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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15
# 1. 주막집 마당 / 밤
방문 앞 벽에 기대 앉아 잠이 들었던 최영. 문득 눈을 뜬다. 귀를 기울인다.
불이 꺼져 어두운 방 안에서 들리는 소리. 미약한 신음소리.
찌푸리고 신경이 쓰이는데. 숨소리가 아무래도 거칠다.
최영 : 악몽을 꾸십니까. 의선..
대꾸가 없다. 숨쉬기가 힘들어 보이는 기침소리.
최영 더 못참고 문을 열고 들어간다.
#2. 방안 어둠 속
침상에 누워있는 은수. 그쪽으로 가던 최영이 아래를 본다. 발에 밟히는 필사 종이.
침상 옆으로 붙는다. 이제 분명히 들리고 있는 거친 숨소리. 간간히 신음소리.
최영 : 무슨 꿈을 이렇게.. (어깨를 흔든다) 이봐. 잠 좀 깨봐요.
하다가 뭔가 이상하다. 후딱 화섭자를 꺼내 옆의 호롱불에 불을 붙인다.
이제 불빛에 드러나는 은수의 얼굴. 머리칼이 땀에 젖어 있고. 얼굴이 파랗게 질려있다.
최영. 놀라서 칼을 던지고 은수를 안아 올린다.
최영 : 임자.. 이봐.
그러나 최영의 품에 안긴 은수의 고개가 지탱을 못하고 힘없이 늘어진다.
#3. 길 / 밤
장빈이 탄 말이 달려온다. 이만치에서 기다리던 시울이 두 손을 흔들어 보인다.
장빈이 말을 멈추고 내리고 시울이 말을 받아주면서 한 쪽을 가리켜 보인다.
저 앞에서 지호가 손을 흔든다. 이쪽이라고.
장빈이 말 등에 실어온 약상자를 챙기며 그쪽으로 급히 간다.
#4. 주막집 마당
문을 박차며 뛰어나오는 최영. 마악 마당으로 튀어나가는데.
마주 들어오는 장빈.
최영이 장빈을 보자마자 잡아채어 방으로 가며.
최영 : (당황하고 있어서 말이 더듬어지며) 의선이 이상합니다.
내가 안그래도 선생한테 사람을 보내려구.. 근데 의선이.
장빈 : 벌써 독이 발동한 겁니까.
최영 : (멈칫) 독..?
장빈은 이미 방으로 들어가고 있다.
#5. 방 내부
불안해서 들어서는 최영.
침상에 누워있는 은수. 장빈이 그 옆에 걸터앉아 은수의 맥을 짚어보고 있다.
은수는 혼절한 채 쌕쌕 가쁜 숨을 쉬고 있다.
최영 : 독이라니. 선생이 여긴 어떻게 온 거구.
장빈 : (약상자를 열어 침구를 준비하며) 최상궁이 보냈습니다. 의선이 독을 당한 거 같다고.
최영 : 누가 왜.. 아니 (가까이 붙으며) 독이면.. 독인 줄 알았으니까.. 해독 되는 거지요. 선생이 왔으니까.
장빈 대답 대신 끝이 넓적한 침으로 은수의 손 끝을 딴다.
재빨리 흰 천으로 손끝에서 떨어지는 피를 받는데. 피의 색깔이 검다.
장빈이 피의 냄새를 맡아본다. 최영이 간절해서 본다.
장빈 : 냄새도 없고. (은수의 팔을 잡아 옷소매를 밀어 올려 팔뚝을 쓸어 올려보는) 석화인가.
최영 : (갑자기 품에서 아스피린 병을 꺼내며) 나한테 이 약이 있습니다. 의선의 약인데. 이거 쓸데없겠습니까?
장빈 : (받아들어 보긴 하지만) 무슨 독인지 알아야 해독을 시도해볼 것인데
(바닥에 흩어져 있는 종이들을 보며) 종이 끝에 독을 묻혀놓았다 들었습니다.
종이를 가져가서 독의 종류를 알아낼 수는 있겠지만
최영 : (결국 장빈의 옷깃을 움켜쥐어) 이 사람 살릴 수 있냐고 묻잖아.
장빈 : 덕흥군을 만나보십시오. 전에 봤던 기루에서 기다린다 했으니.
최영 : 덕흥군..
장빈 : 그 자가 의선에게 독을 썼댑니다. 해독제를 받고 싶으면 오라 했다고..
최영 : (간신이 놓아주며) 얼마나 있습니까. 시간.
장빈 : (은수의 팔목의 맥과 목의 경정맥을 함께 짚어본다) 석화독이 맞다면 손끝에서부터 마비가 진행됩니다.
그 마비가 장기와 심장에 이르게 되면..
최영 : 얼마나 남았냐고!
장빈 : (맥을 느껴보며) 어떻게든 지연시켜보겠지만. 길어야 하루.
최영이 은수를 돌아본다.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흩어져 있는 머리칼을 쓸어 올려 주며.
그 얼굴을 다시 보고는 몸을 돌이켜 나가려는데.
장빈 : 대장.
최영 : (돌아보면)
장빈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최영의 검을 가리킨다. 아까 최영이 놀라서 던져 버린 그 자리에.
분신같은 검을 잊을만큼 최영이 당황하고 있었다. 그 검을 집어 들고. 은수를 돌아보고 방을 나선다.
#6. 길 / 밤
최영이 달리고 있다. 달리며 지시.
최영 : 어의 선생. 미행붙은 놈 있는지 다시 뒤져봐.
두어걸음 뒤의 옆에서 함께 달리던 지호가 돌아서 달려간다.
최영 : 사숙한테 전해. 의선 지금 아프셔서 이동을 못해. 그 집. 제대로 좀 지켜달라고.
뒤에서 따라 달리던 시울도 방향을 바꿔 달려간다.
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대만이 옆으로 붙으며 함께 달린다.
최영이 달리는데 스쳐 지나가는 플래쉬 영상들.
#7. 7부. #
경창군이 아프다던 모습. 아주 빠르게.
#8. #2
땀에 젖은 은수가 최영의 품안에서 고개를 떨어뜨리는 모습.
#9. 길 / 밤
최영이 미칠듯한 심정으로 달린다.
#10. 기루 집 대문 안 / 밤
벌컥 열고 들어서는 최영. 대만.
입구 쪽을 지키던 거사가.
거사 : 안에는 그 놈 혼자 뿐인데. 밖에 하나가 붙었다.
최영 : 근접하지 못하게 해.
대만이 멈춘다. 최영은 멈추지 않고 안으로.
#11. 기루 개문 밖
다가서던 천음자가 멈춘다. 대문 앞에 버티고 선 거사.
거사 : 너지. 먼데 소리를 다 듣는다는 애.
하면서 칼을 스윽 뺀다.
천음자가 불쾌해지면서 피리를 돌려 잡아 공격 자세를 잡다가 올려다보면.
대문 위쪽?에 자리잡은 대만이 약올리듯 피리부는 흉내를 낸다. 전에 피리 갖고 도망치던 걸 생각나게 하는.
천음자가 불끈해서 보다가 찡그린다.
거사가 칼로 옆의 쇠붙이를 땅.. 땅.. 치기 시작한다.
천음자 불쾌해져서 보다가 돌아선다.
#12. 기루 내 큰 방
벌컥 열리는 문. 최영이 들어섰다.
그 안 중앙의 탁자에는 조촐한 술상. 그 앞에서 책을 읽고 있던 덕흥이 고개 들어 본다.
덕흥 : 왔는가.
최영 : 해독제. 갖고 있나.
덕흥 : (자기 앞자리를 가리키며) 기다리고 있었지. (사람좋은 미소) 일단 좀 앉게나.
덕흥의 건너편에 빈 술잔과 일인분의 세팅이 되어있다.
최영이 저벅저벅 다가오더니 그대로 탁자를 발로 밀어 버린다. 집기들이 떨어지며 깨진다.
최영이 검을 들어 탁자 위에 놓는다. (던져 놓는다)
연이어 덕흥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더니 그대로 밀어 집어던져 버린다.
와장창 나가 떨어지는 덕흥. 어이쿠하며.. 아파하는데
어느 틈에 다가온 최영이 다시 멱살을 잡아 일으키며.
최영 : 해독제.
덕흥 : 이 놈이 감히 왕족의 몸에 손을 대.
최영이 후려치는 바람에 다시 나가 넘어지며 뒹구는 덕흥. 입가에 고인 피를 닦아내어본다.
어이없는 기분으로 최영을 본다.
최영 : 내놔.
덕흥 : (끄응 일어서서 옷깃을 바로잡으며) 이런 식으로는 곤란하지.
최영 : 이제껏 내가 죽여 온 사람들.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는데,
매번 고통없이 단칼에 죽이려고 애써왔지. (허리 뒤춤에서 단검을 꺼내든다) 헌데. 오늘 너,
어느 틈에 다가선 최영이 덕흥을 밀어제쳐 벽에 거칠게 붙이더니 한 손목을 꺽어 머리 위로 올렸는데.
그 팔목에 붙여댄 단검. 바싹 얼굴을 붙여서.
최영 : 사지를 하나씩 절단내줄 생각이니, 그 전에 말해.
덕흥 : (그 와중에도 애써 미소) 어차피 나. 둘 중에 하나야.
최영 : 해독제. 어딨나.
덕흥 : 왕이 되든가 죽든가.
덕흥의 머리 위에서 최영이 어떻게 손을 놀렸는지,
덕흥의 억눌린 신음과 함께 피가 주룩 덕흥의 이마 위로 튀어 흐른다.
최영 : 이건 벤 거고. 다음은 자른다.
덕흥 : 내가 죽으면 너의 여인도 죽어. 너의 여인.. 맞지.
최영이 울컥해서 노려보는데.
