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이른 새벽에 일어났다. 여느 때처럼 두 개의 창문을 반쯤 열어놓는다. 나의 벌어진 입과 콧속을 밤새도록 들락거렸을 쿰쿰한 냄새를 창밖으로 쫓아낸다. 열린 창틈으로 밀고 들어오는 새벽 공기가 오늘도 나의 기분을 한껏 끌어올려 준다.
침구를 가지런히 개서 건너편에 있는 낡은 소파 위에 올려놓는다. 비싼 고급 침대에서 잘 때보다 이렇게 대충 자는 잠이 더 포근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생의 나는 선량한 거지였을 거라는 생각을 가끔씩 해보게 된다.
현관문을 열고 새벽 배송으로 도착한 두툼한 보따리를 집안으로 옮긴다. 오랜만에 시킨 백김치가 이중비닐로 단단히 포장되어 있어서 다행이다. 냉동 도시락이 맛있게 보여서 망설이다 시켰는데 맛이 어떨지 궁금하다. 흑미밥만 줄 곳 먹었더니 너무 지루해서 이번에는 새우볶음밥을 주문했다.
고덕에 살 때 다이소에서 사 온 작은 칼을 꺼냈다. 박스 포장에 딱 달라붙은 비닐 한 복판을 긋는 데는 이만한 게 없다. 백김치를 예쁘게 썰어서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통에 넣었더니 흐뭇하다.
재작년까지 김치도 안 먹던 내가 이만큼 달라진 비결은 무엇일까. 개발이 완전히 끝나면 한적한 시골방에서 한 달씩 살아보려고 했었다. 자연인 해보려고 요모조모 생각해 봤는데 벌레랑 동거할 자신이 없었다. 글을 너무 오랫동안 쓰지 않았더니 글을 쓰기가 편치 않다.
어떡하든 게시판에 정을 붙여보려고 애쓰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완전히 잊히기 싫은 마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봐야 아무 소용이 없을 줄 뻔히 알면서도.
첫댓글
그래봐야 아무 소용이 없을 줄 뻔히
알면서도...ㅎ
마지막 구절에 와서 딱 꽂히네요.
누구라도 그점에서는
동의표도 나올 법 하겠지만,
그래도 찾아오는 이유가 있겠지요.
꼭 정답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말해 봅니다.
대답이 신통 찮아서 미안합니다만,
몇 번이고 탈퇴하고도
다시 찾아오는 회원도 자주 보네요.ㅎ
손수건님은 그래도 꾸준하십니다.
더 나이가 들어서 올데 갈데 없는 것 보다야...^^
꾸준한 성격이라는 점은 맞을 지도 모릅니다.
한 우물을 파는 편이니까요.
단풍님이 잠잠하군요.ㅎ
자주 오십시요.
자주 보면 정이 듭니다.
시켜 드시는 군요
맞춤법이 맞나 모르겠습니다.
나는
전문 작가가 아니다 하고
편하게 씁니다.
잘 읽었습니다.
잘 드시고 건강하십시요.^^
카페에 자주 오려면 궁금함 사람이 있어야는데 그게 쉽지 않더군요.
요새는 잘 먹고 잘 쉬고 있답니다.ㅎ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집니다
글 도 잘 쓰시면서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건 진리 같습니다.
글이란 쓰고 싶은 동기부여가 중요한 것 같더군요.
정 붙이고 머물면 어디나 고향입니다. ㅎ
제 경우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는 잊혀지기 싫어서가 아니라 정 붙인 분들이 이곳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ㅎ
손수건님도 그래서 저에겐 고향의 객이 아니라 고향분이십니다.
정 븉인 분들이 많다니 다행입니다.
저는 안부 전하는 수준이랍니다.
손수건님. 당연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안 보이면 궁금할까봐 안부의 글을 쓰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