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기 대하사극을 만들기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게 바로 '사료의 부족'
하지만 요즘은 대하사극을 이전처럼 100화가 넘게 찍는 것이 아니라 정도전 이후 50화 안쪽으로 하는 것이 일종의 트랜드가 되었고, 그 덕(?)에 다시 대하사극이 나올 수 있었죠(또방원, 동물 학대 등 여러 문제점이 터져나오기는 했지만).
고려가 아무리 사료가 적어도 3~40화 정도 분량은 충분히 뽑아낼 수 있다고 보고 그 정도 소재는 넉넉하기 때문에 전 이 기회를 활용하여 고려시대 사극이 많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그런 점에서 한 번 생각해 본 시기는 이자겸의 난 ~ 서경천도
주요 등장인물과 그들에 대한 시놉시스를 한 번 생각해 보면.
1. 이자겸
왕실 외척으로, 남다른 정치감각과 정치수완을 발휘하여 다른 종친숙부들을 제끼고 자기 외손자인 인종을 왕위에 올리는데에 성공. 문벌귀족 정점의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당시 돌아가는 정치역학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여 외손자인 인종에게 자기 두 딸을 시집보내기 까지 함. 왕의 반격도 성공적으로 제압함으로서 최고 집권자로서 왕 이상의 권력을 원하고 누린다.
현실을 바로 볼 줄 아는 국제적인 안목도 지니고 있어, 요 - 금 교체기 시기 요나라 시기보다 더 강압적 태도로 나온 금의사대에 대해서 다른 신하들이 대부분이 강경 대응을 성토하는 와중에도 금의 사대를 수용. 하지만 그 수용과 척준경과의 불화는 자신의 권력유지에 균열을 가져오며 폭주. 급기야 나중에는 왕을 시해하려 시도까지 하지만, 결국에는 실패하고 귀양을 가서 죽는 것으로 마무리(그리고 영광굴비 소개?).
2. 인종
어린나이에 이자겸의 후원을 받아 왕위에 오른 인물. 외조부이자 장인인 이자겸의 권력과 정치경륜에 의지하다가, 자라면서 이자겸의 권력이 왕의 권위에 위협이 되어가는 지경에 이르는 것과, 고려의 왕으로서 자신이 정치를 주도해야하는 것을 자각. 초반에는 어설프게 반격을 시도하고 실패하지만, 그 실패를 바탕으로 자신의 실패 원인을 검토하고 이자겸 세력의 내부분열을 상황을 포착하고 그를 적절히 활용할 정도로 성장.
이자겸 제거 이후 정치권력의 집중이 위험하며 적절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각, 서경파의 대표주자격인 정지상의 척준경 탄핵을 받아들이는 것을 시작으로 서경파를 키움. 그 일환으로 금나라와의 관계에 영향이 가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서경천도 운동을 활용하지만, 서경파 중 일부가 폭주하며 반란으로 이어지는 등 파국을 맞이 하게 됨. 정강의 변이라는 전무후무한 상황을 맞이하고 남송의 황제 송환 사신 파견 협력요구 및 남송의 서경 반란 개입 등의 움직임까지 있자, 빠르게 서경반란을 진압. 김부식이 권력의 정점에 있기는 했지만 윤언이 등을 활용하며 이자겸 시절과 같은 왕의 권위를 뛰어넘는 1인 정권의 출현은 성공적으로 저지한다.
3. 척준경
여진과의 전쟁에서 뛰어난 활약을 한 경험이 있는 당대 고려최고의 무신이자, 군의 원로로서 실무경험 또한 탁월. 이자겸이 그 능력을 알아보고 사돈을 맺기까지 하는 등, 군부내 영향력 또한 상당한 인물. 부락시절의 여진족의 강력함을 몸소 체험했기에,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하여 이자겸의 금나라 사대정책에 동조.
왕의 군사적 반격을 무력화 시키지만, 자신의 친족이 죽어나간 감정을 주체 못하여, 대궐에 불을 지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이자겸과의 균열로 인종에게 포섭당하고 이자겸을 제거하는데 공을 세우지만, 이전의 실수 등이 빌미가 되어 탄핵이 들어오고 낙향하여 쓸쓸히 퇴장.
4. 김부식
당대의 문장가이자 개경파 문신 중의 한 사람. 이자겸 집권 초기에도 이자겸의 선을 넘는 태도를 견제. 이자겸의 난과 이후 벌어진 이자겸의 금에 대한 사대정책을 기회로 서경파와 함께 그를 정치적으로 공격.
이자겸 퇴진이후 송나라에 갔다온 경험과, 정강의 변이라는 전무후무한 사태를 맞이하자 자신의 이자겸에 대한 정치공세 명분이었던 금에 대한 사대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임. 이를 빌미로 서경파에게 자신이 공격당하는 사태를 맞이하지만, 이자겸의 실패원인을 분석, 이자겸이 권력으로 왕과 조정을 강압하여 뜻을 관철 시켰던 것과는 달리 합리적 명분과 명확한 국제적 상황분석을 토대로 왕과 조정이 서경파의 의견을 모두 수용하지 못하게 적절히 통제하며, 일부 서경파의 극단적 행동을 유도.
서경반란 이후 빠르게 조정내 서경파를 제거하고, 서경반란 진압을 몸소 지휘함으로서, 정치 및 군무에 이르기까지 조정의 정점에 서게 됨.