덕흥은 아예 눈을 감았다. 무섭지만 정말 죽을 각오로 버티고 있다.
최영, 분노로 떨지만 더 어떻게 못하고 있다.
#13. 주막집 방
장빈이 침상 주변에 해독향을 즐비하게 늘어놓고 있다.
그 향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누워있는 은수. 파리한 안색. 눈살을 찌푸린다. 꿈꾸고 있다.
#14. 꿈 속. 초가집 마당
탈색되어서 몽환적이고 꿈같은 분위기. (이 장소는 24회에도 나올 것입니다)
마당 한구석에 피어있는 노란꽃 한 무더기.
마당의 멍석에 말려지고 있는 약재들.
옆의 화로에서 김을 올리고 있는 약탕기.
이 모든 것이 이질적인 시선으로 후욱후욱 들어가며 보여지는 느낌.
주욱 들어가면 소박한 초가집 가운데 마루. 그 마루에 앉아있는 누군가의 옆모습. 얼굴은 아직 보이지 않고.
소박한 무명옷으로 된 고려 여인 복식.
여인 앞에는 돗자리. 그 위에 누워있는 어린 소년. 그 옆에서 애가 닳아 앉아있는 모친.
여인은 소년의 손목 맥을 짚어보고 있다. (아직 은수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
그리고 옆의 탁자 위에는 하얀 면포 위에 수술 도구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다.
#15. 주막집 방
은수가 숨을 가쁘게 쉰다. 옆에서 장빈이 은수의 손 끝에 침을 놓고 있다.
#16. 기루 큰방
풀려난 덕흥이 소매에서 수건을 꺼내더니 이마에 흐른 피를 닦아낸다. 그 수건으로 베인 팔목을 감는다.
바로 앞에 무섭게 가라앉은 얼굴로 그런 덕흥을 보고 선 최영.
덕흥 : 의선이라 불리는 그 여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야.
최영 : 말해. 조건.
덕흥 : 그런데 다들 하는 말이 자네밖에 없다 하더군.
궁의 내부를 속속들이 아는 자. 궁을 지키는 우달치를 움직일 자.
최영 : 뭐야. 갖고 싶은 거.
덕흥 : ... 어보. 옥새.
최영 : (표정없이 보고 있는)
덕흥 : 뺏어오든 훔쳐오든 가져오면 해독제를 주겠다.
최영 : .. 날더러 왕의 옥새를 가져오라고. 그래서 너한테 바치라고.
덕흥 : 곧 날이 밝을 것이고. 해가 중천에 뜨면 아무리 고려제일 의원이라도 못 살린다. 그 여인.
최영이 덕흥을 본다. 덕흥이 마주 본다.
최영이 옆의 탁자에서 검을 집어 들더니 선뜻 돌아서 문으로 간다. 다시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17. 다리 위 / 밤
먼저 걸어오는 최영. 그 뒤를 따르는 대만.
최영이 멈춰 선다. 생각해보고 있다.
대만이 하늘을 보며.
대만 : 곧 날이 밝을 겁니다.
최영이 자신의 검을 들어 잠깐 보다가 대만에게 내민다.
최영 : 넌 여기서 내 검을 지키고 있어.
대만 : 여기서요?
최영 : 내가 올 때까지. 다녀올 거니까.
대만이 최영의 검을 안고 보는 앞길. 최영이 간다.
이만치에서 가는 최영의 모습을 엿보고 있는 천음자.
#18. 궁 외부 정원 / 아침
공민이 이동하고 있다. 충석과 도치. 우달치 셋 더. 환관 둘 더. 왕을 호위하고 움직이고 있다.
문득 충석이 귀를 기울인다.
#19. 궁 외부 정원 다른 곳
순찰을 서고 있던 금군 둘. 그 중의 하나가 짚고 서 있던 창이 뒤에서 뻗어 나온 손에 휘릭 빼앗긴다.
놀라 돌아서는데. 그 창으로 이마를 딱 맞고 기절.
옆이 금군이 미처 놀라 돌아서기도 전에 창의 손잡이 끝으로 명치를 공격 받고 기절.
그가 쓰러지며 놓친 무기가 소리를 내며 바닥에 구른다.
#20. 궁 정원
충석. 그 소리를 들었다. 바로 공민의 앞을 가로막으며.
충석 : 경계.
우달치들이 공민을 가운데 놓고 재빨리 둘러싼다.
충석이 공민의 앞을 가로막는데. 그 앞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걸어오는 최영.
충석 : (놀라서) 대장.
공민이 자기 앞을 막아선 충석을 옆으로 밀치며 본다.
최영이 공민의 앞에 오더니 고개를 숙여 절을 한다.
공민 : (어쩔 수 없는 반가움에) 이게 누구인가. 국법을 어기고 도주 중인 죄인 아니신가.
최영 : 평강하셨습니까.
공민 : 그대는 괜찮은 거요.
최영 : 청이 있어 찾아뵈었습니다.
공민 : (아직 웃고 있는) 먼저 그대를 잡아 꿇리라 명을 해야 할 것인데..
최영 : 전하. (웃지 않는)
공민 : (진지한 기분을 전해받았다. 옆의 충석에게) 물러서게.
충석 : (최영을 보고 공민을 보고. 판단이 안서고 있는)
공민 : 이 사람 최영이야. 다들 물러서.
충석이 손짓을 하고. 몇걸음 물러서는 수행원들.
공민 : 무엇이오.
최영 : 의선이 독에 당했습니다.
공민 : 독에.. 어쩌다가.
최영 : 그 해독제를 구하려면 전하의 것이 필요합니다.
공민 : 내 것. 무엇이 필요한데.
최영 : 어보를 내어주십시오.
공민 : (믿어지지 않아 보다가) 어보.. 내 옥새 말이오?
최영 : 그것이 있어야 의선을 살릴 수 있습니다.
공민 : (어이가 없다) 이봐요. 옥새를 내달라는 게 무슨 뜻인지 몰라서 이러는 거요.
최영 : 그분. 전하의 명으로 이 땅에 끌고 왔고. 전하의 명으로 잡아두었습니다.
그래도 그 분. 왕비마마의 목숨을 구했고. 두말없이 전하의 편이 돼서 기다려 왔습니다.
그런 분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옥새.. 내주십시오.
공민 : 그 옥새를 달라는 자가 누군데..
최영 : 덕흥군입니다.
공민 : (기가 막히다)
최영 : 시간이 없습니다.
공민 : 최영 그대가 지금 내 앞에 서서. 한낱 여인 하나 때문에 왕의 옥새를 달라는 건가.
최영 : 그럼 안 됩니까?
공민 : (부들부들 떨며) 날더러 그대의 왕이라 하지 않았는가. 그대를 가지라 하지 않았는가.
최영 : 저를 보고 전하의 벗이며 백성이라 하셨습니다. 그 백성이 살려달라, 간청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에게 왕이 왜 필요한지 아직도 모르십니까?
공민 : 옥새를 내놓으란 것은 나의 왕위를 내놓으라는 뜻이야.
최영 : 대체 그 옥새. 누가 준 겁니까.
공민 : (두어걸음 물러서며) 니 놈이 미쳤다.
충석 등이 앞으로 나서며 공민의 옆을 지킨다.
최영이 공민을 본다.
공민 : 네가 나에게 이럴 수는 없어.
최영 : 주지 않으시면 가져가겠습니다.
공민 : (손을 들어 최영을 가리킨다) 저 놈을.. 잡아라.
충석이 공민의 앞을 막으며 칼을 뺀다.
충석 : 명 받듭니다.
도치를 비롯한 환관들이 공민을 에워싸고. 우달치들은 일제히 무기를 빼어든다.
충석이 최영을 똑바로 보며 검을 겨눠.
충석 : 무기는 없습니까.
최영 : 없다. 제대로 막아봐. 우달치답게.
최영이 버티고 선다. 충석이 바로 공격해 들어오고 옆의 우달치들이 일사불란하게 공격해온다.
(이하 우달치들과 최영의 공방은. 우달치들은 훈련받은 이들답게 일사불란.
최영은 무기가 없이 그들의 공격을 주로 피하며 앞으로 진로를 뚫고 가는데 역점을 둡니다.
간혹 상대의 무기를 빼앗아 사용하는데. 검도 창도 날이 있는 부분이 아닌 자루나 손잡이로 공격합니다)
최영이 피하고 피하다가 우달치 하나의 검을 빼앗아 충석의 공격을 막는다.
충석이 마음이 아파서 최영을 본다. 그러나 최영이 그를 밀어 제끼고 안쪽으로 달려간다.
충석이 얼른 공민의 옆으로 붙으며 소리 지른다.
충석 : 경보!!.
우달치 중의 하나가 날카롭게 호각을 분다. 멀리 어디선가 화답하는 호각이 들려온다.
공민이 최영이 간 쪽을 보고 있다. 충격과 믿을 수 없음.
#21. 성벽 아래
최영이 빠르게 진행하다가 급히 벽으로 붙는다.
성벽 위에서 화살이 날아내려 꽂힌다.
위를 올려다보고는 벽을 따라 달린다. 화살을 쳐내기도 하며.
#22. 성벽 위
돌배 옆의 우달치들이 활을 겨눠 아래로 쏘아댄다.
돌배가 아래의 상황을 보며 옆으로 달리며.
돌배 : 강안전 쪽으로 간다. 강안전!!
#23. 궁 내부 회랑
밖에서 호각 소리가 들린다. 주석이 이끄는 우달치들이 우루루 달려 나온다.
(우왕좌왕이 아니라 정연하게 훈련 잘 받은 이들답게)
다른 쪽에서 충석이 달려오며 소리지른다.
충석 : 적은 인부당 쪽으로 갈 것이다. 갑조. 길목을 막고. 병조 인부당으로.
