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화원에서 고추 모종 일곱을 사 와서 심었다.
일곱 개의 모종은 각기 다른 종류인데
딱히 고추를 따 먹을 요량으로 심는 것은 아니다.
내가 심은 것이 잘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것을 보는 것으로도 만족해한다.
파프리카는 두 모종이었는데 가장 먼저 둥그런
열매 모양을 보여 줬다.
좀 커지는가 싶었는데 청설모들이 틈만 나면 와서
갉아먹는다.
다른 고추들도 몇 개씩 열리기 시작했는데
별로 해 먹을 일이 없으니 그냥 놔둔다.
청설모가 먹든 , 쥐가 먹든 별 관심을 안 보였는데
고춧잎이 짙푸르게 무성해졌다.
며칠 전에 고춧잎 나물을 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났다.
나 혼자 먹자고 번거롭게 데치고 무치고 하는
나물반찬은 잘하지 않는다.
오늘 점심에 고춧잎을 따서 데치고 여러 가지 양념으로
얕은 간을 해 접시에 담으니 두 사람은
먹을 수 있는 양이되었다.
오랜만에 먹어 보는 고춧잎 나물이 맛이 있다.
몇십 년을 마주 보며 밥을 먹던 그 사람
생각이 났다.
그 사람이 고춧잎 나물을 좋아했기에
예전에는 제철에 자주 오르는 반찬이었다.
고추 농사를 하려면 농약을 많이 친다고 해서
고춧잎을 데쳐서 물에 한참 담가 놓았었다.
고추장, 된장, 마늘, 조선간장, 참기름, 파,
깨소금 넣고 조물조물 무쳐내면
그 사람이 잘 먹었다.
내가 해주는 고춧잎 나물이 맛있다고 했었다.
혼자의 삶이 된 이후 고춧잎 나물은 처음 먹어 보았다.
약간은 쌉싸름한 듯하고
고추향이 있는 듯도 하고
그 맛의 깊음을 알듯하다.
그 사람은 내가 해주던 음식의 기억은
남아 있기는 할까?
언젠가 딸네 왔을 때 김치를 먹어 보더니
김치를 사 먹느냐고 묻더란다.
그때 무슨 일로 내가 김치를 미처 못 담가준
때였을 것이다.
어떻게 알았는지를 딸에게 물었더니
"엄마 그것을 왜 몰라.
엄마가 해준 음식을 먹은 게 몇 년인데...'
하였다.
그런가?
입맛의 기억이 그렇게 오래가는 것일까?
살아왔던 날들의 기억도 점점 퇴색이 되는데
입맛의 기억도 그러리라는 생각이다.
그 사람도 나도..
그런데 오늘 고춧잎 나물을 먹으며
그 사람 생각이 났다.
둘이 먹으면 딱 좋을 양을 혼자서
먹으면서.....
첫댓글 제 경우, 맛에 대한 기억이 분명 오래가는 것은 맞는데... 기억 속의 맛이 현재의 맛보다 늘 더 맛있었던 것으로 살아 납니다.
처음 먹어 본 간짜장 맛도 그랬고,
칼국수도 콩나물국도... 모두 다 처음 먹거나 처음 그 맛을 기억에 새긴 음식이 가장 맛있었던 것으로요. ㅎ
저는 맛에 기억도 못하는것 같습니다 .
다만 누구하고 먹었는지가 더 오랫동안 기억 되고요.
그러나 엄마가 해 주신 몇가지의 맛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 하고 있죠.
제 딸들도 그럴까요?
어릴 적에나 먹었었던 고춧잎 나물...
표현하신 그대로의 맛이 어렴풋이 생각납니다.^^
엄마가 해주던 음식에서
결혼 후 아내가 해주는 음식에로의 맛의 적응기가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덕분에 제 식성도 좀 변한 것 같기도 합니다.^^
식성이 변하기도 하죠.
그것을 길들여 진다는 표현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둥실님도 고춧잎 나물을 드셨군요.
다시 한번 드실 기회를 만들어 보세요.
기억하시는 예전의 맛과 같다고 생각이 되실지...
평생을 먹는 음식에서 여러 이야기가 숨어있지요.
첨 먹었던 기억, 맛 있었던 기억, 정겨운 사람과의 식사......
고추잎 나물로 여러가지 기억들을 추억 하셨네요.
글을 쓰게되는 재료의 폭은 끝이 없다고 느껴집니다.
아주 담백한 추억의 글이에요.
잘 읽었고 댓글 스스럼없이 달게 됩니다.
