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자택이 자국 경찰에 의해 압수수색 당했습니다. 바로 남미의 페루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페루 경찰은 대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습니다. 2024년 3월 29일(현지시간) 밤부터 수도 리마에 있는 대통령 자택과 대통령궁을 차례로 압수수색했습니다. 경찰이 자국 대통령의 자택과 대통령 집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다지 들어보기 힘든 일입니다. 민주주의의 본산이라는 영국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도 자국의 최고 권력자의 집과 집무실이 경찰에 의해 압수수색당하는 일이 거의 없다시피합니다. 그것은 그 나라의 권력자들이 아주 정직해서 털어도 먼지가 나지 않기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해당 국가들의 경찰과 검찰이 감히 최고 권력자에대해 그런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페루 경찰과 검찰의 대단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른바 성역없는 수사의 기본을 보는 것같기 때문입니다.
페루 대통령의 집과 집무실이 압수수색 당한 것은 바로 롤렉스 스캔들 때문입니다. 페루 대통령이 취득 경위를 알 수 없는 명품 시계들을 공식 석상에 차고 나왔다가 검경의 예비수사대상에 오른 것입니다. 페루 검찰청은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불법 자산증식과 공직자 재산 미신고 등 의혹에 대해 예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힌지 열흘만에 일입니다. 페루 검찰은 대통령의 롤렉스 제품 시계 사용 과정에 범죄 혐의가 있는지를 살피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페루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2022년 12월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이후 페루 정부를 이끌고 있습니다.
페루의 언론 매체인 라엔세로나는 페루 대통령의 지난 2021년 부통령 취임이후 공식 석상에서 촬영된 사진 1만여 장을 분석한 결과 대통령은 2년여 동안의 재임기간동안 최소 14개의 다른 시계를 착용했고 일부 제품의 소비자 가격은 1천8백만원(한화) 정도라면서 특히 지난해 중반에는 롤렉스 시계를 많이 차고 나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시계 중 일부가 공직자 재산 신고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사진 1만여장을 분석한 언론사의 집요함이 대단합니다. 이에 대해 페루 대통령은 편파적인 보도라면서 부통령 취임 예전에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페루 대통령의 이른바 롤렉스 스캔들에 따른 대통령 자택과 집무실 압수수색을 보면서 페루의 수준이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페루도 당연히 검찰과 경찰의 인사권을 정부가 가지고 있을 것인데 그런 검경에서 나라의 최고 권력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그 수장들의 승인하에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것을 볼 때 대단히 이례적이고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과정속에 페루 국민들의 수준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 나라의 검찰과 경찰이 무엇입니다. 나라의 질서를 유지하고 법을 집행하는 그런 기관입니다. 당연히 공무원이기에 그 나라의 최고 권력자의 인사권 안에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자신들을 임명한 권력자의 비위사실을 조사한다는 것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사명이 무엇인지를 페루 검경은 제대로 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바탕에는 바로 국민들이 있습니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그 당연한 진리를 페루의 검경은 바로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의 힘을 믿고 페루의 검경은 최고 권력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페루 대통령이 분개해서 검경의 수장들은 교체할 경우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현 페루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대통령이 된 인물입니다. 페루의 검경은 국민들이 가진 힘과 국민들의 판단을 믿기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대통령 집과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펼친 것입니다.
이번 페루의 사례로 여러가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국민들의 판단과 국민들의 의지 그리고 국민들의 수준이 그 나라를 결정한다고 말이죠. 지금 페루가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는 나라는 아니지만 그 나라에 존재하는 언론과 검찰과 경찰의 수준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바로 성역없는 수사가 가능하다는 그것만으로 페루의 수준을 바로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성역없는 수사가 가능해야 그 어느 누가 권력을 잡더라고 헛된 행위를 할 마음을 갖지 않게 됩니다. 그래야 정직하고 부패가 없는 정부가 만들어지게 된 것 아니겠습니다. 페루 검경과 페루 언론에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2024년 3월 3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