주석 휘하의 우달치들이 한쪽으로 달려가는데. 주석이 충석을 막으며.
주석 : 대체 무슨 소립니까. 대장이 침임을 하다니.
충석 : 무조건 막는다. 옥새를 노리고 있는 적이야.
주석 : 우리가 어케 막습니까.
충석 : (잠깐 보더니. 옆을 뛰어가는 우달치들에게 소리지르며 같이 달려간다)
적은 무기가 없다. 겁낼 거 없이 공격해. 적은 우리를 상하지 못해.
#24. 궁 내부 다른 회랑
최영이 달려 들어온다. 그러나 몇걸음 못 가서 한꺼번에 찔러오는 무기들에 막힌다.
덕만을 비롯한 우달치들이 결사적으로 막고 있다.
덕만 : 더 들어오면 다칩니다.
최영 : 해봐.
말과 동시에 공격해 들어온다. 다수의 공격이 최영 하나에 집중되는데.
간신히 피하며 이동하던 최영이 공격해 들어오는 덕만을 잡아 돌려 방패로 삼는다.
그러나 앞에서 찌르는 우달치의 검이 멈춰지지 않는다.
최영이 할 수없이 덕만을 옆으로 밀어버린다.
덕만이 비킨 자리로 찔러온 검이 최영의 어깨를 스치며 벤다. 피가 튄다.
밀려져 엎어진 덕만이 돌아보았을 때 최영은 이미 다른 쪽으로 달려가며 모습을 감춘다.
#25. 궁 다른 회랑
돌배가 우달치들과 달려 들어온다.
돌배 : 인부당으로 가. 적의 목표는 그곳이야.
우루루 달려들 간다.
#26. 인부당
(옥새를 보관하는 왕의 비서실 같은 분위기의)
충석이 우달치들과 우루루 달려 들어온다. 이미 와서 지키고 있는 주석네.
여러 장서들이 있는 책꽂이. 방 가운데 커다란 탁자.
그 옆에 도치와 다른 환관이 대기 중이다.
충석 : 어보는 어디.
도치 : 여기 있습니다.
도치가 가리키는 탁자 위의 화려한 옥새함.
충석 : 결사 방어다. 물샐틈 없이.
우달치들 : 예에.
방안의 탁자를 중심으로 둘러서며 무기를 빼드는 우달치들. 문가 쪽에도 빈틈없이.
충석 : 다시 말하지만 적은 우릴 베지 못한다. 그러니... (잠깐 아픔)
기회가 되면 서슴없이 적을 베어 어보를 지킨다.
#27. 인부당 앞 회랑
역시 우달치들이 가득, 저마다 무기를 빼어들고 살기등등 지키고 있다.
돌배와 덕만 등이 보인다.
#28. 강안전 앞 회랑
노국이 최상궁과 무각시들의 호위를 받으며 빠르게 걸어온다.
#29. 공민 집무실
노국이 들어서다 보면.
공민은 책상 저쪽에 혼자 서 있다. 우달치들이 주변을 지키고 있고.
노국 : 전하.
공민 : (손을 들어 말을 멈추게 하는)
노국이 안타까워 최상궁을 돌아보지만, 최상궁이 고개를 저어보인다. 그냥 놔두라고.
방안 가득..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공민은 이제 분노하고 있다.
#30. 인부당
아까의 자세로 긴장하여 지키고 있는 우달치들. 그런데 밖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다.
충석이 못 참고 문을 벌컥 열어 밖을 지키는 돌배에게 묻는다.
충석 : 조용한가.
돌배 : 아무런 기척이 없습니다.
뒤의 탁자 앞에 있던 도치가 문득 탁자 아래쪽을 본다.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선다.
탁자 아래서 발이 하나 나와 있다.
도치 : 부장.. 부자앙.
충석이 달려온다. 도치가 탁자 아래에서 뻗어 나온 발을 가리킨다.
주변의 모든 우달치가 일제히 돌아서 탁자를 겨냥한다.
충석이 다가서 탁자를 씌운 보를 획 걷는다. 옆의 우달치 둘이 다리를 잡아 빼낸다.
인부당을 지키던 학자 하나가 마악 기절에서 깨어나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댄다.
충석이 옥새가 있다는 상자를 벌컥 열어젖힌다. 내부는 비어있다.
#31. 공민 집무실
공민이 차가운 얼굴로 보고 있는 앞에 충석이 한 무릎을 꿇어 보고 이다. 괴로운 얼굴.
충석 : 아마. 최영 그 자는 전하를 만나기 전에 이미 어보를 탈취한 듯 합니다.
그 뒤.. 어보가 있는 곳으로 공격하는 듯 위장하여 우달치 전원의 수비를 내부로 이동하게 하고..
그 사이.. 도주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공민 : 그래서 옥새는..
충석 : (바닥을 짚으며) 잃었습니다.
노국이 걱정되어 공민을 본다.
공민은 어두운 분노로 보고 있다가 그대로 몸을 돌리더니 나간다.
노국을 스치고 나가면서 눈길도 주지 않는다.
공민은 도저히 이 상황을 믿고 싶지가 않다.
#32. 꿈 속. 초가집 마당
또 보여지는 마당 한구석에 피어있는 노란꽃 한 무더기.
다시 보여지는 마당 너머.. 초가집의 가운데 마루.
무명옷의 여인이 작은 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다른 손으로 수첩을 감싸고 있어서 손에 쥔 펜이나 수첩은 보이지 않는 상태로)
옆모습.. 한손을 올려 머리칼을 쓸어 올린다. 고려여인처럼 묶어올린 머리칼.
손이 스치면서 드러나는 얼굴. 은수다.
은수가 다시 고개를 숙여 뭔가를 쓴다.
이제야 보이는 상 위. 낡아지기 전의 수첩. 수첩 안의 속지.
뒷부분 정도(기철이 집에 따로 떼내어져 있는 부분)에 은수가 쓰고 있었다. 현대의 볼펜으로.
비로소 보이는 글씨. 은수가 쓰고 있는 글자는 ‘은수에게’
(<- 저번에 소품팀에 부탁한 그 부분입니다.
낡아버린 수첩 종이에 보여지는 ‘은수에게’ 글자와
이제 새 종이에 쓰여지는 ‘은수에게’ 글자를 같은 글자체로 맞춰주세요)
그 모든 모습이 잔잔한 물에 파동이 일 듯 흐려지고 뭉개지고 하얗게 바래되며 사라진다.
#33. 주막집 방
은수는 아주 조용해져있다. 파란 입술.
장빈이 은수에게 귀기울여 숨소리를 듣는다. 팔목을 잡아 올려보는데 손끝이 다 검게 죽어가고 있다.
장빈이 초조해하고 있다. 방문 쪽을 돌아본다.
#34. 기루의 방
문이 벌컥 열리고 최영이 들어선다.
덕흥은 아까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탁자에 바둑판을 올려 놓고 혼자서 바둑을 두고 있던 중이었다.
성큼성큼 다가선 최영이 바둑판 위의 알들을 쓸어버리고 그 위에 옥새를 딱 올려놓는다.
최영 : 어디 있어.
덕흥 : 참으로 가져온 게야?
덕흥이 신기해서 본다. 손을 뻗어 옥새를 만지려는데.
최영이 그 옥새를 먼저 덮어 잡으며.
최영 : 해독제 먼저.
덕흥 : 이것이 진짜 옥새인지는 알아봐야하지 않겠나.
최영 : 나는 너하구 달라.
덕흥이 그렇게 말하는 최영을 본다. 미동없이 마주보는 최영.
덕흥이 탁자 위에 있던 술병을 들더니 거꾸로 흔든다. 그 안에서 굴러나오는 작은 자기병.
최영이 채어 잡아 품에 챙기더니.
최영 : 내가 지금 너를 죽이면 안되는 이유. 하나만 대봐.
덕흥 : 그 해독제, 한번으로는 안되니까.
최영 : .. 뭐?
덕흥 : 적어도 사흘에 한번씩 먹여야 된다고.
최영 : (자기도 모르게 덕흥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덕흥 : 어쩔 수 없잖은가. 나도 살아야 되는데.
최영 : 사흘에 한번씩.. 니 놈이 해독제를 주겠다고.
덕흥 : 그렇게 일곱 번은 먹여야 해독이 된다고 하더군.
최영 : 그동안 의선은..
덕흥 : 죽진 않을 것이야. 몇 번 사용해봐서 알어.
잠시 보던 최영이 멱살을 놓아준다.
덕흥 : (덤덤하게 흩어진 옷깃을 매만지며) 그리고 하나 더. 왕족에 대한 말버릇이 그게 뭔가.
내가 곧 니 놈의 주상이 될지도 모르는데.
최영 : (오히려 냉정해져서 보다가) 사흘 뒤에 데리러 오지. (돌아서 문 쪽으로 가는데)
덕흥 : 뭐야. 좀 더 분개할 줄 알았는데 그냥 가는 거냐. 더 할 말이 있을텐데.
최영 : (힐끗 돌아보더니) 난 사람이 아닌 것하고는 길게 말 안해.
최영이 나가버린다.
남은 덕흥이 옥새를 본다. 조심스레 들어서 아래를 살펴본다. 미소가 지어진다. 진짜로 가져올 줄은 몰랐다.
#35. 주막 마당 / 낮
대만이 마당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방문 쪽을 걱정스레 본다.
#36. 주막방 / 낮
장빈이 은수를 안아 일으켜 입에 조심스레 해독약을 흘려 넣는다.
옆에서 긴장하여 보고 있는 최영.
약을 다 먹인 장빈이 다시 은수를 눕힌다.
최영 : 해독이.. 되는 겁니까?
장빈 : 기다려 봐야지요. (은수 목의 경정맥을 짚어보며) 피를 공격하는 독이 아니라.
