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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쌀쌀한 오후였다. 송재우 해설 위원은 약속 장소에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워낙 유명 인사이다 보니 50미터 전방에서도 쉽게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웃는 얼굴로 우리 취재팀을 맞이한 송재우 위원은 지하에 위치한 조그만 커피전문점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가 즐겨 찾는 곳인지 모르겠지만 남녀 간의 데이트 장소라기보다는 사무적인 일(?)로 만나기는 딱 좋은 곳이었다.
커피전문점의 젊은 남자 점원이 송 위원을 금 새 알아보고는 “방송에서 많이 봤습니다. 저 메이저리그 정말 좋아해요.”라며 아는 척을 했다. 송 위원도 흐뭇하게 웃으며 “그러세요?” 라고 공손히 대답했다. 아마도 그로서는 자신을 알아보는 메이저리그 팬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뿌듯한 마음이 들었으리라. 메이저리그야 말로 지금 그에게 있어 전부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미천하게나마 이 분야에 몸담고 있는 기자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인터뷰는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워낙에 자세히 꼼꼼하게 답변해 주니 추가 질문이 전혀 필요치 않았다. 그의 약점을 사정없이 파고드는 송곳 질문도 있었지만 여유 있게 받아 넘겼다. 역시 수차례 방송을 하면서 익힌 임기응변이라 생각된다. 혹자가 말하듯 방송도 하면 할수록 느는가 보다.
아무래도 야구 질문으로 인터뷰는 시작됐다.
파크 : 이렇게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 시즌이라 이렇게 송재우 위원님과 인터뷰 할 기회도 생기는군요.
송 위원 : 반갑습니다. 파크 잘 보고 있습니다.
* 아마도 엠엘비파크와 인터뷰를 앞두고 파크를 방문해 꽤 자세히 둘러본 듯 하다. 사이트 메뉴까지 세세히 알고 있었다. 심지어 [안선생님 희섭에 쓴 소리]코너에 안 선생이 누구냐고 묻기까지....
파크 : 우선 지난 시즌은 한국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짙게 남은 시즌이었죠. 국내 팬들에게 우상과도 같은 박찬호가 부진했기 때문인데요.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박찬호 재기 할 까요?
송 위원 : (단호하게)네. 재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아는 박찬호 선수는 성격이 매우 민감합니다. 이미 올 시즌 시작할 때 부상에서 다 나았다고 들었거든요. 박찬호의 측근으로부터 들었는데 박 선수가 부상은 다 나았는데 재발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다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성적 저하로 연결된 듯해요.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박 선수의 어깨는 하늘이 내려준 어깨입니다. 부상이 남아있는데 94~95마일을 던질 수는 없다. 예전에 98마일도 던졌다고 하는데 그것도 자주 나온 건 아니었죠. 평균 91~92를 지속적으로 던지는 것은 박 선수 몸이 정상적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지 지난해부터 꾸준히 던지지를 못해서 경기 감이 떨어졌을 수도 있겠고....뭐 박 선수가 사이영상 타고, 20승하고, 이런 장담은 못해도 아직까지 두 자리 수 승수는 충분히 가능한 투수로 보고 있습니다.
파크 : 뭐 좋은 말은 아닌데 국내 메이저리그 사이트를 둘러보다 보면 박까, 박빠라는 말들이 자주 쓰입니다. 알고 계시죠?
송 위원 : 예
파크 : 송 위원님은 이 중 어디에 해당되십니까? 아니면 그 중간이라고 자부하십니까?
송 위원 : 박빠라고 까지 하긴 뭐한데 감정적으로는 박찬호 선수에 막연한 정이 있어요. 박찬호가 처음에 미국에 왔었을 때 제가 미국에 있던 시기였고 메이저리그 데뷔전도 직접 가서 봤고 그러면서 그 당시에 한국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뛴 다는 것이 상상도 못했을 당시인데 그때 야구장에서 박찬호 선수를 보면서 응원하던 그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에 대한 개인적인 정입니다. 하지만 방송을 할 때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하려고 노력하죠.
파크 : 김병현 얘기를 해보죠. 김병현 같은 경우는 지난 시즌 팀 동료들까지 외면했다는 충격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김병현 선수의 성격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세요? 아니면 보스턴 동료들이 동양인의 낯가림이라든지, 언어소통의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생긴 일일까요?
