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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수 없는 푸른 바다에 새기는 추억 바닷가 코앞에 자리해 집 안 어디서든 바다가 보이고 파도 소리가 들리는 집, 바다와 한 몸인 듯한 ‘삼대한채’에서 쌓은 추억은 바다에 고이 간직된다. 그 추억이 물결쳐 우리는 바다를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다. 에디터 조연혜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 고 부른다.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사랑이라 고 부른다. - 김훈 《바다의 기별》 중 -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바닷가 바로 앞에서 살아보는 것이다. 바다를 보러 가기 위해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되는 곳에 집을 지어 틈나는 대로 바다를 들락거리고 싶다. 밤이건 낮이건, 흐린 날이건 맑은 날이건 모든 날 모든 순간의 바다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올해가 저물기 전, 하룻밤의 꿈이라도 좋으니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유유자적 하고픈 마음에 아침 일찍, 포항행 기차에 올랐다. 꿈은 그리 쉽게 잡히지 않았다. 기차에서 내려 또다시 차를 타고 달리며 만난 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제철 공장과 산업 단지였다. 바다를 보러 온 건지 첨단 도시를 구경하러 온 건지 가물가물할 때쯤에야 바다가 살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포항의 남쪽, 바다와 접한 땅에 들어 선 10여 개의 어촌 중 한 곳인 모포리. 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 끝자락 에 다다르자, 앞에는 바다가 펼쳐지고 뒤로는 뇌성산 자락에 기댄 채 서있는 숙 소 '삼대한채'가 긴 여행길에 지친 객을 반겼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귀를 사로잡은 파도 소리가 집 안까지 철석대며 따라 들어 와 여기가 바닷가 코앞에 지어진 집임을 실감나게 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전경에 긴장을 풀고,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잔뜩 풍겨오는 집에 몸을 맡기자 녹록하지만 은 않았던 지난 시간이 파도가 부서지듯 흔적 없이 흩어졌다. 평온해진 맘은 바 다처럼 넉넉해져갔다. 다만 한 가지, 뭍에 두고 온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올라 아 련한 그리움이 깃들 뿐이었다. 숙소의 이름처럼 온 가족이 함께 와 즐거운 한때 를 보내도 참 좋을 것 같았다. 삼대한채의 주인 김찬희(44) 씨도 처음 이 집을 보 았을 때 비슷한 맘이었다며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평소 부모님과 여동생네 가족과 여행을 자주 떠났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치매 를 앓기 시작하면서 함께 다니기가 힘들어졌지요. 아무리 좋은 호텔에 모셔도 불 편해하셨거든요. 아버지가 아프시고 나서는 집 밖에 나서는 순간부터 모두가 고 생이었죠. 그러다 5년 전 우연히 이 집을 알게 되었고 가족과 별장처럼 쓰면 좋 을 것 같아 장만했습니다." 몸과 맘이 온전치 못한 아버지도, 걸음이 서툰 아이도 널따란 단층집에서는 편 하게 지내는 덕에 그의 가족은 여행의 즐거움을 되찾았다. 그는 집이 비는 날 또 다른 대가족이 자신들처럼 이 집에서 행복한 추억을 쌓기 바라며, 삼대한채란 이 름을 짓고 재밌게 놀만한 몇몇 시설을 마련했다. 게임기, 노래방 기계, 영화나 스 포츠를 감상할 수 있는 프로젝트 등 집에 있어도 심심할 겨를이 없도록 세심히 배려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곳은 바닷가 아닌가. 그가 손님들을 위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바다 가 보고 싶어 온 여행객이 집에서도 마음껏 파란 물결을 감상하도록 곳곳에 낸 큰 창이다. 그중 안방 창 너머 풍경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빼어났다. 드 넓은 바다와 방풍나물이 자라는 너른 들판, 이 모두를 감싸 안는 산과 마주하자 어떤 감탄의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시간을 붙들고 싶다는 갈망으로 하염없이 창 밖만 바라보는 사이, 이 공간에 가득해진 침묵을 깬 것은 김찬희 씨가 객을 부르 는 소리였다. 그는 "다른 곳도 둘러보셔야죠"라고 말하며 자신의 애정이 담긴 숙 소를 구석구석 소개해주었다. 이 집의 매력은 전망만이 아니었다. 40년 전 지어진 흔적을 다 지우지 않고 남 겨둔 투박함이 어촌의 향수를 자극했다. 쇠고리로 여닫는 녹슨 문고리, 페인트칠 만 다시 한 나무 문, 어업에 종사하기 쉽게 지어진 독특한 집안 구조까지, 목가적 인 인테리어 덕에 삼대한채는 시골집처럼 정겨운 숙소로 변신할 수 있었다. "바닷가 앞 우리 집이 정말 좋다고 말해주는 손님들께 감사하죠"라고 말하는 김찬희 씨는 꿈에 그리던 집을 만난 기쁨을 여행객과 나누는 재미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며 지난 5년여의 날들을 돌아보았다. 네 가족이 함께 와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놀다 가기도 하고, 넓은 마당에서 결혼식이 열리기도 해 남녀노소를 만족시키는 휴식처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말하는 그의 뿌듯한 목소리를 타고 또 다시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나를 만나러 오라고 재촉하듯 맘을 간지럽히는 그 소리에 밖으로 나섰다. 이젠 바다와 만날 시간이 되었다. 아무도 없는 겨울 바닷가에 가만히 서서 먼저 다녀 간 이들의 흔적을 찾아보았다. 고요한 바다가 이곳에 머물다 간 사람들의 행복했 던 한때를 철썩철썩 토해냈다.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아들이 꾸민 숙소에서 몇 번 의 밤을 보내며 좋아하셨다는 김찬희 씨 아버지의 흐뭇한 미소도 어딘가에서 출 렁거리고 있겠지. 떠오르는 해를 보며 새해를 맞이하던 사람들의 설렘도, 바다를 바라보며 미래를 약속하던 신랑 신부의 뛰는 가슴도.... 저 멀리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에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사연이 겹쳐 보였다. 추억이 덧입혀진 바다는 차 가운 겨울바람에도 따스하게 느껴졌다. |
The Animals- House Of The Rising Sun (cover)|Gigi De Lana • Jon • Jake • Romeo-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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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닿을 수 없는 푸른 바다에 새기는 추억
좋은글 고맙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고운 멘트글
감사합니다~
핑크하트 님 !
오늘도 기쁨과 웃음이
함께하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고맙게 잘 감상했습니다.
'닿을 수 없는 푸른 바다에 새기는 추억'
제목 글이 아주 멋집니다.
망실봉님!
제가 고향이 강원도 삼척 바닷가 입니다.
고향을 떠난지 45년이 되었지만 항상 그립습니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 백사장에서 바라보는 수평선.
오늘도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좋은 저녁시간이 되십시오...^^*
바다고동 님 !
청년시절에 고향을 떠났셨네요~~
그리움이야 끝이 없겟지요,,,
검푸른 동해바다와 일상을 겪어시면서
많은 영감을 얻어 오늘에 이르렀으며,
현재도 큰 에너지가 되어 살아 숨쉰다고
언급하고 싶어요~~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