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달러약세 기조화의 환율전망과 대응
1. 이슈의 배경
9월 21일 두바이에서 개최된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환율이 경제 펀더멘털(Fundamental)을 반영해야 하며 보다 유연한 환율정책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외환시장에 대한 언 급이 원론적인 수준에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파급효과는 여느 때보다 강력했다. 이번 공 동성명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보다 탄력적인 외환시장 정책을 수용하고, 외환시장 개입 설이 나돌고 있는 일본, 한국 등이 시장개입을 자제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아시 아 외환시장은 요동쳤고, 연초 1,190원대에서 시작한 원/달러 환율이 10월 2일 현재 1,150.00원을 기록 해 전년 같은 기간의 1,230.40원에 비해 크게 절상된 상태이다.
2. 달러화 약세의 원인
달러화 가치는 지난 95년 5월부터 2002년 2월까지 교역가중치 기준으로 44.3% 상승했으나 이후 점진 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가 유럽과 일본에 비해 견고한 펀더멘털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 고, 달러화는 미국 고용시장의 불안,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 등으로 인해 하락압력을 받고 있다. 최근 미 국 경제는 금리인하, 조세감면 등의 경기부양 정책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현 부시 대통령은 걸프전에서 승리하고서도 경기부진으로 클린턴에 패배한 아버지 부시의 경험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각종 내수 진작조치가 기대에 못 미친 상황에서는 달러약세를 통한 기업들의 가격경쟁력 강화가 고용 창출 및 경기회복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는 큰 폭으로 절하됐지만, 미국 전체 무역수지 적자의 4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일본, 대만,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환율 조정이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미국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달러 화의 추가하락이 필요하고, 유로화에 집중되었던 달러화 조정이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원화에 대한 하락압력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3. 향후의 환율 전망
9월 30일 인터넷 경제신문인 <이데일리>가 외환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월의 원/달 러 환율 평균전망치가 1,137.50원~1,160.80원으로 형성됐다. G7 재무장관 회담 이후 확실히 드러난 글로벌 달러약세의 영향으로 환율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연말에는 1,100원 부근까지 도달할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됐다. 그러나 달러화에 자국 통화를 고정시키고 있는 중국, 말레이시아, 홍콩 등과 는 달리 원화환율의 경우 이미 하락폭이 커서 대폭적인 절상은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대외경제정책연 구원도 지난 6월부터의 추세를 바탕으로 계산해볼 때 2003년 하반기 적정 원화환율은 1,210원 정도라 고 분석하고 9월말 현재 실제 환율이 1,150원대까지 하락한 것은 환율 하락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어 적 정수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일본 경제의 회복 전망과 위안화 절상 가능성 등이 환율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수출지향적 경제구조로 인해 일방적 절상압력을 정책당국이 모두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태풍 매미로 인한 경 제적 피해와 지속되고 있는 소비, 설비투자 부진 등으로 국내 경기의 펀더멘털이 약화된 것도 추가적 하 락을 제한하고 있다. 북핵 문제는 여전히 원화가치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5년래 최저치로 낮 아진 미국 등 주요 소비국 원유 및 석유제품 재고와 겨울철을 맞아 나타나고 있는 석유수급에 대한 불안 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쿼터 감축 등으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환율하락을 제 어하고 있다. 따라서 원화도 글로벌 달러 약세의 추세를 따르기는 하겠으나 위에서 언급된 반발 요인들 이 강하게 작용해 연말까지 소폭의 하락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4. 환율하락의 영향
