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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함이 밀려올 때, 철쭉 - 반려식물 처방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 건조기로 옮기는 내게 얼마 전 아들이 이렇게 말했다. "엄 마, 뭐 했다고 벌써 겨울이야? 허무하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를 아쉬워하는 아들에 게 나는 "그렇지? 엄마는 그 기분이 너무 싫어서 매일매일 열심히 살려고 노력해"라 고 말해 주었다. 겨울이 깊어가면 허무함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다. 1년간 바쁘게 열심 히 살아왔는데도 한 해의 끝자락에 들어서면 '그동안 무엇을 했나' 싶으면서 쓸쓸해 진다. 이런 순간을 위해 기록이 필요하다. 허무함이 밀려올 때 기록을 들춰보면 삶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고, 이런저런 일들로 경험치를 쌓으며 어쨌든 앞으로 나 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 나는 매일 아침 글을 쓴다. 2017년 6월 11일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써오고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탐색해가는 과정에서 미국 소설가이자 시인인 줄리아 카메론이 쓴 《아티스트 웨이》란 책을 만난 적이 있다. 이 책에선 아침에 일 어나자마자 20분 동안 A4 용지 세 페이지를 채우는 글쓰기를 '모닝페이지'라고 명명 한다. 모닝페이지에는 규칙이 없다. 주제도 없다.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빠른 시간 내에 써내려가는 것이 핵심이다. 잠에서 덜 깬 기상 직후는 직관과 통찰이 가 장 활발한 시간이다. 그래서인지, 나중에 보면 무의식적으로 두서없이 써내려간 이 야기에서 원하는 답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모닝페이지를 시작한 초기에는 마음 깊은 곳의 판도라 상자가 열린 듯 기억 속에 숨어있던 수많은 일이 쏟아져 나와 어질어질했다. 기억 속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오는 생각을 옮겨 적은 노트가 한 권 두 권늘어날수록 나는 점점 가벼워졌다. 내 안을 무 겁게 짓누르던 돌덩이가 마치 종이 위로 옮겨지는 것 같았고, 몇 년 정도 흐르자 미 움, 원망, 후회보다 희망과 기대가 점점 많아졌다. 그렇게 매일 새벽의 단상을 기록 한 노트가 어느덧 서른 권이 되었다. 처음 글을 쓸 땐 노력이 필요했지만 100일쯤 지나니 관성이 생겨 스스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성과 없는 일에 왜 이렇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지 답답하기도 했다. '그 시 간에 차라리 운동을 하지? 영어 공부를 하는 건 어때?' 마음속에서 비아냥거리는 소 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매일 펜을 들었다. 궁금했기 때문이다. 《아티스트 웨이》에서 1년쯤 매일 쓰면 책 한 권 분량의 이야기가 나온다는 문장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래, 1년은 써보자.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정말 책이 한 권 나올지도 모르고!' 그 마음이었다. 다짐보다 중요한 태도 정말로 모닝페이지를 쓴 지 1년 즈음 되니 책 한 권이 나왔다. 2018년 5월 31일 첫 책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이 출간되었다. 《아티스트 웨이》에선 3년 정도 써서 시 나리오 작가나 영화감독이 된 인물도 있다고 하더니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나 역 시 앞뒤 재지 않고 6년 넘게 매일 모닝페이지를 써오는 동안 출간한 책이 다섯 권으 로 늘어났다. "어떻게 매일 글을 쓰나요?" 많은 사람이 묻는다. "의지가 강하신가 봐요." 아니다. 굳은 의지만으로는 절대 그러한 끈기를 발휘할 수 없다.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한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려면 '오늘부터 반드시 하고 말 거야'라는 강한 다짐보다 '목표한 것을 모두 채우면 과연 어떻게 될까?'