신경을 마비시키는 독이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아니면 벌써 장기들이 손상되었을 것인데..
(맥을 짚었던 손을 떼며) 좀 더 지켜봅시다.
최영 : 언제까지요.
장빈 : 좀 더.. (하더니 해독제 병을 들고 이어서 방의 저쪽. 약상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넣으며)
이 해독제. 사흘에 한번 일곱 번. 더 먹여야 된다 했지요?
알아보지요. 어떤 성분인지. 내가 만들 수 있는지..
말하다 돌아보면. 최영은 은수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장빈 : 그런데.. 무슨 일을 한 겁니까. 이 해독제 그냥 주지는 않았을텐데.
최영 : 별 쓸데없는 것과 바꾸자기에 그렇게 해줬습니다.
장빈 : 별 쓸데없는 것..
최영 : 근데 손이.. 너무 찹니다. 이분 손, 이러지 않거든요.
늘 뜨거울 정도로 따뜻한데.. 그거 내가 아는데..
장빈 : 해독제가 맞다면 차도가 있겠지요.
최영 : 그냥.. 이렇게 기다립니까?
장빈 : 말을 건네주세요. 약이 효과가 있다면 몸보다 의식이 먼저 돌아올 거니까.
움직이지 못하는 거 알게 되면 당황할 수 있습니다.
최영이 끄덕인다. 한번 더.
#37. 기철 집 전경
덕흥소리 : 이거 좀 보아주겠나.
#38. 기철의 집 서재?
탁자 위에 올려놓아지는 옥새. 그 옥새를 내려다보는 기철. 앞에 앉은 덕흥을 본다.
기철 : 이게.. 설마.
덕흥 : 옥새라 하던데. 맞는지 좀 봐주게. 난 그런 거 본 적이 없어서.
기철 : (들어 아래를 보고 살펴보고) 이게 왜 마마의 손에 있습니까?
덕흥 : 최영이라는 자가 가져왔어. 나한테.
기철이 옆을 돌아본다. 그쪽에 있던 천음자가 끄덕인다. 맞다고.
기철 : 최영이.. 왜.
덕흥 : 모르지. 지금 주상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야. 부원군 자네처럼.
기철 : 그 자가 찾아왔는데 그냥 보냈습니까.
그 놈이 지금 의선하고 같이 있을 것인데 잡아놓지 않고 그냥..
덕흥 : 내가 어쩌겠는가. 그 자는 검을 쓰는 자고. 나야 책이나 읽을 줄 아는데.
기철 : (천음자에게 버럭) 보았다며. 보았는데 어째서.
천음자 : 따라붙는 것들이 있었수.
기철 : (더 버럭질을 하려는데)
덕흥 : 그걸 원하지 않았는가. 궁에서 훔쳐낼 계획도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기철 : 그랬습니다. ...그래서 이 옥새를 어쩌실 생각입니까?
덕흥 : 말했잖나. 나는 생각같은 거 안한다고. 자네가 알아서 사용하시게.
기철 : (덕흥을 살펴보는. 이 자의 꿍꿍이를 알 수가 없어서)
제가 이것을 사용하여 마마를 왕위에 올려드리면.
덕흥 : 의선을 갖고 싶다 하지 않았는가. 최영이 그 의선을 모시고 있고. 그 최영이 나에게 왔다고.
뭐.. 간단한 이야기 아닌가.
#39. 기철의 집 다른 장소
기철이 양사와 기원을 거느리고 오며.
기철 : 최영이 그냥 왔다고? (웃는) 최영이 그 놈에 대해선 내가 잘 알지.
그놈이 제 발로 찾아와 주상의 어보를 내밀었다고.
덕흥군 이 자가 위험한 장난을 치고 있구나. 감히 나를 상대로 장난질을 치고 있어.
양사 : 각지로 보낸 사병들은 어찌할까요. 의선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경에 남아있는 우리 군이 지금 반토막이 나있습니다.
기원 : 일단 불러들이죠. 지금 금군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구요.
기철 : 의선은 계속 찾는다. 고려의 방방곡곡. 북으로는 국경 너머까지. 이잡듯이 뒤지라 해.
다른 한쪽으로는 주상을 압박할 것이고. 또 다른 한쪽으로는 덕흥군의 장단에 맞춰준다.
그 중 어느 하나라도 걸리겠지.
#40. 궁 회랑
충석과 우달치 몇만 호위하는 공민이 빠르게 이동한다.
#41. 군 회의실
우달치 장교들이 모여 있다가 일제히 일어선다.
공민이 그들 앞으로 오며 바로 말하기 시작.
공민 : 절대로.. 어제 밤의 일이 새어나가선 안된다.
누가 간밤의 소란에 대해서 묻거든 훈련이었다 답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어제밤 궁에 침입한 자는 아무도 없고,
따라서 잃어버린 물건도 없다. 알아들었는가.
모두 : 예.
충석 : 전하.
공민 : (돌아보자)
충석 : (한 무릎을 꿇어) 어제 우달치의 무능함으로 전하의 어보를 잃었습니다.
신이 그 지휘를 하였으니 모든 책임은 신에게 있습니다.
더 이상 전하의 부대를 지휘할 자격이 신에게 없습니다. 처벌을 원합니다. (고개를 숙이는)
그러자 옆의 다른 우달치들도 일제히 한무릎을 꿇어 고개를 숙인다.
공민 : (답답하여) 대체 이제까지 내가 말한 건 어디로 들었는가. 어제밤엔 아무 일도 없었어.
그러니 내가 무엇으로 자네들을 처벌하라는 것이야. 이 답답한 사람들아.
충석 : 전하..
공민 : 만약에 이번의 입단속이 제대로 되지 못하면.
그래서 세상이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잃었는지 알게 된다면,
그때는 내가 자네들을 제대로 처벌해 줄 것이다. 되었는가.
충석 : .. 명심하겠습니다.
고개 들어 보면 공민은 이미 나가고 있다.
#42. 공민의 집무실
노국이 들어선다. 옆의 나인이 쟁반에 다과를 올려서 따른다.
다른 한쪽에는 최상궁.
책상 앞에서 앉지도 못하고 서성이던 공민이 돌아본다.
노국 : 수라상도 물리셨다길래 간단한 요기꺼리를 준비했습니다.
공민이 끄덕이긴 하는데 내키지 않는 얼굴.
노국이 좀 뻘쭘해서 서있다.
최상궁이 재빨리 나인을 시켜 탁자에 다과쟁반을 놓게 하고는 밀어 나간다.
나가면서 공민의 옆에 있던 도치도 손짓으로 불러낸다.
그렇게 둘만 남게 되자 공민이 터뜨리듯. 밖에서 들을까 크게 말하지 못하면서.
공민 : 최영이 그자가.. 내게 등을 돌렸습니다.
노국 : (차를 따라주며) 믿을 수가 없습니다.
공민 : 내 눈앞에서 그럽디다. 의선을 살려야겠다면서 내 왕위를 내놓으라 했어요.
노국 : (갸웃..) 그리 말했습니까? 왕위를 내놓으라고.
공민 : 그럼 그게 무슨 말이겠어요. 내 옥새를 내놓으라는데.
그걸 내 숙부. 내 왕위를 노리는 그 자에게 갖다 주겠다는데.
노국 : 정녕... 믿을 수가 없습니다.
공민 : 허어.. 그러시겠지요. 면전에서 당한 나도 믿을 수가 없는데.
세상 천지가 다 내게 등을 돌려도 그 자만큼은 내 옆에 있을 것이다. 내가 그리 믿었는데..
노국 : (생각해보다가) 전하. 송구스럽지만. 그자가 무어라 했는지 상세히 들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공민 : 상세히? 내 가슴을 찢어놓던 그 말들을 다시요?
노국 : 부디.. 다시.
공민 : 허어.. 내 명으로 끌고왔고 내 명으로 잡아놓은 여인이라고.
그러니 살려내라고. 그러니 옥새를 내놓으라고. 아주 당당히 말을 합디다.
노국 : 그래서 무어라 하셨습니까.
공민 : 내가 뭐라 했겠습니까.
#43. 회상 #17
공민 : 그대가 지금 내 앞에 서서. 한낱 여인 하나 때문에 왕의 옥새를 달라는 건가.
최영 : 그럼 안 됩니까.
#44. 집무실
공민 : 내달라는 모양새가 너무나 당당했어요. 지 왕인 나를 아주 야단을 치면서.. (하다가 멈칫)
#45. 회상 #17
공민 : 옥새를 내놓으란 것은 나의 왕위를 내놓으라는 뜻이야.
최영 : 대체 그 옥새. 누가 준 겁니까.
#46. 집무실
노국이 공민을 본다. 공민이 굳은 듯 그대로 서있다.
노국 : 전하?
공민이 손을 들어 말을 막더니 생각을 계속한다.
최영소리 : 대체 그 옥새 누가 준겁니까.
공민이 갑자기 책상 쪽으로 가더니 문서들을 뒤집어 엎으며 뭔가를 찾는다.
그러다 공문서 하나를 찾아 펼쳐본다. 옥새가 찍혀져 있는 공문서.
그러더니 허탈해서 의자에 주저앉는다.
노국이 걱정되서 본다.
공민 :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는데.. 이 나라 고려왕의 옥새에 무어라 새겨져 있는지 아십니까.
노국 : ?
공민 : 부마국왕선명 정동행중서성
- 자막 부마국왕선명정동행중서성 (駙馬國王宣命征東行中書省)
공민 : 사위나라의 어명을 찍는 도장이랍니다. 그래요 이거 원에서 내려준 겁니다.
원에서 던져준 도장 덩어리 하나 부여잡고.. 그게 아까워서 내가 그자에게 말했습니다.
(목이 메이고 있다) 니 놈이 미쳤다고.
