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보내는 편지(112)
어린 시절 첫눈을 기다렸습니다. 첫눈 오면 우연찮게 예쁜 여학생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간절하게 첫눈을 기다렸습니다. 하얀 눈이 내리면 그리운 사람과 콧노래 부르며 순수의 첫 흔적을 내며 걷고 싶었습니다. 첫눈 오는 날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게 될 그 날을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하얀 눈이 내리면 무언가가 이루어질 것 같아 무던히도 첫눈을 기다렸습니다. 첫눈에 노래하고 싶고, 첫눈에 그리워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고, 혼탁한 세상에서 잠시나마 모든 것을 잊고 눈꽃으로 펼쳐진 해맑은 세상과 천진난만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저는 겨울에 태어나서 그런지 유난히 겨울을 좋아합니다. 특히 시린 달빛에 반짝이며 하얀 눈꽃이 소록소록 소복하게 쌓여 가는 고요한 밤에는 나도 모르게 상상의 나래를 펴고 마냥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처마 끝의 고드름을 볼 수 없어 조금 아쉬웠지만 두 손을 입에다 호호 모으며 하얀 겨울 노래를 맘껏 부를 수 있었던 지난 주일은 오랜만에 많이 내린 눈으로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며 어린 시절의 그 설레임과 행복으로 가득했습니다. 가끔씩 그리워지는 메밀묵과 찹쌀떡을 외치는 소리를 듣고 싶고, 화롯불에 고구마 구어 먹으며 밤새도록 이야기 보따리를 털어놓고 싶은 계절입니다. 선생님들은 물론 우리 아이들도 이런 추억으로 곱게 물들어가길 소망합니다.
행복은 소유에 있는 것이 아니고 살아있음의 존재에 있고, 더 나아가 너와 내가 함께 어우러져 사는 관계에 있으며, 무엇보다 행복은 남의 존재를 귀하게 보는 헌신(devoting)에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내 따뜻한 시선을 얼마나 남에게 주느냐? 에 따라 행복은 슬쩍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러므로 교사의 사명은 가르침을 통해 지식을 전달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부대끼고 몸부림치면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가는 것이 소중합니다.
그러나 학교교육에는 이런 것들이 사라진지 오랩니다. 지식은 쌓여가지만 추억과 낭만은 없습니다. 물음표는 있지만 느낌표는 없습니다. 그래서 희망이 없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문제는 교회 안에서도 끈끈한 사랑이 없다는 것입니다. 교회도 희망이 없다는 반증입니다. 교회도 학교처럼 가르치려고만 하기 때문입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영향력 있는 가르침은 머리에서 머리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가슴으로 가르치는 것입니다. 가슴으로 가르친다는 것은 그들과 마음으로 하나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교실 밖에서 배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선생님, 너무 가르치려고 하지 마십시오. 그들과 찜질방도 가고, 노래방도 가고, 분식집도 가고, 영화관에도 가서 어울려보세요. 그게 더 행복 통장의 잔고를 늘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망치와 정을 가지고 얼음을 깨는 것보다 쉽게 얼음을 이기는 방법은 태양 가까이 가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교육은 힘쓰고 애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의 거리가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VIP로 섬기시길 바랍니다. VIP는 Very Important Person 즉 매우 중요한 사람 즉, 귀빈을 뜻하는 말입니다. 천국의 아이들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은 자를 섬기는 것이 곧 주님을 섬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는 VIP는 누구에게나 대접받는 사람이기에 앞서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VIP로 섬기라는 말은 V-Vision. 비전을 심어주라는 것입니다. I-Idea. 비전을 이룰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갖도록 지도하라는 말입니다. P-passion. 비전과 계획을 끌고 올라가서 현실에 되게 하는 열정을 심어주라는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이 먼저 “손과 발을 드리니 주여 받아 주셔서 주의 일을 위하여 민첩하게 합소서” 하는 찬송가 348장 가사처럼 주님께 헌신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 충성하는 마음으로 충만해야 합니다. 그래야 민첩해집니다. 빠르게 움직입니다.
12월이 오면 기다리는 것이 있습니다. 하얀 눈이 포근하게 펄펄 내리기를 기다리기도 하지만 아직은 미숙한 탓인지 저는 성탄의 계절과 함께 선물을 기다립니다. 한희철 목사의 글입니다.
"얼마 전 우연히 만난 사람으로부터 그가 부인에게 받았다는 생일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별 대수롭지 않은 듯 이야기를 했지만 남편을 사랑하는 부인의 마음이 물씬 묻어나는 이야기였습니다. 그의 부인은 남편의 생일을 앞두고 남편이 모르게 남편을 기억하는 사람 마흔 명에게 편지를 보냈답니다. 머잖아 생일을 맞는 남편에게 생일을 축하하는 좋은 글을 보내주었으면 좋겠다는 편지였습니다. 굳이 마흔 명을 택한 것은 남편의 생일이 마흔 번 째 생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남편이 쉰 번 째 생일을 맞았다면 당연히 쉰 명에게 편지를 보냈을 테지요.
남편을 생각하는 부인의 마음에 감동한 편지를 받은 사람들은 빠짐없이 남편에게 편지를 보내왔고, 편지의 내용도 정이 가득한 내용이었습니다. 그의 삶을 축하하는 내용과 격려하는 내용이 편지마다 정겹게 담겼습니다. 마흔 명이 보낸 편지니 어찌 그것을 적다고 하겠습니까? 외국에서 온 것도 있고, 남편을 가르친 스승이 보낸 것도 있고, 남편이 존경하는 분으로부터 온 편지도 있고, 친한 친구들이 보낸 것도 있고…, 남편과 소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생일을 축하하는 글을 받은 부인은 그 모든 편지를 하나의 스크랩북에 담아 남편의 생일날 아침 생일 선물로 전했습니다. 물론 부인의 마음이 담긴 글도 빠지지는 않았겠지요.
아, 선물을 받은 남편의 마음이 얼마나 행복하였을까요! 그만큼 향기나는 선물, 행복한 생일이 어디 흔한 일일까요! 힘들어하는 남편에게 작은 위로와 용기를 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라 하지만 그것은 무엇과도 비교하거나 바꿀 수 없는,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가장 귀한 마음의 선물이 되었겠지요. 당신이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마음의 표현을 부인은 그렇게 그윽하게 전했던 것입니다. 이야기를 듣는 마음까지가 맑아지고 밝아지는, 참으로 흐뭇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마음을 담기보다는 적당한 액수의 물건으로 마음을 대신하기가 쉬운 것이 우리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마음의 선물을 준비하려고 한다면 참으로 우리는 기발한 선물을 준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편지를 선물로 준비한 부인을 통해 배우게 됩니다."
누구나 선물은 좋아합니다. 더욱이 마음이 담긴 선물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오래도록 기억될 마음의 선물을 고르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우리에게 선물로 오신 주님을 우리 아이들도 귀하게 받을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아이들에게 건네줄 사랑의 선물을 위해 지금부터 고민하고 준비한다면 바로 그 시간부터 마음의 행복은 충분히 시작되어 오래도록 감격으로 남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