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 후반에 건강이 무너지고 술까지 끊는 삼십대가 되면서 나는 친구들과 술 마시는 일이 없어져버렸다. 직장 회식이나 친구 모임에서도 물만 홀짝이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런데 나만 안마시는게 아니라 남들에게 술도 안 따라 주는 사람이 되었으니 이는 나에게 해로워 먹지 않는 나쁜 음식을 남에게도 줄 수 없다는 대단히 큰 호의에서 비롯된 습관인데 어떤 사람들은 그런 나를 적대시했다. 자기가 미워서 술도 안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눈치를 채면 그 사람에게만 술을 따라주면서 나의 마음을 설명하였다. 그러면 대부분 다음부터는 술을 안따라도 오해하지 않겠다는 답이 돌아온다. 그러나 문제는 가끔 억지를 부리며 술을 마음껏 마셔야 병에 안걸린다고 나의 음주를 강권하는 분들이었다.
그러다보니 점점 몸과 마음이 위축되어 꼭 필요한 모임이 아니면 참석하지 않는 내가 되어 버렸다. 나도 사람이 그립지 아니한 바는 아니지만 사람들은 특히 남자들은 술로 친하지 않으면 친해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리를 찾는 대화를 통해 친구가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현실은 이상과 너무나 달라 술을 먹고 몸과 마음이 무장해제되어 못보여줄 꼴까지 다 보여주지 않는 사람은 사회적 경계의 대상이 된다. 여자들은 수다로 같은 일을 한다. 그래서 나는 친구가 거의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나는 누구에게서 연락이 와도 항상 반갑다. 세상은 자기 필요할 때만 연락을 하는 친구는 절교를 하라고 강권하지만 나는 그런 친구들도 좋다. 내 능력껏 도와주면 나의 존재 가치가 상승한듯 하여 묘한 행복감이 솟아오른다. 얼마나 힘이 들면 이 친구가 평소 연락도 안하던 나에게 연락을 해 도움을 청하겠는가라고 생각하면 스스로 성자가 된 마음이 마구 용솟음친다. 가장 좋은 친구는 함께 술 마시며 서로 건강을 해치는 사이가 아니라 필요할 때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친구이다.
비록 나의 현실 속 친구가 아니더라도 그 누구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나에게 연락하시라! 커다란 도움에 성공하지 못하는 일은 있어도 무수히 많은 인터넷 의인들처럼 입으로만 사회적 정의를 외치다 막상 도와달라면 온갖 핑계를 들어 돕지 않는 일은 없을터이니...
첫댓글언제나 '천혜' 님의 글은 뭔가를 '숙고'하게 하는 것이 내포되어 있네요. 때로는 '난해' 하기도 하고. 저는 열아홉 살 부터 숙부님이 하는 건설 현장에서 현장 '서사' (인부 동원. 출결체크, 일지 작성 등등) 일로 시작하면서 술을 안배우면 안되는 '업'이었고 술도 사발에 30도 막소주를 꽐꽐꽐 부어서 잔 부딪치며 원 샷으로 마시는 방법으로 배움을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도 좀 작은 잔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비슷하게 그런 방식으로 마십니다. 이제는 고쳐야지요. 그래서 그런지 주로 친구라 해 봤자 술친구입니다. 고뇌를, 걱정을 털어 놓고 마음을 여는 친구는..... 글쎄!!! 없지 싶어요. 진정한 친구는 아닐런가? 이해합니다. 천혜님을!
첫댓글 언제나 '천혜' 님의 글은 뭔가를 '숙고'하게 하는 것이 내포되어 있네요.
때로는 '난해' 하기도 하고.
저는 열아홉 살 부터 숙부님이 하는 건설 현장에서 현장 '서사' (인부 동원. 출결체크, 일지 작성 등등) 일로 시작하면서 술을 안배우면 안되는 '업'이었고
술도 사발에 30도 막소주를 꽐꽐꽐 부어서 잔 부딪치며 원 샷으로 마시는 방법으로 배움을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도 좀 작은 잔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비슷하게
그런 방식으로 마십니다. 이제는 고쳐야지요.
그래서 그런지 주로 친구라 해 봤자 술친구입니다. 고뇌를, 걱정을 털어 놓고 마음을 여는 친구는..... 글쎄!!! 없지 싶어요.
진정한 친구는 아닐런가?
이해합니다. 천혜님을!
저는 누구에게나 마음을 열고 대화하죠. 반푼수인데 이해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