#47. 회상 #17
최영 : 저를 보고 전하의 벗이며 백성이라 하셨습니다. 그 백성이 살려달라, 간청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에게 왕이 왜 필요한지 아직도 모르십니까?
#48. 집무실
공민 : 나는 매일 편전에 나가 중신들 앞에서 큰소리 쳤습니다.
내 백성이 거기 있으니까. 내 백성을 위해. 내 백성은.. 그런데요. 왕비.
노국 : (공민의 옆으로 다가간다)
공민 : 난 백성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릅니다. 다른 백성은 본 적이 없어요.
내가 알고 있는 백성은 최영, 그자였는데. 내가 그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저 놈이 미쳤다고. 저 놈을 잡으라고.
울컥 눈물이 고이는 공민. 그 옆에 선 노국이 그런 공민을 감싸 자신에게 기대게 한다.
공민이 노국의 품에 기대어 소리죽여 운다.
#49. 주막집 마당
툇마루 쯤에 딩굴고 있던 대만이 긴장해서 귀를 기울이더니 순식간에 모습을 감춰 숨는다.
기철네 사병 옷을 입은 자 두명이 주막 마당으로 들어선다. 거칠게 돌아다니면서 방마다 열어본다.
그 중의 한 방 쪽으로 간다. 벌컥 열려는데 안에서 나오는 만보와 마마.
만보는 자다 나온 듯 옷을 걸치면서 나오면서.
만보 : 뭐여. 이 칼찬 분들은.
마마 : 왜 그래. 다아 웃놈들 때문에 고생하는 아랫분들인데에.
사병 : (방안을 기웃거리려는데)
만보 : (슬그머니 밀어가며) 하긴 그랴. 우리 아랫것들끼리 서로 사정 봐주고 살아야지.
마마 : 근데 두분 밥은 먹고 싸댕기는가. 국밥 한그릇 드실라오.
만보 : 국밥. 고려 제일.
사병들.. 얼결에 끌려간다. 국밥도 구미가 당기고. 그 뒤에 문이 닫힌 옆의 방.
#50. 주막 방안
누워있는 은수. 그 옆에 앉아있는 최영.
은수의 한 손은 아직 놓지 못해 잡은 채 벽에 기대어 계속 얘기해주고 있던 중이었다.
최영 : 말 타는 법. 단검 쓰는 법을 알려드렸으니까 다음엔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드리겠습니다.
근데.. (해놓고 생각해보더니) 의선께선 별로 좋아할 거 같지 않으니까.. 다른 거.
음.. 중추절 가배 놀이란 게 있습니다.
그 옆에 눈을 감고 있는 은수. 이야기하는 최영의 말소리가 점점 울렁거리며 잦아들고 작아진다.
#51. 꿈 속. 들판
은수가 울면서 달리고 있다.
(이 때의 의상은 위의 꿈속 의상과는 다른 지금 고려에서 입음직한 의상입니다)
#52. 꿈 속. 들판의 다른 곳
달려온 은수가 울며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찾는다.
#53. 창고 안 넓은 빈 공간
여기저기서 햇볕만 들어오는 공간. 다른 가구는 아무 것도 없이 썰렁한.
문이 벌컥 열리며 은수가 들어온다. 그리고 발견하다.
빈공간 가운데 누워 있는 최영.
은수가 울며 달려가 최영의 상체를 안아 올린다. 최영은 죽어있는 듯 하다.
은수가 울며 최영의 얼굴을 쓰다듬다가 흐느끼며 그 이마에 눈에 입맞춘다.
(이때 입은 최영의 의상을 잘 체크해주세요)
어디선가 아련하게 최영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최영소리 : 보름달이 뜨고 지는 시간 내내. 거리마다 사람들이 밤새워 춤추며 놀지요.
술도 마시고. 노래도 하고.
#54. 주막집 방
최영 : (생각해보다 웃는) 그건 정말 마음에 들어하실 겁니다. 그리고.. (하다가 멈칫. 보면)
잡고 있던 은수의 손가락이 움직인다.
후다닥 움직여서 은수의 기색을 본다. 은수가 울고 있다. 눈물이 흘러내린다.
최영이 놀라서 가까이 내려다보며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며..
최영 : 임자. 왜 이래요. 내 말이 들려요?
눈을 감은 은수가 뭔가 말하려는 듯 입을 달싹이는데 그 입술이 너무 말라있다.
최영이 재빨리 옆의 물병을 들어 자기 손가락에 물을 받아 은수의 입술을 적셔준다. 또 적셔준다.
최영 : (속삭여 간청한다) 제발.. 눈 좀 떠봐.
그러나 은수는 오열하기 시작하며 흐느끼고 있다.
최영이 더 못 참고 상체를 안아 올리며.
최영 :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문 밖을 향해) 선생. 장선생.
소리지르다 멈칫 아래를 보면
은수가 울며 손을 올려 최영의 옷깃을 틀어잡으며 뭐라 말한다.
최영 : 뭐라구?
은수 : (갈라진 목소리) 죽지 마요. 이러지 마. 죽지 마..
최영, 이게 뭔가 싶은데.
장빈이 급히 들어서고 있다.
최영 : 이 사람. 방금 말했어요. 근데 왜 이럽니까. 왜 이렇게 우는 거에요.
장빈이 다가와 맥을 짚으며 얼굴 기색을 살피고는..
장빈 : 맥도 그다지 막히는 데 없이 흐르고. (손을 잡아 손가락 끝을 살피며) 아직 마비는 남아있지만.
(최영을 보며 미소) 살아나셨습니다.
그 말에 최영이 멈추었던 숨을 내쉰다. 다시 은수를 내려다본다.
최영의 품 안에서 이제 은수의 흐느낌은 잦아들고 있다.
최영이 놀란 마음으로 은수의 머리칼을 넘겨주고 볼에 흥건한 눈물도 닦아내준다. 진짜 놀랐었다.
#55. 주막집 마당 / 밤
구석에 있던 대만이 후딱 자세를 잡는다. 언제라도 숨을 자세이다가 아.. 웃는다.
대문으로 들어서고 있는 최상궁. 미행을 따돌리며 오느라고 망토를 뒤집어 쓰고 있다.
머리를 가렸던 두건을 내리며.
최상궁 : 이 죄인 놈 어디 있나.
#56. 주막 근처 일각 / 밤
나란히 앉은 최영과 최상궁.
최상궁 : 그래서 의선은.
최영 : 일단 숨은 돌아오셨는데. 그 놈 말이 맞다면 계속 해독제를 드시게 해야 된다는 거지.
최상궁 : 기철이 그놈보다 더한 놈도 존재가 가능하구만.
최영 : 그런 놈을 내가.. 그분에게 보냈어요. (아픔)
최상궁 : (힐끗 최영을 보고.. 슬쩍 손을 들더니 최영의 무릎을 두어번 두들겨준다)
최영 : (후.. 해서 떨치고) 궁은 어때요. 우달치 애들은. 다 쫓겨난 거 아냐.
최상궁 : (흘겨보는)
최영 : 내가 그렇게 가르쳤구만. 상대의 움직임만 보지 말고. 상대의 생각을 좀 읽어라.
최상궁 : 그래서 수뢰죄 뒤집어쓰고. 나라의 도적놈까지 되어서 이제 어찌 살 생각이냐.
최영 : 우선 그분 살리고.
최상궁 : 그리고.
최영 : 보내드려야죠.
최상궁 : 하늘 세상에.
최영 : 예.
최상궁 : 그 담엔.
최영 : 글쎄. (웃더니) 그분 따라갈까? 하늘 세상으로.
최상궁 : (웃지 않고 보는)
최영 : (에혀.. 더 못 속이고 묻는) 전하는 어떠신데.
최상궁 : 어떠실 거 같냐.
최영 : 덕흥군이나 기철이 옥새를 갖고 장난치기 시작할 거에요.
그럼 그 꽉 막힌 선생들이 전하를 들들 볶을텐데.
최상궁 : 왕비마마 말씀이 전하께서 니놈 말을 깨달으셨다 하시더라.
최영 : (미소) 그러셨겠지.
최상궁 : 부원군이 내일 아침 일찍 긴급 도당회의를 열겠다 통보했고.
최영 : 속전속결을 할 모양이네.
최상궁 : 찬성사 조일신이 덕흥군하고 만나고 있다.
최영 : 역시 그랬나..
최상궁 : 전하는 지금 혼자시다.
최영 : ..
최상궁 : 돌아오지 않을 거냐.
최영 : ...
최상궁 : 안 올 거야?
최영 : 말했잖우. 먼저 의선을 살리고. 보내드리고. 그 다음에.
최영이 묵묵히 자기 앞을 본다.
그런 최영을 보는 최상궁. 한숨을 쉰다.
#57. 주막집 앞 / 밤
장빈이 약상자를 들고 나온다. 들어서던 최영이 본다.
장빈 : 전의시에 다녀올까 하구요.
최영 : 의선은..
장빈 : 단전에 독기가 아직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최영 : 그놈 말대로 해독제.. 더 받아와야 한다는 뜻입니까.
장빈 : 해독제 좀 남겨서 가져갑니다. 성분을 알아낼 수 있을지 찾아보려구요.
최영 : (끄덕이는)
장빈 : 대만이 편에 탕약을 보내겠습니다.
해독은 안되겠지만 마비되었던 곳. 순환시키는 데는 도움이 될 겁니다.
최영 : (끄덕이는)
#58. 주막집 방안
들어서던 최영이 멈칫해서 본다.
은수가 누운 채. 눈을 뜨고 보고 있다.
최영이 멈춘 채 보고 있는데.
은수 : 나 죽을 뻔 했대매요.
최영 : 제 잘못입니다.
은수 : (웃는다) 다 자기 때문이래.
