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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도 놀던 물이 좋더라! - 덕유산 언제 : 2009.01.31(토) 누구랑 : 산사모 44명 산사모 신년 산행이 구정 연휴와 겹치다보니 조직의 내부망에 접속할 수 없는 제대군인인 처지에 이번달 산행을 갈꺼냐 안갈꺼냐고 따져 물을 수도 없어 궁금한채로 연휴가 지났는데 뜬금없이 총회가 있다고 문자가 날라왔다. 최근에 산사모가 침체되었으니 심기일전 해야한다는 중론에 회장님은 물론이고 임원진이 개편되었는데 나를 포함한 제대군인 4명이 떡커니 고문으로 올라와 있다. 고문도 감투는 감투라 신년초부터 감투를 썻으니 마음 약한 나는 쑥스러움을 감추기 위해 연달아 날라오는 쐐주잔을 몇 잔이나 비우고 나서 벌개진 얼굴로 부리를 헐고 만다. 빵과버터 : ... 긍께 이번달 산행은 빼먹는 갑제?... 부회장님 : 아닌지예!...마지막 토요일 덕유산 가기로 했는데예?... 빵과버터 : 머시라꼬?....느그들이 연락도 없길래 나는 마누라하고 오대산 가기로 예약 해놨는데?... 회장님 : 성님! 거 무신 소리요?...오대산은 취소하고 덕유산으로 오소!... 빵과버터 : 그라문 우짜누?...그건... 집에가서 마누라한테 결재를 맡아야 할낀데?.... 예약도 약속은 약속이라 껄쩍찌근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아내한테 자초지종을 고하니 아내 : 하기사 오대산보다 덕유산이 낫기는 훨낫지라!...나까지 빵꾸내면 산악회에 너무 미안한 일이니 나는 오대산으로 갈팅게 당신은 사랑하는 산사모에나 가소... 빵과버터 : 그래도 되겠능교?....ㅋㅋㅋ
07:00(평택시청) → 07:30(송탄출장소) → 10:10(곤도라 탑승장) → 11:12(설천봉) → 11:38(향적봉) → 12:01(향적봉 대피소 점심) → 12:30(주목군락지) → 12:40(사고자 목격) → 12:51(중봉) → 13:15(백암봉 송계 삼거리) → 14:12(안성계곡 삼거리) → 15:19(칠연폭) → 16:04(산행끝)
토요일 아침 리조트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속성 스키 강습을 받는 초딩들, 나같은 얼치기 산꾼들, 운동화 차림의 줌마들, 제 키보다 훨씬 큰 스키나 스노우 보드를 걸머진 젊은이들 속에서 1시간이나 줄을 서서 기다려야 설천봉으로 오르는 곤도라를 탈수 있다. 다행히 바람 한점 없는 포근한 봄날 같은 날씨라 각양각색의 사람 구경하는 재미에 1시간이 후딱 지나가더라...
눈위에서 미끄럼 타는 스키라는 운동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르지만 환갑이 지난 나이에는 그림의 떡이다.
"어디 저 구름에 비 들었을리디야 했더니 쏘나기 쏟아지더라고" 곤도라를 타기전에는 워낙 푹한 날씨에 올라가봐야 별볼일 없을 것같더니 설천봉에 이르니 보석같은 상고대가 눈을 어지럽힌다.
상제루 바람벽의 상고대
노모를 모시고 올라온 아줌마한테서 효심을 본다(설천봉에서)
상고대는 고산지방과 한지(寒地)에 많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침상·판상·수지상(樹枝狀) 등의 결정형으로 되었으며 안개가 있을 때는 안개입자가 함께 부착되기도 한다. 바람이 약한 맑은 밤에서 이른 새벽에 나무나 지상물체의 바람을 받는 쪽에 생기기 쉽다. 나무에 흰 꽃이 핀 것처럼 아름다운 경치를 나타내며 수상·수빙(樹氷)·조빙(粗氷)을 합쳐 무빙(霧氷)이라고 한다.
향적봉 아래
향적봉에서
얼래?...쪽수가 많이 모자라네!...ㅋㅋㅋ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들이다
보름전 한라산 눈꽃에 눈호사를 했던 나는 오늘 덕유산 상고대에 입이 귀에 걸린다
향적봉 대피소 방향이다
향적봉 대피소는 잠시 안개에 쌓이더니 금새 환한 모습을 보인다.
