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이미 세계 최대의 PC업체로 우뚝 선 중국 레노버(聯想·롄샹)가 스마트폰에 이어 서버시장까지 공격적인 세력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 정부 당국이 레노버의 IBM X86 서버사업 인수를 공식 승인하면서 레노버가 나날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중국 내수시장 파이 선점의 주도권을 잡게 됐다고 중국 IT위러저우칸(娛樂周刊)이 17일 보도했다.
X86는 주로 인텔 CPU 호환 명령어 세트를 사용하는 저가용 서버로 관련 시장에서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레노버가 시장확대, 특히 내수시장 확대를 위해 IBM 브랜드 이미지와 함께 대량 생산 가능한 X86 서버 사업을 인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서버시장은 중국 당국이 글로벌 기업의 진출을 제한하고 있어 로컬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시장이다. 실제로 중국 대표 서버업체 량차오(浪潮)가 점유율 19%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델이 17%로 2위,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가 3위(16%), IBM과 레노버가 각각 11%로 4,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로컬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이미 61%로 절반이상인데다 시장 확대에 유리해 레노버는 IBM 인수로 시장 점유율을 20% 이상으로 확대, 중국 최대 서버업체로의 도약할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발표한 1분기 글로벌 서버시장 통계에 따르면 HP가 22.6% 점유율로 1위, 델이 19.7%로 2위, IBM이 7.0%를 차지했다. 세계 3위 브랜드 서버사업 인수는 레노버의 글로벌 경쟁력도 한층 제고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IBM 입장에서도 손해볼 것이 없다는 평가다. X86 서버가 현재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는 있지만 시장 진입문턱이 낮아 경쟁이 치열해지고 단가는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이에 유지 보수 등 강점 대신 상대적으로 고가인 IBM 서버는 점차 시장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IBM은 시장가격이 더 낮아지기 전에 소프트웨어나 클라우드 서비스 등 다른 활로를 찾고자 서버사업을 레노버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해관계에 따라 레노버와 IBM의 23억 달러 규모 인수계약은 사실 지난 1월에 체결돼 당국의 승인을 기다려 왔다.
당시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는 해당 서버가 미국의 통신네트워크는 물론 미국 국방부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데이터 센터에도 사용됐다는 이유로 미국 안보 위협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반년 간의 검토 결과 안보에 큰 위협이 되지 않으며 IBM 등의 활로 찾기 등 유리한 점이 많다 보고 인수거래를 지난 15일 최종 승인했다.
레노버는 최근 글로벌 인수합병을 통한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적극적인 모양새다. 앞서 2005년에는 IBM의 씽크패드 브랜드와 PC 사업부문을 인수했으며 2014년 초에는 구글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29억1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모토로라 인수는 아직 미국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로 만약 승인이 떨어지면 레노버의 글로벌 굴지 기업으로의 도약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