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토끼
책 제목이 천재토끼 차상문이고,
책 표지에는 사람의 뒷모습인데,
머리 위는 토끼인 괴상한 사람의 모습이 그려져 있단다.
해악적인 분위기의 책제목으로
아빠는 이 책에 가볍게 읽는 코믹 가득한 책일거라 생각을 했어.
이 책을 읽을 때 이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었고,
이 책을 쓰신 김남일이라는 분의 책도 이번이 처음이었거든.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데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책제목이 너무 독특하고, 책표지도 인상적이고
무엇보다 너희들이 토끼를 좋아해서 책을 골랐단다.
그러면서 혹시 피터래빗, 뭐 그런 책은 아닌가 싶었단다.
하지만 이 책은 예상을 뒤엎은 상당히 심각하고 무게감이 있는 책이더구나.
하지만, 그 심각함 속 곳곳에 심어져 있는 블랙코미디 요소는 책을 더욱 빛냈어.
어떤 토끼 영장류의 삶을 통해서 본 우리나라의 현대사?
이 소설을 한줄로 표현하라면 그 정도로 표현하고 싶구나.
그냥 사람을 주인공으로 했다면,
비슷비슷한 소재의 소설들과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었지만,
주인공이 토끼 영장류, 그것도 천재토끼인 차상문이,
다른 소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함을 가진 듯하구나.
소설가 김남일이라는 분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인데,
그가 쓴 다른 소설들도 이 정도의 이야기와 필력이라면,
읽어보기에 충분할 것 갈더구나.
아빠가 너무 극찬을 했나?^^
무엇이든 기대를 하고 보게 되면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말이야.
1. 토끼 영장류
이 소설은 1950년대...
어떤 섬마을에 서울에서 전근을 온 젊은 여선생님의 이야기로 시작한단다.
방학과 함께 자기의 집으로 간 젊은 여선생님은 다시는 섬에 오지 않았어.
그 여선생의 이름은 유진숙.
유진숙은 섬마을에서 돌아와 본가에서 양잿물을 먹고 자살을 시도했지만,
자살을 실패했어.
유진숙은 당시 임신을 하고 있었는데,
그가 자살을 시도한 것은 이 임신과 관련이 있어 보였어.
유진숙은 자살에 실패하고 어느 시골 마을에 숨어지냈어.
그리고 그곳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깜짝 놀랄 일이 토끼 모양을 한 아기였던거야.
귀도 쫑끗, 하양털로 덮여 있는 그런 토끼 모습이었어.
그 토끼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차상문이었단다.
유진숙은 오빠가 한명 있었는데, 이름이 유진명이었고 지식인으로 시도 썼지만, 알려지지 않았고,
세상과 등지고 숨어지냈는데, 동생과도 연락을 하지 않았고,
설악산 암벽 등반을 하다가 추락사고로 죽고 말았단다.
이 유진명과 유진숙은 그 어려운 시절 고등교육까지 다 마친 지식인이었으나,
그런 암울한 삶을 살게 된 것은 무엇일까?
차준수.
이 사람이 유진명과 유진숙의 삶을 짓밟아버린 사람이자, 차상문의 아빠란다.
차준수. 그는 대공수사관이었어. 반공분자를 색출하는 일을 맡았지.
그는 유진명을 쫓고 있었고, 정보를 얻기 위해 유진명의 동생 유진숙이 일하는 섬마을까지 찾아간거야.
거기서 23살 꽃다운 유진숙을 보았고, 그는 폭력으로 겁탈을 한거야.
그래, 그렇게 해서 태어난 아기가 차상문이었던 거야.
토끼영장류, 학명으로는 레푸스 사피엔스...
유진숙은 차상문과 함께 시골에서 숨어지냈는데,
어찌 알고 차준수가 찾아왔어.
사실 차준수는 결혼을 한 몸이었어.
그는 유진숙을 첩으로 생각하고 자주 들락거렸고, 폭행을 일삼았어.
그에 대처하는 유진숙의 태도는 침묵이었어. 단 한마디도 안하는 침묵.
아들한테도 말이야.
유진숙은 둘째를 임신하고 또 아들을 낳았어.
다행히 이번에는 사람의 모습을 한 아이였어. 이름은 차상무라고 지었어.
2. 미국 유학 생활
차준수는 대공수사관을 그만두고 외항선을 타는 일로 업종변경을 했어.
한편 차상문은 엄청 머리가 좋았어. 아이큐가 200이 넘는 천재였어.
그렇게 자라났어.
하지만, 겁이 많고, 걱정도 많이 하고, 생각도 많은 그런 이였어.
그리고 자신이 토끼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인지
그는 동물 학대를 보면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시달렸어.
천재의 실력을 나타낸 차상문은 미국 버클리 대학교로 유학을 가게 되었어.
그때 처음으로 듣게 된 엄마의 말, 몸 조심하라고....
...
차상문의 아버지 차준수는,
외항선 선원 중 한 명이 정박한 외국의 항구에서 북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것을 두고 심하게 두들겨팼어.
그 일이 있고, 선원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그 원한은 그를 죽이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단다.
