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가 초고층 아파트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15층 이하의 아파트가 전부였는데 이제는 20층 이상이 키 재기를 하고 있다. 여기에다 대농 부지에 55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고 옛 시외버스 터미널 자리에 41층, 576세대 규모의 두산위브제니스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여기에다 사직동 옛 수협 인근에 57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채비를 차리고 있다. 삼화물산 자리에 둥지를 틀 초고층 아파트를 합치면 청주시내 네 군데에 마천루와 같은 빌딩이 들어서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고 높은 건물은 서울 63빌딩이다. 57층이라면 63빌딩보다 불과 6층이 낮은 것이다.
이 같은 초고층 아파트 건설 붐은 도심 공동화와 외곽지역 개발이라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제와 다른 형태의 초고층 아파트는 주민 흡인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신세대들은 저층 아파트보다 고층 아파트를 선호하는 추세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걱정거리도 은연중 생겨난다. 다름 아닌 청주시 도시 공간의 정체성이다. 청주시는 통일신라시대에 서원경이 설치된 천년고도다. 이런 건축물이 천년고도의 도시공간과 어떻게 어울려 나갈지 궁금하다. 고도라고 해서 전통적 가옥만을 고집해서도 안 되지만 분당 도시와 같은 초고층 아파트 군락이 기존의 가옥문화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두 번째는 도로 등 사회간접시설이 초고층 아파트를 따라줄지 의문이다.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교통 혼잡 문제는 필연적으로 야기된다. 당국에서는 교통영향평가를 통해 이런 면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초고층 아파트는 청주의 ‘랜드 마크'임을 내세우고 있는데 여기에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물론 마천루와 같은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섬으로서 청주의 ‘랜드 마크'라는 자의적 해석은 가능하겠으나 역사성이 없는 건축물에 단순히 규모만 가지고 ‘랜드 마크'를 운운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지금까지 청주의 대표적 ‘랜드 마크'는 국보 제41호 용두사지 철당간이며 우암산, 무심천 등이다. 파리의 랜드 마크가 에펠탑이나 개선문인 것처럼 랜드 마크는 문화사적 의의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길을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