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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어라 금순아] 153
#1. 서재 (밤)
장박 은주 티 테이블에 앉아 있다.
은주 : .....말씀하세요... 무슨 일이에요?
장박 : .......
은주 : 아빠.
장박 : 그래..(보다)...얼마 전에 종합검진을 받았는데...위내시경 검사에서 종양이 발견됐어....악성으로.
은주 : (놀라) 아빠.
장박 : 그래서....바로 CT촬영을 했더니 위암 초기다. 다행히 림프절까지 전이도 되진 않았고.
은주 : (놀라서 보다)....그럼....
장박 : 5년 생존률이 7-80% 정도나 된다. 수술만 성공적으로 끝나면...죽을 병은 아니야.
은주 : (욱해서) 그런데 그런 얘길 왜 이제 하세요?
장박 : 내가 일단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어....그리고 나는 이제 괜찮아..오히려 빨리 찾아낸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은주 : (말 못하고 아빠 보는).....
장박 : (그 표정에).....나는 괜찮다니까....
은주 : ......수술은?....언제 하는데요?
장박 : 곧...늦어도 이달 안에 스케쥴이 잡힐꺼다....그래서...내 욕심만 부리자면....니가 안갔으면 좋겠다....
니가 내 옆에 있어주면 좋겠어.
은주 : ......
장박 :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다고 해도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적어도 3개월 이상은 있어야 하고
또 재발 방지를 위해 항암치료도 받아야 할꺼야.
은주 : ....항암치료두요?
장박 : 아마도......어린 은진이나 약한 니 엄마 곁에 니가 있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나도 니가 남아서 내 옆에 있어준다면 큰 힘이 될 거 같구.
은주 : (너무 속상하다. 외면하는).....
장박 : ....미안하다....수술 날짜가 잡힐 때까지는 아직 엄마나 은진이한테는 말하지 말구.
은주 : (외면하고 있다 돌아본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저 엄마 걱정 뿐이세요?....웃겨 진짜?
다 죽어가는 엄마는 기어이 살려놓더니...
장박 : .....
#2. 장박네 안방 (밤)
영옥 티테이블에 앉아 있다.
<인써트
금순 : 적어도 원장님께 니 엄마처럼 애 놓고 나와 같은 미칠꺼 같은 소리는 듣게 하지 말았어야죠.....
적어도 시어머니께 니 엄마도 너 버리고 시집가 잘먹고 잘 살잖아 하는 가슴 찢어지는 소리는 듣게 하지 말았어야죠.>
영옥 가슴이 아프다. 영옥 자리에서 일어난다...잠시 서성이다 옷장을 열어 다림질대를 꺼내 펼친다.
문 열리고 장박 들어온다.
장박 : .....다림질 하게?...왜 그런걸 직접해?....아줌마 시키지?
영옥 : .....잠이 안와서요....잘려구요? 그럼 나가서 할께요.
장박 : .....아니야. 해. 샤워 할꺼야....(화장실로 향하는)
영옥 다시 다림질 한다.
장박 가려다 멈춰서서 아내를 바라본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여린 아내...자신에 대한 애정이 없어 보이는 아내....
장박 착잡한 심정으로 아내를 본다.
장박 : .......
#3. 은주방 (밤)
은주 침대에 오두마니 앉아 있다. 아빠의 암선고가 믿어지지 않는다.
은주 : .......
#4. 오미자 주방 (밤)
오미자 재희 식탁에 앉아 있다.
재희 기막혀 엄마 본다.
재희 : ......뭐라구요?
오미자 : .....애 놓고 오라구 했다구.....내가 다른건 다 양보 할테니까 애만 놓고 오면 너랑 결혼 허락 한다구 했어.
재희 : 허...(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오미자 : 나로서는 최대한의 양보야....나도 그 이상은 못해!
