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12시간을 잤다. 평상시 8시간 이상을 침대에 눕는 일은 거의 없다. 허리가 아파서 그렇게 누워 있으라고 해도 눕지를 못한다. 그런데 나는 어제 밤 학창시절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 공부를 한다고 미뤄둔 잠을 자는 것처럼 실컷 잔 것이다. 그렇게 잠을 자고 나니 몸은 개운하기는 하다. 얼마나 고단했으면 그럴까 생각하니 은근히 내 몸에게 미안해진다. 앞으로는 너무 욕심내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습관처럼 일어나 둘러친 커튼을 저치고 창밖을 봤다. 루체른에서의 두 번째 아침, 여행 일주일이 지났다. 오늘도 어김없이 밖에는 많은 비는 아니지만 비가 내린다. 유럽의 겨울은 우기라지만 참 인색하기도 하다. 단 하루도 맑은 날 없이 여행 내내 비가 내렸다.
미역국을 끓여먹었다. 인스턴트식품은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 여행을 오면서 준비한 레토르식품들, 아 이러니까 진열대에 올려져 팔리는구나 싶다. 정성을 다해 만든 미역국 못지 않게 아주 맛있었다. 잘 자고 잘 먹고, 자 그럼 슬슬 떠나보자. 오늘은 몽뙤르와 기대하는 체르마트 여행 일정이 있는 날이다.
아름다운 도시 루체른을 벗어나 1시간 30여분을 달리다가 이름 모를 작은 휴게소에 발길을 멈췄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휴게소가 지상에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주변 환경이 눈부시도록 근사하다. 아마도 휴게소에서 이렇게 많은 셔터를 눌러본 일은 없었을 것이다. 파란 잔디위에 예쁜 집과 멀리 호수와 흰 두건을 쓴 모양의 설산, 기막힌 풍광에 그만 내 혼을 놓는다. 어디를 가도 스위스에서의 풍경은 아름다움 그 자체다.
휴게소에 바라본 주변의 풍경..
화장만 가기에는 넘 아깝도록 좋은 곳에 위치한 휴게소다.
너무나 황홀한 풍경에 그만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른다.
으악~~~~ 죽인다.
풍경도 좋지만 휴게소 꾸밈도 얼마나 단정하고 깔끔하고 이쁜지...넘 좋아.^^
휴게소도 있지만 워낙 풍경이 좋아 잠을 자는 곳도 있다. 여행자 호텔 정도로 보인다.
이곳에서 한 잔의 커피잔을 사이에 놓고 사랑놀이를 하면 정말 좋겠지?
아마도 이곳에서는 제 아무리 뻣뻣한 여인내도 다 넘어질것 같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담에 다시 오라면 이곳을 잘 찾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몽트뢰 [Montreux]는 레만 호수가 있는 작은 휴양도시이다. 찰리채플린, 프레디머큐리, 헤밍웨이, 오드리햅번 등 누구나 알만한 유명 인사들이 즐겨 머물던 세계적인 휴양도시라고 소개 되어 있다.
몽트뢰가 시옹성만은 아니라고 하지만, 내가 찾은 목적지 시옹성에 대한 기대가 큰 탓인지 느낌은 뭐 좀 그렇다는 생각부터 든다. 그러나 몽트뢰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잠시 차를 멈추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몽트뢰 호수 위로 낮게 내려앉은 흰 솜털 구름과 호수를 호위하듯 병풍처럼 둘러싸인 설산, 그 사이로 초록빛깔 언덕위에 점점이 박힌 그림 같은 집들이 있는 몽트뢰는 분명 꿈에나 그릴 수 있을법한 도시임에 분명하다. 여행 가이드북에 실려진 내용에서 상상하는 시옹성에 대한 규모가 생각보다 작아서 그런 것 같다.
