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일 기도를 시작했다.
예수님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묵상하며 성모님과 함께 바치는 묵주기도다.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앞두고 순례팀들과 함께 봉헌하는 기도.
안전하고 은총 가득한 성지순례를 위한 지향이 첫번째 지향이지만
남편의 건강과 두 아들들에게 참한 배우자를 허락해 주시기를 청하는 것으로
내 개인적 기도 제목은 정했다.
신앙은 나와 하느님과 마주하는 절실한 행위이긴 하나
가족을 둔 아내이며 엄마인 내겐 나를 위한 기도보다
남편과 아들을 위한 기도가 더 나를 위한 기도처럼 여겨진다.
언제나 기도는 이루어지는 데 맛이 있다.
더군다나 초라한 내 기도를 하느님께서는 놀랍도록 듣고 계신다.
언젠가 어떤 신부님께
"신부님!
하느님께서는 기도하기도 전에 제 마음을 아시고
청하기도 전에 들어 주세요."
했더니
"하느님을 젬마 소유로 여기는 건 좋지 않아.
그 기도가 하느님 뜻에 합당했을 때 들어 주시는 거야. "
하셨다.
교리상으로 어쨋거나
하느님께서 가끔은 지극히 이기적인 기도일지라도
그분의 자비로 귀 기울이심을 체험한다.
그게 아니라면 언제나 내 기도가 하느님 뜻에 합당하기를 청하고 바란다.
내 삶의 모든 것이 그분의 은총으로 이루어짐을 알기에
평소라면 청원기도보다는 감사기도가 먼저인 나지만
의사를 직업으로 택해 전공의 과정을 보내며 대학원 공부중인 큰아들이
같은 직업의 아내를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하기로 했다.
의사의 아내로 살아보니
늘 그 작은 진료실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남편에게
짧은 휴식조차 대신해 줄수 없어 늘 속상했었다.
진료를 함께 하진 않더라도
급할 때 빈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아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엄마 마음이다.
요즘 전업주부가 되고 싶어하는 며느리도 없는데
서로를 이해하는 같은 직업의 아내를 만난다면 .......
또 약대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시작한 아들이
최선을 다해 자신이 바라는 모든 것을 이루도록 기도로 힘을 보태고 싶다.
모처럼 작정하고 시작한 기도라서 가족들에게 알리고
성모님께 불을 밝히고
환희의 신비, 빛의 신비, 고통의 신비, 영광의 신비를 묵상하며
9일 기도 책을 펴서 간절한 기도를 바친다.
2017년은 우리 나라 나이로 60이 시작되는 해다.
10년 단위로 삶을 계획하고 살아가는 습관대로
나이 60대가 되면 맑은 정신으로 기도하는 마지막 때인 것처럼
주님을 만날 준비를 하고 싶었다.
살아 있는 동안 늘 그분께 조금씩은 더 나아가겠지만
늙어서 밖에 나가 할 일이 없어 바치는 기도가 아니라
나 자신을 봉헌하는 마음으로
맑은 정신과 건강한 육체로 기도하는 마음을 누리고 싶었다.
일상이 기도이니 늘 깨어 기도해야겠지만
그래도 하루중 한 때라도
기도 시간을 따로 갖고 실천하는 신자가 되는 첫 번째 해가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