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고슬라비아는 1945년이전까지 유럽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혔던 국가였습니다. 티토 정권이 수립되어 정통 소련식 공산주의 노선에서 이탈한 유고식의 독특한 공산주의로 스탈린의 철의 장막에서 쫒겨나 제3세계에 속했던 특이한 나라입니다. 티토 정권의 정치는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마케도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코소보, 보이보디나의 여러 지방을 하나로 결속시켜왔습니다. 1980년 티토수상이 사망한 후 혼란이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라는 악랄한 정치꾼과 극우세르비아단체들에 의해 유고의 비극은 시작됩니다. 밀로셰비치와 극우세르비아인종청소단체들은 세르보-크로아트어(語)라는 동일언어를 쓰던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에서 서로 다른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이교도인 크로아티아인, 무슬림인을 학살하고 고향에서 추방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거의 같은 민족으로 여겼던 네 지방인들은 이런 미친 정치운동에 휘말려 서로 죽이고. 미워하게끔 여론이 형성, 조종되어졌고, 이 때문에 유고슬라비아는 5개의 나라로 갈렸습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는 세르비아인이 많다는 이유로 크로아티아인, 무슬림인들을 학살하는 인종청소주의자들(예르칸 등)의 득세로 세르비아와 무슬림-크로아티아인의 내전이 벌어졌습니다.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 코소보 자치주, 보이보디나 자치주만 남은 신유고연방은 유로92대회 예선을 통과하고도 본선진출권이 박탈되어 덴마크가 대리출전하게 됬고, 94년월드컵, 유로96은 아예 예선참가가 금지되었던 아픈기억이 있습니다.
(단, 세르비아-몬테네그로입장에서 볼 때, 마케도니아, 슬로베니아는 남슬라브계통의 비슷한 민족이지만 다른 언어를 쓰는 다른민족이며,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언어는 같으나 종교가 다르고 특히 내전으로 서로간의 사이가 극도로 나빠져 다른민족처럼 취급되었습니다. 한국 K리그에서 라데를 제외하곤 최고용병이었던 샤샤 드라큘리치와 크로아티아의 슈퍼스타 다보르 슈케르가 죽마고우였다고 합니다. 당연히 서로 말도 잘 통했습니다.)
- 서설이 길었네요. 이제 축구이야기로 들어갑니다. 90년 샤비체비치가 맹활약했던 이탈리아월드컵 당시 8강에서 아르헨티나에 그의 실축으로 승부차기패를 당한 이후 98년 프랑스월드컵에 다시 출전합니다. 98년 당시 유고슬라비아 대표팀은 지금의 체코이상으로 평가되던 정말 대단한 팀이었습니다. 유고슬라비아의 별명은 스타의 산실, 스타군단, 발칸의 브라질 등등....당시 우승후보 빅9에 속했고 브라질,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잉글랜드, 네덜란드 6강을 제외하고는 에스파냐(스페인), 아르헨티나와 동급으로 취급된 정말 좋은 팀이었습니다.
-----------미야토비치-밀로셰비치 투톱에
유고비치(또는 나지)-코믈리예노비치(또는 치리치)-요카노비치(또는 스토이코비치)-샤비체비치
조로비치-미하일로비치-주키치-미르코비치
--------------------크랄리
로 구성된 스쿼드는 당대 동유럽 최강이자 세계 9위 정도의 막강한 조합이었습니다. 게다가 명장 슬로보단 산트라치 감독의 전술적 다양함과 지역방어위주의 수비전술이 덧칠해져서 더욱 강력한 전력이었습니다.(한국이 유고 원정에서 1-3으로 패했음)
- 98월드컵예선으로 거슬러 올라가겠습니다. 에스파냐, 유고슬라비아, 체코, 슬로바키아가 같은 조에 끼었습니다. 당시 유럽예선 최악의 조였지요. 유로96 준우승팀 체코는 유고슬라비아에게 홈앤 어웨이에서 모두 패하면서 5승1무4패로 조3위로 탈락합니다. 에스파냐는 8승2무, 유고슬라비아는 7승2무1패로 조1,2위를 차지하여, 유고슬라비아가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됩니다. 당시 플레이오프 상대는 헝가리. 유로96출전팀인 스위스와 리트마넨이라는 천재가 있던 핀란드를 각각 조4,3위로 밀어내고 조1위 노르웨이에 이어 조2위의 이변을 일으켰던 다크호스였습니다.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원정에서 유고슬라비아는 헝가리를 시종 유린하고 농락하며 1-7대승이라는 원정팀으로는 믿기지 않는 대승리를 거둡니다. 그리고 이어 벌인 홈경기에서도 5-0으로 역시 대승을 거둡니다.
