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서야 은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태일의 품을 그리는 동안 자신 앞에 무슨 일이 벌어지
고 있는지,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졌는지 모두 알 수 있었다. 태일을 흘깃 보았다. 그도
놀란 모습이 역력했다. 굳어진 몸과 얼굴 근육이 그것을 대신 말해주었다.
은수는 다시 시선을 현관으로 돌렸다. 그리고 어둠 속에 서 있는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굳
이 모습을 보지 않아도 은수는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을 떠올리는 일
은 너무도 쉬웠다.
그는 진철이었다.
"서, 선생님...... 어떻게......"
은수의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다. 모든 신경세포가 그녀의 떨림을
또 다른 강한 떨림으로 만들어냈고, 그것은 순식간에 은수의 몸을 집어삼켰다. 모든 것이 정
지되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하지? 뭐라고 해야할까? 어디서부터 본 거지? ......아니야. 지
금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어. 그런데 어떻게 이 시간에 집엘 오신 거지?
온갖 잡생각들이 은수의 머릿속을 떠돌며 어지럽혔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떠오르
는 해답이 없었다. 아니, 답은 처음부터 없었다. 은수가 어지럽게 생각하는 동안, 커다란 공
명음이 공기를 갈랐다.
순식간이었다. 그것은 분명 살갗이 서로 강하게 맞닿아 나는 소리였다.
은수의 뻣뻣하게 굳은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은수의 놀란 눈이 흔들렸다.
진철은 태일 앞에 서 있었고 그의 팔이 허공에서 밑으로 내려왔다. 어느 틈에 태일에게 다가
간 진철이 태일의 뺨을 세게 내리친 것이었다. 태일의 얼굴은 반쯤 옆으로 돌아가 있었고 볼
에는 붉은 손자국이 선명히 남았다.
진철의 노한 음성이 들렸다.
"일년간 한다는 짓이 고작 이따위 짓이냐!"
"......"
"아무리 천하에 몹쓸 망나니라 해도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는 법인데, 어떻
게 다른 사람도 아닌 네 새어머니한테 손댈 생각을 해! 이런 막되 먹은 놈 같으니라고!"
태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말을 한들 흥분한 진철이 들어줄리 만무했고, 굳이
변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차피 결론은 진철이 둘 사이를 알게 됐다는 것뿐이었다. 단지
그 뿐이었다.
은수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딱딱히 굳어 서 있었다. 이 사태를
어떻게 진정시켜야 할지 막막했다. 자신이 나서야 할 상황이 아닌 것도 같았고, 또 자신이
나서서 막아야 할 것도 같았다. 그러나 선뜻 결심이 서지 않았다. 처음 보는 진철의 진노한
모습에 겁을 잔뜩 집어먹은 은수였다.
"당장 여기서 나가. 내 눈앞에서 썩 꺼져!"
진철의 두 눈에 서슬이 어렸다.
태일의 눈이 진철을 향했다. 그의 눈빛은 의외로 여유가 있었다.
"드디어 쫓아낼 구실을 찾으신 겁니까?"
"뭐야!"
진철의 손이 다시 태일의 얼굴에 닿았다. 그 세기는 굳이 맞아보지 않아도 태일의 입가에 배
어 나온 붉은 선혈로 알 수 있었다.
태일은 돌아간 고개를 천천히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선생님!"
놀란 은수가 재빨리 태일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의 눈은 곧 울음을 터뜨릴 듯 눈물이 가득
고였다. 은수의 등장으로 진철의 낯빛은 더욱더 차갑게 굳어졌다. 무엇이든 순식간에 다 재
로 만들어버릴 듯한 눈빛으로 은수를 쏘아봤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모두 다 제 탓입니다. 이 사람은 아무 잘못 없어요!"
"아무 말도 하지마. 비켜."
"안돼요!"
태일이 이를 악문 채, 말했다.
그러나 은수는 고개를 저으며 여전히 태일을 막아섰다.
먼저 바라본 것도 자신이었고 먼저 사랑한 것도 자신이었다. 태일은 그저 그런 자신을 막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어찌 이 사람에게 죄가 있단 말인가. 아무도 그에게 죄를 묻지 못
한다. 아무도 그에게 죄가 있다고 말하지 못한다. 오로지 나만이 죄가 있고 오로지 나만이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해야 한다.
