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일곱 생신을 맞아 인도 캘커타 사랑의 선교회 본부 건물 발코니에 나와 몰려든 축하객들에게 두 손을 모으고 답례하는 마더 테레사 수녀의 웃는 사진이 동아일보 일면 머릿기사로 나왔다 나는 아침밥을 먹다가 그 사진을 몇 번이나 들여다보았다 테레사 수녀의 그 웃음이 합죽한 입가에 번진 수줍은 그 미소가 아흔에 돌아가신 내 경주할머니의 미소 같아서 평생을 첨성대 앞 채마밭에서 김을 매시던 반월성 들판에서 쑥을 캐시던 외할머니의 맑은 미소 같아서 그 사진 정성스럽게 오려놓았다 시를 쓰는 내 책상 앞에 붙여놓았다 진정한 사랑에는 고통이 따른다는 상처 입을 때까지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사랑은 어느 계절에나 열매 맺을 수 있다는 그분의 말씀 다시 한번 떠올리면서
===[정호승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열림원]===
진정한 사랑은 고통이 따른다. 상처 입을 때까지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 말라. 사랑은 어느 계절에나 열매를 맺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