송 위원 :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되어 있다고 봅니다. 저도 김병현과 많은 대화를 해보지 않았지만 낯을 많이 가린다는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주위에서 이야기를 들어도 성격이 원래 그렇다고 해요. 그리고 김병현 선수가 처음에 미국 갔었을 때 개인 영어 교사를 뒀다고 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것도 안하고 그래서 영어 때문에 동료들과 접촉을 안 하면서 더 관계가 안 좋아진 것 같아요.
파크 : 서재응, 김선우, 최희섭 선수들의 경우엔 지난 시즌 감독 잘못 만나서 시즌 망쳤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서재응이나 김선우 선수는 아예 감독과 불편한 관계라는 것이 기사화되기도 했죠. 물론 절대적이지 않겠지만 여기에 인종차별적인 요소가 작용했을까요?
송 위원 : 그런 면이 없다고 할 수는 없죠.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을 봐도 차별대우를 받잖아요. 그쪽도 마찬가지죠. 문제는 갈등의 표면화가 너무 일찍 되어 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파크 : 이번에 류제국이나 송승준 등이 소속팀의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되기도 했습니다. 추신수를 제외하고는 젊은 한국 선수들의 성장세가 더딘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하드웨어가 딸리는 건가요? 아니면 선진 야구에 대한 적응력의 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송 위원 : 사실 송승준이나 류제국 정도의 하드웨어라면 충분히 성공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성공의 기준이 어디냐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그런데 주변에 스카우터들하고 얘기해보면 이 선수들이 급한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동기들이 한국 프로리그에서 주전이 되고 연봉도 많이 오르는데 자기는 이게 뭔가 하는 조급함 같은 거겠죠. 류제국 경우에 기아의 김진우가 동기잖아요. 본인은 아직 싱글A 에서 뛰고 페이도 높지 않은데....물론 각오를 했다 하더라도 겨울에 한국 와서 친구들 만나면 어떤 괴리감 같은 것도 느낄 수 있었겠죠. 송승준 경우엔 불과 3년 전만해도 보스턴의 최고 유망주였잖아요. 근데 제가 작년 초에 한 스카우터한테 들었는데 구속이 많이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젊은 유망주가 어떤 이유에서든 구속이 떨어지면 이건 적신호입니다. 퓨처스 게임에서 던지는 것 보면 배짱은 좋은데 힘에 많이 의존을 하는 기술적 문제도 있는 것 같구요. 이런 것에 조급함까지 겹쳐서 좋은 결과를 못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송재우 위원은 송승준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진 듯 보였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그에 대해 많은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다. 아마 같은 성을 가졌기 때문인지도....
파크 : 올 시즌 보스턴이 86년 만에 월드시리즈를 재패하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죠. 특히 ALCS에서 양키즈에게 3경기 지고 내리 4연승했습니다. 역사에 이런 일이 전엔 없었죠.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송 위원 : 보스턴이 실력이 뛰어난 팀이라 이겼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실력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상대 팀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불운한 상황 등이 그 알파가 될 수 있겠죠. 실례로 만약에 이번에 양키즈의 탐 고든이나 폴 퀀트릴 중 한 명만 지치지 않고 시즌 초반 실력만 유지했더라면 양키즈가 이겼을 겁니다.
*보스턴이 잘한 게 아니고 양키즈가 못했다? 혹시 소문대로 양키즈 팬? 진실은 잠시 후 드러난다.
보스턴의 우승은 실력 + 알파
파크 : 텍사스가 올해 나름대로 선전했습니다. 쇼월터 감독이 잘한 건가요?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송 위원 : 올해 같은 경우 쇼월터 감독이 잘한 것 같아요. 지난해 경우엔 쇼월터가 애리조나나 양키즈 감독 당시와는 다르게 서두는 경향이 역력했습니다. 그래서 많이 실망스러웠었죠. 그런데 올해는 마운드 운영하는 것 보고 놀랐습니다. 따로 투수들을 보강하지 않았는데 마이너리그에서 계속 선수들을 수급해 나갔잖아요. 한 시즌 내내 그러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정말 대단하더군요.
파크 : 올 시즌 FA 시장이 매우 뜨겁습니다. 이중에 카를로스 벨트란 같은 선수는 10년에 2억 달러를 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거 오버하는 거 맞죠?
송 위원 : 올해가 지난 3년간 보다는 FA 시장이 살아날 분위기는 됐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10년에 연평균 2천 만 달러는 어렵죠. 보라스 특유의 스타일이죠 뭐. 1500 정도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파크 : 그럼 기간은 어느 정도?
