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메탈을 듣는 말러리안 분들이라면 닉네임에 붙은 'deth'를 유추하실 수 있을 것이다. 이 닉의 탄생 배경은 수능을 치룬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가장 큰 락 카페 운영자를 하면서, 개인 팬 카페를 겸했다. 그 밴드는 리더의 부상으로 잠정적 해체를 해야만 했던 Megadeth란 밴드다.
지금에야 유튜브로 검색하면 나오지 않을 밴드가 없지만, 2002~3년도 즈음엔 동영상이 굉장히 귀했다. 특히나 외국 사이트 중에선 국가를 막론하고 저질스럽기 까지 했는데, 자료를 찾기 위해 동남아 순회공연을 거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남미까지 두루두루 살피기도 했다.
고클 토론에 보면 '커트코베인'이란 글이 있는데, 이 분은 철저하게 메이저 밴드만을 다룬 글이라 어폐가 있다. 본디 헤비메탈의 참맛은 B급과 C급, 즉 메이저 레이블이나 유명 잡지에서 거론되기 힘든 밴드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80년대 중흥기를 이루었다는 게 헤비메탈의 아이러니인데, 아이러니를 당연한 듯 거론하니까 말이 안 된다.
클래식 이외에, 말러 이외에, 전공을 살린 호기심이 하나 있다면 바로 헤비메탈이다. 경제사, 사회사의 관점에서 헤비메탈을 보면, 야들이 왜 망했는지를 다른 각도에게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책으로 확인하기 요원한 문제이다. 뒤져 봤는데 나온 걸 본 적이 없 이 말은 그만 각설하고, Megadeth다. 각설하고, Megadeth를 설명하는데 좋은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거쳐온 모든 씨잘대기 없는 설명은 Megadeth의 부연에 불과하다.
음악시학에서 보면 헤비메탈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여편네와 짝짜꿍 하기 위한 음악이 그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 비평, 폭력, 죽음과 같은 다수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부류가 그것이다. 1998년 내가 중학교 2학년일 무렵 뉴스데스크는 데스메탈이란 장르를 소개한 바 있다. 세상에 이런 파렴치하고 더럽고 이상한 음악이 유통된다는 게 뉴스의 주요 기사였다. 여린 감수성의 소유자였던 나에게 그 뉴스는 아직까지도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세상에 저런 음악을 듣는 정신나간 놈들은 대체 뭐람?' 그런데 누가 알았겠는가? 내가 딱 그 짝이 되었으니 말이다.
글이 옆 길로 많이 샜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또 하나 언급해볼까 한다. 이 뉴스가 보도된 당시는 IMF였고, 음악 또한 쇠락기에 접어 들고 있었다. 사하라란 불세출의 헤비메탈 밴드가 와신상담하며 녹음한 2집 self ego는 한국의 헤비메탈 메카가 인천이었다는 사실만을 남긴 채 공중분해되었다. 기타리스트는 밤 무대를 떠야 했고(블랙 신드롬 기타리스트인 김재만님에게 직접 들었던 이야기다), 앨범은 일본의 음악 잡지 번(Burn)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뒤늦게 회자 되었다. 헤비메탈을 라이센스하던 지구레코드는 이 뉴스 이후 데스메탈 앨범을 찍어 낼 수 없었고, 가뜩이나 좁은 시장은 문이 닫혀지고 말았다(당시 직원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다).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건 별에 별게 다 있다는 말이기도 한데, 데스메탈 또한 딱 그 짝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별에 별 장르가 다 있다는 건데, 필요성에 기인하는 문제도 있지만, 밴드가 밴드를 설명하기 위한 모종의 미사여구인 경우가 많다. 하여 그 수를 가늠하면 데스메탈 안에 수십가지 장르로 세분화 될 수 있는데, 이유를 막론하고 그만큼 다양하게 파생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 중에서, 데스메탈이란 음악을 들어본 역사가 없는 분들, 그 분들 중에서 말러의 음악을 듣는 분들에게 한 번 정도는 들어봐도 좋을 만한 음악을 언급한다면, 익숙한 패턴의 연주가 가미된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택한 음악이 바로 요것. 즉,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고, 별에 별 희안한 게 천지빼까리란 말씀. 정신건강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것을 택했음을 밝힘. 개그맨 이윤석 왈, "가사가 들리면 메탈이 아니다" 이 점을 유념해서 들어보시기를 강권함.)
