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의 두통이 고약하다.
철수형이나 바보는 아침을 챙기지 않는데 나 때문에 기어이 아침을 차린다.
화엄사 홍매화를 보려고 구례읍쪽으로 가는데 용방사거리 가기 전부터
차가 밀리기 시작한다.
화엄사 들어가는 걸 포기하고 사림미을에서 읍으로 간다.
운봉주조 정담막걸리 3병을 4,000원 놓고 가져 온다.
문척교를 건너 사성암까지도 차가 줄을 이어 겨우 끼어들어 건넌다.
죽연마을부터 일방통행으로 해 두어 차는 빠지지만 사람과 차가 많다.
강 건너도 하얀 벚꽃이다.
벌교에서 장을 보고 보성에 차 가지러 가면서 세차하고 어머니 문병을 가기로 했는데
바보가 잠든 사이에 선암사로 들어간다.
주차비 없이 입장료를 3,000원씩 낸다.
상춘객들이 가득하다.
작은 목장승의 코만 들렁거리는 옆에 하얀 석장승이 새로 섰다.
승선교 아래로 내려가 사진을 찍어본다.
강선루의 글씨는 앞쪽은 성당 김돈희이고 뒷쪽은 석촌 윤용구다.
삼인당 앞 가게 선각당에서 바보가 붕어싸만코 두개를 사 온다.
육조고사 글씨를 보고 대웅전 앞에 선다.
석탑과 전각들이 단단한 짜임새를 보여준다.
왕벚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원로원 옆담장의 매화는 거의 지고 몇 개만 남았다.
바보가 원로원인 무우전에 앉아 있는 사이 난 작은 문을 들어가 각황전에 간다.
현판도 작고 전각도 한칸이다.
약사불인가 부처님이 날 그윽히 내려다 보신다.
선암매 앞을 지나 중수비가 있는 숲 사이로 간다.
글씨는 제대로 읽지 못하고 두 비를 비교하며 한 바퀴 돈다.
동부도 북부도를 보고 올라간다.
동부도 50m를 보러 가는데 바보는 어서 가자며 주저앉아 쑥을 뜯는다.
지붕 한쪽이 떨어져 나간 동부도를 보고 북부도는 포기하고 내려온다.
키가 크고 가지를 늘어뜨린 벚나무에 꽃이 가득이다. 꽃나무다.
몇 개의 벚나무를 보며 도니 한구석에서 스님 몇이 법고와 목어 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수련중이라 출입금지 막아 놓은 대나무를 넘어 다시 담 안으로 들어가 뒤깐에 가 정호승의 시를 읽는다.
성보박물관 앞으로 내려가니 일주문 쪽이 멀어 돌언덕을 내려간다.
점심 시간이 지나 버렸다.
지난밤 잠자리가 불편했는지 목이 따끔거리고 열도 있는 것 같다.
어머니 문병을 또 포기한다. 벌교에서 바지락과 내 먹을 마른 생선을 사 온다.
보성소방서 신호등 앞에서 기다려 찐빵을 사오라해 점심을 때운다.
보성읍에서 차를 끌고 돌고돌아 세차장을 찾아 500원 동전을 바꾼다.
5백원 동전은 금방 사라지며 죽는다고 삑삑 소리를 낸다.
집에 와 바보는 바쁜데 동생네가 삼겹살 사 왔다고 내려오란다.
난 감기 핑계대면서 술 몇잔 마시고 먼저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