은수는 차마 진철의 눈과 마주하지 못한 채, 떨리는 몸으로 무릎을 꿇었다.
"제발 절 야단치세요. 저 혼자 바라기한 사람이에요. 제가 이 사람을 원했습니다. 선생님을
능멸하는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접지 못했어요. 그러니 여길 나갈 사람도 저고 벌받을 사람
도 저예요. 하나 뿐인 자식에게 집을 나가라뇨? 이건 아니잖아요. 제발 그 말씀은 거둬주세
요, 선생님!"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은수의 눈에 가득 차 오른 눈물이 이윽고 쉴 새없이 볼을 타고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눈물은 순식간에 은수의 얼굴을 얼룩지게 만들고, 그녀의 꿇어앉은
무릎 위에 고스란히 그 흔적을 남겼다.
손이 발이 되도록 빌자. 빌고 또 빌자.
손이 발이 되든 발이 손이 되든 진철의 노여움만 잠재울 수 있다면 그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다고 은수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애 타는 은수의 애원은 진철을 더욱 진노하게 만들었
고 동시에 은수를 바라보는 태일의 마음을 안타깝고 쓰리게 만들었다.
왜 나 같은 놈 때문에 널 희생하려 해? 이게 네가 말한 사랑이라는 거니? 고작 이까짓 일
에, 내가 나가면 그만인 이런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네가 무릎까지 꿇고 빌만큼 내가 큰 존재
인 거니?
"일어나."
태일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절로 손에 힘이 들어가고 주먹이 쥐어졌다. 그러나 은수는 요지
부동이었다. 고개를 떨구고 애처로이 손바닥을 비비며 굵은 눈물을 흘렸다. 연신 잘못했다
는 말을 되풀이하며 태일을 감쌌다.
태일은 은수에게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은수의 가느다란 팔을 붙잡고 강제로 일으켜 세웠
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은수는 다시 무릎을 꿇고 앉아 진철에게 용서를 구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네가 어떻게...... 네가 어떻게......"
진철의 목소리가 중심을 잃고 떨렸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면목없지만, 이대로 절 때리고 욕하고 내치신다해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그 어떤 벌도 달게 받을게요. 그러니 이 사람에게......"
"그만!"
진철의 분노가 은수의 말을 가로막았다.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었다. 어떻게 내 앞에서 녀석
을 두둔한단 말인가. 어째서 너까지 날 기망한단 말이냐! 왜 모두 나에게 등을 돌리는 거
지? 내가 대체 뭘 어쨌기에!
진철은 자신의 외로운 인생을 돌이켜보며 눈물 흐르는 대로, 소리나오는 대로 그렇게 미친
듯이 울부짖고 싶었다. 받는 사랑에 익숙해지고 싶은 것이 인간인데 그는 늘 주는 사랑 쪽
에 속해 있었다. 아무도 그를 알아주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믿고 싶었다. 비록 이미 자신의 두 눈으로 봐버린 둘의 정사였지만, 그것
을 단순한 실수로 치부해버리고 싶었다.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이 한 순간 정염에 이끌려 즐
기고 끝나는 그런 시덥잖은 관계로 말이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기회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신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믿게 해주고 싶
었다. 그래서 회사 일을 핑계삼아 외박이라는 미끼를 던졌고, 그 미끼가 고기의 입에 물리
지 않기를 빌었다. 그것은 결코 물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대체 뭐란 말인가.
아내와 아들이 함께 놀아나는 꼴을 다시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후, 진철은 격해지는 감정
을 억누르지 못했다. 결과는 너무도 비참했다. 아니, 비참함을 지나 이것은 참극이었다.
기회는 없다. 신 또한 없다. 아무도 내 소리를 귀기울여 들어주지 않았다. 아무도 나를 구원
해주지 않았다.
점점 더 분노의 화산이 진철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폭발해 올라왔다.
"너는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거라. 그리고 너는 여기서 단 한발자국도 움직여서는 안돼. 절
대로."
진철의 눈동자가 태일에서 은수에게로 옮겨졌다.