- 유고슬라비아는 98월드컵본선에서 독일, 미국, 이란과 같은조에 끼었습니다. 당시 모 북메이커의 조1위확률베팅에서 독일 62.0, 유고31.5, 미국4.3, 이란2.2%씩 배당되었을 만큼 양강구도가 확고했던 조였습니다.
- 8년만에 오른 메이저대회의 첫 경기였던 이란전. 당시 이란은 정말 어렵게 20년만에 본선에 올랐던 팀입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3전전패를 예상할만큼 약체로 평가되었습니다. 유고슬라비아는 첫경기직전 주전 미드필더인 샤비체비치(당시 AC밀란의 핵심)가 부상으로 빠졌고 이란에 미드필드에서 장악당해 끌려다니며 결정적 기회를 수차례 내주며 고전하다가 역시......시니사 미하일로비치의 환상적인 프리킥 한방으로 1-0의 값진 승리를 얻었습니다.
- 두 번째 경기는 조1위를 다툴 유로96우승국 독일이었습니다. 당시 독일은 동독출신의 마티아스 잠머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져 최상의 전력은 아니었습니다만 위르겐 클린스만, 토마스 헤슬러가 건재하고, 비어호프란 늦깍이 신성이 나타난, 여전히 우승후보4위안에 들던 강팀이었습니다. 이런 강팀 독일을 미드필드에서부터 강한 압박과 체력으로 꽁꽁묶고 개인기와 샤비체비치, 요카노비치의 플레이메이킹을 앞세운 화려하고 다양한 공격으로 전반내내 독일을 유린하다 시피했습니다. 후반10분경 2:0으로 유고슬라비아가 앞선 상황에서 독일의 저력이 발휘되었고 자책골까지 헌납하며 2-2무승부로 끝이 났습니다.
- 마지막경기였던 미국전. 유고는 이 경기에서 상당히 고전했습니다. 전반3분에 코믈리예노비치의 골이 터지면서 쉽게 경기를 풀어갈 것이라 예상했지만 독일, 이란에 모두 패해 16강이 이미 좌절된 미국의 투지넘치고 스피디한 경기에 당황했었습니다. 그러나 4선의 포백수비의 지역방어(존디펜스)로 선제골을 잘 지켰습니다.
- 2승1무, 득4 실2, 승점7점으로 독일에 득실에서 밀려 조2위로 16강에 오릅니다. 상대는 E조 1위를 한 네덜란드. 유고와 네덜란드는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입니다. 전반39분, 부상에서 갓 회복된 데니스 베르캄프의 골로 네덜란드가 1-0으로 전반을 마칩니다. 하지만 후반이 되자마자 유고의 폭풍같은 공격이 시작됩니다. 미하일로비치의 코너킥에 이은 코믈리예노비치의 헤딩골로 균형을 맞추고, 후반5분!!! 드디어 페널티킥의 기회가 유고에게 찾아옵니다. 스토이코비치는 이 기회를 세계정상의 스트라이커로 레알마드리드의 주전 공격수였던 프레드라그 미야토비치에게 양보합니다. 미야토비치와 네덜란드의 GK반데르사르의 대결. 키가 큰 반데르사르를 공략하기 위해 미야토비치는 빠르고 강하게 크로스바 바로 아래를 향해 찹니다. 그러나... 이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고 네덜란드 수비가 바로 걷어내면서 유고슬라비아는 리드의 기회를 잃습니다. 계속된 공방끝에 후반44분 에드가 다비츠의 중거리슛이 크랄리 골키퍼를 피해 골네트를 가르면서 산트라치감독의 유고슬라비아는 우승의 꿈을 접고 맙니다.
