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생명을 가지고 세상에 오면 그 생명을 지키려고 정말 생명을 겁니다. 영화를 보아도 너무 실없이 쓰러지는 생명이 있는가 하면 모질게 이어가는 생명도 있습니다. 그 생명의 힘에 경의로 표할 수 있습니다. 총 한번 제대로 쏘아보지도 못하고 힘없이 쓰러지는 그 많은 군인들을 전장에서 봅니다. 그런가 하면 최악의 상황을 이기고 몇 날 아니 몇 십 일을 버티고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살아나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생명, 참으로 허무한가 싶다가도 얼마나 귀한지 그리고 얼마나 경이로운지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아무튼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생명을 귀하게 여기며 또 귀하게 다루고 귀하게 사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공통으로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전투 중 추락하였습니다. 간신히 살아남기는 하였는데 적의 추적을 받습니다. 2차 대전 중 소련 파일럿이 독일군의 추적에 쫓기고 있습니다. 많은 지역을 독일이 점령하고 전진하고 있는 가운데 있습니다. 잘 아는 대로 사람들의 사는 지역으로부터 많이 떨어진 벌판이고 숲입니다. 준비한 양식이 있을 리 없습니다. 어떻게든 살아서 아군 측으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싸워야 할 대상은 비단 적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생존을 위한 투쟁이 전개됩니다. 첫째 적군인 독일군을 피해야 합니다. 그리고 추위를 견뎌야 합니다. 셋째 먹을 것을 찾아야 합니다. 또 하나 무서운 상대가 있습니다. 사람보다 무서운 늑대입니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닙니다.
눈 덮인 산야에서 늑대를 만나면 어찌 됩니까? 이놈들은 떼를 지어 다니고 떼로 달려듭니다. 굶주린 늑대,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고 인정사정없이 달려듭니다. 닥치는 대로 물어뜯습니다. 차라리 총 맞아 죽지, 어떻게 짐승에게 물어 뜯겨 죽습니까? 정말 짐승의 밥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용케 한번 벗어나도 이 놈들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끝까지 따라붙습니다. 하기야 자기네도 먹고 살아야 할 테니 말입니다. 총상도 입고 동상으로 발의 움직임이 여의치 않습니다. 가지고 있던 총도 이제 총알이 없습니다. 불행히도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함정에 빠졌습니다. 그 위에서 늑대들이 둘러보고 있습니다. 나름 궁리를 하고 있겠지요.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
한 사람의 영웅을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의 희생이 필요한가 생각해봅니다. 뛰어난 한 사람을 만드는데 그냥 되는 일이 아닙니다. 물론 본인의 노력이 필수이겠지만 세상은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또 혼자서 세상을 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더구나 그 세상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감동을 만들려면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도 아닙니다. 흔히 어머니의 힘을 이야기합니다. 물론 가족의 힘이 큽니다. 그 중에서도 어머니의 사랑이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에 나오면 여러 가지 환경에서 다양하게 사람들을 만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도움을 받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본인도 접하는 사람도 아무도 모르고 우리는 그 환경을 이겨나갑니다.
그 한 사람 살리기 위해 따지고 보면 한 가족이 희생하였습니다.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고 그래야만 했을까? 그러나 희생을 감내한 그 사람들도 그 때의 삶에 자기들 생명을 가치 있게 사용한 것이라 여깁니다. 물론 제 3자의 입장일 뿐입니다. 자기들의 삶이 그렇게 끝나리라 짐작도 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도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길든 짧든 자기네 인생을 그 시대 그 상황에 맞도록 최선을 다하여 살았다 싶습니다. 죽음 앞에서 자신을 생각하는 기준은 나이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더구나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데 옆에 나란히 서 있는 자식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매우 처절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가치 있는 죽음이었기를 바랍니다.
파일럿 ‘니콜라이’가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국 살아온 것은 주변의 도움도 있었지만 본인의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 의지의 힘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는 위기 때마다 ‘올가’와의 약속을 떠올립니다. ‘살아오겠다고 약속해요.’ 하기는 이게 사람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인명재천’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내가 살겠다고 해서 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실 희생을 당한 그 한 가족은 살려고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개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생하는 환경으로 인하여 자기네 바람과는 다르게 일찍 삶을 끝내야 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본인의 의지는 중요합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 약속을 믿고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도록 이끌었습니다. 여러 사람의 희생이 있었지만 그 희생들이 헛되지 않도록 그는 살아 돌아왔고 그것을 넘어 두 발을 잃었음에도 기나긴 재활을 거쳐 다시 파일럿으로 공중전에 뛰어들기도 하였습니다. 과연 작은 영웅이 될 수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의 몫을 담당한 것이지요. 영화 ‘파일럿 : 배틀 포 서바이벌’(The Pilot. A Battle for Survival)을 보았습니다. 2021년 러시아 작품입니다.
첫댓글 좋은 글~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