재희 : (기막힌) 그게 양보에요? 그게 허락이에요? 지금까지 애엄마라는 이유로 그렇게 죽어라 반대하고 모욕 해놓고
이제 와서 애 놓고 오라구요? 그럼 허락 한다구요?
오미자 : 그게 왜 허락이 아냐?....나는 진심이었어.
재희 : (미칠꺼 같다. 의자 박차고 일어나 포효하듯) 엄마아!
오미자 : (움찔 놀라서).....
재희 : (포효하는) 엄마 지금 금순이가 어떤 상황인지 알어? 금순이가 지금 어떤 상황인데 거기다 대고.....
(정말 미치겠다)....미치겠다 진짜....미치겠어어....
(돌것 같은 심정으로 보다 더이상 얘기하고 싶지도 않은...휙 입구로)......
오미자 : (주춤해 보다)....어디가?....걔가 무슨 상황인데?....
#5. 재희방 (밤)
재희 방문 열고 들어온다. 재희 다가와 책상에 놓인 핸드폰 집어든다.
재희 전화 걸려다...잠시 멈춘다. 재희 지갑 주머니에 놓고 핸드폰 들고 그대로 다시 문으로.
#6. 노소장 안방 (밤)
시완 문 열고 들어온다. 노소장 혼자 앉아 있다.
시완 문 닫고 다가와 앉는다.
시완 : 어머니는요?
노소장 : 모르겠다....
시완 : .....아버지...노여워하지 마시구 들어 주세요.
노소장 : 뭐? 무슨 소릴 하게.
시완 : .....저는 아버지 심정 충분히 이해해요. 저 역시도 휘성이 보내고 싶지 않아요.
우리 정완이 아인데 저라구 어딜 보내고 싶겠어요...하지만....지금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건....
뭐가 휘성이에게 가장 좋은가 하는 거에요.
노소장 : 너 무슨 말이 하려는거야 대체?
시완 : 구재희씨 정말 좋은 아빠가 되줄꺼 같았어요 아버지.
노소장 : 너!
시완 : 오늘 그사람 만나 봤어요 진심을 가진 사람으로 보였어요.
노소장 : (노여워 보는).....입다물어 그만해.
시완 : 아버지.
노소장 : 입 다물라구 했어!
시완 : ......보내요 아버지.....그게 휘성이에게 가장 좋은 길이에요..
노소장 : (노여워 노려 보는).....너는 그럼....기어이 휘성이가 구휘성이 되서 우리와 완전 인연을 끊어도 상관없다 이거냐?
시완 : .....왜 인연을 끊어요 아버지?....제수씨가 휘성이 데리고 자주 올꺼에요.
노소장 : 등신같은 놈....노휘성이 구휘성이 되고, 휘성이가 그 의사를 지 친아빠로 알면, 우릴 뭐라고 하고 휘성일 데려와?
저를 낳은 친아빠가 죽은 지도 모르는 애한테 뭐라구 우릴 소개할꺼구? 여길어떻게 데려오겠냐구?
시완 : (보는...그렇겠다).....예 그렇겠네요. 그 생각까지는 못했어요.
노소장 : 그러니까 입 다물어. 나는 죽어두 휘성이 못 보내. 우리 정완이 아들을 어딜 보내.
시완 : 제수씨가 내일 아침이라두 휘성이 데리구 나가면요 아버지?
노소장 : 이노무자식이!
시완 : 아니면 나중에 휘성이가 저를 왜 엄마까지 없는 애로 키웠냐구 할아버질 원망하면요?
노소장 : 그건....휘성이 그놈 팔자야.
시완 : 아니에요 아버지....그건 휘성이 팔자가 아니에요.....그건.....아버지 이기심이세요.
노소장 : (뭐!....보는)......
시완 : .....아버지.....휘성이 보내요.....휘성이를 위해서요.
노소장 : (노여움에 노려본다)......(반박할 말이 없어 더 노엽다).....