송 위원 : 6년? 7년 내외에서 결정 될 것 같아요.
파크 : 페드로 마르티네즈는 며칠 전에 보니까 뉴욕 메츠와 접촉했다는 이야기가 나돌던데요. 가만 보면 마르티네즈가 이번 스토브리그 행보가 가장 요란합니다. 이 친구 어디로 갈 것 같으세요?
송 위원 : 지금 상황에서 보스턴 잔류나, 애너하임 쪽이 유력해 보이는데요. 애너하임은 작년에 게레로 영입 때처럼 나중에 시장 상황 보아 가면서 움직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양키즈가 어떤 엄청난 오퍼를 제시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유동적이긴 하지만요. 저는 그래도 보스턴 잔류에 무게를 두고 싶네요.
파크 : 워싱턴 내셔널스란 팀이 새로 생겼습니다. 엑스포스가 내셔널스가 됐습니다. 이름들도 참 그렇습니다. 이 팀이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송 위원 : 일단은 워싱턴이 현재 단장만 영입을 하고 구단주가 없는데 이러면 한계가 있을 겁니다. 트레이드는 가능하지만 많은 투자로 FA를 영입해 오는 건 쉬운 문제는 아닐 것 같네요. 워싱턴 스스로가 전력을 극대화 시키는 것 보다는 오히려 같은 지구의 애틀란타나 필라델피아 등의 전력 강화 여부가 이들의 성적에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파크 : 구대성이 미국가면 좀 할까요?
송 위원 : 어려운 질문인데 요즘 자주 받습니다. 제가 사실 구대성 선수 투구를 2년 동안 못 봤거든요. 일본에 가보질 못해서 구위가 어떤지 파악은 못 하겠구요. 자기 말로는 자신감이 있다고 하는데 나이, 체력적인 부담이 없다면 선발로는 어렵고 중간 계투 요원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그렇게 봅니다.
파크 : 베리 본즈가 약 먹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본즈 예전 사진 보면 흡사 케니 로프턴 보는 것 같죠. 근육이며 파워며 정말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의심이 가긴 하는데 언론 용 멘트는 사양하구요. 송 위원님은 본즈 실력을 죽어도 믿으십니까?
송 위원 : 본즈는 약발이 아닙니다. 약의 종류가 무엇이냐에 따라 문제가 되는데 제가 봤을 때 바디 빌딩 하는 사람들이 웨이트로 몸 불리는 건 문제도 아닙니다. 세미 소사나 후안 곤잘레스 데뷔 당시 사진 보세요. 다 빼빼 말랐어요. 물론 금지된 약을 먹는 선수는 있을 테지만 대부분의 슬러거가 그럴 것이다 라는 시각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미국에서는 이 문제가 심각하지 않는데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더 시끄러운 것 같습니다. 실제로 본즈의 약물 문제가 작년에 불거졌는데 올해 홈런 숫자가 늘었잖아요,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본 기자도 여기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파크 : 국내 야구는 좀 보세요?
송 위원 : 물론 보죠. 예전엔 OB 팬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느 한 팀을 뚜렷하게 좋아하는 팀은 없구요. 젊고 재능 있는 국내 선수들을 지켜보는 편입니다.
파크 : 직접 미국에서 야구도 보셨는데 미국 야구와 한국야구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얼까요? 그리고 한국 야구가 미국의 어느 정도 수준에 있다고 보십니까?
송 위원 : 똑같은 프로인데도 많이 틀려요. 구단들의 기본적인 마인드부터 다르죠. 우리나라 팀은 적자를 감수하고 가는데 저쪽은 적자를 감수하는 구단은 없습니다. 안되면 매각해버리잖아요. 구단 운영 스타일, 그리고 선수들의 프로 의식부터 해서 비교하는 것 자체가 좀 그렇습니다. 한국 야구 수준은 용병 선수들의 활약이라든지 제가 현지에서 본 것으로 판단하건데 더블 A보다는 위에 있고 트리플 A 정도는.....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파크 : 이번에 국내 FA 시장에서 삼성의 싹쓸이로 말들이 많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양키즈 같은 팀들이 전력 평준화를 저해하고 있는데요. 송 위원님은 ‘리그의 평준화’를 지지하시나요? 아니면 메이저리그는 ‘자본주의 스포츠다’라는 논리를 지지 하시나요?
