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어린이 아틀라스
80개 나라 아이들의 80가지 이야기
필립 네스만 글|엘로디 발랑드라 그림|이주희 옮김
판형 255X285
페이지 96쪽
대상 초등 전학년
정가 15,000원
출간일 2009년 4월 3일
펴낸곳 한겨레아이들
ISBN 978-89-8431-321-7 77980
어린이들의 일상 속에 숨은 세계의 얼굴
중국에 사는 린야오는 형제자매가 없는 외동딸이다. 엄마 아빠는 동생을 낳고 싶었지만 이런 저런 불리한 조건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네팔에 사는 타시는 히말라야 등반가들을 안내하는 셰르파이다. 사람들은 대개 셰르파를 직업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히말라야 산속에서 사는 소수민족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델아지즈는 하루에 다섯 번 메카를 향해 기도한다. 코트디부아르에 사는 마마두네 가족이 카카오 농사를 지어 초콜릿 공장에 보내는 동안, 대서양 건너 브라질에 사는 마달레나는 삼바 춤을 연습하며 카니발 준비에 한창이다.
‘다른 나라 친구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대륙별로 묶여 있는 80개 나라 이야기는 모두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아이가 직접 들려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또래 친구들이 들려주는 소소한 일상을 듣다 보면 그 나라에 퍽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조금이나마, 그 나라에 대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라 이름과 위치, 국기의 생김새보다 중요한 그 나라 사람들의 삶에 대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이야기는 학교, 집, 공부, 놀이에 머물지 않는다. 린야오의 글에서는 중국 정부의 산아 제한 정책을 읽을 수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아이가 쓴 글에는 총소리가 멈추고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투발루에 사는 에세타는 언젠가 나라 전체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 사라질 거라는 사실이 두렵다. 예멘의 열두 살 소녀 카디자는 시집가는 데 아무 쓸모가 없다는 이유로 읽고 쓰기조차 배우지 못했다. 이처럼 아이들의 글은 역사, 문화, 사회적 이슈, 환경, 인권, 인종 문제를 넘나든다. 80개 나라 아이들이 무심하게 털어놓는 때로 즐겁고, 때로 고된 일상은 곧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얼굴인 셈이다.
여든 개의 작은 이야기로 이루어진 삶의 아틀라스
지구는 80%의 바다와 20%의 대륙으로 이루어져 있기도 하지만, 191개의 크고 작은 나라로 이루어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구는 66억 개의 삶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지구 반대편 친구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우리가 사는 지구를 조금 더 이해하는 길이다. 일본의 유리코가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동안, 과테말라의 후아나는 베틀 앞에 앉아 옷감을 짠다. 아랍에미리트의 무함마드는 더위를 피해 실내 스키장에서 봅슬레이를 타지만, 콩고민주공화국의 앙투안은 거리를 떠돌며 쓰레기통을 뒤진다. 벨기에에 사는 고티에의 꿈은 만화가이고, 아르헨티나에 사는 디에고의 꿈은 가우초가 되어 목장에서 일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들려주는 여든 개의 작은 이야기들을 처음부터 끝가지 읽고 나면, 세계의 오늘이 그려진다. 작은 이야기들이 모이고 모여 이루어낸 모자이크는 결코 작지 않은 ‘삶의 지도’이다. 물론 지도 위에 그려져 있는 것은 191개 나라의 땅 모양이 아니라, 각 나라 어린이들이 살고 있는 삶의 모습이다. 이 책의 제목을 ‘세계의 어린이 아틀라스’라고 붙인 것은 그런 의미에서이다.
세계를 이해하고 세계 속의 나를 발견하는 기회
이 책의 원작은 프랑스 작가가 썼다. 유럽에서 만들어진 책인 만큼, 유럽 편에서는 어린이의 일상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이야기를 주로 다루었다. 반면 다른 대륙에서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이슈나 특징적인 문화를 상대적으로 많이 다루었다. 자연히 글 속에는 유럽인들의 관점이 녹아 있는데, 거꾸로 어떤 관점으로 다른 나라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어 재미있다. 한국을 이야기할 때는 휴전선을 두고 남과 북으로 갈린 모습을 빼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민준이는 자신이 남쪽에서 태어나 다행이라고 말한다. 필리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화려하게 꾸민 지프니(지프차를 개조한 버스)였던 모양이다. 지프니는 필리핀의 대표 이미지로 소개된다. 루마니아의 대표 이미지는 집시이고, 탄자니아의 대표 이미지는 드넓은 국립공원이다. 이집트 편에서는 관광객에게 끈질기게 호객 행위를 하는 아이가 등장한다.
그러니 80개의 이야기 중 어느 하나도 그 나라를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책은 그 점을 머리말에 분명히 밝히고 있다. 우리는 가려 뽑은 80개의 나라,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수많은 아이들 중 단 한 명, 그리고 그 아이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 중 단 한 가지만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대표적인 아이콘들이 모여 세상을 이루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책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다양한 삶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이해하는 열쇠를 준다.
책 뒤에는 부록으로 ‘내 손으로 만드는 세계 지도’와 꾸미개용 스티커가 들어 있다. 지도 위에 직접 나라 이름을 써 보고, 책에 나왔던 각 나라의 대표 이미지로 지도를 꾸미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머릿속에 그렸던 세계의 모습을 지도로 직접 표현하면서 세계 속의 나를 발견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글쓴이 필립 네스만
기술공학과 예술사를 공부하고, 어린이 잡지 기자로 일했다. 쓴 책으로 『372가지 지식사전: 세상의 모든 지식을 꿀꺽』 『지구의 또 다른 끝을 향하여: 마젤란의 세계 일주』 『빛』 『우주』 『숫자』등이 있다.
그린이 엘로디 발랑드라
에밀콜 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고,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린 책으로 『챔피언이 될 거야』 『학교에 간 공주』 『완벽한 엄마 아빠』 등이 있다.
옮긴이 이주희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 4대학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 『유레카 실험 원정대』 『짜릿하고 신나는 놀이의 역사』 『황당하고 위대한 의학의 역사』 『내 작고 멋진 세상』 『키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