#7. 금순방 (밤)
금순 벽에 기대 앉아 멀거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정심과의 대화로 너무나 힘이 든다. 여전히 가슴만 터질듯 하고. 온몸에 기운이 하나 없다.
금순 : ......
#8. 마당 (밤)
정심 운동기구에 역시 넋이 나가 앉아 있다.
성란 현관문 열고 나온다. 캔맥주 두개 들고 있다.
정심 힐끔 보면 성란 다가와 캔맥주 내민다.
성란 : 어머니...드시겠어요?
정심 : (어이없이 보다가....그래도 받아 들려면).....
성란 : 제가 따드릴께요...(따서 내밀고 앉는다)......(자기 것도 딴다).....
어머니....쌩뚱 맞지만....(건배하자고 조심스럽게 내민다).....
정심 : (기막혀 보다가 그래도 가볍게 부딪혀 준다)......
성란 : (배시시 웃고) 드세요 어머니....마시면 그래두 속이 좀 시원해 지실꺼에요.
정심 : (보다....조금 마시는...그러다 성란 보고 바짝 다가 앉는다)....얘....니가 금순이를 좀 설득해 봐라.
성란 : (보는)......
정심 : 어?...휘성이 놓고 깨끗하게 새출발 하라구 니가 좀 설득해 봐. 내 말은 금순이가 들으려구를 안한다.
성란 : 어머니....어머니 말이라 들으려구 안하는게 아니라 그말 자체를 들을 수 없는 거에요.
정심 : (그말에 입맛 쩍 난다. 떨어져 앉는다).....
성란 : 그리고 어머니...저는 동서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제가 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어머니 아버님을 설득하구 싶은걸요.
정심 : 얘가 얘가 또 복장을 지르네.
성란 : 어머니. 어머니도 자식을 키워본 엄마시면서 (하는데)
정심 : (벌떡 일어서며) 됐어 듣기 싫어. 아무 소리도 하지마....(하다 다시 보는)....너두 니 애 놓고 이혼했잖아 결국.
그러면서 너는 왜 금순이한텐 기어이 애 데려가라구 하는거니?
성란 : 실연당해본 사람이 사랑의 소중함을 더 알거든요.
정심 : 뭐!....(기막혀 노려보는)....
성란 : ......
정심 기막혀 보다 맥주 탁 내려놓고 문으로. 정심 문 탁 닫고 들어가 버린다.
성란 : ....얘기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그냥 들어가 버리시네....우주 온다구 말씀 드려야 하는데...
#9. 금순방 (밤)
금순 여전한 자세로 앉아 있다.
노크소리. 성란 문 열고 들어온다. 손에는 캔맥주 딴 것이 두개 들려있다.
성란 다가와 앉는다.
성란 : 동서....좀 마실래?....어머니가 따놓고 한모금도 안드신거거든?
금순 : 아니요....안마실래요 형님.
성란 : 그래 기분이 영 바닥인 날은 차라리 안먹는게 나아...(한쪽에 내려놓고, 기운없이 금순 모습에)....힘들지?
금순 : (그말에 또 눈가 충혈된다)........아까 어머님이 제 앞에서 우셨어요 형님.
성란 : ......
금순 : ...어뜩하면 좋으냐구....어머니두 휘성이 없으면 안되는데....어뜩하면 좋으냐구.....
가슴이 터지는지 알았어요 형님....정말로 가슴이 뻥하고 터져.....죽는 줄 알았어요.
성란 : (안스러워 보는).....
금순 : (눈물 핑 도는) 삼년을 어머니 모시고 사는 동안.....어머니가 제 앞에서 그렇게 우는 모습 보이신거 처음이었어거든요.
성란 : (안스러워 보는).....그래두 휘성이를 지키는 일이잖아 동서....
금순 : ......(핸드폰 울린다. 다가가 집어 들어 보고 받는다)....아저씨.
재희E : 나 지금 니 동네 놀이터야. 잠깐 나와.