최영 : 내가 덕흥. 그 놈을 임자한테 보냈습니다. 서책.. 들고 가라고 협박까지 해서.
은수 : 그래서 그 놈 쫓아가서 해독제 받아왔다면서요.
최영 : 예 그런데.
은수 : (보다가 한 손을 내민다)
최영 : (보기만)
은수 : 일루 좀 와봐요.
최영, 얼른 침대 옆으로 간다.
은수가 최영의 팔목을 잡더니 일어나려고 한다.
최영 : 뭐합니까.
은수 : 나 좀 일으켜 줘요.
최영 : 왜요.
은수 : 나 죽을 뻔한 거. 당신 잘못이래매. 시키는대로 해요.
(너무 밝지 않게. 지금 기력이 바닥인 상황.
그리고 꿈의 상황을 기억하고 있어서 알 수 없는 최영에 대한 아련한 마음)
최영이 은수의 상체를 일으켜 주자.
은수 : 내 뒤에 좀 앉아봐요.
최영 : 뒤에요?
은수 : 좀 기댈라구.
최영이 은수의 뒤에 앉아 준다. 은수가 최영에게 기대며.
은수 : 누워있으니까 가슴이 답답하구. 숨도 잘 못 쉬겠고..
(말은 그렇게 하는데 어쩐지 슬픈 느낌이 자꾸 든다)
최영이 은수를 당겨 더 편한 자세로 기대게 해주고.
최영 : 해독제.. 앞으로 사흘에 한번. 여섯 번 더. 드셔야 된다던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은수 : 꿈을 꿨어요.
최영 : 악몽입니까?
은수 : 모르겠어요. 그냥 꿈인지.. 내가 어디서 본 건지..
그건 아닌데. 본 적이 없는 집도 나오고. 본 적이 없는 내가 나오고.
최영 : 그래서 울었어요?
은수 : ... 꿈에서 당신을 봤는데..
최영 : 내가.. 임자 꿈에 나왔습니까?
은수 : (더 말 안하고) 이봐요 파트너.
최영 : 예.
은수 : 나.. 날짜 풀었어요. 정신 잃기 전에.
최영 : (표정이 굳는)
은수 : 하늘문이 언제 열리는지 알았어요.
최영 : .. 언젭니까.
은수 : .. 한달쯤 뒤요.
최영 : ...
은수 : 그날 돌아가지 못하면. 67년 뒤에 열린대요. 그 하늘문이란 거. 수첩에 적힌 건.. 그래요.
그래서 죽기 전에 가려면 그 날 가야 되요.
최영은 아무 말이 없다. 은수를 기대게 반쯤 감싸 안은 채.
그렇게 기댄 은수도 말이 없다.
잠시 후 최영의 손이 이동하더니 은수의 손을 감싸 잡는다.
고개를 숙이는 최영의 입술 아래로 은수의 머리칼이 있다. 그런 자세 그대로..
#59. 궁 전경 / 아침
#60. 편전
익재, 일신을 비롯한 중신들이 이리저리 모여서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가 돌아보는데.
기철이 들어서고 있다.
기철은 혼자서 여유롭게 자기의 자리를 향해 이동한다.
#61. 강안전에서 편전 가는 회랑
호위를 받으며 걸어오던 공민이 편전의 입구로 들어서기 전에 멈춰선다.
도치를 비롯한 수행하던 자들도 멈춘다.
공민은 불안해하고 있다. 왼쪽 오른쪽을 돌아보는데.
충석과 주석이 시선을 받는다. 최영이 없다.
#62. 편전
공민이 들어선다. 중신들이 모두 일어서 맞는다.
공민이 옥좌에 착석하며.
공민 : 부원군께서 소집한 긴급한 도당회의라 했습니까. (기철을 보며) 시작하세요.
기철 : 전하.
공민 : 말씀하시라고.
기철 : (화려한 받침대에 올려진 문서를 들고 일어선다)
저의 누이되시는 원의 황후께서 긴히 전갈을 보내왔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황후께서는 고려인으로 원의 황후 자리에 오르신 분.
자나깨나 이 나라 고려의 걱정이시지요.
공민 : (지겹지만 참고 있는)
기철 : (공민을 향해 서더니) 황후께서 심려하시길..
고려의 새 주상께서는 원의 황제가 주신 옥새를 사용치 않는다는 말을 들으셨다.
황제께서는 이를 어찌 해석해야할지. 생각중이시다.. 하십니다. 어찌된 일인지요?
익재 등의 학자들이 수런거린다.
공민 : (그런 이들을 둘러보기만)
기철 : 혹시 잃어버리셨습니까? 그럴 리는 없겠지요. 옥새는 곧 나라의 상징인데
그것을 잃었다는 것은 주상으로서의 자격을 의심받을 수 있는 큰일이니까요.
익재 : (기철에게) 이 무슨 해괴한 말거리를 가지고 중신들을 불러 모으신 겁니까.
나라의 옥새를 궁 안에서 어찌 잃어버린단 말이오.
공민의 좌우를 지키고 있는 충석과 주석. 불안해서 보고 있다.
공민이 문득 입구 쪽을 본다.
거기 덕흥군이 들어서고 있다. 공민을 보고 절을 해보이더니 그냥 입구 쪽에 머물러 선다.
기철 : 뭐.. 이런 황실의 우려는 씻어내면 됩니다. 전하. 옥새를 보여주십시오.
그럼 제가 누이께 바로 전갈을 보내겠습니다. 헛소문이라구요.
공민 : ..
익재 : 전하?
공민 : 그 옥새. 내가 치웠습니다.
모두 놀라서 본다.
공민 : (똑바로 덕흥을 보며) 그 옥새에 새겨진 글자. 부마국왕선명.
나 또한 원의 부마, 사위이긴 하지만 그 전에 한나라의 왕이지 않겠습니까.
해서.. 왕에 걸맞는 옥새를 하나 만들어보려구요.
익재와 일신 등이 놀랐다. 수런수런.
기철 : (역시 놀랐다가) 설마 황제께서 내리신 옥새를 버리고 새 옥새를 쓰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공민 : 그래요.
기철 : 그것은 곧 황제에 대한 불충이요 반역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공민 : 그거 참 안타까운 일이군요.
목은 : 전하. 이런 문제는 홀로 결정하실 것이 아니옵니다. 우리 중신들의 뜻을 먼저 모아주시고..
공민 : 모아주세요. 새로운 옥새에는 무어라 새기면 될 것인지.
일신이 벌떡 일어나더니 앞으로 나아와 공민 앞에 부복하며.
일신 : 전하.
공민 : 예에.
일신 : 방금 하명하신 것은 이 나라를 위태롭게 하시는 말씀이십니다.
행여 원나라 황제의 노여움을 사시게 되면
나라를 전쟁으로 이끌고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는 일이 될 것이며..
공민 : 경도 말 뿐이었습니까?
일신 : 전하. 자칫 우리 다 죽을지도..
공민 : 나더러 원에 대항하여 자주독립을 하자. 나라의 자존을 세우자.
볼 때마다 잔소리를 하시더니 다 말뿐이었냐구요.
익재 : 전하. 이상을 추구하시는 것은 좋으나 실재의 백성을 생각하여 주시옵소서.
공민 : 그 백성들에게 한번 물어보긴 하셨습니까? 그들이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아니면 그냥 경이 겁이 나는 겁니까?
(일어서더니) 정승께서는 군부판서와 판도판서를 불러 당장 강안전으로 와주세요.
원의 움직임에 대비, 국경지대의 수비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니까.
공민. 저 앞의 덕흥군을 보고. 기철을 보며. 나가버린다.
일신이 안절부절해서 덕흥이 있는 쪽을 돌아본다.
#63. 편전에서 강안전 가는 회랑
공민을 수행하는 충석. 주석. 도치 등.
공민 : (옆의 충석에게) 옥새 사건은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겠지?
충석 : 물론입니다.
공민 : 행여 세상에 알려지게 되면. 느이들 대장은 다신 돌아오지 못해.
충석 : 명심하겠습니다.
#64. 궁 내 누각
조일신이 걸어오다가 멈칫. 거기 누각에서 기다리고 있던 덕흥이 돌아본다.
일신이 안절부절. 주위를 살피고는 다시 슬슬 덕흥에게 온다.
일신 : 오늘 도당 회의 보셨습니까.
덕흥 : 봤네.
일신 : 아무래도 시방 전하께서 사고하시는 게 온전치가 않으십니다.
덕흥 : 자아 그러니 이제 명분이 생긴 것이지. 이 나라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거사를 일으키시라고.
일신 : (끙끙..) 거사..입니까?
덕흥 : 며칠 후면 밖으로 내보낸 부원군의 사병들이 개경으로 돌아올 것이야.
그때는 이미 기회가 날아간 것이지.
일신 : 그리 급하게..
덕흥 : 거사는 오래 끄는 게 아니야. 시간을 끌수록 정보가 새고 김이 새게 되있어. 쇠뿔은 단김에.
일신 : (아직 겁이 나는데)
덕흥 : 자운대감을 만나보시게. 그 이가 이번에 나라의 관직을 잃게 되면서 나와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네.
하더니 먼저 가려는데. 일신이 후다닥 쫓아가더니 막아서며.
일신 : 여쭙겠습니다.
덕흥 : 여쭈시게.
일신 : 그러니까 제가 가서 부원군 집을 치고 거사에 성공을 하면.
그 집, 그 자리가 내 것이 된다는 보장이 있겠습니까?
덕흥 : 그것만으로는 안되지. 내가 왕이 되야 그 보장이란 것을 해 줄 수 있다 하지 않았는가.
일신 : 즉. 제가 알고 싶은 것은 그것입니다. 어찌 그 왕의 자리에 앉으실 것인지..
