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져 있는 페블 비치
풍경화가인 프란시스 맥코마스는 캘리포니아의 몬테리 반도를 가리켜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최고의 접점" 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몬테리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
페블 비치 골프 링크스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나 맥코마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골프가 스코틀랜드 바닷가에 있는 링크스 코스에서 탄생했음을 상기한다면
새천년을 맞아 처음으로 열리는 US오픈의 개최지를 바다가 보이는
코스로 정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그풍경이라니..
마치 손을 내밀면 닿기라도 할 것처럼 바다와 근접해 있다는
점에서는 스코틀랜드의 어떤 링크스 코스도 페블 비치에는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바다는 페블 비치의 배경에만 그치지 않고 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계 최대의 측면 해저드라고 불러도 좋을 바다는
적어도 열일곱번의 샷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바다가 옆에 있다는 것은 자연으로부터 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음을 뜻한다.
특히 바람이라도 불어올라치면 골퍼들은 태풍을 만난 뱃사람처럼
페어웨이로 떠밀려 올라가기도 한다.
7th Hole, Par Three, 106 Yards
기후조건이 안정적이라면 웨지를 홀 가까이 붙여서 버디를 노린다.
그린이 매우 작기 때문에 바람이 불 때는 표적을 맞히기 어렵고,
그린 주변에서 숏게임을 구사하기도쉽지 않다.
5th Hole, Par Three, 188 Yards
벙커와 워터 해저드가 엄호하고 있는 오른쪽으로
핀이 꽂혀 있으며 플레이가 보다 까다롭다.
그리고 바람이 불때는 특히 더 중앙의 넓은 쪽을 노려야 한다.
17th Hole, Par Three, 208 Yards
클럽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길고 좁은 그린은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린을
공략할 때에는 정확성 못지않게 거리 컨트롤이 중요하다.
바다를 향해 삐죽 솟아나온 곳에
그린이 놓여있기 때문에 바람의 영향도 많이 받게 된다.
10th Hole, Par Four, 446 Yards
티삿이 너무 오른쪽으로 빠지지 않도록 주위를 기울여야 한다.
페어웨이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경사가 져있어서 볼이
페어웨이의 오른쪽에 떨어지면 러프나 해저드에 들어갈 위험이 있다.
이곳은 언덕이 플레이에 가장 큰 형향을 미친다.
8th Hole, Par Four, 418 Yards
그린앞에 푹 패인 협곡을 피해가려면 3번 우드나 1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해야 할 것이다.
퍼팅면이 매우좁아 미들 아이언으로 어프로치 샷을 하기는
어려우므로 그린의 중앙을 노리는것이 현명하다.
9th Hole, Par Four, 466 Yards
좋은샷을 구사한다면 파 세이브를 바라볼 수 있다.
드라이브 샷을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보내는 것이
어프로치 샷의 각도를 잡기에 더 바람직하다.
그린앞 왼쪽으로는 사진에서 보다시피 움푹 패인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다.
6th Hole, Par Five, 524 Yards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프로라면 투온을 노려볼 수 있는 곳이지만,
우선 티샷을 페어웨이에 올리기부터 해야 한다.
맞바람이 불 때에도 어프로치 샷을
바람 아래로 잘 보낼 능력이 있는 선수라면 버디도 가능하다.
18th Hole, Par Five, 543 Yards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투온은 무리이므로 우선 드라이브 샷을
조심스럽게 오른쪽으로 보내서 안전 위주의 플레이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다.
뒷바람이 분다면 드라이브 샷을 왼쪽으로 보내서 그린을
공략할 수 있는 범위 안으로 보내보는 것도 가능하다.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쪽으로
난 해안도로를 따라 2시간쯤 내려오면 몬테레이 반도에 다다른다.
이곳은 태평양과 바로 닿아 있는 해안선을 발치에 두고 절벽과 구릉,
울창한 산림을 두루 갖고 있는 절경의 관광명소다.
인접 카멜시의 시장까지 지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비롯한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의 별장지로, ‘원초적 본능’ 등 유명 영화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미국에서도 선망의 대상인 장소다.
이곳에는 몇개의 유명한 골프코스가 있다.
그중 싸이프레스 포인트처럼 회원전용인 곳은 외부인의 접근이
원천봉쇄돼 들여다보기도 어렵지만 페블비치는 대중골프장인 관계로
이곳을 지나는 관광객이 꼭 들리는 명소다.
'링크스(links) 코스’ 하면 골프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를 연상하만 ‘해안가 코스’ 하면 누구나 페블비치를
연상할 만큼 신구(新舊)의 조화가 잘 된 환상의 코스라 하겠다.
실제로 이곳은 각 매체에서 선정하는
세계 100대 명문 코스의 3위 안에 항상 선정되곤 한다.
빅토리아풍의 나지막한 흰 건물이 코스 전체를 내려다보는 호텔이고
이 호텔 건물은 코스 반대쪽으로 단층의 쇼핑몰과 함께 큰 원을 이루고 있다.
이 원 안에 잘 정돈된 연습그린이 위치해 있고 주위의
흰 벽은 탐스런 붉은 장미가 폭포수처럼 걸려있다.
코스 입구에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주인공 빙 크로스비의 동판이
걸려있는데 그는 1947년부터 세상을 뜰 때까지 자기 이름을 내건 투어대회의
호스트로, 많은 사람의 기억에 페블비치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다.
페블비치에서 라운딩을 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호텔 투숙객이 아니라면 그린피가 360달러나 되고
그나마 1년전에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기회를 얻기가 어렵다.
지나가는 기념으로 티셔츠라도 한장 사려해도 가격이 100달러를 넘는 가격이다.
관광객이라면 그저 둘러보고 사진 몇장 찍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일본 경제가 한창 호황일 때 뉴욕의 록펠러 센터,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 등이 일본 회사에 팔려 미국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준 적이 있다.
이때 페블비치도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이곳을 인수한 일본인은 약삭빠르게 회원제로의 전환을
추구했지만 법정으로까지 간 끝에 묵살되었다.
수지를 맞추지 못했던 일본인은 매각을 원했고
이때 어느 정도의 사명감을 갖고 나선 세사람이 있었다.
아놀드 파머와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리고 LA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지낸 피터 위버로스이었다.
이 코스는 길고 좁은 페어웨이, 깊은 러프, 작고 빠른 그린에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세기와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바람으로 숱한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4대 메이저 중에서도 최고의 실력자를 뽑는다는 US오픈이
이미 1972, 1992년 두 차례 열렸고 100회를 맞는 금년에도 이곳에서 열린다.
1972년에는 파3인 17번 홀 내리막 프린지에서 톰 왓슨이,
1992년에는 역시 파3 7번 홀에서 그린을 넘긴 긴 러프에서
톰 카이트가 각각 기적의 칩인 버디를 잡으면서 드라마를 연출했다.
조니 밀러, 페인 스튜어트, 마크 오메라, 타이거 우즈,
이들 모두 페블비치 하면 떠오르는 얼굴들이다.
좋은 코스와 선수가 이루어내는 환희와 실망의 역사는 정말로
골프팬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는다.
우리에게도 이제 명문으로 기억될 수 있는 코스들이 필요하다.
박호규 골프칼럼니스트 hkpark@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