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초 사흘을 나는 불고가사하고 손녀가 준 책만을 읽었다.
처음에는 당황한 것이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소설들과는 전혀
달라서 였다.
9살 먹은 주인공 사내애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듯 기발한 상상에다
뜻을 알수 없은 중간 제목도 그렇거니와 간간히 끼어 있는 알 수 없는
사진이며 낙서며 타이포그래픽들이며....난 처음 보는 소설책의 모양새였다.
나는 중학교 들어 가면서부터 소설탐독자라서 경기여중고 성적이
나빴던 것은 순전히 소설읽느라 그리 되었다.
소설은 시대에 따라 읽는게 나는 인생목표인양 세계 명작은 물론,
한국의 춘원 이광수부터 손창섭... 난쏘공...최근 김영하 은희경까지
따라 가다가 최신예소설인 박민규 김애란에 와서야 나는 이제 고만
손을 놓을 참이었다.
한가지 고백을 하자면, 난 중학교때부터 춘원을 사모하여서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춘원에 관한 행사에 남 몰래 참석했고, 명동성당에서 거행되는
춘원 부인장례식에도 가고 막내 딸 정란이를 얼마나 부러워 했던지...
대학교 들어 가서 시작된 도스토 엡스키와의 사랑에 얼마나 빠졌던지
난 나이 어린 부인을 얼마나 부러워 했던지...그야말로 ㅎㅎ다.
소설 탐독가를 자처하는 내가 이 소설 초반부에서 겁을 내고 있었다.
내가 글자로 읽기만 했지, 저자가 함축하는 뜻과 유모어....를 다
알지 못할 것 같앴고 그만큼 어리둥절해 가면서 읽어 갔다.
그러나 역시 좋은 책은 .... 어느 만큼 읽다가 나는 이 책의 재미에
빠져서 오래간만에 잠을 다 안 자기도 하고 그리고 끝내는
가슴이 뻐근하다가 드디어 먹먹해 하며 책은 덮었다.
이야기는 9,11때 아버지를 잃은 조숙한 9살 애가 그 슬픔의 상처를
치유하며 그야말로 자기 SOUL을 찾아가는 과정이 줄거리다.
그 과정에서 같은 슬픔을 나누던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가는
이야기를 2차대전때 독일 드레스덴에서 겪었던 폭격과 심지어는 히로시마
원폭의 피해자 얘기를 대비해 가면서 현란하게 전개되는 얘기는
이 늙은 여자의 혼을 몽땅 뽑아 내서 지금 나는 몸이 다 아프다.
몸은 아프지만 그 지극한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할머니와의 사랑의
관계에다가 나는 자꾸만 내 손녀와 걔 애비와 할미인 나를 대입시키는
어리석은 상상을 해 가면서 읽었다.
더 나아가서 손녀가 이 책을 내게 준 의미까지 부쳐보고 있었다.
“늙은이 추측은 거의 100% 틀리기 마련”이라고 평소에 웨쳐 대던
내가 이런 추측을 자꾸 하는건 얼마나 자가 당착이고 모순덩어리인가.
책제목:Extremely Loud & Incredibly Close(영어제목)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수 없게 가까운(한글제목)
저자: Jonathan Safran Foer, 송은주 역(민음사)
이 책은 이미 유명해서 아마 미국에 사는 60회 언저리 우리 후배들은
이미 읽었을 것 같네요. 불어로도 번역이 이미 됬다니까.
우리 여기서 이 책 읽은 독후감 한마당 열어 보는 것은 어떨지.
첫댓글 고광애 선배님 손녀가 쓴 책이 이미 유명한 책이군요. 선배님의 소설사랑을 닮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 사랑과 할머니는 분명 사실적인 이야기리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어려운 책이라니 쉬운 책도 잘 못읽는 저는 겁부터 납니다. ^^
에구, 인순씨, 오해하셨네요. '손녀가 쓴 책'이 아니라 손녀가 주고 간 책이에요. 그리고 너무 어렵다기 보다 생소했단 얘기죠. 62회인 인순씨는 그저 재미와 감동으로 읽게 될 겁니다. 겁이라니요, 당치 않은 말씀. 어서 읽고 얘기해요.
광애선배님 ! 드디어 다 읽으셨네요. 글을 읽으면서 아드님이 딸의 soul을 치유한다고 메일을 보내왔다는 부분이 번쩍 뜨이네요. 손녀도 책을 놓고 갔으니 벌써 soul을 치유하는데 할머니도 동참 시킨거구요. 저도 읽어보고 독후감 마당에 들어올게요. 독후감 한 마당 좋은 제안이십니다. 공통의 건을 놓고 토론하는 것도 의미있을거에요.
