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25일 "가요순위 프로그램을 둘러싼 사회 일각의 문제제기에 따라 공영방송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건설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순위제를 없애기로 결정했다"고 공식발표했다.
'뮤직뱅크'는 10, 20대를 위한 음악프로그램으로 성격이 바뀐다. 순위를 결정하는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10, 20대가 좋아하는 댄스와 발라드 장르를 폭넓게 소개함으로써 기존 20, 30대를 위한 '이소라의 프로포즈', 장년층을 위한 '열린음악회', 노년층을 위한 '가요무대'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수준 높은 청소년 프로로 정착시키겠다는 의도다.
KBS 예능국장은 "순위 프로그램이 대중 가요의 폭 넓은 소개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 채 오히려 많은 폐해를 낳고 있다. 그동안 각종 단체로부터 공정성 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점을 고려, 차제에 시비를 없애자는 차원에서 이번 결정을 내렸다"며 "이번 결정은 최근 MBC와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이하 연제협) 간의 힘겨루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연제협과의 갈등으로 방송을 보류하고 있는 MBC TV 가요순위 프로 '생방송 음악캠프'도 전반적 구성 변화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MBC 예능국은 지난주부터 세 차례에 걸쳐 부장단 회의를 갖고 '생방송 음악캠프'의 순위제 폐지 여부를 논의했으나 공정한 방식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존속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이달 말쯤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한편 SBS측은 '가요순위 프로그램을 폐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생방송 인기가요'의 정환식 책임PD는 " KBS MBC는 화려한 무대와 값비싼 의상이 들어가는 가요순위 프로그램을 외환위기 이후의 사회분위기를 고려해 한동안 폐지했지만 SBS는 가요순위 프로그램을 중단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연제협의 엄용섭 회장은 "순위제 폐지문제는 전적으로 방송사의 편성권 문제"라며 개인 입장임을 전제해 "보다 질 높은 프로그램의 제작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제협은 그동안 '순위프로는 존속하되 공정성을 기하는 방법을 찾자'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한편 지난 98년 IMF사태 당시 소비지향적이고 화려한 쇼를 자제하자는 취지에서 방송사에서 가요순위프로를 폐지했으나 1년도 안돼 부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