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7일 사순 제3주간 목요일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14-23
그때에 14 예수님께서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셨는데, 마귀가 나가자 말을 못하는 이가 말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군중이 놀라워하였다.
15 그러나 그들 가운데 몇 사람은, “저자는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하고 말하였다.
16 다른 사람들은 예수님을 시험하느라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그분께 요구하기도 하였다.
17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느 나라든지 서로 갈라서면 망하고 집들도 무너진다.
18 사탄도 서로 갈라서면 그의 나라가 어떻게 버티어 내겠느냐?
그런데도 너희는 내가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고 말한다.
19 내가 만일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면,
너희의 아들들은 누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는 말이냐?
그러니 바로 그들이 너희의 재판관이 될 것이다.
20 그러나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21 힘센 자가 완전히 무장하고 자기 저택을 지키면 그의 재산은 안전하다.
22 그러나 더 힘센 자가 덤벼들어 그를 이기면, 그자는 그가 의지하던 무장을 빼앗고 저희끼리 전리품을 나눈다.
23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 버리는 자다.”
악마는 틈새전략의 탁월한 전략가
어느 때부터인지 나는 마귀가 무섭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믿고 마귀가 어떤 방식으로든지 내게 온다고 하여도 조금도 문제없이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설마 하느님께서 나를 마귀의 손에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고 나 자신의 의지가 악마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주님의 절대적인 권능을 통해서 내가 마귀 정도는 이겨낼 수 있다고 스스로 능력을 믿기 시작하자 자신감이 점차적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다닐 때에 음력 초하루와 초사흘, 초열흘, 보름과 손이 없는 날은 그야말로 수지가 맞는 날입니다. 새벽에 학교를 가려면 몸이 비교적 약한 나는 가방 무게가 정말 무겁게 느껴질 때였지만 이런 날들은 정말 걸음걸이가 아주 빨라집니다. 학교 가는 길에는 서낭당 세 군데를 지나치는데 그곳에서 굿(푸닥거리)을 하고 음식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성당에 다니며 세례를 받은 우리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이었습니다. 귀신들에게 소원을 빌며 치성을 드리기 위해서 맛있는 과일도 많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도 있고, 정말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을 눈치 볼 것도 없이 먹어 치우고 가방에 잔뜩 싸가지고 가서 친구들과 점심시간에 내놓고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몇몇 아이들은 그 음식을 먹으면 귀신이 붙는다고 피하기 때문에 우리는 아주 겁 없이 기분 좋게 챙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인지 그 음식을 먹고 한 번도 체하거나 탈이 난 적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남들이 꺼려하는 음식을 먹어도 탈이 나지 않으니 마귀가 내게는 정말 범접(犯接)도 못하는 줄 알았는데 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교리 공부를 하면서부터 그렇게 악마를 무시하고 자신 있게 생각한 내 모든 의지는 정말 교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감이 있다고 생각한 것들이 사실은 마귀의 간교한 유혹이며, 꾐이라는 사실을 눈치 채게 된 것입니다. 마귀는 아주 작은 틈새를 노리는 탁월한 존재라는 것을 겨우 깨달은 것이죠. 마케팅에서 ‘틈새시장’과 ‘틈새마케팅’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면서 그런 방자함에 빠진 나를 악마는 얼마나 쾌재를 불렀을까 생각해보면 철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고 교만에 빠진 나를 마귀는 가소롭게 보면서 “너는 이제 정말 내 밥이 되었다. 내가 노리는 것은 네 교만방자(驕慢放恣)한 태도인데 너는 바로 그 낚시에 걸렸다.”라고 쾌재를 불렀을 것입니다.
나는 마귀를 쫓아낼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겸손한 성인들의 말씀과 가르침을 통해서 조금씩 알게 되었고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마귀라도 주님의 권능과 은총과 사랑에 의해서 또 겸손 된 마음으로 드리는 기도에 의해서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악마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 영혼과 육신의 틈새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 허점은 내 눈과 이웃의 눈에는 절대로 보이지 않으나 악마의 눈에는 고속도로나 동해바다, 서해바다처럼 아주 크고 훤하게 보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악마는 아주 탁월한 전략을 구사하고, 내 눈과 귀를 사람들의 칭찬과 찬사로 모두 봉해버릴 것입니다. 그래서 그 칭찬과 찬사로 나는 우쭐해지고, 박수로 기분이 좋아지고, 내가 최고인줄 믿게 될 것입니다. 아주 어려운 일도 아주 쉽게 풀리게 하여 주님의 권능으로 이루어진 일이라고 믿게 하면 주님께서는 내 기도를 무조건 들어주시는 분으로 전락시켜서 어떤 일이 풀리지 않으면 아주 쉽게 주님을 배반하고 원망하게 만들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틈새 마케팅은 경쟁을 뚫고 사람들의 마음을 이기심으로 흩어놓는 기법입니다. 상품의 차별화로 지금까지 구매하였던 상품을 사지 않고, 틈새에 끼어드는 상품을 사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좋은 물건이나 다른 특성을 가진 것으로 경쟁업자를 이길 수 있도록 만드는 고도의 마케팅 기법입니다. 악마는 지금도 나의 교만과 방자함을 노리고 틈새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조그마한 허점이라도 발견되면 그 즉시 발동하여 나를 교만하게 만들고 방자하게 만들어 왔습니다. 이를 이기고 극복하는 방법은 기도하고 주님의 은총으로 이끌어 주시어 주님의 권능으로 모든 악마의 간교한 전략을 무산시켜 주시기만을 기도할 뿐입니다. 내가 감히 팔을 걷어 부치고 악마를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할 일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기죽어서 마귀의 밥이 되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는 주님께서 이끌어주시는 대로 온전히 의탁하고 겸손하게 살아야 할 것입니다.