라는 호기심을 갖는 것이 더 좋다. 매일 아침에 글을 쓰는 행위는 내 머릿속에 청소기를 돌리는 것과 같다. 여기저기 흩어진 정신을 진단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곳과 집중해야 할 곳을 나눠 정리한다. 아무리 해도 안 되는 일은 단호하게 청소기로 흡수한다. 대부분 가장 가까운 사람들 로부터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이 도돌이표 같지만. 그래도 글을 쓰는 동안 만큼은 시야가 열린다. 그동안 내가 가졌던 편견과 선입견, 스스로 그어놓은 한계가 보인다. 우연히 좋은 일이 생겨도 편견과 선입견으로 재단 하면 새로운 기회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생각이 열려있으면 '그건 왜 안 되는 거지? 누가 안 된다고 한 거지? 남들이 그렇다고 해서 나도 그럴까?'라는 마음으로 가능성을 확장시킬 시도를 한다. 그러므로 글쓰기는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습관이다. 무엇보다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자신감이 높아졌다. 이렇게 꾸준히 노력하는 것을 아무도 몰라준다 해도 나 스스로에게만큼은 떳떳할 수 있으니 충분히 의미 있는 일 이다. 사실 노력이란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지 않나. 내가 내 인생을 끝까지 잘 펼쳐 나가기 위해 하는 일이다. 왜 그렇게까지 노력하는 일에 애를 써야 하냐고? 어제 달리기를 하면서 길가에 핀 흰 진달래와 자주색 철쭉을 만났다. 진달래와 철 쭉은 봄에 피는 꽃으로 알려져 있지만 늦가을에도 꽃을 피운다. 언제든, 어디서든, 어떻게든 한 송이의 꽃을 더 피우려 애쓰는 것. 그게 생명이다. 벌써 올해가 끝나간다. 우린 여기서 선택할 수 있다. 그래도 무엇인가 더 해볼 것인 가, 그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사람들은 노력이 큰 명예나 부로 돌아오길 바라지만 그 렇지 않더라도 괜찮다. 포기하지 않고 매일 노력했다는 사실만으로 스스로에게 고맙 다는 인사를 건넬 수 있으니까. 글 정재경(식물에세이스트) +이달의 초록문장 + 내가 할 수 없는 것들만 따지기 시작하면 계속 그것만 생각하며 스스로를 깎아내 리게 되지만, 일단 한 번이라도 해보면 더 해보고 싶은 욕심과 에너지가 조금씩 솟 아난다. 그게 바로 내가 못하는 것, 내 힘으로 어쩔수 없는 것들에 대한 집착으로부 터 조금씩 놓여나는 방법이기도 하다. - 정김경숙 《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데》 중 - * 일단 시작할 것, 그리고 계속하면 어떻게 될지 호기심 어린 시선을 갖고 도전해 볼 것. 2024년엔 그렇게 꾸준히. |
Grace Leer - My Mind's Made Up (Official Music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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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고운 걸음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건강과
기쁨이 함께하는
복된 나날들보내세요
동트는아침 님 !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답니다.
안좋은 내용은 배제하고 좋은 내용만 매일매일 일기장에 옮기고 있답니다.
좋은 점이 많이 있어요.
기억이 잘 안날 때는 일기장을 들추어 보기도 하죠.
그리고 여기 Cafe에는 잘 안올리지만 일주일에 꼭 한 편의 詩나 수필을 꼭 쓴답니다.
이젠 습관이 되었답니다.
컴에서 글을 써도 되지만, 하얀 백지에 글을 쓰는 게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포근하고 좋은 저녁시간이 되십시오...망실봉님!
감사합니다
바다고동 님 !
매일 일기를 쓰신다니,
나만의 대단한 루틴을
가지고 계시군요..
정말 부럽습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행밤 보내세요~^^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허무함이 밀려올 때, 철쭉
좋은 글 고맙습니다
따뜻한 밤 보내세요
안녕하세요
핑크하트 님 !
다녀가신 걸음
고운 댓글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따듯하게 보내시고
힐링의 시간들로
채워지시길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