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은스님 손상좌 유승스님이 지난 20일 아름다운동행 사무실을 찾아 4000만원을 건네며 은사 스님 이야기를 꺼냈다. 전 청도 운문사 문수선원장 혜은스님<사진>은 300여일 동안 투병생활을 하다 지난 6월19일 세수 여든의 나이로 입적했다.
혜은스님은 “(장례 후)만약 여유가 있으면 생명을 구하는 일에 뜻있게 써달라” 당부했고, 혜은스님 문도회는 유언에 따라 장례를 치르고 남은 돈 4000만원을 공익법인 아름다운동행에 지정 기탁했다.
혜은스님은 25년이 넘는 세월동안 병마와 싸웠다. 1989년 암이 처음 발병한 후 2번에 걸친 대장암 수술과 1번의 자궁암 수술을 받았다. 기나긴 투병생활을 거치며 생명에 대한 애틋함은 더욱 커졌다. 5~6년 전부터 망가진 장기 대신 안구라도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지만 지난 6월 입적 당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인연닿는 병원을 찾을 수 없었다.
문도회는 스님의 뜻을 받들어 4000만원 가운데 1000만원은 생명나눔실천본부에, 2000만원은 (재)선원수좌복지회에, 1000만원은 조계종 승려복지회에 지정 기탁했다.
장례비는 전적으로 문도회와 운문사 측에서 부담했다. “조의금이나 화환은 받지 않겠다”는 스님의 유언에 따라 조의금도 화환도 받지 않았다. “조용히 한 생각 참구하다 회향하도록 해달라”던 스님 말에 따라 부고(訃告)도 내지 않았다.
주석하던 운문사가 아니라 동국대병원에서 장례를 치른 것도 안구 기증과 비용 절감을 위해서였다. 운문사 회주 명성스님이 이를 못내 아쉬워하며 조의금으로 5000만원을 내놨고 문도회 측은 장례식을 치르고 남은 비용 전부를 아름다운동행에 전했다.
“꽃은 비용이 많이 드니 간단히 쓰고, 고임새는 하지 말고, 화장 후에 유골을 수습하지 말고 바다나 강물에 뿌려 달라. 만약 여유가 있으면 생명을 구하는 일에 뜻있게 써달라.” 마지막 가는 길에도 뭇 생명의 안녕을 기원했던 혜은스님이 남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