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이 풀려 잠을 푹 잤는지 너무 일찍 잠이 깼다.
다른 날처럼 새벽공기를 들여놓으려고 문을 열려고
창쪽으로 가다가 어제와는 다른 쪽 스크린 도어에
붙어 있는 도마뱀을 발견했다.
이번엔 기필코 결단을 내려야 되겠다는 오기가 생겨
잠시 숨을 가다듬고 빗자루를 들고 유리문을 열었다.
다른 쪽 스크린 도어는 다 연 다음 유리문을 조금만 열고
빗자루로 도마뱀을 후려쳤다.
도마뱀은 툭 떨어져 밑의 틀에 꽉 박혀 꼼짝을 하지 않고
잘린 꼬리는 마룻바닥으로 떨어져 꿈틀꿈틀 한다.
울고 싶다. 화가 난다. 내 신세가 처량하다고 느꼈다.
할 수없이 튀김용 젓가락으로 도마뱀을 들어서
밖으로 내쫓으려 했는데 그만 놓쳤다.
도마뱀은 쏜살같이 도망을 친다고 간곳이
유리문이 그곳까지만 열리게 하기 위해 덧 대놓은
문틀을 끝부분의 플라스틱 작은 구멍이다.
어떻게 그곳으로 들어가졌는지 젓가락으로
꺼내려했지만 되질 않았다.
그곳에다가 개미 죽이는 약을 뿌렸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잔인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잘린 꼬리는 움직임을 멈추었길래 쓰레받기에 담아
밖에 버렸다.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고 이 소동과 현실을 잊고 싶어
새벽 산책에 나섰다.
호수의 잔물결,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인사, 피어있는 꽃들 ,
한가로이 떼 지어 노는 거위와 이름 모를 새들을 보았다.
이런일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속상해 하나 ?
나를 내가 다독여 주었다 .
도마뱀이 그곳에서 썩던지 박제가 되던지
없었던 일처럼 잊고 살아도 될듯 싶었다 .
아니면 이사를 한번 해볼까?
훗날의 일들은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맘을 먹고
한 시간 반정도의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왔다.
도마뱀은 그 구멍에서 나와 아까의 그곳에
다시 누워 있었다.
죽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었지만
어찌 되었든 쫓아내야만 한다.
긴 젓가락으로 들다가 또 놓쳤는데 도마뱀이
마루로 들어오길래 빗자루로 확 쓸어서
밖으로 쫓아냈다.
얼른 스크린 도어와 유리문을 닫고
밖을 내다보니 도마뱀은 그곳에 있었다.
안도의 숨을 쉬며 차가운 물 한잔을 마셨다.
그리고 잠시 뒤에 밖으로 나가보니
도마뱀이 없어졌다.
꼬리를 잘리는 수모는 당했지만
목숨을 부지했으니 '구사일생 '이라고
말하려나?
그 도마뱀에게 이 말을 하고 싶다.
(어찌하여 집안으로 들어와 너도 나도
며칠간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었구나.
내 본의는 아니었지만 미안하게 되었다.
그리고 네 동족들에게 부디 전해주길 바란다.
저 집에는 어떤 이유로든 실내로 들어가면
살아 돌아오기 힘들다고 말해 주렴.
그 이유는 주인이 엄청 무섭고 잔인해서
무지막지하게 긴 빗자루를 휘두르고
화가 나면 독극물도 뿌리더라는 네 경험을
분명히 말해주길 바란다.
나도 알고 보면 그렇게 잔인한 사람은
아니니 내 뜰에서는 언제든지 너희들에게
맘껏 놀게 놔둘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절대 친해질 수 없는 사이란다.
봐도 못 본 척 그렇게 지내자)
도마뱀과의 해프닝은 그렇게 끝이 났고
편안한 마음이 되어 토요일 저녁에
이 글을 씁니다 .
PS: 수필방 규칙에 맞지 않게 이어지는 글을
올려서 죄송합니다.
며칠 동안 일어난 일이라서 나누어 쓰게 되었고
글이 뜸하게 올려지는 시점이라 그 틈새를
활용했으니 이해를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첫댓글 후추를 곱게 갈아서, 분무기에 넣고 발사하면 됩니다.
검색해서 얻은 답이니 공짜입니다.ㅎ
저는일단은 살생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
앞으로 또 그런일이 생기면 후추를 이용해
보겠습니다 . 공짜 힌트 고맙습니다 .
꼬리는 잘렸지만 다행히 도마뱀도
살아서 나갔고, 아녜스님도 큰 시름
내려놓으셨네요.
그 비장한 긴박감이 스릴러 영화
못지 않습니다.
양자간 묵시적 평화협정이 오래도록
잘 지켜지면 좋겠습니다. ㅎㅎ
양자간 묵시적 평화협정이 꼭 이루어져야
할텐데요.
안 그러면 제가 전쟁을 선포하렵니다 .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잔인함을 도마뱀이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
저는 착하게 살고 싶은데 말이지요 ㅎㅎ
글을 읽는 제 가슴도
서늘해 지네요.