금순 : 지금요?....안되요 지금 너무 늦었구...(하는데)
성란 : 늦기는 뭐가 늦어 나갔다 와....어머니 아버님 다 방에 들어 가셨어......
나갔다 와 이런 날 구재희씨 안만나면 언제 만날려구?
금순 : (말그러미 보다가).....예....잠깐 나갈께요.
#10. 동네 놀이터 (밤)
재희 벤치 앞에 서있다. 금순 다가와 선다.
재희 : 엄마 만나고 전화 한대놓고 왜 안했어?
금순 : ....문자 남겼잖아요. 빠데리 나갔다구...
재희 : 그럼 집에 도착해서라두 했어야지.
금순 : 그거 따지러 왔어요?...(앉는다).....
재희 : (보다 따라 앉는다).....엄마가 하신 말씀...못 들은걸루 해.
금순 : (보는).....
재희 : ......알았지?....못 들은거야?.....얼른 대답해?
금순 : ......(좀 끄떡이는).....
재희 : ......됐어....(웃는다)
금순 : (그저 조금 따라 웃고).....(시선 허공에 던지고 가만히)......
재희 : (그런 금순 모습 보며 마음 안좋다...보다가).....금순아.....너말야....밥 먹다가 바퀴벌레가 나왔어.
그때 바퀴벌레가 몇마리가 나오면 가장 황당할까아요?
금순 : (보는)....
재희 : (씨익).....반마아리(율조 넣어)....진짜 황당하겠지? (웃는데)
금순 : 예....(좀 웃어주고....다시 앞을 본다. 표정 여전하다).....
재희 : (그 모습에)....금순아....너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그 노래 알지?....너 내가 그 노래 3초만에 불러보까?
금순 : (보는).....예.
재희 : 나안...알았다!.....(곡조 살려 불러 놓고 회심의 미소 씨익)
금순 : (그러나 여전히 애써 조금 웃는다).....
재희 : 안웃기지?....내가 생각해도 안웃겨.
금순 : ......
재희 :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금순 표정에....마음이 아프다)......
(그런 금순 보다가 일어나 금순 앞에 앉는다)....아무래두 이 방법밖에는 없겠다....업혀....
금순 : (보는).....
재희 : .....애들은 업어서 달래는게 젤 빠르잖아....업혀.
금순 : (그말에 다시 눈물 핑그르 돈다).....
재희 : 업히라니까....얼른!
금순 보다가....다가가 재희에게 업힌다....
재희 금순을 업고 번쩍 일어선다. 재희 금순을 업고 걷기 시작한다.
#11. 골목길 (밤)
재희 금순을 업고 걸어온다.
재희 : .....어때?....편해?.....
금순 : (고개 끄떡이는).....
재희 : .....끄덕이지 말구 대답을 해.
금순 : .....끄떡인건 어떻게 알았어요.
재희 : 진동으로.....
금순 : 아....
재희 : .....졸리면 자도 돼..........울구 싶으면 울어두 되고.
금순 : (눈물 핑그르 돈다)......
재희 : .....거기서 뭐든 해두 돼. 거긴 이제부터 니 전용석이야.
금순 : (눈물 핑그르 돈다)......
재희 : ......어?...감동 받으라구 나름대로 신경쓴 멘튼데 전혀 반응이 없네....
금순 : (짐짓).....그럼 나중에 휘성이 안업어줄꺼에요?
재희 : .....휘성이랑 너는 세트니까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지.
금순 : (눈물 나는).....
재희 : .....어?.....또 반응이 없네. 이 말도 반응이 뜨거울 줄 알았는데?
금순 : (역시 짐짓 툭).....너무 작업 멘트 같잖아요.
재희 : .....작업 멘트면 어때 너한테만 거는 작업인데.
금순 : (그말에 드디어 픽 웃음이 난다)..... (가만히 재희 등에 기댄다....자꾸 눈물이 난다).......
