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찻집
정읍의 구절초 태마공원을 지나 고개 하나를 넘으면, 당나라 소정방이 넘었다는 당고개가 나온다.
고개 마루에는 허름한 찻집이 있었다.
손님이 하루에 두어 명 정도인데도. 항상 문이 열려있었다.
장사가 될 것 같지 않는 곳에 차린 이유는?
아주머니가 찻집 이름을 자세히 보라고 한다.
커피 밑에, 아주 작게 "기다림 찻집"이라고 쓰여 있었다.
기다리는 분을 많이 사랑했나 보죠?
중동으로 돈 벌로 간 사람과 여기서 만나기로 했거든요.
얼마나 되었지요?
아마 한 30년?
아주머니는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고운 자태를 유지하는 것 같았다.
길이 안 보이면 기다려 보라. - 채근담 -
면접시험에서
무슨 일인지 30분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부르지 않아,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뭐! 이런 회사가 다 있어?
회사에서는 지원자들이 기다리는 모습을 자세히 녹화하고 있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지원자가 합격 통보를 받았다.
기다림의 정수(精髓)
하늘에서 얼마를 기다려야, 매화를 만날 수 있을까? 퇴계 선생은 정인 두향을 매화로 본 것이다.
‘매화꽃이 피면 오겠다는 임을 기다리며’ 오죽하면 매화에게 피지 말라고 했을까? 시인 김용택
연락이 끊긴 소녀를 기다렸지만, 만나지 못한 것이 한이었다. 임종을 앞둔 어느 노인의 흐느낌
사르트르와 보봐리는 연인으로 산다. 그런데 서로 자기가 찾아가겠다고 다툰다. 기다리는 것이 괴로워서다.
히말라야에서 벼랑에 빠진 약혼자의 시신을 찾기 위해, 강가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여인 – 안톤 슈낙이 들려주는 이야기
조급한 현대인
제대하는 날. 헤어지기 아쉬워 추억을 남기기로 했다.
사진관에 진품명품에 나올만한 골동품 카메라가 있었다.
이왕이면 오래된 카메라로 찍자!
주인 할아버지
옛날 카메라는 오래 노출해야 찍혀! 그러니 꼼짝 말고 기다릴 수 있어?
야! 움직이지 마! 입도 움직이면 안 되냐?
그러는 너는 왜 말을 해?
농담을 주고받던 우리는 그 새를 참지 못하고 웃어버렸다.
내가 뭐랬어! 기다리기 어려울 거라고 했지!
핸드폰으로 간단하게 찍는 요즘 사람들은 못 기다려!
꽃밭을 거닐 때에는
가만히 기다려 봐요.
어디 꽃봉오리를 숨겼나?
꽃밭을 거닐 때에는
가만히 기다려 봐요.
꽃이 새 되어 날아갔나?
수줍은 꽃봉오리가
하늘을 두드리니
꽃들이 훨훨 날아가네요.
첫댓글 인간이 무슨 죄를 많이 지었기에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일까요.
내가 정읍에 사는데 당고개 찻집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