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 김영희의 차 이야기①] 복을 부르는 차(茶)
차문화의 주인공은 차(茶)
이제 MZ 세대들도 차를 즐기는 차의 대중화시대가 열렸다. 유행도 중국의 보이차나 청차에서 우리 국산 덖음차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고 한다. 과연 차는 무엇이고 차의 매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차를 즐기는 것은 그 자체로 좋지만, 차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이해하고 즐긴다면 더욱 향기롭고 유익한 차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청명 김영희의 첫 번째 차 이야기를 만나본다.
46년 전, 대학 1학년 때었다. 불교동아리 회원들과 불교유물의 보고인 경주 남산을 답사하면서 산 아래에 있는 삼불사란 절에 가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세 부처님이 땅에 아무렇게나 누워있고, 그 옆에 작은 암자가 있었는데 인자한 표정의 스님께서 우리를 불러 들어오게 하시더니 차를 내어주셨다.
세상 사람들은 차를 잘 모르던 시절이지만, 여연스님 덕분에 우리 일행은 이미 하동녹차, 보성녹차를 즐기고 있었고, 눈물차라 불리던 스님 바랑 안 깊숙이 들어있던 특우전 녹차의 오묘한 맛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스님이 내어주신 차도 맛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차를 주시며 하신 그 스님의 말씀이 지금도 자주 되뇌는 내 평생 차생활의 지남이 되었다.
“차를 마시게 되면 청복(請福) 즉 복을 부르는 생활이 되네. 그것도 맑은 복[淸福]을….” 그 후 40여 년간 한국차인연합회가 중심이 된 차인들의 노력으로 이제 MZ 세대들도 차를 즐기는 차의 대중화 시대가 열렸다.
“태초에 차가 있었다”
차의 기원에 대해 흔히 신농 때부터라고 한다. 농사의 신인 신농이 여러 풀과 나무를 먹어보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렸는데, 혹 독초를 씹으면 찻잎 끓인 물로 해독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또 중국의 명의 편작이 사후 약방문으로 차나무를 지목하였고, 달마대사가 참선 수련 중 눈썹을 떼어 던져버린 자리에서 자란 나무가 차나무로 정신을 맑게 한다는 전설도 있다. 차의 시원을 설명하는 이런 전설들은 대체로 차가 가진 건강 기능성과 연결되어 있다.
어느 차건 그 효능과 즐거움은 비슷하다. 다양한 찻자리에서 다양한 차를 마시면서 차를 알아가고 차에 물들면서 몸과 마음이 서서히 건강해지고 여유로워진다. 그러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대만, 일본과 영국, 인도의 차까지 찾아보게 된다.
차는 중국에서 시작되었는데, 차(茶)라는 한자도 퍽 흥미롭다. 우선 차(茶)라는 글자는 풀[艹 ]과 나무[木] 사이에 사람[人]이 있는 형상이다. 즉 사람과 자연의 조화를 상징한다. 차수(茶壽)라는 단어도 있는데, 차(茶)라는 한자를 파자하면 위쪽의 풀 초[艹 ]는 십이 둘인 꼴이어서 20이고, 그 아래의 글자는 ‘팔[八] 십(十) 팔[八]’로 읽을 수 있으므로 모두 합하여 108이라는 숫자가 되니, 차수는 108세라는 장수의 나이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차가 몸에 좋다는 뜻일 것이다. 실제로 신라시대부터 현대까지 이름난 차인들의 수명과 그 시대의 평균수명을 조사해보니 차인들이 평균 20세 정도 더 오래 건강하게 활동하면서 산 것을 알 수 있었다는 통계도 있다.
차, 인류의 대표적인 기호음료
차는 수천 년의 임상실험을 거친 가장 안전하고 유익한 인류의 대표적인 기호음료로, 세계적으로 차 생산과 소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차의 품질도 급속히 고급화되고 있다. 차는 정신문화를 추구하는 매개체 역할도 담당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머리가 맑아지고 심신이 이완되는 명상 매개로서의 기능도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
차는 동백(冬柏)과의 목본성 상록활엽식물로 학명은 Camellia sinensis (L.) O. Kuntze이다. 이 학명을 가진 나무의 잎이나 새싹으로 만든 것을 차라고 하며, 이를 우려낸 것 역시 흔히 차라고 한다.
차는 현재 약 50개국에서 생산되며 전 세계인이 마시고 있다. 기호품이라 향미가 있어 기호를 만족시켜야 하므로 품질에 따라 기호성이 크게 좌우된다. 차를 만드는 제다는 과학적인 기술공정이므로 끊임없이 발전하고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차가 생산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새롭고 발전된 우수한 차가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제다법에 따라 기본차류 6가지와 재가공차로 분류
차나무는 중국 사천과 운남이 원산지로, 키가 큰 교목과 키가 작은 관목으로 나누며 같은 차나무라도 만드는 방법 즉 제다법에 따라 기본 차류 6가지와 재가공차로 분류된다. 기본 차류는 녹차, 백차, 청차, 홍차, 황차, 흑차이고 재가공차로는 긴압차, 화차, 말차가 있다.