송 위원 : 제가 볼 때는 지나친 평준화는 소위 말하는 하향 평준화로 갈 위험이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에는 없지만 다른 리그에는 셀러리캡이라는 것이 있죠. 메이저리그에도 사치세 제도 등이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한다면 지금의 형태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봅니다. 어느 정도 선은 있어야 하겠지만 그 선을 너무 짙게 그어버리면 안 될 것 같아요.
파크 : 개인적으로 가장 호감이 가는 메이저리그 팀과 선수가 있으신가요?
송 위원 : 이거 좀 무서운 질문이네요. 이거 말하면 바로 ‘빠‘ 소리 나오는거 잖아요..허허.. 전혀 제가 그렇지 않음에도 제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양키즈 빠 아니냐?” 인데요. 그 이유가 좀 황당해요. 예전에 MBC ESPN에서 처음에 한명재 씨랑 방송하는데 보통 양복입고 하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PD가 다르게 해보자 이래서 옷을 협찬 받았어요. 근데 공교롭게도 코디하시는 분이 가져오신 게 양키즈 옷이었죠. 그걸 입고 중계하는데 또 그날따라 양키즈가 잘했어요. 잘하니까 칭찬하고 그랬겠죠. 그때부터 시작된 모양이예요. ’양키즈 빠‘라고.... 개인적으로 저를 아는 분들은 제가 어느 팀 좋아하는지 알아요. 그런데 이거 알려지면 그 팀 중계할 때 또 그런 얘기 나올 것 같아 두렵네요. 딱 까놓고 말하면 저는 센프란시스코 좋아합니다. 근데 요즘 그 팀 중계할 기회는 많이 없네요. 선수는 딱 ’누구 좋아한다‘ 찍어 말하기 힘듭니다. 예전엔 마이크 슈미트나 샌디 쿠펙스 라고 했는데 요즘은 장단점들을 다 보기 때문에 누구 한선수를 골라잡기 힘듭니다.
* 송 위원이 양키즈 팬일 것이라는 의심은 여기서 다소 누그러졌다. 송재우 위원은 센프란시스코 팬이었다.
파크 : 반대로 가장 싫어하는 팀은요?
송 위원 : 팀 자체를 싫어하는 경우는 없고 구단주 하는 꼴이 보기 싫어서 싫어하는데 뉴욕 메츠라든가 볼티모어 오리올스 같은 팀들은 구단주들이 팀에 제발 관여 좀 안했으면 좋겠어요. 팀 운영 이상하게 하는 팀들 보면 개인적으로 화가 많이 납니다.
파크 : 요즘 메이저리그 좀 안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됩니다. 간혹 보면 일반 야구팬 수준을 넘어서 세이버 매트릭스 이론자 들까지 무수히 등장합니다. 사실 저도 5년 동안 메이저리그 사이트를 운영해 오지만 이런 분들 앞에서는 입도 벙긋 못합니다. 만약 송 위원님께서 이런 분들과 메이저리그에 관한 논쟁을 벌이신다면 이기실 자신 있으세요?
송 위원 : 이길 수 있습니다. (웃음) 전 그렇게 생각해요. 건방져서 하는 얘기가 아니고... 어느 한군데 빠지면 매니아라고 하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깊이 들어가면 시야를 넓혀서 들어가셔야 하는데.... 현미경을 보면 자세히 보이지만 넓게는 못 보죠. 소위 현미경 매니아들이 의외로 많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세이버 매트릭스도 그래요. 저도 그 부분은 해설할 때 피하려고 하는데 그런 부분을 무조건 신봉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그 중에 어떤 가능성을 배제하시고 바로 “이건 이거다” 결론 내려버리시는 분들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파크 : 그런 분들의 예를 하나 들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예전에 이런 분이 있었어요. 일본 투수들의 성적과 이승엽의 성적을 어떤 세이버 매트릭스 공식 중 하나로 계산을 해서 이승엽 선수의 일본에서 성적을 예상한 분이 계셨죠. 그런 세이버 매트릭스는 없습니다. 일본 투수들의 성적과 이승엽 선수의 성적은 엄연히 다른 리그에서 나온 것인데 이것을 하나의 세이버 매트릭스 공식을 끼워 맞춰서 나오는 것은 말이 안되죠. 미국의 세이버 매트리션들도 메이저리그만 한정해서 하시는 분들이잖아요. 이렇게 빠지시는 건 좋은데 넓게 보시는 게 필요합니다. 사실 메이저리그 지식이라는 것은 몇 년 동안 경기 자주 보고 기사 많이 읽다보면 어디 커뮤니티를 가도 웬만큼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그러나 거기서 한 단계 더 성장하시려면 넓게 보고 폭넓게 알아가야 하는데 일부에서는 “나 정도면 최고야.” 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 기자는 송 위원의 첫 마디에 다소 당황했다. ‘잘난 척’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자신감 넘치는 얘기들을 들어보니 수긍이 갔다. 역시 그는 매니아보다는 한 단계 위의 전문가가 분명했다.