자칫 저는 재주나 피우는 원숭이가 될 수도 있는지라.
덕흥 : (일신의 어깨를 짚어) 그 다음에 어찌해야 하는지는
그때 그때 알려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니 기다려보게.
어깨를 툭툭 쳐주고는 웃으며 간다.
일신이 혼자 서서 어쩌지어쩌지 하다가 고개를 든다. 나름 결심을 했다.
#65. 대로
조일신이 수하들 대여섯 정도를 거느리고 거들먹거리며 오고 있다.
거리에는 지나는 행인들. 더러.
조일신의 수하들이 앞을 가로막는 자가 없도록 길을 트며 걷고 있다.
조일신이 왠지 뒤통수가 땡겨서 뒤를 돌아본다. 행인들만 보일 뿐, 조일신이 다시 앞을 보며 걷는다.
그런데 조일신의 시야에 보이지 않던 곳에서 삿갓을 쓴 사내가 나타나며 일신의 뒤를 따른다.
슬쩍 고개를 드는데 신비거사다. 그 위로.
만보소리 : 그 찬성사란 놈이 요즘 부쩍 바빠졌어. 밤낮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당기는데.
#66. 길
자운이 시종들과 함께 퇴청하고 있다.
그가 지나가는 길. 저 뒤쪽에 지호와 시울이 슬렁슬렁 따라가고 있다. 그 위로
마마소리 : 그 부원군네 붙어 있던 자운대감 있잖여. 그 놈하고도 손을 잡은 거 같고.
#67. 사대부집 사랑채 / 밤 (기촬영분)
멀리서 보이는 사랑채 . 열린 문 안으로 모여있는 자들이 보인다.
조일신과 자운의 모습이 보이고, 금군의 장교들도 보인다.
자운이 스윽 일어나더니 열려있는 문을 닫는다.
만보소리 : 요 며칠 동안은 금군의 호군들하고 밤마다 만나드라고.
최영소리 : 뭔 수작들을 하는지는 못 들었고?
사병들이 이곳 저곳을 지키고 있다.
그들 옆을 지나가는 하인. 장작을 한아름 안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사랑채 앞에서 그만 장작을 떨어뜨리며 넘어진다.
아이구구..해가며 장작을 주워 담는데 잘 보면 지호다.
사병들이 귀찮아서 그를 보고 있다.
그렇게 사병들의 시선이 다른데 팔린 사이.
그 뒤, 사랑채의 창문 바로 옆으로 다가 서는 자. 하인 복장인데 잘 보면 시울이다.
시울이 슬쩍 창문을 조금 열더니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그 열린 창문 위를 보면 지붕에 납작 엎드려서 아래의 소리를 엿듣고 있는 거사.
만보소리 : 우리가 알아낸 것은 금군의 우두머리들이 대부분 찬성사 그놈의 손에 넘어갔다. 이 정도네.
#68. 주막집 방
은수가 침상에 앉아있는데.
최영이 은수의 뒤와 옆에 이불을 쑤셔 넣어 기댈 수 있게 만드는 중. 손길은 자상하다기보다는 거친.
저 앞에는 만보 남매가 나란히 앉아있다.
마마는 베주머니의 약을 약대로 사발에 짜는 중. (옆에 약탕기 등..)
만보 : 그런데 그 찬성사한테는 왜 갑자기 관심을 쏟아 붓냐.
마마 : 우리 애들도 장사해야 되는데. 언제까지 따라댕기라 그래.
최영 : 나를 누명 씌워서 내쫓은 것도 그놈이고. 그럼 우달치까지 손에 넣고 싶은 모양인데.
(마마쪽으로 가서 약을 짜는 모양을 못마땅해서 보며) 왜 그렇게 병력 모으는데 열심일까.. 궁금하잖우.
거 좀 제대로 짜보지. 그렇게 슬렁슬렁.. 아 줘봐요.
결국 마마에게서 약대를 빼앗아 자기가 짠다.
그런 최영의 모습을 주욱 지켜보고 있는 은수. 이불에 기대어 계속 보고 있다.
일 얘기를 하거나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은 처음이다.
그리고 꿈에서 이어지는 감정이 아직 남아있어서 심란하다.
만보 : 근데.. 좀 묻자. 그리 공을 들여 금쪽같은 정보를 얻었다 쳐.
그래서 느이 왕한테 쪼르르 가서 보고를 했다 쳐.
그럼 느이 왕이 오오냐. 수고했다. 그럼 다시 궁에 들어와서 대장이 되어라. 이래주냐?
최영 : (다 짠 약을 은수에게 가져오며) 하여간 장사꾼들.. 받을 거 먼저 생각 안하면 암것도 못하지.
(은수에게 약사발을 내밀며) 자요.
은수 : (받을 생각은 않고 사발 안을 들여다본다. 시커먼 약. 찡그려지는) 쓸 거 같은데.
최영 : 약인데 그럼 달겠습니까.
은수 : 먹여줘봐요. (실은 손가락이 움직여지지 않아서 사발을 들 수 없어.
현재 두 손은 이불 아래로 감추고 있는)
최영 : (민망하지만 입에 대준다) 안 뜨거워요. 주욱.
은수 : (살짝 혀만 대보는. 으으)
최영 : 단숨에. 주욱. (은수의 머리 뒤를 잡아주든가)
은수가 최영을 흘겨보고는 주욱 마신다. 그래놓고 켁켁.
최영은, 은수가 써서 캑캑거리는 꼴을 표정관리하며 구경하고 있다가.
최영 : 두 번째 해독제를 받으러 다녀올 겁니다.
은수 : 그.. 덕흥군이란 놈 만나요?
최영 : 예.
은수 : 좀 패주지.
최영 : 좀 패줬습니다.
은수 : 만나면 ... 하나 물어봐줄래요?
최영 : 뭐요.
은수 : 그.. 수첩에 뒷부분이 있는지.
최영 : ?
은수 : 꿈에 그 수첩이 나왔는데. 뒷부분이 있었거든요.
최영 : 꿈에서 본 게 실제로 있는지 물어봐달라는 겁니까?
은수 : 그러니까요. 그런 게 없으면 이건 그냥 꿈인 거죠.
그래서 이건 아무것도 아닌 개꿈이다. 그걸 확인하고 싶어서요.
최영 : (이해는 안되지만) 그러겠습니다.
돌아서다 보면 만보 남매가 나란히 앉아 헤벌레해서 구경하고 있다.
무시하고 검을 챙겨서 나가려다 돌아보면. 은수가 빤히 자기를 보고 있다가 웃어 보인다.
최영이 만족해서 나간다.
문이 닫기자. 은수의 미소가 가신다.
이불벽으로 스르르 무너지며 애써 조절하고 있던 숨을 하아하아 내쉰다.
마마가 놀라서 다가온다.
마마 : 이보시오. 어디가 안 좋소.
만보 : (뒤에서 건네다보며) 왜. 뭐여.
은수 : 손이.. 안 움직여요.
은수가 두 손을 올리는데. 손가락이 마비 때문에 굳어져 있다.
마마가 은수의 손을 잡아 보더니 놀라서.
마마 : 손이 완전 얼음 돌덩이여. 어이구. 이를 어쪄.
하며 비벼준다.
은수는 최영이 나간 문 쪽을 하염없이 보고 있다. 불안함으로.
#69. 궁안 학자실
익재와 목은. 몇몇 중신들이 모여 있다. 다들 걱정이 태산인 표정.
한쪽에는 일신이 눈치를 보고 있다.
중신1 : 말려드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중신2 :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십니다.
익재 : 참으로 주상께서는 원의 옥새를 버리고 새 옥새를 만드실 생각이신가.. (한숨)
목은 : 허나 틀린 말씀을 하시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언제까지 상국에서 내려준 옥새를 사용할 것입니까.
익재 : 그렇다고 옥새 하나 때문에 전쟁이라도 불사하자는 말인가.
목은 : 옥새 하나 때문에 전쟁을 일으킨다는 자체가 어불성설 아니겠습니까. 선생님 저는..
일신 : (불쑥 끼어들며) 대고려의 안녕과 번영을 위하여. 가장 먼저 척결해야 할 것은 따로 있지 않겠습니까.
익재 : (그다지 달갑지 않아 보는)
일신 : 이번 옥새의 난을 일으킨 자. 시시때때 원의 위세를 등에 업고 주상전하와 주정의 대신들을 겁박하는 자.
목은 : 덕성부원군 말씀이십니까?
일신 : 여러 중신들께서는 이 방. 이 자리에서 계속 세치 혀로 걱정하시고. 분노하시고. 다 하십시오.
저는. 이제 그리 살지 않을 것입니다. 나중에 뵙지요.
하더니 거들먹거리며 나간다.
#70. 기루 앞 / 밤
들어서던 최영이 잠깐 멈춘다. 뒤쪽의 한 곳에 기척을 느끼고 있다. 돌아보지는 않는데.
// 이만치 떨어진 곳에 천음자가 기대서서 최영을 보고 있다.
// 최영 그대로 안으로 들어간다.
#71. 기루 방안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서는 최영.
거기 여전한 탁자. 바둑판. 그 앞에서 혼자 바둑을 두고 있던 덕흥. 미소를 지어 본다.
최영이 다가서 탁자에 두 손을 짚고.
최영 : 오늘 조건은 뭐야.
덕흥 : (손을 뻗어 맞은 편 의자를 가리키는)
최영 : 조건. 말하라구.
덕흥 : 거기 앉아서 밤새 나하고 세상이야기를 하는 것. 그게 오늘 조건이네.
최영 : (보는)
덕흥 : 더불어 바둑을 두어주면 더 좋구.
최영 : (보는)
덕흥 : 해가 뜰 때까지면 되는데.