능선위의 사람들
겨울 덕유의 진수다
향적봉 대피소 눈밭에 서서 점심을 먹고 회장님한테 먼저 간다고 싸인을 주고 주목 군락지를 지난 지점이다. 등로 옆에 남자 서너명이 웅성거리고 있고 여자 등산화가 눈밭에 뒹굴고 있다. 추락이나 실족등의 부상은 아닌 것 같은데 한 남자가 50대쯤 보이는 여자를 무릎에 눕혀놓고 "누구 더운물 없느냐고" 다급하게 요청한다. 그 현장을 목격한 나는 부리나케 걸망을 내리고 보온병의 더운 물을 뚜껑에 담아 건네 주었으나 의식이 없는 여자는 입을 벌리지도 못한다. 그때 한 남자가 급히 주저앉더니 기도를 확보해야 한다며 여자를 끌어 안는다. 남자 : 혼자 오셨습니까?....119는요? 대피소직원 : 119는 아직 올라올 상황이 아니고요...제가 먼저 왔으니 뒤에 또 올라옵니다... 남자 : 들것은요?.... 대피소직원 : 우선 이분을 제 등에 업히세요!.... 대피소 직원은 여자를 들쳐 업고 그뒤를 다른 대원들이 뒤따른다. 향적봉 대피소까지 갈 모양이다....잠시후 중봉을 내려서는 지점에서 뚜다다닥하는 헬기의 둔탁한 굉음이 덕유의 파란 하늘을 흔들어 댄다. 다행히 저녁 뉴스 시간에 덕유산 사고 소식은 없었다.
중봉 아래에서
중봉 아래에서
중봉 아래에서
중봉 아래에서
겨울 덕유산이 왜 좋은지 알거 같은 그림이다
중봉 아래에서
안성쪽이다
중봉에서
중봉이다
중봉에서 덕유평전을 보다... 왜 덕유산이 좋은지 이제 쪼깨 알거 같다...
중봉을 내려서며 여기서 헬기 소리를 듣는다
덕유산에서 이런 날씨를 만날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다.
시원하시죠?...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이정표
이정표 없는 기둥
동엽령 방향이다
회장님은 떡국 끓일 준비를 해야 한다며 서둘러 삼거리를 내려간다.
칠연폭에서
칠연폭에서
칠연폭에서
덕유산에는 이미 봄이 열리고 있었다
버터도 바르지 않은 빵이 눈밭에서 검붉게 잘도 익었네!...옛날에는 검게 그을린 얼굴이 건강미 넘치는 남성의 상징이었는데 요즘은 허여멀건하고 얄상한 얼굴이 있어 보이는 세상이니 나도 이제 피부 관리를 위해서라도 불량스레보이는 색안경의 징크스를 버리고 싸구랴 고글이라도 하나 장만해야 할까보다...ㅋㅋㅋ
회장님이 끓여주신 떡국을 맛나게 먹고나서 느긋하게 하늘을 바라보니 덕유산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파란 하늘에 흰구름만 천연덕스럽게 게으름을 피우고 있구나 해가 바뀌어 신년 달력을 구하게 되면 우선 아버님, 어머님, 일찍 작고한 두 형님의 기일과 우리 세식구 생일을 달력에 표시하는 일은 연례행사이다. 오늘은 아내의 생일이었다. 돈 안드는 산행으로 생일 선물 땜빵 할려고 했더니 여의치 못해 아내는 오대산으로 나는 덕유산으로 찢어진 산행을 하게 되었다. 딸내미는 1년치 등록금에 버금가는 학원비를 내고 매주 토요일, 일요일 서울에 가서 "오라클"인가 가라클인가 국제 IT 자격증 강의를 듣고 밤늦게 돌아온다. 그 예쁜 손에 손바닥만한 케익을 들고.... 아내 : 당신 오늘 오대산에 안오시길 천만 다행이지 뭐유.... 빵과버터 : 왜?... 아내 : 눈 때문에 선자령으로 쫓겨났지 뭐유... 빵과버터 : (속으로 : 그러게 이사람아 부창부수라는 말 몰러?...ㅋㅋㅋ) (산행기 끝) |
첫댓글 아... 조으네요. 제주도에 이어 역시 덕 쌓은 분은 뭔가 달라도 다릅니다. 누님이 이런 풍광을 보시고 올매나 억울해 하셨을꼬... ^^ 겨울 덕유 풍경의 최상품을 보는 듯 합니다. 더구나 칠연폭포 그림은 처음 보는 귀한 그림입니다. 당연히 대문으로 한 장 내걸어야겠죠? ^^
올 겨울에는 눈구경 실컷 했습니다....한라산에, 덕유산에, 태백산에, 비봉산까지.... 겨울이 가기전에 롯또라도 한장 사둘까 시포!...ㅋㅋㅋ
사람사는 모습, 붉게 웃으시는 모습 그대로를 보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잔차 타시는 운동을 하셔서 그런지 허리춤도 날렵해지시고 조금 마르신듯 경쾌해 보이시구요.
병원 이전하느라 정신없이 바쁘실텐데?...바뀐 주소로 메일 한장 보내주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