고맙다. 그대와는 오프라인에서 수다(석자는 내가 수다스러워서 tv도 나간댄다) 한마당을....
아무데나 내이름 거론하지 마라. 저자랑도 가지가지 방법이네 수준 높은 분 책 읽은 독후감보다 책내용을 자세하게요약해서 메일로 보내라. 내가 읽어보아야 무식해서
독후감을 쓰려면 책을 읽어야 되지요? 제목만 들어봤어요. 좀 특이해서 기억에 남네요. 작가 이름을 보니까 유대인같은데 혹시 9-11을 이차 대전때의 유대인 대학살과 연결시켰나요? 요즘 저는 "Kite Runner"의 칼레드 후세인이 쓴 "A Thousand Splendid Suns"을 읽고 있는데요. 신숙 선배님, 언젠가 제가 이 책 별 볼 일 없다고 그랬는데, 아마 다른 책이랑 혼동한 것 같애요. 한 1/2 읽었는데 아직 괜찮아요. "Kite Runner"처럼 잘 나가다가 뒷 부분이 김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 책 끝나고 "Extreme..." 읽고 감상문 쓰려면 몇 달 후가 될텐데 그래도 되나요?
물론이구 말구요. 유대인 학살하구는 상관없지만, 2차대전 때 독일 드래스댄 폭격에 입은 맘의 상처를 주인공 할아버지 할머니가 지니고 살다가 손자와 '더부러' 치유해 가는 과정이죠. 'kite runner'는 영화로 봤는데... 딴 건가?
선배님,,오래간만입니다..영혼을 치료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군요 너무 견디기 힘든 상황이 오래 계속되면 영혼에 상함을 받겠죠 평탄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고난을 넘 넘 받는 사람들도 있죠?
경애후배! 그 때 '연날리는'은 후배가 화장실 가는 것도 참고 흥미진진하게 읽었고 다른 작품이 별로 였다고 했지요. 나도 '연날리는 "' 그 후반부 가 영 마음에 안 들었어요. "눈먼 도시"를 독서회에 소개해줘서 읽었는데 다 아마추어들이 모여서 코끼리 코,꼬리,,등 일부만 만진 듯 여기에서 한 번 올리고 싶었는데... 1.왜 의사가 검은 안경의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지 2.나중에 의사의 아내의 눈은 왜 멀게 하는지.. 지금 나도 뒤늦게 학교다닐 때는 공부 안하고 '세계사'에 빠져 있고 앞으로 읽어야 할 책이 줄줄이 있어서 3월이나 되야 이책을 시작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시간을 쪼개야 하니 진도가 안 나가요.
난 요즘 얼마나 무식해 졌는지 아니면, 늙어서 맘이 약해졌는지 모르지만, '눈 먼 도시'영화를 보다가 나와버렸어요. 끔찍한 장면을 참지 못하겠어서...그 명작을 감당못하는 ...
저도 "연날리는.." 앞부분, 주인공의 어린 시절 부분에선 정신없이 읽었는데, 끝부분, 미국에서 사는 얘기나 친구의 아이를 데려와 키우는 부분에선 박력감이 떨어지고 진부한 느낌이 들었어요. "눈 먼..."의 겅은 안경의 여자는 직업이 콜걸이었지요? 저는 글의 흐름으로 그냥 넘어갔는데요. helpless한 상황에서 나누는, 뭐랄까 몸르로 나누는 어떻게 보면 아주 인간적인 정.. 그렇게만 생각했어요. 영어번역에서는 끝부분에서 정말로 의사의 아내가 눈이 먼 것인지 불분명합니다. 바로 그 전에 그렇게 말하지요 "We didn't go blind, I think we are blind, Blind but seeing, Blind people who can see but do not see."
제 생각으로는 이 말의 의미를 알레고리화하느라고 의사의 아내가 실제로 눈이 멀어가는 듯, 그렇지 않은 듯 (seeing but blind), 여운을 남긴 듯 합니다. 영어 번역은 이렇게 끝납니다. "It is my turn, she thought. Fear made her quickly lower her eyes. The city was still there."
