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부산교구 덕계성당 주임신부 정영한 루도비코 신부 1월 8일 주님 공현 대축일 마태오 2, 1∼12
모든 사람의 구원과 신앙인의 역할
바빌론 유배 (기원 전 587-538)에서 해방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은 기대했던 나라의 재건에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자 회의와 절망에 빠집니다. 이 백성에게 제 3 이사야 예언자는 (이사 56-66장) 하느님께서 가까이 계심을 신뢰하고 희망을 가질 것을 촉구함과 동시에 모든 민족의 구원도 선포합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약속하신 구원은 단지 이스라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민족에게도 적용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 받으시는 분이 아니시며, 따라서 당신의 구원 계획은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은 이 ‘구원의 보편성’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 유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신 후,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옵니다. 성서에서 동방이라 하면 주로 메소포타미아, 페르시아 지역(오늘날의 이락, 이란)을 가리킵니다. 이 지역은 고대 문명의 주요 발상지 가운데 하나로서, 특히 점성술(과학), 지혜문학, 주술(종교) 등의 수단으로 현재와 미래의 삶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였는데, 오늘 복음에서 말하는 박사들(그리스어로 ‘마고스’,복수:‘마고이’)이란 이러한 학문적 바탕을 소유한 종교 지도자들을 가리킵니다. 아마 그들은 바빌론 유배 이후에도 그 지역에 남아서 살고 있던 유다인들을 통해서 이스라엘의 전승, 특히 메시아에 관한 전승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예로서 민수 24,17: “야곱에게서 별 하나가 솟고 이스라엘에게서 왕홀이 일어난다“). 박사들은 별의 인도를 따라 수개월이 걸렸을 힘들고 긴 여행 끝에 구세주를 뵙게 됩니다.
박사들이 구세주를 뵙게 되는 데에는 두 가지 요소가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그 하나는 하느님의 인도’(=별)이고 다른 하나는 박사들의 ‘충실한 따름’입니다. 지난 날, 이스라엘을 통하여 당신 자신과 당신의 구원 계획을 계시하셨던 하느님께서는 오늘날도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을 통하여 모든 민족이 구원을 받기를 원하십니다.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인들이, 아직 예수님과 그분께서 계시하신 하느님을 알지 못하고 믿지 않는 모든 사람을 위해 “별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별의 역할은 열성적 복음 전파와 모범적 신앙생활로 수행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별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신앙인 스스로가 먼저 성서 안에서 당신의 뜻을 드러내시고 성체성사로 당신 자신을 내어주시는 주님께 자신을 온전히 열고 내맡기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