"......선생님."
은수의 흐느끼는 울음소리에도 진철은 얼굴 색을 바꾸지 않았다. 목소리는 더욱 거칠어졌고
그의 행동 또한 더욱 딱딱하게 굳어졌다. 진철은 무릎을 꿇고 있는 은수의 손목을 잡아당겨
일으켜 세우곤 억지로 방을 향해 걸음을 옮기게 했다.
태일이 진철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제가 나가는 건 그렇다치고, 저 여자가 여기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할 이유는 뭡니까?"
"뭐야?"
진철이 매서운 눈으로 뒤를 돌아 태일을 쳐다봤다.
"아직 어린 여잡니다. 세상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상처가 많은 여잡니다. 그런데도 세상
에 사는 것을 감사하게 여기고 세상에 나가길 원하는 여잡니다. 그런데 왜 아버지께서는 강
요와 억지를 부려 자꾸만 옆에 묶어두려 하십니까? 저 여자 인생입니다. 선택은 저 여자가
하는 거지, 아버지께서 결단 내려주실 사안이 아니란 말입니다."
"입 다물어."
"제 말이 틀렸습니까?"
진철의 굳게 다문 입술이 무겁게 열렸다.
"그래. 넌 뭔가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구나."
"착각이라니요?"
"이 애는 내 부인이며 네 새어머니다. 아내가 남편 옆에 있는건 너무도 당연한 거야."
"아직 호적 정리하지 않으신 걸로 아는데요?"
"그랬었지. 하지만 며칠 전에 혼인신고를 마쳤다."
"뭐라구요?"
태일은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 정신이 멍했다.
혼인신고를 했다고? 누구랑?
"서, 선생님."
은수는 진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은수의 목소리가 강하게 떨렸다.
혼인신고라니......
하늘이 흔들리는 것처럼 은수의 몸이 중심을 잃고 흔들렸다. 온 우주가 흔들려 자신도 따라
함께 흔들리는 것이라 믿고 싶었다. 그러나 흔들리는 것은 오로지 그녀 혼자였다.
"어차피 할 일을 앞당긴 것뿐이다."
"분명히 시간을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하지만 그렇게까지 미뤄야 할 이유를 모르겠더군. 떠난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제 너도 네 자리를 확실히 해야지."
"하지만 이건......"
"더 말할 필요 없다. 이미 끝난 일이야."
진철은 단호한 음성으로 은수의 말문을 막았다. 그가 다시 뒤돌아 서자 태일의 조롱 섞인 입
술이 진철을 향했다.
"언제나 마음대로이신 건 변함없으시네요."
태일이 진철의 손에 붙들린 은수의 손목을 떼어냈다.
진철의 얼굴이 노여움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주겠다던 시간을 빼앗는 심보는 대체 뭡니까? 이 여자한테도 그 정도 시간을 받을 권리는
있지 않나요? 제가 보기에 아버지께서는 월권을 행사하셨습니다."
"네 녀석이 나설 일이 아니야!"
"아니요. 제가 나서도 될 자리죠. 제 어머니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혼자 결정하신 것도 모자
라서 그 끝까지 혼자 정리하시겠다는데, 어느 자식이 앉아 구경만 하겠습니까?"
"그래서 네 녀석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태일이 단호한 음성으로 말했다.
"호적 정정하세요."
"뭐?"
"다시 바로 잡으시라는 말입니다. 마지막 선택은 아버지 몫이 아니라 이 여자 몫이니까요."
"네 놈이 날 가르치려 드는구나. 어디서 훈계를 하는 게야! 나에게 반항하려고 저 아일 건들
인 주제에!"
태일이 얼굴을 굳혔다.
그의 입술이 한 글자씩 또박또박 정확하게 말을 내뱉었다.
"건들인 거 아닙니다."
"그게 아니면? 새어머니를 농락한게 아니라면 대체 뭐란 말이냐!"
"......"
"사랑이라도 한다는 게야?"
태일의 입술이 잠시 멈칫했다.
사랑? 내가 이 여자를 사랑하는 건가?