재희 : (느껴지는)......
금순 : ......사실은요.....오늘 너무 힘들었어요.
재희 : .......
금순 : ......왜 자꾸만....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어요....
재희 : ......그래....맞어....나두 진짜 하느님과 맞장이라도 한판 뜨면서 묻고 싶다.....왜 자꾸 우리 엄마배추를 힘들게 하냐구.
금순 : ......
재희 : ......그래두...아주 진부한 멘트를 또 하나 날리면....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대....
곧 날이 밝아올꺼야....이런 일은....다 추억이 될꺼구....
금순 : (눈물 나는....끄덕이는)......
재희 : ......
금순 : (가만히)......
재희 : ......
금순을 업고....재희 천천히 골목길을 걸어온다.
금순 재희 : .......
#12. 마루
정심 시완 태완 휘성 둘러앉아 있고, 성란 쟁반에서 국그릇 놓고 있고, 금순은 누릉지 놓고 있다.
안방에서 노소장 나온다.
시완 : 아버지 식사하세요.
노소장 : (다가와 앉는다)......
금순 : (누릉지 그릇 들어서 노소장에게 내민다).....아버님.
노소장 : (보다).....(받지 않고 숟가락 든다).....
금순 : ........
시완 : (그런 아버지 힐끔)......(식구들 숟가락 들면).....아버지 엄마....드릴 말씀이 있어요.
노소장 정심 : (보는).....
시완 : 다음 주말에 우주가 와요.
정심 : (노소장과 놀라다가)......아니 그런 얘기를 왜 이제 해 진작 했어야지?
금순 : (역시 보는).....
성란 : 어머니 아버님 힘드신거 같아서 선뜻 말씀을 못꺼냈어요.
정심 : 그렇다 해두 말을 했어야지....다음주말?
성란 : 예....
정심 : (탐탁찮은 표정 애써 감추고).....알았다....가만 그럼 애가 오면?...
시완 : 그래서 요즘 성란이가 계속 아파트 보고 다녔어요....괜찮은 데가 나서서 내일 계약하기로 했어요.
정심 : 그랬어?....니들은 차암....아무리 니들이 능력 있어 뭐든 니들 능력으로 해결본다구 해두
그런 일은 우리한테 미리미리 말이라두 했어야지?
노소장 : .....어차피 분가 하기루 한거 아냐?
정심 : (그말에 더는 말 못하고)......갑자기 이사준비 하려면 바쁘겠다?
성란 : 예....그래서 당분간 회사를 쉬기루 했어요.
정심 : (좀 놀라운) 회사를 쉬어?....(뭔가 한마디 하려다 말 안한다).......
시완 : (서운해 하는 엄마 마음이 느껴져서)
금순 : ....저두 드릴 말씀이 있어요. 아버님 어머니.
정심 : 해봐 뭔데?
금순 : ......저도 오늘....방 알아보러 다닐려구요.
노소장 : (표정 딱 굳어 보는).......
정심 : (역시 당황스러워 보는)......(꿀꺽 침이 다 삼켜진다)......
시완 성란 태완 : (금순 봤다 노소장 본다).......
노소장 : (보다가....그러다 더이상 소리치지 않는다. 시선 피해버린다)......
정심 : (그런 남편 보다가.....속상한....아무 말 못하고 밥 먹는척).....(그러나 밥이 넘어가지는 않고)........
금순 : (노소장 본다. 한없이 착잡하다).......
#13. 안방
노소장 정심 들어온다. 두사람 문 닫고 다가와 앉는다.
두사람 잠시 말이 없다가.
정심 : .....시완이네두 나가구.....곧 금순이도 떠날꺼구......집이 텅 비겠네요.
노소장 : .......
정심 : ......하긴 큰집도 아닌데 뭐.....(하다).....근데....(금새 눈물이 핑 고인다)....