뱀이나 쥐는 보기만 해도 징그러워요.
꼬리 잘린 도마뱀이
자기네 동지들에게 전해서
다시는 아녜스 님 집에 도마뱀이 들어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ㅎ
제 마음을 잘 이해해 주시니 고마워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것이 뱀 종류입니다 .
도마뱀도 그렇지요 .
여름이면 도마뱀세상인데 밖에서만
놀아주길 바랄뿐입니다 ,ㅎㅎ
제가 가진 청송움막에 요즘같은 때 놀러오는
도시인들이 창에 붙은 도마뱀 개구리에 질겁
의 단말마를 지르기도 하는데 도마뱀 개구리
가 나타나는 동네는 사실 공기좋고 흙냄새
가까운 곳이지요
더러 어쩔 수없이 살생을 하게되지만 아녜스님
은 지혜롭게 처리를 잘 하셨네요ㅎ
그 정도 일로 마음안정용 산책까지 하시니 선한
마음씨의 소유자올습니다
이곳에서는개구리나 매미는 구경을 못합니다 .
가끔 개구리는 그리울때도 있습니다 .
저는 아무튼 도마뱀은 싫어요 ~ 싫어요 입니다 .
남자분들은 그 정도 일지 모르나 여자들에겐
큰 사건입니다 .
청송움막에서의 여름 나시는 일도 피서의
한 방법이시네요.
별장도 갖고 계시니 부럽습니다 .
ㅎ
해프닝이네요
우리 집은 요
뱀 고라니 너구리 청둥오리
서식지이에요
넓은 들판에
우리 집이 유일한 안식처라
생각하는 거 같아요
저는 감사하게
생각하거든요
밤에 자다가
물컹 느낌이 있어
확인하면
주먹만 한 개구리가
내 얼굴에....
그리고
텃밭 복분자는 뱀들의
낙원이지요
불가사의한 일이
너무 많아요
아
더 이상
이루 다
말할 수 없음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산다고 생각하면서
안위하고 있습니다
사진의 뱀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
홑샘님 댁은 아마존 정글 과 다를바가 없네요.
아휴~~
어찌 되었든지 그런 미물들과 더불어 사시는
홑샘님은 진정 자연인이십니다 .
그래도 몸조심 하세요 .
울아녜스님 주택이 자연친화적 환경인가 봅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도마뱀 등이 찿아 들겠지요. ^^♡
토끼도 오고 청설모도 오고 가끔 쥐들도
보여요 .
도마뱀은 완전 제 세상인줄 알고 다니고요.
며칠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ㅎㅎ
도마뱀과 사투극을 벌인 듯 합니다.
무서워 하는 모습은
여성들은 다 그럴 것 같습니다.
별고없이 도마뱀은 도망을 했고요.
아녜스님은 고통에서 벗어났습니다.
곤충이나 벌레로 부터
평화롭고 안정된 HOME 이기를
빌고 빌겠습니다.^^
그렇습니다 .
지금도 그 충격이 가시지 않아 자꾸
살펴보게 되네요.
한국도 많이 덥다고 하던데
이곳도 많이 덥습니다 .
더위 잘 이겨나가는 수필방 식구들이길
바랍니다 .
@아녜스
.... 역시나, 울 아녜스님입니다.
수피님의 버젼을 제가 따 왔습니다.
글 속에 수필방을 아끼고,
글이 오르지 않으면 어떻게 해서든 새글0 를
면하기 위해 애쓰시는 수필방 여러분임에
이난을 통해 서로에게 고마운 말씀 드립니다.
얼마나, 덥고 더운 날이지만
더위 잘 이겨나가는 수필방 식구라는 말씀에...는
진한 감동을 느낍니다.
아녜스님도 도마뱀 쫓아내듯이
더위를 잘 이겨나가시기 바랍니다._()_
ㅎㅎ그 도마뱀 동족에게 아네스님의 마음 잘 전달하길 바랍니다.
제가 간곡하게 말 했으니
잘 전해졌겠지요? ㅎㅎ
만물이 다 살고자 함인데,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누리면서 다른 동물들에게 인색한 거지요.
글을 연이어 올리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습니까?
글 좋은데요.
댓글에 답글 쓰는데 앵커리지님의 따끈한
소식을 받았습니다 ㅎㅎ
연이어 글 올리는것은 규칙이 있는지는
잘 모릅니다 .
그냥 불편해 보일것 같다는 제 마음이었습니다 .
다른분들도 그렇게 하지 않더군요.
아 ~ 그리고 인색 아닙니다 .
저는 정말 무섭고 싫습니다 .
휴가 끝내고 오신것 같아 반갑습니다 .ㅎㅎ
@아녜스 밑도 끝도 없는 글을 연속으로 올리면 정말 짜증이
나고, 그 사람의 인격이 의심되지요.
게시판이 비어 있더라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실리는
공간이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휴가 아니고 일 했습니다. 땀 흘리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