이와 같은 헤비메탈 쇠퇴는 미국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Megadeth는 그 와중에서도 굳건히 자릴를 지킨 몇 안되는 밴드이다. 헤비메탈이 해체되어 갈 즈음 녹음 된 두 앨범인 countdown to extinction와 youthanasia는 디지털 녹음의 표본으로 아직까지도 설득력을 잃지 않고 있다.
곡 제목 만으로도 음악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다. Holy wars... the punishment is due, Peace sells, but who's buying? Washington is next 등, 정치색과 반전사상이 짙은 곡이 있는가 하면, family tree, trust와 같은 개인의 심리묘사를 노출 시키는 등, 다영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혹 제목만을 두고 '이 놈들 빨갱이구만'이라 할 순 없는 노릇인데, 이건 정명훈 보고 '우파꼴통'이라 하는 것와 별 차이 없는 논조일 뿐이다. 실재로 리더인 데이브 머스테인은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하였으나, 언제부터인가 공화당으로 정치색을 급선회한 바 있다.
무엇이 어찌 되었든, 이런 와중에도 알반 베르크의 격언, '음악은 음악일 뿐'이란 말은 설득력을 갖게 한다. 그러니 이제 '음악뿐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밴드의 리더인 데이브 머스테인, 그가 메가데스고, 메가데스가 데이브 머스테인이다. 독불장군이신 이 양반의 히스토리를 적날하게 적으면 메탈리카 초기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 술 쳐 머시고 마약질 하고 정신 못차리던 이야기에서 부터, 모니터링이 잘 되지 않아 잔뜩 뾰루퉁해진 나머지 기타를 휙 집어 던지고 내뺀 일이나, 엑스 파일에서 '멀더 내 메가데스 앨범 어디 갔어요?' 같은 에피소드까지 언급할 수 있으나, 그렇게 하면 지면을 너무 많이 할애하게 된다. 즉 음악은 사라지고 이야기만 남게 된다.
데이브는 기타와 보컬을 겸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기타와 보컬을 겸할 시 배킹을 담당 하지만, 데이브는 왕왕 리드 기타리스트들의 존재를 위협하는 가공할만한 솔로를 선사한다. 그의 고집이 음악에 오롯이 전가되는 격이다.
데이브는 노래를 잘 못 부른다. 논 칸타빌레로 일관된 그의 창법은 조소어린 광기가 녹아든 순수 레치타티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보컬을 영입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아주 심플하게 답했다. 맘에 드는 놈을 못 봤다. 데이브 다운 답변이 아닐 수 없다.
요즘들어 초기 곡들을 노래할 때마다 삑사리는 말할 것도 없고, 음이 올라가지 않는 일까지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그래도 좋다. 이유는 단 하나, 튜닝을 낮추지 않기 때문이다. 반음만 낮추어도 보컬리스트에겐 부담이 적다. 안정된 보컬은 뭉퉁한 리프라인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메탈리카를 예로들면 5집은 블랙 앨범과 6집인 로드 앨범을 비교하고 90년대 초반과 그 이후의 라이브를 비교 감상하면 확연히 드러난다(6집, 7집은 하프 튜닝, 8집인 St. Anger는 C샵 튜닝이다). 목에 부담이 갔던 메탈리카의 보컬 제임스 헷필드는 창법을 바꾸고 튜닝을 바꾸는 쪽을 택했다. 그로 인해 리프는 뭉뚱해졌다. 메가데스는 날이 선 리프가 핵심이다. 보컬은? 그냥 데이브가 말하면 된다. 이건 메가데스 팬들이라면 누구나 용인할 수 있다.
기타리스트 데이브 머스테인은 복잡한 기교와 화려한 라인을 들려주는 타입은 아니다. 명확한 대위구와 팬타토닉 스케일을 기반으로 한 그의 솔로는 단순 명쾌하다. 하여 메가데스의 리드 기타리스트는 데이브와 명백하게 달라야만 그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구구는 고양이다>란 영화를 보면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외국인 영어강사가 등장한다. 그가 바로 메가데스의 리드 기타리스트 중 백미에 손꼽혔던 마티 프리드먼이다. 천하의 공처가인 그는 일본인 마누라와 함께 짝짜꿍 쎄쎄쎄 하며 일본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돌연 영화에 등장하고는 '와따시와 시니가미데쓰'란 충격적인 대사로 나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지금에야 장르를 불문하고 세션활동과 개인 앨범 활동을 병행하고 있지만,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그는 헤비메탈 기타리스트였다.