흐느끼던 은수의 젖은 시선이 태일을 향했다. 그가 어떤 말을 할지 궁금했다. 이미 알고 있
는 마음이면서도 다른 것을 바라는 심정을 그는 알까? 자꾸만 기대하게 되는 내 마음을 조금
이라도 이해할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는 겁니다.
눈 앞에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때로는 귀찮을 정도로 신경이 쓰입니다."
은수의 눈이 태일을 향했다.
그가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그를 바라보듯이......
"네 놈이 신경 쓸 아이 아니다."
"아버지 또한 마찬가지죠."
"괘씸한 놈!"
태일이 씁쓸하게 웃었다.
"네. 전 언제나 아버지께 그런 아들이었죠. 못나고 괘씸하고 한심한 망나니 같은. 그렇지 않
습니까?"
진철은 구겨지는 인상을 참아보려 했으나 그의 신경은 더 이상 주인의 말을 듣지 않았다. 험
상궂게 구겨진 얼굴을 감추려 고개를 획 돌렸다.
"난 너 같은 아들 둔 적 없다."
"하, 그러신가요?"
태일의 주먹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핏줄이 위로 툭 튀어나와 그의 화를 짐작케 했다.
"그럼 지금껏 아버지 씨로 자라온 저는 뭡니까!"
태일이 악에 바쳐 소리쳤다.
그렇게 부인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자식으로 인정받고 있지 않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유는 대체 뭐지?
진철은 뒤돌아 이맛살을 찌푸렸다. 깊은 주름이 그의 이마에 새겨졌다. 그리고 이제는 말해
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래, 이제는 모두 벗어 던져야 해.
그가 대답했다.
"너는 내 핏줄이 아니다."
태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뭐라구요?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
"제가...... 제가...... 아버지 아들이 아니라구요?"
진철이 뒤돌아 태일을 바라봤다. 처음으로 그의 눈이 태일을 온전히 담았다. 태일은 듬직한
사내의 티를 내고 있었다.
이런 녀석이 내 아들이 아니다. 내 아들이......
"그래. 넌 내 친아들이 아니다."
"도대체 또 무슨 억지를 부리시려는 겁니까? 그렇게 절 부정하시면 속이 편하세요? 네?"
"네 친부는 따로 있다."
진철이 말했다.
그의 말은 태일을 한순간에 얼어버리게 만들었다.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어렸을 때 가끔 생
각했던 이야기가 결코 허상이 아닌 사실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 태일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기복을 경험했다.
설마......
"......그게 사실입니까?"
진철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엄마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별 볼 일 없는 직업에 장래도 불투명했지. 둘
이 도망치려고 시도도 했었다더군. 하지만 끝내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그때 네 엄마와 난 결혼한 사이였다."
태일의 눈이 놀라 커졌다.
어머니가 외도를 하셨다는 말인가? 그렇게 순수하고 아름답던, 아버지 밖에 모르시던 내 어
머니께서?
"나는 네 엄마를 사랑했다. 미인이었고 상냥했고 현명한 여자였지. 하지만 네 엄마는 나를
보지 않았다. 그저 아내와 남편이라는 자리만 알려줄 뿐이었지. 그러던 어느 날부턴가 배가
조금씩 불러오더군. 내 아이를 가진 줄 알고 기뻐했는데, 아니었다. 네 엄마가 이실직고 말
을 하더군. 내 아이가 아니라고. 미안하다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아픔이었다. 사
랑하는 사람에 대한 배신감보다 더 짙은 상심이 나를 감쌌고, 그것은 그대로 아무 것도 모르
는 너에게로 향했다. 남의 아이를 내 자식이라 부르고 뒷바라지하며 키우고 싶지 않았다. 나
에게 그것은 너무도 끔찍했고 소름 돋는 일이었으니까."
태일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믿을 수 없다. 아니야. 지금 거짓말에 속고 있는 거야. 그래, 분명해.
태일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너무 식상한 소재거리네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믿을 거라 생각하셨나요?"
"믿고 싶지 않겠지. 하지만 모두 사실이다."
태일은 진철의 변함없는 진지함에 혀를 내두르며 우스게 소리로 물었다.
"그럼 제 친아버지가 누군지, 지금 어디에 살고 계신지도 아시겠네요?"
