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히텐슈타인 파두츠/알프스의 한 송이 에델바이스 파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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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두츠의 시민들은 집 마당이나 담벼락에 인형을 많이 걸어 놓는다. 아주 다양한 모습들이 있기 때문에 집집마다 구경하는 것도 또 하나의 볼거리이다. |
짙푸른 하늘 아래로 그림 같은 집들이 서로 어깨를 나란히 맞대고, 드넓게 펼쳐진 녹초지에서는 귀여운 양떼와 소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산마루에는 일년 내내 녹지 않는 만년설이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처럼 목가적인 풍경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지는 곳이 알프스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게 된 알프스는 분명 동경의 대상이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신기루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평생 동안 멋진 알프스를 한번쯤 여행하고 싶은 꿈을 꾸었고, 현재에도 많은 사람들이 알프스를 가기 위해 꿈을 꾼다.
아름답다는 미의식은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주관적인 관점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알프스가 빚어낸 풍경만큼은 객관적인 ‘미의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이들이 죽기 전에 꼭 가고 싶은 곳으로 유럽의 알프스를 꼽는다.
그 중에서도 알프스 한 귀퉁이에 조용하게 똬리를 튼 리히텐슈타인은 고결한 품격과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한 송이 에델바이스와 같은 나라이다.
살기 좋은 나라 1위 리히텐슈타인 리히텐슈타인은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이지만 유럽에서는 휴양도시이자 국민소득 3만 불이 넘는 부강한 나라로 유명하다.
교황이 머무르는 이탈리아의 바티칸과 산마리노 공국 그리고 프랑스 남부의 모나코 공국에 이어 유럽에서 네 번째로 작은 소국이 바로 리히텐슈타인이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알프스가 이탈리아·독일·스위스를 거쳐 오스트리아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한 리히텐슈타인은 다른 나라에 비해 땅도 작고, 인구도 적지만 세계적인 예술품이 많이 소장된 곳이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곳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우리의 속담처럼 리히텐슈타인은 인구 3만 명밖에 되지 않지만 한 해 동안 국제특허를 1000건 이상 출현할 정도로 창의성과 독창성이 아주 우수한 나라다.
세계에서 살기 좋은 나라를 선정할 때마다 스위스와 함께 1,2위를 다툴 만큼 경치가 수려하고 사람들의 마음이 따뜻해 유럽인들에게는 여름철이나 겨울철에 휴양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악성 베토벤도 리히텐슈타인을 매우 사랑했다고 한다. 그는 잠시 동안 이곳에 머물면서 리히텐슈타인의 공비(公妃)인 요제피네 소피아에게 직접 피아노를 가르쳐 주었으며, 그녀에게 피아노 소나타 제13번(작품 27-1)을 헌정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리히텐슈타인은 유럽의 많은 예술가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알프스의 에델바이스처럼 소중하고 귀하게 커온 작은 나라이다. 특히 미국의 팝 황제 마이클 잭슨이 우연히 리히텐슈타인의 예쁜 엽서를 보고 이곳에 집을 마련한다는 소식으로 유명해졌으며, 얼마 전에는 이 나라를 다스리는 한스 아담스 2세가 아들인 알로이스 왕자에게 왕권을 이양해 세계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얻기도 했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국경 사이에 놓인 소국 리히텐슈타인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의 귀족인 리히텐슈타인 후작이 신성로마제국의 의회에 참석할 권리를 얻기 위해 개인적으로 사들인 땅이 현재의 소국이 된 것이다.
그후 신성로마제국과 독일연방으로부터 지배를 받다가 1866년에 독립한 뒤 왕이 있는 입헌군주제로 UN에 가입했다.
현재 한스 아담스 2세는 내각해산권, 판사임명권 등 입법·사법·행정 3권에 관한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 절대군주이다.
하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중세시대의 절대왕정과는 달리 국민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국민들은 잘 정비된 사회복지시설을 바탕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서울의 4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리히텐슈타인은 국토의 3분의 2가 중앙 알프스 산맥의 일부인 레티콘 대산괴의 험준한 산들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수도인 파두츠는 2000m가 넘는 산들로 둘러싸여 있어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알프스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신비감마저 안겨준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리히텐슈타인이 스위스 한 귀퉁이에 있는 작은 도시로 알려져 있고, 경제적인 모든 시스템도 스위스에 이양했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동양인들은 그리 많지 않다.
