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어느분인가는 <브라더스>에 대해 소개글을 쓰시겠지 했는데
아무도 쓰질 않으셔서 부족하지만 제가 대신 간단히 써봅니다.
KBS프리미어 시리즈로 23일 토요일 방영된 이 덴마크 전쟁영화는
제가 판단하는 범위 내에선 단연 최상의 영화군에 속합니다.
2004년 만들어진 것으로 원제 <형제들>이 의미하듯
두 형제의 기묘한 또는 비극적인 성격의 반전 상황이 영화의 핵을 이룹니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형인 미켈(미카엘) 란드버그 소령은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원만한 성격에 사랑하는 아내와 딸 둘을 두고 있는 가장입니다.
그에 비해 동생 야니는 어릴 적부터 형에게 열등감을 갖기 시작해
점점 책임감 없는 망나니로 성장해 온, 방랑기 있는 문제 많은 청년이구요.
마침 휴가차 나와 있는 형 미켈이 막 교도소에서 출소한 동생을 마중나가는 게
이 영화의 시작입니다. 그 둘은 서로의 성격차이로 갈등을 빚어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밑바닥엔 아주 끈끈한,
서로에 대한 형제애가 있음을 스토리는 드러내줍니다.
그런데 부대로 복귀한 미켈은 적에게 포로가 된, 같은 덴마크군 소속 레이더병을
구출하라는 명령을 받고 헬기로 이동 중 반군에게 그의 부대원들과 함께 피격됩니다.
그리고 집에는 그의 전사 소식이 전해집니다.
그의 아름다운 아내와 딸, 그리고 부모님은 충격 속에서 헤어나질 못하는데
그런 그들을 보고 형 대신에 나름대로 책임감을 느낀 동생은
형이 수리하다 만 형 집의 식당을 대신 수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점차 성실성을 회복하고
자기 자리를 잡아갑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형수에게 모종의 연정을
느끼며 갈등하게도 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사실 형 미켈은 죽은 게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유일하게 살아난 그를 반군들은
발견하고 잡아 가둡니다. 그리고 거기서 그는 실종된 레이더병도 만납니다.
레이더병은 잔뜩 겁에 질려 반군들이 자신을 죽일까봐 늘 전전긍긍해 합니다.
그런 그에게 미켈은 가족 이야기를 묻기도 하고 그를 다독거려 주며
자신이 반드시 그를 가족의 품에 돌려보내 주겠다고 약속해줍니다.
그렇지만 반군은 그에게....
아, 그런데 이 영화는 앞으로 극장에서 상영될 것이라 하니--
그게 KBS프리미어 시리즈의 포인트인데--
제가 여기서 그 핵심 줄거리를 모두 이야기하면
앞으로 그걸 보실 분들께는 너무나도 큰 실례와 마이너스가 될 것 같습니다.
2004년에 제작된 영화로 이미 널리 알려진 영화가 아니라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니 지금 줄거리 전체를 소개하면 아니될 것이란 생각이 문득 듭니다.
그렇기에 단지 많은 분들께서 이 영화를 꼭 보시면 좋겠다란 차원에서
그저 간단히 제 감상만을 이제 적어보자면,
흔히 포로가 되었을 시 협조를 끝끝내 거부하는 영웅적인 군인들의 모습을
보여줬던 지금까지의 거의 모든 전쟁영화의 그 어줍잖은 허상을 담박에 깨버리는
정말 평범한 현실성을 이 영화는 보여줍니다.
인간의 살고자 하는 욕망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를, 그리고 그 앞에선
그 어떠한 비겁함이란 자기 자각도 적어도 그 순간에서 만큼만은 무기력해진다는 점을
이 영화는 전쟁이란 상황 속에서 아주 리얼하게 제시합니다.
사실 그가 나중에 미쳐간다는 데에 우리들에게 구원의 메시지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만약 그가 그런 극악한 짓을 저지르고도 정신이 온전한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진정한 광기이고 우리에겐 그 어떠한 희망도 없을 것입니다.
자기 혐오감을 자기 아내에게로까지 돌려 "내가 너에게 돌아오기 위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그리고 "다 죽일 거야!"를 외쳐대는 미켈의 영혼은
앞으로 어떻게 평온함을 되찾을 수 있을런지..., 사뭇 더 깊은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정말 우수한 전쟁 영화라 아니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안 보신 분들께선 꼭 보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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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방영됐던 덴마크 전쟁영화 <브라더스>를 보고....
토푸벡터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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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25 19:57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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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눈에 선하도록 줄거리와 감상을 잘 써주셨네요. 기회가 되면 저도 감상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