"오래 전에 죽었다고 들었다."
"됐습니다."
"......"
"이제 거짓말 그만 하세요. 어머니는 아버지를 사랑하셨어요. 그런데 어떻게 다른 남자의 아
이를 낳았겠어요?"
"그랬지. 네 엄마는 나를 사랑했다. 하지만 너무 때가 늦은 후였다. 네 친부가 죽고 만삭인
몸으로 나에게 애원했다. 널 내 아들로 해달라고, 아비 없는 자식으로 키우고 싶지 않다고.
날 사랑한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아 미안하다고. 보는 사람이 애 닳을 정도로 통곡을 하더
구나. 그때 이혼을 고려 중이었던 난, 차마 그 부탁을 뿌리치지 못했다. 마음은 떠났어도 사
랑했던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지. 그렇게 해서 넌 내 호적에 올랐고 지금껏 내 아들
로 살 수 있었다."
태일이 중얼거렸다.
"믿을 수 없어요."
"그렇겠지. 충격일 게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담담히 받아들여질 거다."
"왜 지금에 와서야 그 사실을 말씀하시는 거죠? 친아들도 아닌 제게 왜 회사로 들어오라고
하셨습니까? 출생의 비밀도 모르고 자란 제가 불쌍해서 그러셨나요? 아니면 그저 빈말이었습
니까?"
"회사로 들어와 일을 배우라고 했다고 다 후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능력이 있는 자가 회
사를 물려받도록 오래 전에 조치를 취해놓았다. 네가 친아들이 아니라서가 아니다. 네가 내
핏줄이었다 하더라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했을 거다."
"이제야 조금 이해가 가네요. 왜 그렇게 제게 냉정하게 대하셨는지. 왜 어머니를 돌보지 않
으셨는지.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왜 그렇게 화가 많이 나신 건지. ......이제야 알겠어요."
태일은 힘없이 뒤돌아 섰다. 은수가 붙잡을 사이도 없이 현관을 벗어나 자취를 감췄다. 은수
는 태일의 빈 자리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진철은 짙은 한숨을 쉬었다.
은수가 조용히 물었다.
"왜 그러셨어요?"
"뭘 말이냐?"
되묻는 진철의 목소리는 지친 듯 기운이 없었다.
"나가라고 으름장을 놓으셨어도 사실은 그 마음이 아니셨잖아요. 친아들이 아니라고 생각하
신 적 없으시잖아요. 핏줄로 이어진 사이만이 가족이 아니라는 거, 선생님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시잖아요."
"그만 하거라."
"표현이 서툴렀을 뿐, 아드님을 많이 사랑하신다는 거 알아요. 그래서 그 실망감 때문에 이
렇게 더 화가 많이 나신 거잖아요. 자식에게서 받는 실망감과 배신감이 부모에겐 가장 큰 고
통이니까요."
"......"
"제가 떠날게요."
"......"
"태일씨가 집으로 돌아오면 그때 떠나겠습니다."
17.
주인 없는 태일의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 안으로 들어섰다. 은수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스탠드 불을 켰다. 환해지는 방안에 그토록 기다리던 태일이 서있었다. 며칠 사이에 많이 초
췌해진 모습이었다. 언제나 깔끔하던 얼굴에 다듬지 않은 까만 수염이 자리잡았고, 다갈색
눈동자의 색도 많이 흐려져 있었다. 그가 술에 절어 살았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은수는 그런 태일이 안쓰러웠다.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까. 겉으로는 당당하고 거친 사람이지만 속은 그 누구보다도 여
린 사람이야. 저런 모습 때문에 내가 더 그를 떠나보내지 못했는지도 몰라.
은수의 눈에 걱정의 빛이 어렸다. 은수는 태일을 향해 최대한 편안한 모습으로 웃어주었다.
아무 말도 없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렇게.
"키스해줄래?"
태일이 낮게 가라앉아 까칠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태일이 나가 있는 며칠 동안, 그의 가슴은 그가 겪은 슬픔보다도 은수의 모습을 먼저 떠올렸
다. 그 누구도 아닌 그녀가 해주는 위로가 받고 싶었다. 그러면 자신의 슬픔이 안개에 휩싸
여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은수는 천천히 태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발끝을 들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태일의 입술
에 입을 맞췄다. 태일의 마르고 부르튼 입술이 느껴졌다. 곧이어 그의 부드러운 혀의 감촉
과 함께 두 사람은 끝없는 생명수를 마셨다.