언어는 독일어, 화폐는 스위스 프랑을 사용하고 있는 파두츠이지만 국제적인 도시답게 영어가 잘 통해 여행의 불편함은 없다. 다만 이 나라에는 비행장이 없기 때문에 스위스나 오스트리아를 거쳐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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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 아담스 2세가 사는 파두츠 성 |
애달픈 사연 깃든 파두츠의 겨울연가
하얀 눈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파두츠의 겨울은 온갖 풀들이 자라나는 여름과 달리 아주 독특한 매력을 그려낸다. 알프스의 영롱한 이슬만을 먹고 자라서인지 리히텐슈타인의 수도인 파두츠는 맑고 깨끗한 향기가 여행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서울의 한 개 구(區)보다 작은 파두츠에 도착하면 너무나 차분하고 여유롭게 돌아가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빈부의 격차가 거의 없고 인구도 아주 적기 때문인지 거리는 아주 깔끔하고 잘 정돈된 듯한 인상을 받는다. 거리를 지나치면서 만나는 현지 사람들은 낯선 이방인에게 먼저 눈인사를 건넬 만큼 친절하고 상냥하다.
단아하고 우아한 기품을 간직한 파두츠 여행은 시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파두츠 성에서부터 시작된다. 현재 한스 아담스 국왕 가족이 머물고 있는 성은 리히텐슈타인을 대표하는 상징물이자 국민들의 강인하고 적극적인 국민성을 대변하는 건축물이다.
높은 언덕 위에 요새처럼 우뚝 서 있는 파두츠 성은 14세기에 지어졌지만 중세시대 때는 허름한 창고로 이용되었을 만큼 어두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 일반인에게는 개방되지 않지만 시내를 한눈에 전망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꼭 이 성을 찾는다. 마을에서 좁은 골목을 따라 예쁜 집들을 지나면 우거진 숲 사이로 좁은 산책로가 나온다. 이 길을 따라 20여 분 정도 가파르게 오르면 서서히 발 아래로 라인계곡과 하얀 눈으로 뒤덮인 파두츠의 모습이 드러난다.
개와 함께 산책을 나온 시민들로부터 다정하게 사랑을 나누는 연인, 부모님 손을 잡고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 아이까지, 성으로 올라가는 산책로는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처이다. 이 작은 산책로 중간 중간마다 리히텐슈타인의 정치·경제·사회 등에 관한 정보가 새겨진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콧잔등에 땀이 송골송골하게 맺힐 무렵이면 파두츠 성이 아주 가까이 눈에 들어오고, 발아래로는 아름다운 시내의 모습이 펼쳐진다. 왕자가 운영한다는 포도밭, 울긋불긋한 지붕, 목가적인 풍경 등 알프스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요소들이 여행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동화책 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파두츠 성이 바로 코앞에 다가서면 리히텐슈타인의 국민은 아니지만 왠지 마음속에 경건한 마음까지 든다. 그리고 영국의 버킹엄 궁전과 달리 한 나라의 왕이 사는 궁인데도 불구하고 경비병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범죄가 없는 나라라는 별칭이 이곳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파두츠 성을 생각하게 되면 항상 떠오르는 인물이 위에서도 잠깐 언급한 베토벤과 리히텐슈타인의 공비와의 관계이다.
‘불멸의 편지’에서 등장하는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세상에도 많이 알려져 있다. 베토벤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머물 때 아름다운 처녀 요제피네 소피아를 처음 만났다. 요제피네는 180일 동안 빈으로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여행을 왔다가 베토벤을 우연하게 만나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다. 이런 인연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애틋한 연인의 관계로 발전한다.
그러나 운명은 두 사람의 사랑을 시샘한 듯이 요제피네가 다임 백작과 결혼을 하면서 비극을 맞는다.
결혼한 후 요제피네는 가끔씩 베토벤을 자기 집으로 초대해 음악 연주를 듣고 그를 후원하기도 했다. 리히텐슈타인의 공비이자 베토벤의 연인이었던 요제피네 소피아의 가슴 시린 사랑이 파두츠 성 어디엔가 숨어 있을 듯한 묘한 신비감이 성을 보면서 불현듯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간다. 한번쯤 애달픈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먼발치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그냥 바라만 보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 운명인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하얀 눈밭 위에 첫사랑의 이름을 새기다보면 마음 한 구석에서 애틋한 옛 사랑이 바람이 되어 자신을 흔든다.
알프스의 맑은 바람에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성 주변을 한 바퀴 돌아 본 후 다시 마을로 내려오면 파두츠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보통 사람들은 이곳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를 연결하는 작은 도시 정도로만 생각한다.
실제로 수도인 파두츠에는 그다지 볼거리가 많지 않다. 알프스에 위치한 마을들이 그렇듯이 이곳 또한 한적하게 도시를 걷거나 창 넓은 카페나 레스토랑에 앉아 그윽한 카푸치노를 마시며 삶의 여유를 찾는 것이 알프스에서 느끼는 낭만일 것이다.