원화 환율이 하락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입이 증가하고 수출이 감소해 경제 성장이 둔화된다. 일본경제의 경우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 이후 1990년대 전반까지 급속한 엔화가치 상승을 경험한 바 있다. 그 당시 일본 기업들은 생산성 제고 및 수출상품의 고부가가치화로 대응해 수 익성이 별로 나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경우 주종 수출품목인 반도체, 철강 등의 국 제가격이 하락추세를 지속하는 상황이어서 가격 인상의 여지가 별로 없다. 또한, 중저가 범용제품 위주 의 수출품이 많아 해외시장에서 훨씬 더 경쟁적인 여건에 직면하고 있어 수출가격 전가도가 상대적으 로 낮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이 총 83개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원화가 1달러당 1,100원으로 절상될 경우 70% 이상의 응답업체가 수출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반면, 약 60%의 기업들이 환율 인상분을 수출 가격으로 전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편, 원화강세의 효과는 중소 수출기업, 중국이나 개도국과 경쟁하는 제품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화강세의 경우 수입물가 하락을 통해 원자재, 부품의 조달가격이 하락하고 임 금상승률이 낮아지므로 기업의 원가가 절감되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원화강세가 진행되는 경우 물가 가 탄력적으로 변동할 수 있도록 시장기능이 제고되어야 하며, 임금상승률도 낮아질 수 있어야 한다. 환 율 하락시에 발생하는 경기부진에 대해 정부가 저금리 정책으로 대응하고 이러한 경기부진과 저금리의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부동산 가격 거품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원화강세는 대외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을 감소시키고 국내생산을 수입이 대체함으로써 제조업 생산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수익성 확보를 위해 제조원가가 낮은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하게 함으로써 국내 산업의 공동 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5. 정부 및 기업의 대응
1990년대 개선되었던 미국의 재정 및 경상적자가 다시 커지면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압력, 주요국간 환율조정을 둘러싼 갈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 등의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 은 가격경쟁력보다는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 강화 등에 의해 수출경쟁력을 확보 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엔화강세에 대해 오랫동안 저금리 정책을 사용함으로써 자산가격 거품을 발생 시킨 일본의 경험을 교훈삼아 통화 및 재정정책을 조화롭게 운용해야 하며, 원화강세가 기술개발 촉진,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한 기업의 구조조정 기회로 활용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편, 미국 시장에 의존하 는 성장전략에서 탈피,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가 무역구조를 다변화하고 국제결제관행을 개 선하며, 자유무역지대의 형성 등을 통한 역내 교역 활성화로 미국시장 및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 지도록 협력할 필요가 있다.
[보충설명]
원화의 절상=원화환율의 하락=원화강세 : 환율이란 특정의 두 통화간의 교환비율을 말한다. 원화와 달 러화 간의 교환비율은 “1달러당 몇 원”의 형식으로 표기하고, 원화와 엔화의 교환비율은 “100엔당 몇 원”의 형식으로 표기하고 있다. 달러화 대비 원화의 환율이 하락할 경우, 원화가치가 절상되었다고 말 하며, 원화는 강세통화, 달러화는 약세통화라고 한다.
환율변동의 수출가격전가 : 환율이 상승 또는 하락함에 따라 원화환산 대금이 증감하게 되는데, 이때 수출기업이 환율변동에 따른 수익성 변동분을 수출가격에 전가시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1달러당 1,300원에서 1,000원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가치가 상승)할 경우 수출기업은 1달러를 수출하게 되면 종전에는 1,300원의 원화소득을 얻었으나 환율하락으로 1,000원의 소득밖에 못 얻게 되므로 채산 성이 악화된다. 따라서 기업은 수익성 악화를 보전하기 위해 달러표시 수출가격을 인상하게 된다. 반대 로 원화환율이 상승할 경우 채산성이 개선되고 수출기업은 시장점유율 확대 등을 목적으로 달러표시 수출가격을 인하하는 경향이 있다.
플라자 합의 : 1985년 9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선진 5개국이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미국 달러화의 과도한 절상을 시정하는 한편, 일본과 독일 등 경상수지 흑자국가는 국내수요를 확대하고 경 상수지 적자를 보이는 미국은 재정적자를 감축하도록 촉구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1985 년 237엔이던 엔/달러 환율이 1995년 4월에는 84엔까지 하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