은수는 생각했다. 태일의 아픔을 위로할 수만 있다면 그 앞에서 옷을 벗고 춤이라도 추었을
것이라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위로가 고작 그 뿐이라고.
서로의 숨결을 공유한다는 것은 서로의 슬픔과 아픔을 반으로 나눈다는 뜻이다. 지금 은수
는 태일의 슬픔과 아픔을 나눠지었다. 그의 슬픔과 아픔을 덜어내고 자신의 사랑을 채워주었
다. 조금씩 태일의 상처가 아물길 바라며.
곧 괜찮아 질 거예요. 당신은 괜찮아요. 괜찮아.
"이제 갈 곳이 없어.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겠어. 그런데 나도 모르게 여기로 발길이 닿았
어."
태일은 지친 목소리로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은수는 태일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당신 집은 여기잖아요.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잘 알잖아. 내가 무슨 뜻으로 말했는지."
"그래요. 알아요. 하지만 당신 아버지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잘 알아요."
태일은 믿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가 날 사랑한다고? 친자식도 아닌 나를? 웃기지마. 지금껏 내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
네지 않은 분이야. 그럴 리 없어. 우리는 영원한 남이야. 단 한 방울의 피도 섞이지 않았다
고."
은수는 태일의 고개를 품에 안으며 그의 격해지는 감정을 다독였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도 이미 알고 있잖아요. 당신이 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난......"
"쉬잇.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부정하려고도 말아요. 누가 뭐래도 당신과 선생님은 세상에
하나 뿐인 가족이에요. 피가 섞이지 않았다고 모두 남은 아니에요. 서로에게 피보다도 더 진
한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게 바로 가족이에요. 그걸 두 분은 다 가지고 있어요."
태일은 피로에 지친 눈을 감았다.
은수의 고른 심장소리가 안정감을 가져다주었다.
"정말 그럴까? 아버지와 내가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이미 가족이잖아요. 서로가 조금만 더 부드럽게 대하려고 노력하면 조금씩 마음이 열릴 거
예요. 봄 햇살에 눈이 녹듯이 말이죠. 사랑은 표현해야 알 수 있어요. 마음만 있다고 해서
사랑이 되지는 않아요. 당신이 먼저 손을 내밀어요. 그건 결코 부끄러운게 아니에요. 그리
고 아버지도 당신이 그래주시길 원하실 거예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 모든게 복잡해."
"곧 괜찮아질 거예요."
"그래. 그렇겠지?"
"그럼요."
**
태일의 잠든 눈이 떠졌을 때, 은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은수가 물었다.
"좀 잤어요?"
"어."
"그럼 이제 내가 마지막 인사를 해도 되겠네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마지막 인사라니......"
태일은 황급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
"나 여기 떠날 거예요."
"뭐?"
"선생님께는 미리 말씀드렸어요. 당신이 돌아오면 떠나겠다고. 그러니 내가 보이지 않으면
떠났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누가 보내겠대?"
은수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정말 다행이에요. 당신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집에 돌아와서. 이렇게 마주보고 작별인사
할 수 있게 돼서."
"장난 그만해."
"지금 내가 하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거 잘 알잖아요."
"아니. 몰라."
은수는 낮게 한숨지었다.
"내가 떠나면 다시 원래 대로 돌아갈 거예요. 물론 어느 정도의 오차는 있겠지만. 내가 있
던 자리는 금방 시간이 메워줄 거예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너무도 당연하게. 그러니
난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간다고 믿을래요."
태일의 굳은 얼굴 위로 은수의 떨리는 손길이 닿았다.
나를 바라보던 이 두 눈을 기억할게요. 세상의 향기를 맡던 이 코를 기억할게요. 나에게 생
명을 불어 넣어준 이 입술을 기억할게요. 그리고...... 그리고 당신과 사랑을 나누었던 순간
을 영원처럼 기억할게요.
은수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려왔다.
