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한참 지났는데 아직도 단풍의 자태가 빨간색으로 뚜렷하다
평년같으면 진작에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로 추위에 대비하느라
움추린 모습이지만 헐겁게 바람따라 흔들렸을텐데 차마 떨구지 못한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지구상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인간군상들의
우둔한(?) 문명이라는 허울대가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테니
아이러니한 무수리들이 아무리 똑똑한 사후 대책이요 변명을 해 댄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한 겨울에 호우주의보가 내리는 걸 보면 이상기온의
징조가 더욱더 두드러지게 하니 행여 비 온 뒤에 갑자기 추워진다면 이
또한 큰 일이 아닐 수 없으리라
지난 봄 좀 높은 산에 오르자니 한 참 푸르러야 할 나무들이 시름시름
흐물거리길래 가까이 자세하게 살폈더니 나무 줄기가 턱턱 벌어지고
속살을 허옇게 드러내며 물을 줄줄 흘리고 있더라니 이 무슨 징조인가
싶어 가늠해 보니 일찍이 찾아 온 온난의 늦겨울 날씨에 햇갈린 나무는
봄을 착각하고 잔뜩 물을 올리고 잎을 피울 모양으로 기세등등하였는데
아뿔싸!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그만 온 몸이 얼어 붙었으니 지난 겨울
동상으로 찢어지고 할 킨 자국으로 시름시름 앓았던 것이라
여름나절 그런 나무들은 죄다 살아나지 못하고 일찌감찌 피지도 못한 낙옆을
떨구면서 허옇게 죽어가더라니 이제 또 다시 이상기온으로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니 낙옆은 질 줄도 모르고 엉성하게 붙어 있다는 것은 진작에
낙옆을 떨구고 물을 내렸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뿌리로 저장하지 못한
나무는 영양부족으로 내년 봄을 기약하지도 못하고 몸은 얼어서 죽지
않을까 내 마음이 노심초사라니 늙은이의 노파심일지라도 가슴은 다 같이
동병상린으로 따스할터이니 아프기도 매 한 가지 일 것이라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손발을 놀릴 필요도 없이 세 끼 밥이나 축내며 하수구나 더럽혔을까
무슨 일을 한답시고 억압도 긴장도 스트레스도 없었으련만 손놀림은
더뎌지고 머리칼은 더 허혀멀거니 잔주름은 깊어지고 턱살은 늘어지고
눈밑의 그림자는 짙어지고 힘아리는 어디로 속절없이 빠져나갔는지
딸린 기력으로 걸음걸이는 아장아장 시력은 가물가물 이빨은 시큰시큰
어깨 무릎 팔다리는 욱씬욱씬 기억조차 아득하니 한 살 한 살 더하여
어서 어른되고 싶어 날을 헤아리던 시절 나무라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빨라지는 세월 끝자락에 덩달아 얼어터지지 않으려면 스스로 철부지는
아니어야 할텐데...
한 겨울에 빗줄기가 굵으니 조짐도 기미도 낌새도 다 부질없는듯하다
첫댓글 이 나이에 흡사 생물 시간인 듯,
숲 해설사를 만난 듯해서
귀와 눈이 최대로 열린 채 줄줄이 내려감서 옛날의 일화가 문득요.
본래 오조익인데 오작벌이라고 신임 교감 이름을 으스대며 말하던 사람이 생각났답니다.
뉘는 쉬우데 또 뉘는 어려운 뜻이니.
엉거주춤 달려있는 파주 나뭇잎, 단풍들이 안쓰러웠는데 바로 이상기후의 산물인가 싶다가도 무서움마저 느끼는군요.
어찌 될라고.
안그래도 설중매 화분에서 고 자잘한 꽃망울들이 나오고 있답니다.
빠른건지 착각한 것지 모르겠구만요.
한참을 앞장 선 요 몰골이 기승전결따라 마지막을 장식하는 듯합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오늘은 한 겨울입니다 ㅎㅎ 꽁꽁 얼어 붙이려는지 바람도 쌩쌩 구름도 잔뜩 눈발까지 날리니 말입니다 천방지축 종잡을 수 없는 변화무쌍한 날씨에 건강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