최영 : (간신히 역겨움과 분노를 삼키고) 해가 뜨면 사흘이 채워지잖아.
덕흥 : 그렇지. 아슬아슬하겠네. 그 해독제의 사용은 시간이 아주 중요하더라구. 말했잖은가. 몇 번 사용해봤다고.
한번은 잠깐 딴 데 정신이 팔려서 시간을 한식경인가 넘겼는데.. 호흡이 안되면서 죽었더라구.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그런 말을 아주 편하게 부드럽게 한다) 바둑 둘 줄 아는가.
최영이 앞의 의자에 걸터앉더니 발로 다른 의자 하나를 끌어와 놓고 두 다리를 얹는다.
검을 안고 뒤로 기대 쉬는 자세를 취한다.
창문 쪽을 본다. 밖은 아직 밤.
#72. 기루 앞 / 밤
천음자가 기다리고 있는데. 기철과 화수인이 온다.
천음자의 안내로 기루로 들어간다.
#73. 기루의 방
기대 앉은 채 눈을 감고 있는 최영.
그 앞에서 턱을 괴고 앉아 혼자 바둑을 두고 있는 덕흥.
덕흥 : 혼자 두는 바둑도 나름 맛이 있어. 타인과 겨루는 게 아니라 나 자신과 겨루는 거지.
최영 : (눈을 뜨고 문 쪽을 본다. 누가 오는 걸 들었다)
덕흥 : 검을 쓰는 자도 그게 되나? 나 스스로와 겨뤄보는 거?
최영이 의자에 얹었던 다리를 내려놓고 슬그머니 검을 잡은 자세를 바꾼다. 발검하기 쉽게.
문이 열리더니 들어서는 기철. 혼자 들어서고 있다.
기철이 안쪽의 둘을 보고는 최영에게 다가와 선다.
기철 : 수배중인 죄인이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최영 : (고개짓으로 옆의 덕흥을 가리키며) 이 쪽에 물어보시죠.
기철 : (덕흥을 보는) 마마. 이 자와 만날 때는 저에게 언질을 좀 주십사.. 그리 말씀드렸는데요.
덕흥 : 자네의 사제가 줄곧 나를 따라다니길래. 당연히 찾아오실 줄 알았네. 앉으시게 어서.
기철 : (언짢아서)
덕흥 : 내가 일부러 이런 자리를 만들었어. 여기 최영이란 자는 이제 나의 사람이나 마찬가지고.
최영 : (뭐야 이건 해서 보는)
덕흥 : 부원군 자네는 나를 데려온 사람이고. 그러니 우리 모두 이제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 아닌가.
그래서 이렇게 좋은 밤에 술도 한잔 하고..
기철 : (최영에게) 언제부터 자네가 덕흥군마마의 사람이 되었나.
최영 : (대답없이 덕흥을 살피고 있다. 무슨 수작인가 해서)
덕흥 : 어허 부원군 앉으시라니깐.
기철. 자리에 앉는다. 이제 삼각형의 구도를 만들며 마주앉게 된 세사람.
(앞으로의 삼각구도를 상징하는 분위기)
덕흥 : (창 밖을 보며) 가만 있자아.. 지금 시각이 어찌 되었는고..
#74. 기철의 집 대문 앞 / 밤
대문 앞을 지키던 기철의 집 사병들이 어어.. 해도 돌아본다.
미처 무슨 수비태세를 갖추기도 전에 화살이 무수히 쏟아져 들어온다.
사병 하나는 열려진 대문 안으로 뛰어 들어가려다가 화살을 맞고 쓰러진다.
#75. 기철의 집 대문 안 / 밤
기철의 사병들이 우루루 몰려나오는데.
그들에게 역시 쏟아지는 화살들. 반 넘어 넘어지는 사병들.
이제 모습을 보이며 남은 사병들을 향해 공격해 들어가는 병사들. 금군이 복장을 입고 있다. 사병들을 벤다.
#76. 강안전 공민 집무실
공민이 놀라서 돌아본다. 그 앞에는 당당하게 서 있는 일신.
공민 : 뭐가 어째요.
일신 : 신이 보냈습니다. 전하께서 차마 시작하지 못한 것을 신이 하였습니다.
금군 이천명. 이 시각 현재 부원군의 집을 유린하고 있을 것입니다.
충석 : 금군 이천명을 다 보냈단 말입니까. 왕궁의 수비는 어쩌고.
공민 : 왕도 모르게. 왕의 군사를 움직여?
일신 : 전하께서 총애하시던 최영. 그자는 꿈도 꾸지 못한 일입니다.
감히 전하를 겁박하던 기철의 목을 가져오겠습니다. 전하.
공민 : (버럭) 이 놈을 잡아라. 이 놈이 감히 내 군사를 움직였다.
충석 : 우달치.
집무실 곳곳을 지키던 우달치들이 우루루 달려나오는데.
거의 동시에 밖에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금군.
일신이 슬그머니 뒤로 물러서며 소리는 계속.
일신 : 원에서 십년. 신은 전하만 바라보며 살아왔습니다.
충석 : 전하를 보호하라.
우달치들이 빠르게 공민을 둘러싼다. 그러나 그들은 기껏 십여명.
일신 : 전하를 모시고 돌아오는 길 신은 참으로 행복하였습니다.
허나 전하께선 신을 보아주지 않으셨습니다. 신의 충정을 알아주지 않으셨습니다.
충석 : 뒤를 확보해.
우달치들이 공민을 에워싸고 뒤로 뒤로 물러서간다.
충석과 나머지 우달치들은 앞을 가로막고 있다.
#77. 기루 앞 / 밤
지호와 시울이 달려온다. 마악 입구로 들어가려다 멈춘다.
입구에 버티고 서있는 천음자. 그 옆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화수인.
다른 쪽에서 달려오던 대만이 재빨리 모습을 감추며 이쪽의 상황을 본다.
그러다 돌아보면 거기 기철네 집 사병 몇과 함께 양사가 고꾸라질 듯 달려오고 있다.
#78. 기루 방
최영이 뭔가 불안하다. 일어서 창문 쪽으로 간다.
기철 : 그러니까 단지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자리이다.
덕흥 : 그렇지.
그 때 문이 열리며 양사가 급히 들어온다.
양사 : 나으리. 기습입니다.
기철 : 뭐?
양사 : 금군이 쳐들어왔습니다.
기철 : (벌떡 일어나는)
양사 : 수가 너무 많습니다. 도저히 방어할 수가 없습니다.
기철이 입구 쪽으로 두어걸음 가다가 멈춘다. 최영을 본다.
기철 : 지금 주상은 그럴 배짱이 없으시다. 특히 네놈이 옆에 없는데. (덕흥을 본다)
덕흥 : (순진한 얼굴로 마주보는)
기철 : 나와 나의 사형제들을 이 시간에 이리로 불러내신 분. 그래서 내 집이 비게 만드신 분.
하며 덕흥에게 다가오는데. 그 손에 얼음이 언다.
어느 틈에 덕흥의 옆으로 다가선 최영이 칼을 써억 빼들어 덕흥의 앞을 막는다.
최영 : 아직 이 자가 죽어선 안되어서요.
기철. 벌컥 폭발하기 직전인데.
#79. 기철의 부유고
문이 열리며 뛰어드는 기원. 미친 듯이 숨을 곳을 찾아 헤메다가 탁자 뒤로 비루하게 숨어드는데.
입구로 밀려드는 금군들. 그들이 여기저기 물건들을 뒤지다가
그 중에 하나가 기철이 화타의 유물들을 넣어둔 상자를 발견한다.
금군 : 이거 같은데.
발견한 금군이 상자를 들고 나간다.
기원이 너무 놀라서 고개를 빼어 보다가 나중에 나가던 금군에게 발각된다.
그 금군이 다가온다. 기원이 히엑.. 놀라서 도망을 치려 하는데.
그 뒤에서 사정없이 그어버리는 금군. 기원이 무너져 내리고 금군은 다른 동료들을 따라 나간다.
바닥에 엎어져 있는 기원의 죽음.
#80. 기루의 방
기철 : 니 놈이 정녕 이 분의 사람이 되었다는 건가.
최영 : (여전히 칼을 겨눈 채) 말같지도 않은 소리 그만하시고.
습격받고 있다는 집이나 챙기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기철 : (양사를 돌아본다)
양사 : (울상이 돼서 초조해서)
기철 : 개경 주변. 동원할 수 있는 군사가 얼마나 되나.
양사 : 하남에서 서래목까지 팔백에서 구백명 정도는 바로.
기철 : 동원 되는대로 궁을 친다.
최영 : (놀라서 보는)
기철 : (최영을 보며) 궁을 치고 주상을 인질로 잡아 거래를 하겠다.
최영 니놈이든 (덕흥을 보며) 마마시든. 금군이 죄다 내 집에 동원이 되어있다 하니.
궁은 빈집이나 마찬가지. (입구로 가며) 목표는 강안전이다.
기철이 나갔다. 최영이 저도 모르게 칼을 뿌려 덕흥의 목을 겨눈다.
최영 : 너 대체 뭐냐.
덕흥 : 날이 밝으려면 아직 멀었으니 천천히 얘기 나누면 되지 않겠나.
아니면 해독제를 포기하고 자네 주상께 달려갈 생각이신가.
#81. 궁의 일각
충석을 비롯한 우달치들이 공민을 감싸서 이동하고 있다. 그 공민의 얼굴.
#82. 주막의 방
최영이 만들어준 이불벽에 기대 앉아 있던 은수가 정신을 놓으며 옆으로 스르르 무너진다.
저쪽에서 해독향을 피우던 더기가 놀라 돌아본다.
옆으로 쓰러진 은수의 입가에 가느다랗게 피가 흘러내리고 있다.
#83. 기루의 방
최영이 초조한 심정으로 창문 밖을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