마티는 대체 불가능한 기타리스트다. 손목을 꺾어서 피킹을 하는데, 행여나 따라했다가는 아작나기 십상이다. 특이한 건 암을 쓰지 않는다. 암을 대신하여 손목으로 하모닉스를 거는데, 이렇게 하는 인간은 본 적이 없다. 주법 상 독특한 면은 차치하더라도, 그가 만들어 내는 선율은 매우 독특하고 이질적이다. 기타로 해금을 켠다고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여타 기타리스트, 잉베이 이후 등장한 얼핏 클래시컬한 속주와는 대비되는 그만의 개성이다.
Tornado of souls이란 곡이 있다. 솔로가 정확하게 딱 1분이다. 헤비메탈 곡 중에서 이보다 완벽하게 아구가 맞고, 선율미 넘치는 솔로는 없다. 이건 내가 헤비메탈 10년 이상 듣고 내린 결론인데, 아직까지 이 생각을 못 버리겠다. 이건 분명하다. 혹시 이걸 들어봐! 라고 강권하시는 분이 있다면, 그리고 그 곡이 내 귀를 미혹시킨다면 나는 당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말러 전집을 사 드릴 용의가 있다. 이 정도 뽐뿌할 만큼 압권인 솔로이다. 설명이 필요 없다.
스티브 바이가 인정한 남자, 알 피트렐리. 영 내키지 않는 글렌 드로버. 현재 리드 기타를 담당하고 있는 크리스 브로데릭. 각자 위치에서 나름의 개성을 뽐낸 바 있지만, 이 곡 Tornado of souls에서 만큼은 누구 할 것 없이 벌벌 기는 모습이 역력하다. 웃기게도 이 점은 현재 마티 자신에게도 유효하다. 폴 길버트와 함께 참여한 일본 프로그램에서 이 곡 솔로를 연주한 바 있으나, 지금의 리드 기타인 크리스 브로데릭 보다 못 친다. 솔로 앨범에서 이 곡을 편곡해서 녹음한 바 있는데, 개판 오분전이다. 그리하여 이 곡의 솔로는 역사 속에 영영 묻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댓글심도있는 메가데스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작년에 메탈리카, 메가데스, 슬레이어, 앤쓰랙스가 한 무대에 섰던 소피아 라이브 실황을 봤는데 데이브 머스테인과 데이빗 엘프슨이 한 무대에 서더군요. 역시 메가데스의 베이스는 데이빗이 적격이라는.. 데이브 보컬은 Countdown to Extinction 부터 나아졌고(그 전에는 음정이 꽤 불안했음), Youthanancia 에서 원숙해 졌다고 할 수 있죠. 듣기 좋은 보컬은 아니지만 개성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타리스트로서 데이브는 수려한 멜로디를 쏟아내는 스타일이 아니라 좀 심심하지만, 가끔씩 속주할 때 보면 가공할만한 테크닉을 보여주죠. 저도 메탈 15년 넘게 들었지만 Tornado of Soul 을 능가하는 기타솔로는 선뜻 생각나지 않네요. 멜로디와 스케일의 완벽한 조화 거기다 화려한 테크닉까지! 저거 연습하다가 매번 손가락이 꼬였었죠. -_-;; 거기다 오른손은 따라가기 바빠서 하모닉스를 못내고... 역시 마티 프리드먼은 짱이신 듯!
첫댓글 심도있는 메가데스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작년에 메탈리카, 메가데스, 슬레이어, 앤쓰랙스가 한 무대에 섰던 소피아 라이브 실황을 봤는데 데이브 머스테인과 데이빗 엘프슨이 한 무대에 서더군요. 역시 메가데스의 베이스는 데이빗이 적격이라는.. 데이브 보컬은 Countdown to Extinction 부터 나아졌고(그 전에는 음정이 꽤 불안했음), Youthanancia 에서 원숙해 졌다고 할 수 있죠. 듣기 좋은 보컬은 아니지만 개성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타리스트로서 데이브는 수려한 멜로디를 쏟아내는 스타일이 아니라 좀 심심하지만, 가끔씩 속주할 때 보면 가공할만한 테크닉을 보여주죠. 저도 메탈 15년 넘게 들었지만 Tornado of Soul 을 능가하는 기타솔로는 선뜻 생각나지 않네요. 멜로디와 스케일의 완벽한 조화 거기다 화려한 테크닉까지! 저거 연습하다가 매번 손가락이 꼬였었죠. -_-;; 거기다 오른손은 따라가기 바빠서 하모닉스를 못내고... 역시 마티 프리드먼은 짱이신 듯!
토네이도를 시도하실 정도라면 실력이 있으시단 말씀이시군요^^
까맣게 잊고있었던 메가데스의 음악을 새삼듣고있으니 지나간 젊은날이 그리워집니다..잘 들었습니다.찬란했던 날들이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