그렇게 차준수는 죽음을 당하고 말았어.
미국에 있는 차상문에게 아버지의 부음이 들려왔지만, 그는 전혀 슬퍼하지 않았어.
...
버클리 대학교에서 차상문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단다.
자신와 같은 천재 토끼 영장류가 자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야.
백여명이 넘는 토끼 영장류가 버클리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던거야.
그래서 알게 된 사실.
지구 곳곳에 토끼 영장류가 있고, 그들은 미국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유학을 왔다.
소위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제국주의 국가에는 토끼 영장류가 없다.
토끼 영장류는 모두 천재이다.
미국은 그들을 처음에는 제거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그들을 이용하려고 미국유학을 지원하였다.
이 정도 였단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점에 참전 중이었는데,
이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가 한창이었어.
그때 반전시위에 열성인 여자 토끼 영장류가 한명 있었는데,
그녀는 정말 열렬하게 반대를 했는데,
친구의 소개로 차상문은 그 토끼와 만남을 가지게 되었어.
그런데, 그 토끼는 바로 북한 출신이었고, 이름은 신애란이었어.
그들이 서로 존재를 알지 못할 때는 많은 대화를 주고 받았는데,
서로 존재를 확인한 순간 아무말도 하다가 그냥 헤어졌어.
차상문은 그녀와 헤어지고 집에 온 이후,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느꼈어. 첫사랑.
하지만, 더이상 나아갈 수 없는 사람.
차상문의 미국인 히피이자 성자유주의자인 주디를 만나
그에 따르면 교미를 갖기도 했어
차상문은 주디에게도 사랑의 감정을 가졌지만, 쾌락주의자 주디는 육체적 사랑만 추구해서
더이상 만남을 가지지는 못했어.
한편, 그의 천재기질은 더욱 발달하여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부르는 필즈상의 호보로 거론되기도 있어.
그리고 그는 버클리 대학교의 최연소 교수가 되었어.
그리고 몬태나의 은자의 편지를 받고, 그를 만나고 나서,
교수를 바로 그만두고 자신의 존재를 좋아고 했단다.
3. 국내 생활
차상문은 한국에 돌아와서 서울대에서 수학과 교수를 시작했어.
하지만, 당시는 5공 시절로, 대학생들은 강의실이 아닌 도로에서
군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연일 하고 있었단다.
그래서 차상문의 제자들 중에서 수업 빼먹기가 일쑤였어.
차상문은 한명의 학생이라도 있으면 강의를 계속했어.
하지만, 시위는 점점 들어들고, 급기야 차상문의 제자 중에 시위를 하다가 죽기까지 했어.
직접 경찰에 찾아와 시신 확인을 하라고 해서, 그렇게 한 차상문..
그는 결국 교직마저 간두고 말았단다.'
민주화 운동로 전국이 정신없던 날, 차상문은 세 여인과 우연히 만났단다.
그들은 나이도 제각가이고, 하는 일도 제각각이었어.
그들은 그 만남의 인연으로 생각하고 '꿈꾸는 영장류"라는 모임을 만들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어.
그리고 그 모임도 이런저런 이유로 헤어지고,
그 모임 멤버 중에 한명인 지니와 함께 순댓국집에서 밥을 먹는데,
TV를 통해서 베이징 오리에 대한 다큐멘터리 속 오리가 학대당하는 것을 보고,
그는 잠적해...
그의 서울에서의 마지막 모습은 룸쌀롱에 나타났다가
여러 여자들을 불러넣고, 한참동안 이야기만 나누는 정신적 교미를 하고
돈을 그들에게 잔뜩 쥐어준 모습이었어.
그 이후에는 그를 봤다는 사람들의 소문만 간간히 들릴 뿐이었어.
아마 그 즈음이었나.
차상문이 자신의 아빠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
...
암튼, 차상문은 속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지냈어.
차상문은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에게 쿵쿵거리지 말라고 이야기했어.
그는 이것이 인간의 직립 보행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어.
한편, 차상문의 동생 차상무는 아빠의 성격을 빼다 막아서,
그의 아내를 무지막지하게 패거, 불가리아 출신 무용수를 겁탈하고 나서
그를 버리기도 했어.
...
차상문은 토끼 영장류가 인간 영장류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동굴속에 스스로 갇히기로 했어.
벽돌로 쌓아서 햇살마저 들지 않게 한 동굴 속에 말이야..
솔직히 그의 마지막 이런 행동이 아빠로서는 잘 이해가 가질 않더구나.
읽었을 때는 그런 결론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와서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주다 보니 이해가 잘 가질 않는것 같구나.
....
아빠가 이 소설의 줄거리를 이야기해 주었지만,
직접 읽어봐야 작가의 독특한 블랙코미디와 같은 문제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책제목 : 천재토끼 차상문
지은이 : 김남일
펴낸곳 : 문학동네
페이지 : 368 page
펴낸날 : 2010년 01월 15일
책정가 : 10,000원
읽은날 : 2015.07.10~2015.07.14
글쓴날 : 2015.07.20,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