이제 다소 사적인 질문들로 넘어가야 할 시간이 됐다.
파크 : 미국에서 전공은 뭘 하셨습니까?
송 위원 : 컴퓨터 인포메이션 시스템이라구요. 데이터 베이스 다루는거 했습니다.
파크 : 그런데 갑자기 메이저리그를 좋아하시게 된 동기가 있나요?
송 위원 : 어려서부터 야구를 좋아했고 예전에 AFKN에서 메이저리그 보면서 좋아하게 됐습니다.
파크 : 처음보신 메이저리그 경기가 어느 팀 간 경기였는지 기억하세요?
송 위원 : 애틀란타와 필리즈 경기였어요.
파크 : 기억력 좋으시네요. 그럼 그 경기에서 선발 투수가 누구 나왔는지 기억하세요?
송 위원 : 선발 투수까지는 기억 안나구요. 필리즈의 마이크 슈미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3루수로서 내야의 야전 사령관 같은 카리스마가 느껴졌죠. 굉장히 멋져 보였습니다.
파크 :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메이저리그 방송을 하시게 된 동기는요?
송위원 : 미국에서 통신원 할 때 알고 지내시던 분이 i TV에 가셨거든요. 거기서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따냈고 그 인연으로 국내에 들어오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파크 : 한 경기 방송하시는데 얼마나 준비를 하시나요?
송 위원 : 한 경기 준비는 서너 시간 정도 합니다. 하지만 직업이니까 매일 같이 공부하고 정보 얻고 그러죠.
파크 : 즐겨보시는 사이트가 있으신가요?
송 위원 : 야구와 관련되는 건 다 봐요. 많이들 가는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라든가 ESPN, CBS, FOX는 기본이구요. 신문사 사이트, 분석 사이트도 가구요. 책도 많이 보고, 미국 생활하면서 알게 된 분들에게 전화도 하면서 정보도 얻습니다.
파크 : 엠엘비파크는 자주 와 보세요?
송 위원 : 요즘은 자주 못들어 가 봤어요. 예전에는 매니아들의 성향을 살피기 위해 가곤 했습니다.
파크 : 파크에 오시면 게시판에는 들어와 보시나요?
송 위원 : 어느 사이트 가든지 게시판 안 들어가 본지 3~4년 됐습니다만.
파크 : 우리 파크 회원님들이 송 위원님 게시판에 자주 오시길 바라던데요.
송 위원 : 파크에서 보통 운영진이 쓴 글이나 유저들이 쓴 명문관은 보긴 하는데....
파크 : 앞으로 게시판에도 자주 좀 와 주십쇼.
송 위원 : 예 예
파크 : 일부에서는 송 위원님이 ‘야구인 출신이 아니라 해설에 깊이가 없다’ 이런 말들도 하는데 여기에 반박 좀 하시겠습니까?
송 위원 : 한도 끝도 없이 반박할 수 있어요. 제가 잘났다 이런 건 아니구요. 제가 선수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선수 출신들이 파고들 수 없는 부분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메이저리그 자체, 그러니까 구단, 감독, 선수, 이런 거 잘 알지 못하는데 해설하는 것도 문제 아닐까요? 저는 선수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테크닉 쪽은 안 건드립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작전을 구사하는데 천편일률적이지 않잖아요. 감독이나 타자들 성향 파악 안하고 오로지 기술적인 부분만으로 메이저리그 해설이 됩니까? 기술적인 부분은 저한테는 분명히 아킬레스건이고 선수출신 들이 해설할 때의 장점도 인정하지만....솔직히 국내에서 메이저리그 해설하시는 분들 중에 미국에서 직접 뛰어보고 오신 분들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국내에서만 야구하신 분들인데 그런 분들이 제 해설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하는 것도 조금 그렇죠.