5. 정지상
당대 고려 최고의 문장가로, 문장 솜씨 만으로는 김부식보다 조금 앞선다는 평가를 받음. 서경파를 대표하는 인물이며 김부식의 라이벌. 이자겸을 제거 할때에는 김부식등 개경파와 힘을 합했지만 이자겸 제거 이후 대립하기 시작. 왕의 마음을 적절히 캐치하여 척준경 탄핵을 김부식 보다 한발 앞서 실행함으로서, 조정에서 서경파의 입지를 확대하는데에 성공.
풍수지리와 도참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달변으로 상대방의 선동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승려 묘청과 힘을 합하여 서경천도 운동과 대금 강경책을 주장하며 조정내에 상당수 지지 기반을 확보하는데 까지 성공. 하지만 왕과 조정이 자신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에 초조함을 느낀 묘청과 일부 서경파의 극단적 행동을 통제하는데에는 실패하고 그로 인해 비극적 최후를 맞음.
6. 묘청
달변으로 상대방의 지지를 얻는데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며, 당대 만연해 있던 풍수지리와 도참사상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이를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인물. 고려내에서 자신과 불교계의 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꿈꾸며 정지상과 힘을 합친다.
하지만 금나라가 세운 괴뢰국인 유제(劉濟)와의 연합을 주장하는 국제적 안목에 대한 부족함을 드러내고, 연못에 참기름을 넣은 떡을 넣어 일어난 현상을 용의 침이라 조작하다가 발각당하여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게 됨. 그로인해 일이 자신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자 초조해진 나머지 군사반란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에 돌입하나 되려 위협을 느낀 부하장수의 손에 최후를 맞이함.
7. 윤언이
윤관의 아들로서 나름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인물. 김부식과도 대립관계에 있지만, 서경파의 극단적인 금나라 강경책에는 동조하지는 않는다. 다만 요나라와 관계 수립 이전 고려와 같은 보다 독립적인 위치의 고려를 꿈꾸는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 하지만 양극단에 치우쳐져 있는 정치현실과, 녹록치 않은 국제현실 및 서경반란으로 자신의 이상과 현실이 어떻게 배치되는가를 깨닫게 되는 인물.
8. 최봉심
전형적으로 무능한 개그캐릭이자 아가리 파이터의 표본. 서경파로 군사 1000명만 주면 금나라 황제 모가지 따오겠다고 호언장담하고, 묘청을 성인으로 추앙하며 적극지지 한다. 서경반란 사건이 일어나자 김부식이 개경에 있는 서경파를 제거할때 유배당한다.
이 시기가 이자겸의 난과 서경반란 진압이 있어서 무리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적절히 전투도 묘사할 수 있고,
무엇보다 급박히 돌아가는 당시 국제상황과 결부시켜 고려내 정치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당시 사람들이 상황에 따라서 어떻게 정치입장이 변해갔는지, 또 당대 각 인물들이 어떻게 성장해가고 흑화해 가는지도 묘사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드라마로서 만들기에는 괜찮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국제정세가 혼파망인 요즘 같은 시기라 더더욱........)
물론 이런 걸 잘 활용할 수 있는 작가 및 감독 연출진들이 있어야 가능한 거겠지만..... 이상 평범한 사극매니아의 푸념이었습니다
첫댓글 대거란항쟁이 흥하면 다음에 찍어볼만함 ㅋ
그 대거란항쟁이 천추태후 재탕으로 끝나지나 않았으면 좋겠네요 ㅠㅠ
이성계, 이방원, 하륜 등이 의심스러움. ㅎ
여말선초 다룰거면 이번에는 여진관계를 중심으로한 이지란 사극을 찍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하네요 ㅋㅋㅋ
또무학대사님ㅋㅋ
용의눈물이 워낙 인상이 강했어서 뭔가 '승려' 역에는 박병호 선생님이 ㅋㅋㅋㅋ
@배달의 민족 정도전에서 또무학 대사님으로ㅋㅋㅋ
@多爾袞 사극 천둥소리에서 '서산대사' 역으로도 ㅋㅋㅋ 뭔가 한극역사 주요 승려는 거의 다 캐리
척준경은 절친 ㅇㅈㅈ씨땜에 짤릴 가능성이......
여진전쟁을 다루는게 아니라 여진전쟁 이후를 다루는 정치사극이면 ㅇㅈㅈ는 안 나와도 크게 문제가 없죠 ㅋㅋㅋ
사실 상관 없지 않나요? 그냥 왕장군 하면 될거고…아니면 호나 대충 별명 만들어 부르면 될꺼고…
저 시기는 다 좋은게 인지도가 없어서..
여말선초 우려먹는 이유 중 하나는 인지도로 기본적인 사람들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게 크죠.
당장에 고려시기 흥행작인 태조왕건은 정말 작가의 기량과 배우들로 극한까지 끌어올린거죠.
그쳐 ㅜㅜ 이후 고려관련 작품들의 시청률 참패만 봐도….
개인적 생각으로 척준경 등장하면 다른건 몰라도 주목은 확실히 받을 겁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비공식 전투력 1위인 사람이라..
근데 제가 생각해본 시나리오 대로면 무쌍찍는 장면이 적어 아마 많이 실망할 수도??? ^^;;
흥미롭네요 ㅎㅎ 어서 드라마로 나왔으면..
차기작으로 거론되는 대거란전쟁이나 무난히 잘 나왔으면….
재밌겠네요 ㅋㅋㅋ
적으신대로 나오면 정말 재미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