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河回), 말 그대로 물이 돌아간다는 뜻으로 낙동강 줄기가 마을을 휘감고 S자로 흐르며, 산들이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물도리동이라고도 불리는 하회마을은 연화부수형으로 마치 연꽃이 물 위에서 꽃을 피운 듯한 형상이다.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 마을에 조선시대 성리학자 서애 유성룡의 후손인 풍산 유씨를 비롯해서 광주 안씨, 김해 허씨 등의 종친들이 모여 살고 있다.
골목골목의 투박한 토담과 포장되지 않은 언덕길은 하회마을을 찾는 이에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한 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느낌을 준다. 북촌에 이르면 정면 4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을 진 전통 한옥이 높은 축대 위에서 당당한 자태를 드러낸다. 이것이 바로 풍산 유씨의 대종택인 양진당이다. 낙동강을 건너는 배에 몸을 싣고 바람에 몸을 맡기면, 어느새 서애 유성룡이 임진왜란의 아픔을 후세에 경계하기 위해 징비록을 저술했다는 옥연정사에 당도하게 된다. 바위 계단으로 올라 간죽문을 통해 정사로 들어가는데, 간죽문 주변의 대숲이 매우 아름답다.
하회마을은 별신굿탈놀이와 하회탈로 유명하다. 해마다 10월이면 안동에서 축제가 열려 우리나라의 전통 가면극들과 길놀이, 마당극 등의 다양한 민속 공연들이 선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서민들의 해학이 녹아 있는 하회별신굿탈놀이이다. 파계승에 대한 조소와 양반의 잘잘못에 대한 비난으로 이루어진 풍자극으로, 1980년에 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되었다.
하회마을 사람들은 아직도 옛 것을 고집스럽게 간직하고 있다. 하회마을은 마을 구석구석이 문화재요 시대의 흔적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조선시대의 풍류와 멋을 느끼게 한다.
하회마을은 전래의 문화유산이 잘 보존된 마을이다. 마을전체가 중요 민속자료 제122호로 지정된 마을로서, 국보, 보물, 중요민속자료 등으로 지정된 여러 유형·무형문화유산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징비록은 임진란 연구의 귀중한 자료이며, 하회탈과 고택 등은 민속 문화에 관한 중요한 자료이다.
유형문화재
하회탈(국보 제121호) :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탈로서 지금은 각시, 중, 양반, 선비, 초랭이, 이매, 부네, 백정, 할미 9개의 탈들만 전해지며, 3개의 탈이 분실되었다.
하회탈은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먼저 그 소중함을 알아주지 않던 중에 류한상 전 안동문화원장이 하회탈을 맥타가트(Arther Joseph Mactaggart)교수에게 소개하여, 1954년 그 가치를 인정하여 해외 학계에 발표함으로써 하회탈이 세계 제일의 가면으로 극찬을 받았으며, 그 후에 국내 학계에서도 활발히 연구하여 국보로 인정하게 되었다.
이것은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하여 겉으로만 보지 말고 깊이 연구하여, 그 소중함을 알아야 함을 우리에게 시사한다. 잃어버린 탈(총각탈, 떡다리탈, 별채탈)을 저명한 조각가와 화가 및 미술사 관련 전문가들로 하여금 복원을 추진하기도 하였으나, 운보 김기창 화백과 그 일행이 하회탈을 면밀히 감상해 보고서 하회탈의 오묘한 이치와 조형적 탁월성에 놀라 ‘자기들로서는 복원이 불가능하다’라고 하였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무형문화재
하회 별신굿 탈놀이(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 : 하회의 2가지 놀이 중 하회 선유 불꽃놀이가 선비들 놀이였다면,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서민들 놀이였다.
약 500년 전부터 10년에 한번 정월 보름날 또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에 서낭신에게 별신굿을 해왔는데, 굿과 아울러 서낭신을 즐겁게 하기 위하여 탈놀이를 하였으며, 우리나라의 탈춤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이다.
탈놀이 중에는 탈을 쓴 광대가 양반을 향하여 평소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여 나무랄 수 있었으며, 양반에게 수작을 할 수도 있었다.
이 제도는 건전한 비판과 견제가 없는 사회는 온갖 폐단이 발생하므로, 양반이 서민에게 언로를 개방하기 위함이었다. 1928년 후 단절되었으나, 류한상 전 안동문화원장이 하회탈과 함께 발굴하여 사라져가던 것이 재생되었고, 전 서울대 이두현 교수에 의해 해외주재 대사관을 통하여 외국에 하회탈춤이 홍보되었으며, 현재는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와 동호인에 의해 상설공연장에서 매주 개최되고 있다. 놀이마당은 무동마당 주지마당 백정마당 할미마당 파계승마당 양반과 선비마당 혼례마당 신방마당의 8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회선유불꽃놀이 : 해마다 음력 7월 16일의 한여름 밤에, 하회의 선비들이 중심이 되어, 부용대 단애 밑을 흐르는 강 위에서 선유시회를 겸한 불꽃놀이의 축제가 있었는데, 이 축제를 오늘날은 속칭 하회줄불놀이라 한다. 이 불꽃놀이는 높이가 70m 이상인 부용대 단애의 밑을 흐르는 화천(花川:화산에서 이름을 딴 낙동강의 별칭)과 백사장 상공의 여기저기에서 은은하게 작은 불꽃들이 터지고, 화천에서는 <달걀불>이라 부르는 등불들이 상류로부터 유유히 떠내려 오면서 불빛이 강물에 아롱거리는 가운데, 강 위에서 배를 띄우고 선유시회를 한다. 시 한수가 지어질 때마다 부용대 정상에서 불붙인 솔가지묶음을 절벽 아래로 던져 활활 타는 불꽃이 절벽 아래로 폭포처럼 떨어질 때, 백사장과 배위의 모든 사람은 일제히 ‘낙화야!’ 라고 크게 환성을 올려준다. 이 낙화는 백사장 위의 은은하게 터지는 수없이 작은 불꽃 및 강 위의 <달걀불>과 함께 그 밝기와 주기에 의하여 강약장단의 조화를 이루면서 불꽃놀이의 흥취를 한껏 고조시킨다.
안동의 음식
안동은 지형적으로 산이 많고 논보다 밭이 많기 때문에 고추, 마늘, 참깨 등의 농산물이 많이 생산되므로 안동지방의 음식은 양념이 많고 비교적으로 맵고 짠 것이 그 특징이다.
김치를 담그거나 찌개를 만들 때면 으레 고춧가루와 마늘 등의 양념을 많이 넣었으며, 김치가 짜고 맵다하여 ‘짠지’로, 생선을 맵게 끓인 탕이라 하여 ‘매운탕’이라 부른다.
검소함을 생활신조로 살아온 선비의 고장답게 음식을 만들 때에 멋과 사치를 내지 않았으나, 식사에는 국을 빼놓지 않았는데, 국은 콩가루국이나 무우국을 많이 해 먹는다.
안동은 낙동강이 관류하므로 민물고기가 많아 매운탕을 즐겨 먹었으며, 특히 낙동강의 은어는 그 맛이 뛰어나 임금에게 진상품으로 올리기도 하였다.
바다 생선으로는 고등어에 소금 간을 하여 숙성시킨 것을 안동 간고등어라하여 자반으로 애용되고, 전통음식으로는 겨울철의 안동식혜와 여름철의 건진 국시(국수의 방언)를 별미로 하며, 그 밖에 헛젯밥, 파산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