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나눔] 텃밭의 발견
2008. 5.28
#
2007년 9월 29일.
여섯 달 가까이 살던 자취방을 떠나,
아는 선생님이 소개해준 빈 집으로 이사한 날.
센터에서도 가깝고(걸어서 5분)
심야전기보일러라 기름값도 아끼고
더군다나 '텃밭'도 있는
골목길 안 오래된 한옥집.
침대크기만한 텃밭.
'무엇을 심을까. 어떻게 가꿀까.'
생각만 하다가 그 해 낯선봄, 한여름을 나고
늦가을, 입사동기 임현미 선생님이 준 국화 화분 하나만
덩그러니 마당을 지켰습니다.
텃밭이라니.
평생을 대구에서 자란 도시총각 눈길이
머물기에는 시간이 필요했나 봅니다.
#
2008년 5월 28일.
잡초만 무성했던 텃밭에
온갖 풀(?)들이 자라납니다.
큰 토마토 모종 2포기.
박시현 선생님이 주신 베리골드.
베리골드 이름을 들어도 꽃모양이 그려지지 않네요.
어떤 꽃이 필런지.
방울토마토 모종 3포기.
한 포기는 덤으로 얻었습니다.
"잎사귀 사이사이 잘 찾아보세요.
새끼손가락 손톱만한 열매 보이지요?"
호박? 오이?
좀 더 자라봐야 알 듯.
고추 모종 2포기.
거창 와서 처음 먹어본
오이맛 '아삭고추'는 아닙니다.
고추잎, 하늘에서 놀다. 바람개비처럼.
처음 났던 큰잎 죽어
제 몸 아래 거름 되다.
텃밭 초보농사꾼(?)이라,
듬성듬성 틈이 많습니다.
가을국화 다음으로 만난 친구,
'천사의 나팔'입니다.
물주기를 게을리 했더니
며칠 전에 큰 꽃이 다 떨어져
초등학교 아이만한 키에
잎사귀만 있네요.
퇴근 후라, 곧 어둑어둑.
베리골드 앞쪽에 상추씨를 다시 뿌립니다.
지난 토요일,
사랑스런 농활 실습생들 아침반찬 준비로
상추밭이 초토화되었지요.
마침,
박시현 선생님에게 전화가 옵니다.
"상추씨 너무 많이 뿌리지 말고.."
씨 뿌리고,
물 주고.
물 머금은 땅이 싱그럽습니다.
물 머금은 땅이
언젠가 풀보다 꽃이라 불릴 베리골드의
넉넉한 마당이 되어줍니다.
이 정도면
여름 지나 가을쯤,
풍성하겠지요?
텃밭의 발견.
.
.
.
1년 가까이 버려두었던 텃밭에서,
매일 출근하는 직장에서,
일주일에 한 두번 찾아가는 마을에서,
까닭 없이 변할 리 없는 일상에서,
보물을 발견하길.
오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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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사회사업
[사진나눔] 텃밭의 발견
김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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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81
08.05.28 21:20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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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농사꾼 다 됐네. 원한선생 닮아서 텃밭이 가지런하다 ^^ 오이, 토마토, 호박, 고추 ... 여름에 풍성히 열면 맛보여 주시겠죠?
실제로 보면 몹시 엉성합니다. 아시잖아요? ^^ 그래도 (제가) 버려두었던 땅, (제가) 일구었으니, 보물과 다름 없지요.
'큰' 토마토 - 라는 단어에 깊은 밤 침이 꿀꺽합니다. 선생님 댁 구경가고 싶네요.^^
제 자취방 앞에도 텃밭이 있는 데 거기 주인 아저씨께서 감자 상추 민들레 박하 알타리 무를 심었는데 지금은 여름의 풍성함이 느껴집니다.. 김원한선생님께서도 그런 풍성함을 만끽하셨으면 좋겠고 어제 비로 채소들이 괜찮을까요? 조금 더 있으면 고춧대도 세우고 하셔야겠어요^^
좋아요 원한~ 그런데 풀은 다 어디로 갔을까? 뽑아버렸나? 고것들이 어울려 자연스럽게 푸르러가는 꼴이 얼마나 아름다운데... 나중에 벌레 오면, 풀이 없으니 저기 고추, 베리골드, 호박?오이?에 다 달라붙을 거야. 벌레 오지 않기를 바라야지.
한번 가봐야 겠는데요~
작은 텃밭 하나.. 땅과 맞닿아 있는 집.. 답답한 도시생활에 문득문득 꿈꾸고 있는 삶인데, 원한오빠가 딱 그렇게 살고 있네요.^^ 텃밭이 풍성해질 가을쯤.. 거창 한 번 더 놀러가야겠는데요. 초대해 주실 거죠?ㅎ
참 정겹습니다. 토마토가 열리면 맛보여 주실거죠? 여유롭고, 풍성한 삶입니다..^^
중간에 오이인듯 하네요.. 시장에가서 김치 담을 장도 보고, 장을 보다보니 고추모종, 옥수수 모종도 좀 샀는데... 주변에 한번 심어야 겠다고 말했지만, 좀 처럼 시간이 못내다 여유롭게 장을 보았더니 내가 또 꼭 막히 사각 사무실 감옥에서 몸도 생각도 못나왔더라구요... 원한샘.. 작은 텃밭 잘 가꾸고... 조만간 웃음만땅 선생님과 거창 선생님들 한자리 모여 즐거운 농촌생활 이야기 듣는 재미도 함 누려봐요..
선생님께서 나누어 주셨던 어린상추들 진짜 잊을 수가 없어요 ㅠ 학교친구들한테 상추자랑 했더니 다들 부러워했어요 ~ 비록 선생님 댁 밭은 초토화 되었지만 저는 좋아요.... ㅎㅎㅎㅎ // 농활할 때 텃밭 구경시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