*사실 위 질문이 송 위원 입장에서는 상당히 거슬리는 질문이었을 것이다. 답변 내용이 다소 발끈하는 분위기였고 강도도 상당했다. 실제로 그가 ‘야구인‘ 출신이 아닌 것에서 오는 소외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야구인 출신들이 하는 테크닉 위주의 해설이나 송 위원 같은 매니아적인 해설이나 장단점이 있다. 지금 MBC 중계처럼 상호 보완하는 3인 중계가 그래서 괜찮은 것 같다.
비 야구인 해설가지만 자부심은 있다!
파크 : 허구연 해설 위원과는 방송에서 어떤 역할 분담이 있습니까?
송 위원 : 허 위원님은 연배가 높으시고 대 선배시죠. 그 분이 기교적인 측면, 기술적인 측면을 맡아하시지만 전반적인 운영에 대해서도 말씀을 하고 싶어하세요. 제가 주로 선수 소개나 백그라운드 얘기해 주고 그러는데. 좀 많이 이상하다 싶으면 제가 나설 때가 있죠.
파크 : MBC의 메이저리그 중계를 보다보면 아나운서들의 메이저리그 관련 지식이 미천하다고 느낍니다. 요즘 많이 좋아지신 S씨나 선수 이름 외우기도 버거워 보이는 Y씨 등등이 네티즌들한테 욕을 많이 먹습니다. 같이 방송하시면서 이런 거 자주 느끼시죠?
송 위원 : 처음에는 황당하죠. 황당하다는 표현 지나친데...허허 솔직히 식은땀이 날 때도 있어요. MBC 방송이 3인 체재인데 방송하면서 배운 것이 ‘방송은 하모니구나’라는 겁니다. 옆에 누가 앉아있건 하모니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한 경기 방송하는데 최소 3시간 가는데 정말 곤욕입니다. 서로 서로가 불편해서 방송 못합니다. 그래서 아나운서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누가 들어오시더라도 그 분의 스타일에 맞추게 되더라구요.
파크 : 저 같은 경우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상당히 좋아합니다. 저번에 박찬호 토론토전 경기 볼 때 사실 전 마음으로 토론토 응원했습니다. 송 위원님께서도 이런 경우 있으세요? 좋아하는 팀과 한국인 선수가 맞붙었을 때의 딜레마랄까....
송 위원 : 이럴 때는 있어요. 한국 선수가 선발로 나와 던질 때는 물론 잘 던지기를 바라죠. 그러다 6회나 7회까지 잘 하고 내려가면 그 뒤에 뒤집히던지 불펜이 나와서 말리던지 이렇게 바란 적은 있죠. 허허...
파크 : 요즘 스포츠 신문 기사를 보고 사람들은 ‘찌라시’라고 까지 혹평합니다. 스포츠지 기사는 읽어 보세요?
송 위원 : 보긴 보죠. 그런데 그 기사가 잘 썼다, 못 썼다를 떠나서 그쪽 기자 분들의 스타일대로 하셨던 일이고 그런 쪽에 익숙해 져 있어서 그런거죠..
파크 : 그럼 스포츠 지 기사에서 도움을 받으실 때도 있나요?
송 위원 : 빠르긴 하죠. 최소한 어떤 팩트에 대해선 빠를 때가 있어요. 그건 인정해야죠. 하지만 간혹 그 팩트를 가지고 어떤 해석을 내릴 때 이상한 적이 많죠.
파크 : 내년에도 MBC에서 메이저리그 경기 볼 수 있는 건가요?
송 위원 : 제가 알기로는 계속 미국 측과 딜을 하고 있는데 조건 차이가 상당히 나요. 다른 두어군데 방송국에서도 원하는 걸로 아는데 문제는 미국에서 원하는 액수가 꽤 높아요. 그래서 공중파를 제외하고는 케이블에서 이를 소화 힘들거예요. 그나마 공중파도 헉헉대는데... 공중파와 케이블 차이가 광고료차이인데 거의 몇 배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 측이 제시하는 조건이 어느 정도 상식선이 있어야 하는데 제가 설사 내년에 방송을 못하는 한이 있어도 지금 미국이 부르는 수준에 국내 방송사가 끌려가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 말은 이래도 MBC가 쉽게 방송권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파크 : 결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부인 되시는 분이 야구 좋아하세요?