시내 중심은 발로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아주 작기 때문에 마음 내키는 곳에 걸음을 멈추고 차를 마시거나, 상점에서 기념품을 사거나,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면 된다.
파두츠에서 좀더 문화적 향기에 취하고 싶은 사람들은 파두츠가 자랑하는 국립미술관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표박물관으로 가보자.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답게 파두츠 국립미술관에는 좋은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한스 아담스 왕의 미술 컬렉션은 세계에서도 1,2위를 다툴 정도로 많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고,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지만 성안에는 루벤스와 렘브란트의 작품이 많이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게 좋은 명작들을 우리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무료로 세계의 우표 역사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우표박물관이 있어 다행이다. 리히텐슈타인의 우표박물관은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하다.
우표를 수집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리히텐슈타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우표일 정도로 우표는 이 나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것이다.
우표박물관 안에는 세계 최초의 우표부터 17~18세기에 유럽의 왕실에서 사용한 우편물과 중세시대 때 우편물을 취급하던 우체부의 복장과 운송수단 등이 함께 전시되어 그야말로 세계의 우표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 나라 재정 수입의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우표로 인해 발생되는 소득이 엄청나다.
일반 관광객들조차 왕과 왕비의 얼굴이 새겨진 우표를 기념으로 많이 사 간다고 한다. 그래서 우표박물관 앞에 있는 우체국은 언제나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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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눈이 작고 예쁜 파두츠의 마을을 뒤덮고 있다. |
와인 한 잔에 알프스를 만끽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조금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이럴 때는 파두츠의 와인너리를 방문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라는 작지만 와인이 이 나라의 대표적인 특산물일 정도로 리히텐슈타인의 와인 맛은 세계적으로도 아주 유명하다.
시내에는 왕자가 운영하는 와인너리가 있는데 이곳에 가면 와인을 제조하는 과정을 볼 수 있으며, 알프스를 배경으로 포도밭을 걸으며 사진도 촬영할 수 있다. 마치 ‘구름 속의 산책’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처럼 포도밭을 가로지르며 알프스에서 뿜어내는 독특한 분위기에 젖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 된다.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끝 맛이 일품인 와인 한 잔에 알프스의 풍요로움까지 함께 마신다면 파두츠에서 보낸 모든 시간들이 소중한 추억으로 다가선다. 켈트어로 산을 뜻하는 ‘alb, alp’와 라틴어로 ’희고 높은 산‘을 의미하는 단어가 복합적으로 이뤄진 것이 알프스이다. 독일어로는 알펜(Alpen)이라고 하고, 이탈리어로는 알피(Alpi), 프랑스어로 알프스(Alps)라고 한다. 이런 어원을 가진 단어의 의미처럼 리히텐슈타인의 알프스는 높고 하얀 산들이 도시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기 때문에 자연의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도시 곳곳에 뿌려놓은 알프스의 맑은 영혼들을 가지고 갈 수 없지만 우리의 마음 속 깊숙이 담을 수는 있다.
시간 앞에 잊혀지거나 사라지지 않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없다지만 알프스의 아름다운 자연만큼은 몇 세기가 지나도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히텐슈타인에서 얻어가는 소중한 추억은 우리의 의식이 멈추지 않는 한 우리 몸에 퍼져 있는 모든 감각기관을 통해서 보존되고, 힘들 때마다 가끔씩 꺼내어 삶의 동력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다.
만약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다면 행복한 이야기꽃으로도 피어날 것이다.
INFORMATION
리히텐슈타인 길잡이
리히텐슈타인으로 들어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나라에는 비행장이 없기 때문에 철도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불과 2시간도 채 안 걸리기 때문에 스위스 국철을 이용하면 된다.
유레일패스 사용이 가능하다. 취리히 중앙역에서 사간스(Sagans) 역까지 기차를 이용한 다음, 역 바로 앞에서 30분 간격으로 파두츠까지 운행되는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사간스 역에서 리히텐슈타인의 수도까지는 버스로 20여 분 소요된다.
사간스 역에서 버스를 타고 파두츠로 향하면 제일 먼저 빨간색 지붕의 성(城) 같은 와인너리가 나온다. 이때부터가 리히텐슈타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스위스에서 리히텐슈타인까지 국가간의 이동이지만 출입국 관리소가 없기 때문에 자칫 스위스로 생각하기 쉽다. 빨간색 성을 보면 이곳이 리히텐슈타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스위스 국철 사이트를 이용하면 취리히 중앙역에서 사간스 역까지 가는 철도편의 시간표를 알 수 있다.
국철 사이트 주소는 다음과 같다. www.sbb.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