감사.
야구를 좋아하시는군요 .
그것도 엘에이 다저스의 커쇼를 ㅎㅎㅎ
우리 애들이 그쪽 광팬입니다 .
내일 야구 게임보러 간다고 하더라고요 .
아마 넷이 엘에이 다저스 옷 다 갖춰 입고
갈것 입니다 .
편하게 읽어 주셨다니 고맙습니다 .
저도 편하게 쓰는 글이라 깊이는 없습니다 .ㅎㅎ
맛이란 색깔도 모양도 없지만,
기억에는 오래 남는 것인 가 봅니다.
아녜스님의 고추잎 나물 조리법을 보니
맛있어 보입니다.
고추잎을 소금물에 삭혀서,
가을 무우 김치 만들 때,
고추잎과 함께 멧젓을 넣고 담근
그 김치 맛을 잊지 못하지요.
엄마의 손맛입니다.^^
*맷젓은 거르지 않은 삭은 멸치 젓입니다.
옛날 경상도 분들은 잘 아실겁니다.^^
고춧잎을 그런 반찬으로 사용하고 있지요.
기억이 나긴 하네요.
무우말랭이에도 함께 무치기도하고요 .
말린 고춧잎은 몇번 사 보았지만
제가 키운 고춧잎으로 반찬을 만드니
특별하게 생각이 되었습니다 .
멧젓의 의미를 가르쳐 주셔서 감사 합니다 .
40년 가까운 시간동안
우리집 식탁은 고추잎 무침은 물론
많은 채소무침은 없었기에
그 맛을 잃어 버렸나봅니다.
한정식 식당에서 차려진
남들은 맛있게 먹는 수많은 나물에
손쉽게 손이 안가는 것을 보면...
저랑은 많이 다른 식성이신가 봅니다 .
저는 나물 반찬을 좋아합니다 .
그래서 한국가면 밥을 맛있게 먹지요.
여기서도 잘 먹지만 ㅎㅎ
나물 반찬이 손이 많이 가긴해요.
텃밭 잘 가꾸셔서 나물반찬도 해 드시면
좋겠습니다 .
어느날
남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어머니 음식맛 그립지 않느냐고
제가 만들어준 음식 맛이 같다고 하였어요.
같은 지역 사람과 만나서 살고 있으니
만드는 과정이 같아서인가
우리는 요즘
고구마줄기 김치 만들어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꽈리고추 토막내어
끓는물에 소금넣고 데처서
간장에 마늘양념하고
잔멸치 넣고 졸이면
그도 여름 반찬 최고입니다.
반갑습니다 조윤정님 .
분명 음식 솜씨도 좋으실것입니다 .
고구마줄기 김치는 안 먹어 보았고
볶아서 먹어본 적은 있습니다 .
이곳은 구하기 쉬운것은 아니어서
먹을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
꼬리고추는 한번 따라 해 보겠습니다 .
감사 합니다 .
고춧잎 나물 나도 참 좋아합니다
그분 생각하시는 미국 아줌마의
마음을 잠시나마 읽어 봅니다.
손수건님은 김치를 잘 안드신다고 하셔서
한국음식을 그다지 즐겨 드시시 않는 줄
알았습니다 .
제가 해 드릴수는 없으니 .....
제 마음을 읽어 주셨다니 감사 합니다 .
고춧잎 나물 참 맛있지요.
아녜스 님이 해주시던
음식 맛을 기억하시는 그 분.
마음이 아릿해 지네요.
제 남편은 제가 해 준 어떤 맛을
기억할 지 모르겠습니다.
남편이 맛있다고 하는 음식점에 가면
제 입맛에 안 맞고
제 입맛에 맞는 음식점에 가면 남편이
별로라 하더군요.
고춧잎 나물에 밥비벼서 먹고 싶네요.
더위에 심신이 지쳤는지 입맛도 잃어
버렸는데,
맛깔스런 글이 입맛을 돌게 합니다.
사람마다 식성이 다를 수 있지요.
제 경우 나이를 먹다보니 토속적인
음식이 좋아집니다 .
더운 여름을 지내기가 힘들지요.
밥맛이 없어진다고들 하고요.
이베리아님이 건강 하셨으면 좋겠어요.
잘 드시고 잘 쉬시고 마음도 평안하시길 바래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는 젓갈반찬은 좋아하지는 않아요.
나물반찬을 즐겨 하는데 귀찮아서 잘 안해 먹어요.
하얀 쌀밥에 소고기불고기가 햄버거나 샌드위치보다
월등히 맛과 영양이 좋을것 같은데요.