금순이 걔 진짜 우리한테 휘성이 떼내서 데리구 나갈 작정인가봐.....방을 보러 다닌다잖아.....(불안과 걱정에 휩싸여)
노소장 : ......
#14. 대문 앞 거리
금순 대문 열고 나온다. 영옥 다가오다 금순 보고 멈춰선다.
금순 영옥을 본다...다가와선다.
금순 : (여전히 좀 어색하다)....안그래두 전화 드릴려구 했어요....어제 그러구 와서 걱정하실까 봐요.
영옥 : .....걱정 했지....어디 가는 길이니?....너한테 할 얘기두 있는데.
금순 : 예....그럼....(생각하다) 저쪽으로 가세요.
할머니 저만큼 아래 다가온다. 할머니 다가오다 주춤 멈춰선다.
저만큼 금순과 영옥 마주서있다가, 나란히 함께 돌아서 걷는 모습 보인다.
할머니 그 모습에 어쩐지 와락 서운한.
할머니 : ........
금순 영옥과 걸어간다. 서로 뭔가 얘기하는 모습 할머니 눈엔 영락없이 다정한 모녀지간으로 보인다.
할머니 그모습 마냥 바라본다.
할머니 : .....................(그러다 돌아서서 다시 오던 길 돌아오는)......
#15. 동네 일각 (혹은 동네 놀이터)
금순 영옥 벤치에 앉는다.
영옥 : ...내가 원장님을 한번 만나볼께...만나뵙구 어뜩하든 허락을 구해볼께.
금순 : (보는)......
영옥 : 시부모님들은...한번 인사도 드린 적이 없어서 만나뵐 수가 없구나.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그래도 자꾸 말씀 드리고 또 말씀 드리다 보면...허락해 주실꺼야.
금순 : 지금 같아서는 안그러실꺼 같에요....그래서 지금 시아버님께 정면으로 맞서고 있어요....
곧 작은 방이라두 얻어서 나오려구요.
영옥 : 오길 잘했구나....내가 지금 너 있을 만한 작은 아파트 알아보는 중이야.
금순 : (놀라 보는).....
영옥 : 너 시댁서 계속 있기 힘들꺼 같에서...할머니께 상의해 허락 구하구 알아보구 있어....괜찮지?
금순 : ....할머니가 허락하셨어요?
영옥 : (고개 끄덕이는).....
금순 : .....아파트는....너무 커요....안그래두.....작은 방 하나 얻어주십사 부탁 드릴 생각은 하구 있었는데....
그래두 아파트는 너무 커요.
영옥 : 나한테 그정도도 못하게 하면....나는 정말 사람이 아닌게 돼 금순아.
금순 : (보는)......
#16. 숙모네 마루
숙모 앉아있고, 삼촌 옆에서 양말 신고 있다.
할머니 현관문 탁 닫고 들어온다. 할머니 다가와 마루에 올라와 끄응 앉는다.
숙모 : .....말씀도 없이 어딜 다녀오세요?.
할머니 : ....애빈 워쩌구 안즉 출근두 안혔어.
삼촌 : 이제 가요...(양말 다 신고 일어난다)....당신 뭐먹구 싶은거 없어? 말해봐 퇴근할 때 사다 줄테니까.
숙모 : 음...지금은 생각이 안나. 생각해보구 전화할께.
삼촌 : 그래....어머니 다녀올께요.
숙모 다녀와요....삼촌을 살갑게 배웅한다. 삼촌 문으로.
할머니 앉아 있다. 숙모 다시 다가와 앉아 뜨게질감 집어들다가.
숙모 : (시무룩 풀이 팍 죽은 할머니 본다)....어머니....왜 그렇게 기운이 없으세요?....나가셔서 무슨 일 있으셨어요?
할머니 : .....아녀.....걍....워쩌 가을이라 그런가 인생이 영판 허무허네.
숙모 : (보는)......
할머니 : 선듯선듯 찬 바램이 불어 그런가...영 가심 속이 휑-헌 것이 터엉 빈거 같어.....인생 무상이라는 말도 생각나고...