시옹성이 있는 몽트뢰는 스위스 관광 산업을 일으켜 세웠다고 평가될 정도로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았다고 한다. 시옹 성은 11부터 13세기까지 제네바 호숫가(montreux)의 바위 암석 위에 지어진 성이다. 원래 사부아(savoy)왕가 소속의 시온 주교의 영지(property of the Bishops of Sion)였으나 1536년 베른군에게 정복되면서 1798년까지 병참기지로 사용되다가 19세기 보수공사 이후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시옹성은 레만호(Leman Lake) 또는 제네바호라고도 하는 호수 위에 세워진 성으로 남아 있는 스위스의 성들 중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중세 때 원형을 잘 보존해온 성으로 꼽힌다. 특이한 것은 시옹성 입구에서 내가 한국인임을 알고 한글 안내문을 준다는 것이다. 스위스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따뜻하고 세심한 배려일까? 아니면 뛰어난 상술의 하나일까 가늠할 수 없는 일이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안내문을 받아 1번부터 30번이 넘는 번호 순서대로 표시된 화살표를 따라서 가면 되는데, 성의 구조가 전형적인 영주의 주거지 형태에다. 해상과 육로로부터 방어가 필요한 군사요새형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시옹성 성벽에 뚫어둔 화살과 대포, 총구멍의 디자인은 다양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십자형, 타원형, 사각형, 정방형, 열쇠구멍형, 돌출형 등으로 어떤 종류의 무기로든 성 밖을 공격할 수 있는 요새를 구축하고 있었다.
시옹성 지하에는 현재까지 감옥으로 쓰여진 곳이 남아있고, 감옥 자리에는 실제 470년 전 제네바 독립운동을 한 종교지도자를 4년 간 쇠사슬로 묶어둔 기둥이 남아 있다. 병기고에는 아직 중세 때의 갑옷과 창, 칼, 대포 등 엄청난 분량의 무기가 보존돼 있다. 병기고나 주방 바닥에 깔린 대리석 한 개의 길이도 6m씩 될 만큼 견고해 화려한 성의 위용은 800년이 지나도록 조금도 색 바래지 않고 있다.
또한 재밌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화장실을 엿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수십 미터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배설물을 토해내던 자연 화장실은 오래 앉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실 정도로 오싹하다. 암튼 몽트뢰 시옹성에 대한 기대가 큰 탓으로 다소 실망감 감추지 못하고 들어섰지만 다시 나서는 발걸음은 달라졌다.
시옹성을 나서자 빗방울이 다시 굵어졌다. 이미 시간은 오후 1시가 다 되어 점심을 먹고 출발을 했다. 점심으로는 아침에 준비한 고추장 김말이 주먹밥이다. 자동차 유리창에는 희뿌연 성애가 낀다. 마치 앞길에 대한 불길한 예감을 전하기라도 하듯...
이곳에서 시작을 한다.
유석화, 가족과 함께 다시 올 것을 마음에 새기고 갑니다.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 방명록에는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의 기록으로 가득하다. 스위스에는 정말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을 만난다.
예쁜 창문...찰 ㅋㅋ칵,,
숨 통....^^,,
숨통 2..^^,,
정말 감옥이지만, 작은 틈으로 보이는 경치가 워낙 좋아서 그래도 숨통은 트일 것 같다. 한 때 그래도 감옥은 감옥이니... 무섭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화장실이다. 정말 왠 호들갑일까 하고 변기 구멍에 앉아 보았다. 나오던 것도 다시 들어갈 정도다. 그 구멍이 장난이 아니다. 오메 무서라...^^
사진으로는 실감이 통 안난다.
스위스 현지인으로 보이는 꼬마가 여러 무기들 앞에서 마냥 신기해 한다. 울 혜민이도 그랬을텐데....^^,, 아구 귀여버라.
날씨는 흐리고 비가 내렸지만 정말 호수가 아름답다.
좌측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우토반이다. 나는 저 아우토반을 이용하지 않고 아름다운 국도길을 이용했는데, 주변 경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이 것이 자동차 여행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몽뙤르 시옹성과 대비되는 물에 젖은 노란 꽃이 화단에 피어있어 한 컷......
다음에는 죽음에 이르는 공포감을 체험한 웃는돌의 여행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정말 나는 죽음에 대해서
이렇게 심각하게 체험 한 순간은 일찌기 없었습니다.
군에도 가 보고, 하늘에서도 떨어져보고, 놀이기구를 타고....뭐 다 해봤지만,,
아마도 그것은 나 하나의 죽음이 아니었기에 더욱 큰 공포감을 느꼈을겁니다.
아직도 그 충격은 그대로 생생하게 기억속에 남아 있답니다.
지금 나는 가족의 따뜻한 사랑으로 회복중이랍니다.
에구....부서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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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나 멋진 곳입니다..사진을 보니 가슴이 다 설레이네요...
설레임이 전해지셨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
우리집 화장실은 이보다 더 한데... 노랑제비꽃 같은디...
그래요,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면 그런거지요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