- 그 이후 유로2000예선에서 아일랜드, 크로아티아를 밀어내고 조1위로 본선에 올랐지만, 본선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신생국 슬로베니아에 끌려다니면서 0-3으로 리드당하다가 3-3동점을 가까스로 만들었고, 노르웨이에 1-0승, 노르웨이에 패했던 에스파냐에 3-2로 앞서다가 후반로스타임에 2골을 연달아 허용하며 3-4로 패합니다. 8강에 조2위로 오르면서 홈팀 네덜란드와의 2년만의 리턴매치가 열렸습니다. 여기서 유고는 클루이베르트를 막지 못하며 1-6 대참패를 당합니다. 이 경기 이후 유고는 계속 부진합니다. 2002월드컵예선에서 러시아, 슬로베니아, 스위스에 홈경기 2무1패 등으로 부진하며 탈락했고, 이번 유로2004예선에서는 구소련권 최약체인 아제르바이잔에게 패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조3위로 탈락하고 맙니다. 다만 이탈리아와 홈, 원정에서 모두1-1무를 거둔 것이 그들의 자존심을 세웠을 뿐입니다.
현재의 세르비아-몬테네그로의 스쿼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FW
코바체비치(R.소시에다드)
밀로셰비치(셀타비고)
MF
케즈만(PSV아인트호벤)<- 국가대표팀에선 주로 윙포워드
트로보크(파르티잔 베오그라드)
둘랴이(파르티잔 베오그라드)
스탄코비치(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
DF
드라구티노비치(스탕다르트 리에주) 또는 라제티치(코모)
미르코비치(페네르바체)
미하일로비치(SS라치오)
크르스타지치(베르더 브레멘)
GK
드라고슬라브(비테세 아른헴)
예전에 비하면 많이 뒤쳐지는 멤버구성입니다. 에스파냐 2부리그 레반테에서 뛰는 왕년의 스타 미야토비치가 아직도 많이 기용됩니다. 게다가 녜구스(세비야), 분예프세비치(토튼햄 핫스퍼), 스테파노비치(비테세 아른헴) 등 타리그 선수들도 소속팀 수준이 낮거나 소속팀에서 주전이 아닌 선수들이 많습니다. 스타 사관학교 파르티잔이나 크르베나 즈베즈다(레드스타)의 경우를 볼 때 유망주마저 많이 줄어들거나 해외로 이탈해 앞으로 부활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몇년뒤 세르비아-몬테네그로 분리 국민투표에서 분리독립이 과반이상이면 축구팀도 분리될 것입니다. 이럴 경우 더 약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야토비치의 경우 몬테네그로 지방 출신입니다.)
- 한국에서 뛰던 샤샤 드라큘리치, 라데 보그다노비치, 마니치, 우르모브 등 좋은 선수들이 한국에서 활약했습니다. 보그다노비치는 아틀렌티코 마드리드, 베르더 브레멘의 주축멤버였던 시절이 있었고 드라큘리치는 파르티잔팀 출신으로 93-94년 시즌에 유고슬라비아 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적도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유고슬라비아 리그의 득점왕출신이 유럽 중상위리그나 빅5리그로 가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유고슬라비아의 몰락은 이미 90년대초부터 예견되었던 일이 아니겠습니까?
-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축구가 다시 비상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요? 그들의 화려한 축구를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겠습니다.
첫댓글 미야토비치 좋았지요^^ 레알에 있을적에 그의 플레이를 보면 정말 스트라이커인지 미들인지 구분이 안될정도로 많이 뛰고 패스와 슛등 모든 면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었지요 호나우도가 한때는 유일한 자기의 경쟁자라고도 했었지요 ㅎㅎ 세월에는 장사없다더니...
사비체비치 밀로세비치 스토이코,미하일로 미야토..정말 공격진은 세계최고중에 하나였죠...98예선때는 유로96준우승팀 체코를 무너뜨리고 올라왔을 정도니까요...
우와~님 덕분에 제가 좋아하는 세르비아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감사합니다^^
골키퍼빼고 다 비치로 끝나네;;;
크흑,,스토이코비치,,,한일올스타와 세계올스타전에서 세계올스타의 동점골을 넣은선수,,엄청난 개인기 보유자,
스탄코비치...이선수는 저만 그런지는 몰라두 기복이 좀 심함거 같음..;;인테르 경기 보다보면 한 2경기는 부진하다가 3경기에서 2골 넣는 활약을 보여준적두 있었던듯..;;
귀차니즘 -_-;;;
또다시 8년만에 월드컵에서 볼수있습니다 06독일월드컵 조1위로 독일행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