숙모 : .....어머니 가을 타시나봐요?.....어머니 연세에두 가을을 타세요.
할머니 : (반응 안보인다)......나 좀 누워....(일어나 방으로)
숙모 : (그제야).....어머니 어디 편찮으신건 아니시죠?....(대꾸 않고 들어가 문 닫히면).....진짜 가을 타시네....
(다시 땅콩 한알 먹고 뜨게질한다)....
#17. 금아네 방
할머니 이불 막 폈다. 그 위에 베개 놓고 눕는다.
할머니 가만히 누워 있다. 그러는데 갑자기 눈물이 또르르 타고 흘러 내린다.
할머니 스스로도 놀란 듯 얼른 눈물을 닦아내며.
할머니 : 주책 주책....웬 놀부심보여....지입으로 허락 혀놓고....
할머니 스스로를 달래 보지만.....가슴 속 허전함은 어쩔 수가 없다.
#18. 거리
태완 금아 걸어온다.
금아 : 휘성이 얘기는 어떻게 되가구 있어요?
태완 : (힐끔..그러는데 핸드폰 울린다. 꺼내 보고 받는다)....형...아니요 안바빠요. 얘기해요.....예?....
(표정 환해지는)......정말요? 형 그 말 정말이에요?..
금아 : (옆에서 무슨 일이야 보는).....
태완 : (기쁨에 넘치는 표정으로).....예....예.....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아미를 휘날리며 바람처럼 달려갑니다....(탁 끊으면)
금아 : 오빠 무슨 일이에요.
태완 : 금아야!....(감격에 겨워 선뜻 말을 못하고) 나.....단독 시에프 들어왔대.
금아 : 예?....진짜요?....진짜요 오빠.
태완 : 그래....나두 지금 긴가민가 안믿기는데.....(고개 끄떡이며)....들어왔대.
금아 : (감격에 겨워 저도 모르게 입을 손으로 가리며 태완 보는)...오빠.
금아 태완에게 달려들어 안긴다. 태완도 금아를 꼭 안고, 두사람 끌어안고 좋아한다.
태완 그러다 금아를 번쩍 안아들고 빙빙 돌린다. 금아 와...좋아라 웃고...
태완 금아를 내려놓는다. 다음 순간 뽕 하나가 바닥에 떨어진다.
태완 금아 무심코 보다가 으악!
태완 : (뽕 보고...금아 보는?)......
금아 : (경악스럽다....태완의 시선에 그대로 굳어져)......
#19. 마당
정심 문 열면, 재희 들어온다.
재희 : 안녕하세요?
정심 : .....무슨 일이에요 또?....금순이는 지금 없는데.
재희 : 부모님 뵈러 왔습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요.
정심 : 아직도 우리한테 무슨 할 말이 있어요?....우리는 더이상 아무런 들을 얘기 없는데요?
재희 : .....
정심 : (전혀 안내키지만).....들어와요...(입구로 휙 돌아선다)
#20. 마루
재희 앉아 있고, 노소장 정심 마주앉아 있다. 두사람 다 표정 굳어 있다.
정심 : ......얘기해요. 할 얘기 있다면서요.
재희 : 예...(자리에서 자세 단정하게 앉는다) 아버님 어머님.
정심 : (어이없어 보면).....그러지 말라구 했잖아요.
재희 : .....저 역시 아버지 없이 자랐습니다.
노소장 정심 : .....
재희 : 그래서....더 휘성이에게 애정이 생깁니다....굳이 말하지 않아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휘성이가 무슨 생각을 할지 어떤 아픔이 있을지 다 알꺼 같습니다.
정심 : (외면하고 있고)......
노소장 : (역시)......
재희 : ...저 휘성이 정말 잘 키우겠습니다.....저 믿고 휘성이 맡겨 주십시요....