시애틀이 이곳보다 더 시원한것 같아요.
이번 주 이곳은 한낮엔 90도 가까이 오르고 있어요.
반갑습니다 나이컨님 ,
근육위축증 환자에게 마지막까지 남는 것이
혀라고 합니다.
그만큼 맛에 대한 기억은 오래 간다고 해석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합니다.
돌아가신 어니니께서 해 주시던 '등겨장' 이 자꾸
떠오르는 여름입니다.
맛의 기억이 오래가는군요.
'등겨장'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
지방마다 음식이름도 다르니
우리 동네서 말하던 '집장' (?0 과 같은것인가
추측을 해 봅니다 .
여름날 잘 이겨나가시길 바랍니다 .
가장 변하기 어려운 것이 입맛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평생 엄마의 손맛을 그리워하는 모양입니다.
엄마 손맛이 그립지요.
그런데 그것도 유전인지 아니면 습관인지
오빠들이 제가 해준 음식에서 엄마 손맛이
난다고 하시더군요.
그 사람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나 봅니다.
이것도 아네스님의 축복,
저의 소원은 그 사람없이 한 번
살아 보는 겁니다.ㅋㅋ
절대 불가능이라 매일 절망 중입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지언님
안 그래도 가끔 생각을 했습니다 .
혼자사는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언님이 축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ㅎㅎ
고춧잎나물~
아녜스님 덕분에 메뉴 추가요.ㅋㅋ
나물반찬이 맛있긴 해요.
조물조물 거리면 손맛이 나서 그런지
언제 먹어도 맛나지요.
요즘은 가지나물,호박나물,부추겉절이를
자주 해 먹고 풋고추는 쪄서 쫑쫑썰어
양념해서 밥 비벼먹으면 맛있더라고요.
아녜스님은 참 살림꾼이세요.
그런데
청설모가 파프리카를 좋아하나봐요.
호두도 다 따먹는다고 하던데요.
제라님이 자주 해 드신다는 반찬을 보니
이 밤 배가 고파집니다 .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밥상이지요 ㅎㅎ
청설모가 안 먹는게 없어요 .
레몬은 시어서 안 먹더군요.
하물며 꽃씨까지도 ..
청설모 미워요 ~입니다 .
제라님은 좋아요 ~ 이고요 .
덕분에 소시적, 텃밭 고추이파리를 조물조물
무쳐주시던 할머니의 손맛을 기억합니다
이 손자의 입맛만 고급으로 만들어 놓고 가신
할머니..
뇌리에 새겨진 음식과 4분여의 짧은 노래 한곡
은 거기에 묻은 추억을 호출하는 명약이라는 생각..
이곳은 막 자정이 넘었습니다 .
제가 해야하는 중대한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저는 내일 아침을 맞으러 갑니다 .
죽음보다 깊은잠을 원하기에 4분여의 음악으로
자장가를 대신 합니다 .
오후 시간 잘 보내세요 .
조물 조물 ᆢ
맛있게 생긴 단어입니다 ᆢ 흐믓
축하 드립니다 .
우연히 유진유진님의 정보를 보게 되었는데
오늘이 가입 7주년 되시는 날이네요 .
저보다는 조금 선배시네요 .ㅎㅎ
고춧잎 나물 참 좋아했고,
지금도 엄청 좋아하고,
앞으로도 계속 좋아할 것 같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계속 그랬으면 뭘 더 바라겠습니까
그럼에도 사람이기에... .
좋아했고
좋아하고
좋아 할것 같은...
그러나 우리는 내일일은 모릅니다 .
먹는 음식도 사람도 ...
울아녜스님 고춧잎 나물 이야기에 유년의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제가 유년기 시절엔 고춧잎 나물을 자주 먹었었거든요. ^^~
수피님도 고춧잎 나물에 대한 기억이 있군요.
나이가 들어가니 나물반찬이 점점 좋아지네요.
반가워요 수피님 .
그래서 추억의 절반은
음식이라 하나봅니다
유년의 기억으로
아버지가 고추잎나물 좋아하셔
그날은 꼭 양푼에 비벼드시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그 추억으로 나도 좋아해
제철에는 꼭 먹고 지나가요
한때 같이했던 나물만으로도
추억소환 충분하네요ㅎ
추억의 절반이 음식이라...
그럴수도 있네요.
음식솜씨 좋은 강마을님이 만든
나물반찬은 안 먹어봐도 알듯 합니다.
더위 잘 이기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