송 위원 : (자포자기한 듯한 표정으로) 그다지.....
파크 : 메이저리그 좋아하시는 분들의 한결같은 불만이 “내 여자 친구도 메이저리그 좀 좋아했으면 좋겠다.”입니다. 커플끼리 야구보면서 즐기는 것을 본적이 없습니다. 여성들을 메이저리그 팬으로 끌어들이실 수 있는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송 위원 : 야구장 가면 10명 중에 8명이 야구박사잖아요. 이 타자는 어떻고 이 상황에서 어떻게 되고.....야구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런 거 들으면 질리게 되요. 대부분 남자 분들 보면 여자분들 앞에서 아는 척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은데 가진 지식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야구 안 좋아하는 분들을 상대할 때는 자신 스스로가 눈높이를 맞춰서 야구의 기초적인 부분을 함께 공유하고 즐기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 답변은 그럴 듯 했지만 별 효과는 없을 것 같다. 송 위원 자신도 그의 부인을 그렇게 만들지 못했으니까...
파크 : 메이저리그 관련 일을 하면서 후회는 없으세요?
송 위원 : 후회 할 때도 있죠. 이게 사실 안정적인 직업은 아니예요. 게다가 메이저리그는 국내 스포츠가 아니고 메이저리그가 뜬 이유가 박찬호가 잘해서 뜬 건데요 한국 선수가 못하면 상당한 타격이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 면에 있어서 내가 선택을 잘한건가.., 내가 나 좋아하는 거 쫒다가 내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파크 : 영어 실력도 탁월하신데 다시 미국으로 가셔서 구단이나 사무국에 취업하실 의향은 있으신가요?
송 위원 : 그럴 수도 있겠죠. 처음에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나이가 젊었는데 이제는 가족들과 상의해야 할 문제입니다.
파크 : 그렇다면 평생 방송 일만 하실 건 아니실 텐데 다른 포부가 있으신지...
송 위원 : [주간 야구] 잡지가 없어지고 [베이스볼 코리아]가 잠깐 발행되다 말았는데 국내에 야구잡지가 없습니다. 요즘 잡지 시장이 어려운데 미국의 [베이스볼 다이제스트]처럼 현상유지하면서 수십 년 갈수 있는 깊이있는 잡지를 만들고픈 포부가 있습니다.
* 그의 꿈은 본 기자와 상당히 흡사했다. 본 기자 역시 잡지 발행인이 꿈이다. 단지 야구 잡지냐, 정통 남성 잡지냐의 차이일 뿐.
파크 :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 관련 일을 하길 원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조언 부탁합니다.
송 위원 : 개인적으로 이 질문을 많은 분들이 하시거든요. 저 같은 사람이 방송에서 메이저리그 해설하니까 매력적으로 보이실 수도 있겠지만 정말 공부를 많이 하셔야 합니다. 야구 쪽만 죽어라 판다고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무보다는 숲을 봐야 하고 선수들 기록보다는 전체적인 야구의 맥을 짚어야 합니다. 야구를 좋아하고 연을 맺고 싶은데 선수가 아니면 구단 직원이나 KBO 외엔 길이 없잖아요. 아니면 기자가 되는 것도 방법이고.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야구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국에도 수백만인데 운이 잘 맞아서, 때마침 박찬호라는 사람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구요. 신문사 방송사와 또 어떻게 연줄이 닿았죠. 아무튼 이 직업은 야구 지식만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닙니다. 자기가 만들어가야 하고 또 준비를 해야 합니다.
파크 : 긴 시간 인터뷰 감사합니다. 앞으로 파크와 많은 교류가 있었으면 합니다.
송 위원 : 예. 물론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송 위원과 기자는 근처 낙지 집에서 소주 두병과 맥주 한 병을 비웠다. 오프 더 레코드가 상당히 많았지만 이를 모두 글로 옮기지 못함이 안타깝다. 중요한건 송 위원으로부터 한 가지 약속을 받아냈다. 우리들의 놀이터인 파크 게시판에 매일 오겠노라고.
송재우 위원에 대한 느낌은 사려 깊고, 점잖고, 공손했다. 쌀쌀한 초겨울 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향하는 송 위원의 뒷모습을 보며 자신의 분야에서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자만이 최고의 자리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되새기게 되었다.
[솔직 인터뷰] 송재우를 발가벗기다! 1편으로 돌아가기
정진구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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