<이 민족은 주 그들의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은 민족이다.>
▥ 예레미야서의 말씀입니다. 7,23-28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는 내 백성에게 23 이런 명령을 내렸다. ‘내 말을 들어라. 나는 너희 하느님이 되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될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길만 온전히 걸어라. 그러면 너희가 잘될 것이다.’
24 그러나 그들은 순종하지도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제멋대로 사악한 마음을 따라 고집스럽게 걸었다.
그들은 앞이 아니라 뒤를 향하였다.
25 너희 조상들이 이집트 땅에서 나온 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나는 내 모든 종들, 곧 예언자들을 날마다 끊임없이 그들에게 보냈다.
26 그런데도 그들은 나에게 순종하거나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목을 뻣뻣이 세우고 자기네 조상들보다 더 고약하게 굴었다.
27 네가 그들에게 이 모든 말씀을 전하더라도 그들은 네 말을 듣지 않을 것이고,
그들을 부르더라도 응답하지 않을 것이다.
28 그러므로 너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이 민족은 주 그들의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훈계를 받아들이지 않은 민족이다. 그들의 입술에서 진실이 사라지고 끊겼다.’”
축일3월 7일 성녀 페르페투아 (Perpetua)
신분 : 순교자
활동 지역 : 카르타고(Carthago)
활동 연도 : +202년
같은 이름 : 벨벳뚜아, 뻬르뻬뚜아, 페르페뚜아
성녀 페르페투아와 성녀 펠리치타(Felicitas) 및 4명의 순교자들의 이야기는 초기 순교자들의 전기 중에서도 가장 감동적이고 인상적이다. 그 일부는 성녀 페르페투아 자신이 그리고 다른 일부는 나머지 순교자들이 기록한 글에 의해서 하나의 전기가 완성되었다. 성녀 비비아 페르페투아(Vibia Perpetua)는 좋은 가문의 딸로서 순교 당시에 귀여운 아기를 팔에 안은 젊은 부인이었고, 성녀 펠리치타는 여종이었다. 나머지 4명의 순교자는 노예였던 성 레보카투스(Revocatus), 성 세쿤둘루스(Secundulus), 성 사투르니누스(Saturninus) 그리고 성 사티루스(Satyrus)이다. 로마 제국 내의 백성들이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을 금지하는 셉티미우스 세베루스(Septimius Severus) 황제의 칙령에 따라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Carthago)에서 그리스도인들을 검거할 당시 성 사티루스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예비자였으나 모여 있던 집이 포위될 순간에 모두 세례를 받고 함께 감옥에 갇혔다.
그 당시에 성녀 페르페투아는 처음으로 하늘을 오르는 사다리를 꿈에서 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신비한 어느 사제의 방문을 받았는데 그는 이교도의 사제였다. 성녀는 “나는 그 노인의 불행을 슬퍼하였지요.” 하며 아기를 안고 걱정하던 차에 체포되었다. 재판정에서 그들은 모두 맹수의 밥이 된다는 판결을 받았다. 감옥에 돌아온 뒤에 성녀 페르페투아는 두 번째 꿈을 꾸었는데, 이번에는 어릴 적에 죽은 동생을 보았다. 그리고 성 사티루스는 자신이 천국에 당도한 꿈을 꾸었다. 이윽고 순교의 날이 왔다. 그들은 이렇게 외쳤다. “너희들이 우리를 심판하였으나 하느님은 너희를 심판할 것이다!” 성녀 페르페투아의 일행은 “그리스도의 신부답게, 하느님의 귀여운 자녀답게” 형장으로 나갔다. 맹수들이 덤벼들자 그들은 서로를 붙잡고 의지하다가 한 사람씩 죽어갔다.
오늘 축일을 맞은 페르페투아 (Perpetua), 펠리치타(Felicitas) 자매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