휘성이 금순씨 두사람 다 정말 행복하게 해주구 싶습니다.....휘성이 맡겨 주세요 아버님....어머님...
노소장 : (뚫어지게 노려보기만).......
정심 : (기막혀).....
#21. 마당
노소장 운동기구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
노소장 : .......
노소장 한참을 앉아 있다....자리에서 일어난다.
대문 열리고 금순 휘성 데리고 들어온다.
노소장 돌아본다. 금순 노소장 모습에 주춤해 섰다....목례한다....
금순 : ....다녀왔습니다 아버님.
노소장 : (보다가).....너한테 할 말이 있다.
#22. 금순방
노소장 금순 마주앉아 있다.
금순 : (긴장해 노소장 보면)......
노소장 : .....금순아......
금순 : .....예... (보는데)
노소장 : (불러 놓고도 시선 떨구고... 금순을 쉽게 보지 못한다).....
금순 : (그런 노소장 보는)......
노소장 : .......(고개 든다....눈가가 충혈되어 있다. 간절한 톤으로)......금순아....그동안의 정리를 봐서라도....
너 제발 휘성이 놓고 가면 안되겠냐?
금순 : (보는).....
노소장 : ....내가 이렇게 사정을 하마....우리 휘성이 놓구 가라 금순아....제발 놓구 가.
금순 : (당황해 보는)......
노소장 : 나두 안다....나두 휘성이가 너랑 사는게 제일 좋다는 거 알어...
휘성이를 위해서는 완전히 성까지 구휘성으로 바꿔 그남자의 친아들로 키우는게 좋다는 것도 알어.
금순 : .....
노소장 : 그럼....우리는 휘성이를 더이상 볼 수가 없어....우리에게 휘성이는 우리 정완이 대신인데...
우리에게 휘성이와 아예 인연을 끊고 살라는 말은 우리한테 너무 가혹하단 생각 안드냐?
금순 : 아버님.
노소장 : 니가 자주 데리구 온다구?.....너 뭐라구 하구 휘성이 데려올래? 그남자를 지 친아빠로 아는 휘성이한테
우리를 뭐라구 설명할꺼야? 죽은 친아빠의 아버지 엄마 큰형 작은형이라는 소리 할 수 있어?
금순 : (당황스러운)......
노소장 :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우리 정완이가 이 세상에 왔단 간 유일한 흔적이고 증거다 휘성이는.....
그런 휘성이를 남의 집에 보내 남의 자식으로 키우는것 만은.....내가 죽어도 할 수가 없어.....
내아들 정완이가 너무 불쌍해서 내가 그것만은 할 수가 없다.....
휘성이를 안보면 내가 살 수가 없어서 그것만은 할 수가 없어.
금순 : ......아버님...(눈물 난다).....
노소장 : .......금순아.....내가 이렇게 애원한다.....내가 이렇게 빌어....제발 우리한테 휘성이를 뺐어가지 마.....
너는 가서.....다시 휘성이 동생을 낳으면 되지만.....우리는....우리한테는 휘성이가 삶의 희망이고 의욕이고
아들이고 손주다.....너 그런 휘성이를 우리에게서 기어이 데려 갈래?....
이제 시완이네도 나가고 너도 떠날꺼구....휘성이까지 없는 이집에서 두 늙은이가 무슨 희망으로 살라구....
우리가 어떻게 살라구?
금순 : .......
노소장 : (진심으로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금순아....나도 내가 틀린거 안다....알어....아는데두 어쩔 수가 없어.....
휘성이 우리한테 줘....니 할머니가 너 키워주신거 이상으로 우리도 휘성이 잘 키우마....진짜 잘 키워.....
제발 이미 한번 아들을 잃은 우리한테 휘성이까지 뺐어가지 마....
금순 : (아무말 못하고....가슴이 다시 터질 것 같다)......
노소장 : (간절하게)......금순아......이렇게 부탁이다....이렇게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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