아이고 여기 활활 탑니다. 슬쩍 뒷문으로 들어와 보니요. 전 영화도 본지가 몇 년 되었고.. 문학책 읽은지도 겁이 된듯.. 이제 좀 배우겠습니다. 지도 편달 바랍니다. 슬쩍 꽁무니 뺍니다. 안녕~~~
고광애 선배님,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도 기우씨와 비슷한 형편입니다..ㅎ ㅎ 그러나 역사극은 남편과 함께 늘 보고있습니다. 문화 생활로요...ㅎ ㅎ
영진씨, 오래간만. 영진씨는 남편과 함께 하는 모습 넘 넘 좋아 보여요. 하지만,가끔은 남편하구 따로 노는 기회도 만들어 보세요.
고광애 선배님, 어디 좀 잠시 다녀왔습니다.저는 이제 결혼 생활이 40년이 지났습니다. 공부 때문에 타 주에 있는 학교를 제외하고는...늘 함께 생활해 오고있습니다. 남편이 놓아즐 것 같지가 않아요..ㅎ ㅎ 그러나 저는 남편과 함께 있는 것이 더 편하고, 행복합니다...ㅎ ㅎ 익숙해졌기 때문이지요.
아니, 별거 수준이 아니라 아주 가끔은 남편 말구도 함께 할 사람, 일테면, 친구하구도 지내는 시간도 가져 보라는게 노인학에서 나오는 얘기라서요.
경애후배! 눈먼 도시에서는 의사가 검은 안경쓴 여자와 잔 이후에는 의사아내는 의사개인의 아내가 아니고 거기 모든 사람들의 수호천사가 되지요? 개인의 사랑을 넘는 휴머니즘??아니면 사랑의 관계의 불완전함? 해석을 잘 해야 의미를 아는 건데... '연을 날리는"에서는 친구의 아이가 아니고 아버지가 하인의 부인과 정을 통해 낳은 아이가 친구이니까 조카인 셈이지요. 그 아버지가 소신있는 사람으로 계속 미화되다가 왜 그렇게 그렸는지? 결국 신비하게 완전한 사람은 없다?? 동시에 같은 책을 봐야 토론 되겠지요?
신숙 선배님 해석이 맞는 것 같습니다. 북 클럽을 하면 같은 책에 대한 여러 가지 견해를 나누게 되어 참 좋겠네요. 저는 도서관에서 그냥 혼자 이것저것 훑어보다가 재미있어 보이면 가져와 후딱 읽어 버리는 스타일이라 다 읽고 나서도 잘 생각 안 나는 부분도 많아요. 깊이 생각하며 읽는 습관을 길러야 할텐데. 한 가지, 아무리 스토리가 흥미진진하더라도 문장이 평범한 글들은 금방 싫증이 나요. 씹는 맛이 나는 글이여야지요. "연..."의 친구가 배다른 형제이긴 하지만 초반부에서 같이 자란 '형제같은 친구"였기 때문에 친구라는 이미지가 더 많이 남아 있나 봐요.
고선배 그책은 제일먼저 저게 빌려주세요. 전 하룻밤에 다읽어버리니까.... 신숙씨 의사의그짓은 눈먼자의동지의식이었겠죠. 부인도 그걸 이해해준것일테고... 고선배 드디어 영화보다가 나가버린것 들통을 내버리셨군요^^.
잠깐동안의 끔직한 장면을 못 참고 나가는 내 모습에 얼마나 황당했었니? 하지만 너도 내 나이 되 봐라. 어디 이번 책도 하루 밤에 다 읽어치는지 두고 보자. 나는 사흘을 꼬박 매달렸었는데....
책 한권 읽는데, 꼬박 사흘이 걸렸다면 앤간히 읽히지 않는 책인 모양이다. 이제 읽히지 않는 책은 힘들다. 거기서 나의 노쇠를 보지.
결코 읽히지 않는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500페이지 가까운 책을 사흘에 읽은게 뭐 ..... 인희도 선진이도 빨리 읽게 만들어야지. 나의 노쇠도를 측정하기 위하여.
고광애선베님. 답글의 열기가 너무나 뜨거워 데일까봐 이제 들어왔습니다. 우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건강, 행복 기타등등 모든 복을 받으세요 ㅎㅎ 저는 500페이지짜리 책을 읽기가 힘들어 미리 기권할까 합니다. 저는 그냥 단편소설을 좋아해요 ㅎㅎ
내가 이리 날치는데 미령씨 궁금하지도 안해요? 기권부터 하겠다니....ㅎㅎ
궁금하긴한데요.. 500페이지라면 너무 길어서요 ㅎㅎ.. 그래도 한번 도전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