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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천연가스(CNG) 시내버스 폭발사고 원인이 가스용기 자체 결함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같은 종류의 가스통을 장착하고 서울시내를 운행 중인 7000여대의 천연가스 시내버스에 대한 안전대책에 비상이 걸렸다.
10일 경찰은 "사고 원인이 연료통 자체 결함에 따른 폭발이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가스통 이음매 불량이나 스파크에 의한 폭발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과수 관계자도 "버스의 8개 CNG 연료통 중 한 개에서 파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폭발한 연료통 파편들로 봐선 연료통 파열로 내부 가스 압력을 견디지 못한 가스통이 일순간에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천연가스 시내버스는 서울에서 지난 2000년부터 도입돼 현재 전체 시내버스(7548대)의 95.8%인 7234대가 운행하고 있지만, 정작 안전대책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안전성 떨어지는 저가 연료통 설치
CNG버스는 경유를 사용하는 일반 버스와 달리 폭발 가능성이 큰 압축된 기체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연료통의 안전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국내에서 운행되는 CNG버스에 사용되는 연료통은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떨어지는 '타입 1'과 '타입 2'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내버스는 모두 '타입 1'(1303대)이거나 '타입 2'(5931대)가스통을 사용하고 있다.
'타입1'은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졌고, '타입2'는 크롬 강철에 겉을 유리섬유로 감싼 연료통이다. '타입2'는 금속 대신 유리섬유를 추가해 '타입 1'에 비해 가볍다는 장점이 있지만 안전성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이번 폭발사고 버스도 '타입 2' 연료통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성이 좋은 연료통은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이용해 만든 '타입 3'과 '타입 4'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고가라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다. 서울시 이기형 버스정책팀장은 "기존 '타입 1'과 '타입 2' 연료통의 설치가격은 602만원인 데 비해, '타입 3'과 '타입 4'는 2배가 넘는 1400만원이 든다"며 "작년 11월 CNG버스 제작업체인 현대자동차와 대우버스에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은 '타입 3'과 '타입 4' 연료통을 적용토록 권고했으나, 비용문제로 난색을 보였다"고 말했다.
◆유명무실한 안전검사
CNG버스 연료통에 대한 안전검사도 유명무실에 그쳐 사고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CNG버스의 안전검사는 지식경제부 산하 가스안전공사와 국토해양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이 하고 있다. 처음 버스 제작 시에는 가스안전공사가 가스용기를 검사하고, 운행에 들어가면 교통안전공단이 정기적으로 검사하도록 돼 있다. 운행한 지 5년이 지난 버스는 6개월에 한번, 5년 미만 버스는 1년에 한번 정기검사를 받게 된다.
그러나 CNG버스의 연료통 검사는 그동안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에 따라 전문 검사기관에서만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어, 교통안전공단은 간단한 가스 누출검사만 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CNG버스의 연료통은 운행을 하며 크고 작은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사전 안전점검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CNG버스 도입 10년 만인 작년 11월 23일 국토해양부 자동차생활과에 '가스용기 관련 CNG버스 자동차 검사 철저 및 법령 개선 건의'안을 제출했다. 지난 7월 14일에야 지식경제부는 교통안전공단도 압축 천연가스 자동차용 용기에 대해 재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한국기계연구원 정동수 박사는 "검사만 제대로 됐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동안 시민들은 부실한 안전검사를 통과한 '시한폭탄'을 타고 다닌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 차량 하부에 있는 연료통을 차량 위에 다는 방법 등을 두고 여러 차례 토의를 했으나, 용기를 위로 장착 시 차량 전체 균형에 문제가 생겨 전복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며 "연료통이 부식돼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차량 밑에 연료통 보호 그물망을 설치하도록 버스 사업자에게 권고했지만, 역시 잘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라고 했다.
◆"'시한폭탄' 타고 다니는 셈"
당초 서울시는 올해 말까지 서울 시내버스의 100%인 7548대를 CNG버스로 교체할 계획이었지만, 예상치 못했던 CNG버스 폭발사고가 일어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는 일단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CNG버스 안전성이 확보되기 전에 무리하게 차량을 교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우선 11일부터 가스안전공사 소속 전문가, 버스 조합 관계자 등과 함께 합동점검반을 꾸려 서울시 버스 사업장을 방문하며 일제점검을 벌일 계획이다. 서울시 신용목 교통정책담당관은 "오는 8월 중순부터 서울시 전체 버스를 점검하고, 특히 5년 이상 경과한 버스를 대상으로 정밀 안전점검을 실시해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견된 버스는 즉각 운행정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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