미안...저기..그게 주제넘은 상관인줄은 아는데...그게 말이지.."
그녀의 손길이 닿은 손목이 뜨겁다.
누군가의 관심을 받아본 게 얼마 만이더라. 낯설지만...싫지는 않은 느낌.
",...걱정..."
...걱정하지마.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누군가를 배려해주기엔 내 감정은 서툴기만 하다.
어중간하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보다는 차라리 침묵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애절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눈빛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몸을 돌려버렸다.
"내가 병신 같은 질문하게 만들지마."
"이의준!! 나 너 좋아하는 것 같아."
정적이 흐르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좋아한다....나를?
"ㅆ....."
아랫입술을 깨물며 뒤에 말을 간신히 삼켜냈다.
방금 까지 몸 여기저기에서 아프다며 아우성을 쳐대던 상처들의 고통도 잊어버릴 만큼 당황스럽다.
엿 같다, 정말.... 이런 상황 정말 어색하고 짜증난다.
난 이럴 때 너한테 뭐라고 해줘야 하는 거냐?
떨리는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너한테 나 뭐라고 얘기해 줘야 하는 거냐고, 응?
"재수 없는 소리하지마."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말았다.
처음으로 팔딱거리며 힘차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을 무시하고...또다시 그녀를 눈물짓게 만들고 말았다.
"장난이라면 절대 나 좀 건들지마."
바보 같은 난..
입으로 나 좀 건들지 말라고 하면서도 우습게도 나한테 신경 써 달라고..
제발 날 혼자 있게 하지 말아달라고 빌고 있다. ...다시 외로워진다는 것이 두려워서 떨고 있다.
"장난 아니야!!!!"
가득 고인 눈물이 떨어지질 않길 바라고 있었는데 툭하니 눈물이 떨어져 내린다.
생각보다 가슴이 아프다.
"널 좋아하는 내 마음을...니 멋대로 판단하지마."
툭툭 떨어져 내리는 그녀의 하얀 눈물을 바라보고 있자니,
촉촉하게 젖어있는 눈동자 속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는 것 같아 고개를 돌려버렸다.
"...미안."
자꾸만 허락 없이 다가오는 그녀가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
가슴 한구석에서 꿈틀거리는 낯선 감정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왜 너만 보면 내 가슴이 이렇게 아파 오는지...
왜 너만 보면 자꾸만 웃음이 흘러나오는지.....
왜 너만 보면 내 심장이 이렇게 뛰어대는지...
"너한테 느끼는 이 감정이 뭔지..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확인해 봐야겠어."
내가 너한테 느끼는 이 감정이 다른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사랑" 이라는 감정인지 확인해 봐야겠어.
그러니까..... 앞으로 잘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아이사야" 입니다아~
너무도 늦어버린 번외편을 들고 쭐래쭐래 달려왔습니다.ㅠ_ㅠ
덜컥 해놓은 약속때문에 이렇게 들고 왔지만!!!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아요.ㅠ_ㅠ
의욕만 저 멀리 앞서 있었어요. ....반성합니다.orz
나타내고자 하는 걸 전부 표현해내지 못해서 정말 아쉬웠던 글인듯.
그래도 재미나게 읽어주세요오.ㅠ_ㅠ
p.s : 씨ㅅ발ㅋㅋ님!
네..네..까맣게 잊고 있었답니다.
요새 미친듯이 바깥공기를 맡으러 나돌아 다니다 보니 결국은...;;
오늘 님 메일 읽고 허걱!! 하는 마음에...ㅠ_ㅠ
정말 부리나케 써서 달려왔답니다.
좀 더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저것보단 좀더 멋진 결말이 나왔을 거라고..<<..핑계입니다아.OTL
그래도 님 때문에 마무리 지을 수 있어서 참으로 고맙게 생각한다는!!
보잘것 없는 제 글을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하구요!
앞으로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야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첫댓글 진짜 -_-.......번외 되게 늦게쓰셨다. 하지만... 음....재밌으니깐 ^^ 잘보고가요 -0-;;
허억....!! 그동안 말이죠~가을과 바람이 났었어요오.ㅠ_ㅠ 죄송합니다아..그리고 꼬릿말도 감사!!
ㅇ ㅏ감사합니다~~~~~~~~~ㅠ,ㅠ이렇게 저떄문에 신경쓰셔서 번외써주신거 정말감사합니다^^
아닙니다아~! 부족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 꼬릿말 감사드려요-★
번외 기다리고 있었어요~ 꺄아아, 저 두 사람이 잘 되길 빌며, 건필하세요♡
와우...달콤초롱님! 꼬릿말 감사!!! 아마도 저 둘은 잘 해나갈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오.(..당췌 뭐라는 건지..orz) ㅋㅋ
아- 다다음주가 시험인데도 들어온 보람[그렇다고 수능볼 나이는 아니예요.]이 있네요. 눈물나와요, 잘보고 갑니다.
오..은랑님!! 보람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아~ 앞으로 더 좋은 글 가지고 찾아뵙겠습니다. 시험 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