말차
● 녹차(綠茶, green tea)는 차나무의 새싹과 여린 잎을 원료로 살청, 유념, 건조의 공정을 거쳐 음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차이다.
가장 자연 상태의 찻잎과 가까운 차로, 만들어진 차와 우린 잎의 색이 생엽과 비슷한 녹색 계열을 띠고 찻물색은 연녹색 혹은 연두색 계열로 신선하고 향긋하다. 우리나라의 하동이나 보성 등지에서 일반적으로 만들어지는 차가 주로 녹차이다. 전 세계 차 생산량의 약 30%를 점유하고 있으며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생산량도 증가하고 있다.
● 백차(白茶, white tea)는 차나무의 어린 싹과 여린 잎을 원료로 위조(시들키기), 건조 공정을 거쳐 음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차이다.
찻잎을 따서 말려서 건조하는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위조공정에 의해 차의 품질이 결정된다. 백차는 일반적으로 은백색 솜털, 회록색 찻잎, 자연스러운 모양 등을 특징으로 한다. 신선하고 달콤한 맛과 솜털의 향, 밝고 옅은 살구색의 찻물색이 특징이다.
● 청차(靑茶, cyan tea)는 다른 말로 오룡차(烏龍茶, oolong tea)라고 불리는데, 중대엽종의 비교적 성숙한 잎을 원료로 가공한다.
기본적으로 위조, 주청(차잎 부딪치고 정지해서 향미 만들기), 살청(효소 억제), 유념(비비기), 건조(홍건-열풍건조) 공정을 거쳐 생산되며 생산지와 품종 등에 따라 아주 다양한 특색이 나타난다. 청차는 청록색, 청갈색, 흑갈색의 색을 띠며 천연의 꽃과 과일 향, 독특한 향기와 맛을 지니고, 잎 가장자리가 녹엽홍양변이라는 녹색과 붉은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 홍차(紅茶, black tea)는 차나무의 어린 싹과 여린 잎을 원료로 위조, 유념, 또는 위조, 유절(자르기), 발효, 건조 공정을 거쳐 음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차이다.
일반적으로 찻물색과 잎의 색이 주로 홍색 계열을 띠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되었으나 유럽으로 건너가 상류층들이 음용하면서 그들의 식민지였던 인도, 스리랑카 등에서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다. 홍차 티푸드와 화려한 홍차 다구로 꾸민 테이블 세팅이 아름답다.
● 황차(黃茶, yellow tea)는 차나무의 어린 싹과 여린 잎을 원료로 살청, 유념, 민황(悶黃- ), 건조(홍건) 공정을 거쳐 음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차이다. 민황 공정은 황차에만 있는 특수한 공정으로 찻잎을 덮어서 둔다. 황차는 찻잎과 우린 잎의 색과 우린 차의 색이 모두 황색이다.
● 흑차(黑茶, dark tea)는 다른 차류에 비해서 줄기 및 가지를 포함한 비교적 성숙한 잎을 원료로 가공한다.
살청, 유념, 퇴적, 건조를 기본 공정으로 한다. 또 많은 흑차가 긴압이라는 재가공 과정을 통해 다양한 모양의 긴압차로 생산되고 있다. 흑차는 외관의 색이 윤기 있는 흑갈색 계열을 띠며, 순후한 맛과 등황색 혹은 등홍색 계열의 찻물색을 특징으로 한다. 흑차는 미생물 발효차이다.
● 말차( 茶, powdered tea)는 차광재배한 차나무의 찻잎을 증기 살청, 냉각, 건조공정을 거쳐서 저장이 가능한 1차 가공차가 만들어지고, 이 차에서 줄기 등을 제거한 후 건조공정을 거치면 연차가 만들어진다. 연차로에서 건조할 때 적절한 가열 향기를 생성하고 향미의 조화를 이끌어낸다. 이렇게 가공된 연차를 약 10~20μm 의 매우 작은 입자로 갈면 말차가 된다. 이 차를 다완에 담아 차선(차솔)로 저어 마시며, 일본다도의 근간을 이루는 차다.
김영희는…
한국차인연합회 부회장 겸 편집주간.
동국대미래융합교육원 차명상지도자과정 주임교수 역임.
46년 전 여연스님께 차 입문하여 최고의 차선생님들께 사사.
청명헌차회 회장.
출처 Queen-이코노미 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