"나 기억하지 말아줘요. 깨끗하게 기억 속에서 지워버려요. 우린 지금껏 만난 적이 없어요.
단 한번도."
"......"
"대답해줘요. 제발."
태일은 자신이 은수를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붙잡아도 그녀는 갈 것이다. 그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믿고 있기에.
태일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래."
"고마워요."
은수가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뒤돌아서기 전에 마지막으로 입술을 떼었다.
"한가지만 기억해 줄래요?"
"뭔데."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사랑했다는 거. 그래서 너무 많이 행복했다는 거요."
은수는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무거운 돌을 다리에 묶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은수
의 걸음은 힘겨웠다.
막 문고리를 붙잡으려는 순간이었다.
태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보고 싶었어."
은수의 걸음이 우뚝 멈춰졌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제외하곤 누군가를 간절히 보고 싶다고 느낀 적은 처음이었어. 지난 며
칠 동안 네가 참 많이 보고 싶었다."
은수는 울음을 참으려고 입술을 깨물었다.
붉은 핏방울이 맺혀도 결코 떼지 않았다.
"널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
"......"
"널 보지 말았어야 했어."
"......"
"널 가슴에 새기지 말았어야 했어."
"......"
"널 가슴에 새긴 나를 죽였어야 했어."
"......"
"죽이지 못하고 널 가슴에 품은 나를 용서할 수가 없어."
"......"
"널 본 내 두 눈을 원망해."
"......"
"널 만나게 한 하늘을 저주해."
"......"
"그럼에도 널 원하는 내가 너무 가엽고 불쌍해."
"......"
"차라리 미쳐서 널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 미쳐서 평생 제정신이 안 돌아왔으면 좋겠어.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
"사랑해."
"......"
"사랑한다 지은수."
은수는 재빨리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계단을 달리듯 뛰어 내려와 현관을 지나 대문 밖으
로 도망쳤다. 다리에 힘이 풀려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은수의 눈에서는 쉴 세 없이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이를 악물고 또 악물었다. 그러다 자신의 아픔, 슬픔, 행복이 격해지는 흐느
낌으로 인해 태일에게 들리지 않도록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렇게 쉼 없이 은수의 오열은 이어졌다.
나도 사랑해요. 당신이 날 사랑하기 전부터 당신을 사랑했어요. 그래서 행복했어요. 고마워
요. 그리고 사랑해요.
***
진철과 태일이 마주했다.
두 사람에게 다 익숙지 않은 분위기였지만 그렇다고 예전처럼 거리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태일이 입을 열었다.
"언제 떠났는지 안 궁금하세요?"
"이미 떠난 사람인데 궁금해해서 뭐하겠니."
"일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이럴 줄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그 얘긴 그만 접어두자. 이미 지난 일이야."
진철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태일이 다물었던 입술을 다시 뗐다.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진철은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태일을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뭐가 죄송이고 뭐고 감사라는 거냐?"
"제가 친아들이 아니라서 너무 죄송하구요, 아버지가 제 하나뿐인 아버지라서 너무 감사합니
다."
진철은 민망함에 헛기침을 했다.
태일이 다음 말을 이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핏줄로 맺어진 것만이 가족은 아니라고. 사랑은 표현해야 아는 거라
고."
"나도 누군가가 그러더구나."
태일이 피식 웃었다.
"......잘 있겠죠?"
"그렇겠지."
"만약 그 애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러고 싶은 게냐?"
진철이 진지하게 물었다.
그에 태일은 입을 다물었다.
진철이 말했다.
"만약 다시 그 아이와 만나게 된다면 나로서는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닐 게다. 서로 불편하게
얽힌 일이 있었으니까."
"......"
"하지만 그래도 다시 네가 그 아이와 만나게 된다면...... 그건 인연인게지."
"아버지."
"조언은 해줄 수 있지만, 그 외에 일은 네가 알아서 하도록 해라. 자기 일도 혼자 해결하지
못하는 못난 아들은 필요 없다."
*** 에필로그
양복을 잘 차려입고 한 손에는 트렁크를 든 남자가 게이트를 빠져 나왔다. 남자는 사람들 사
이를 지나쳐 정차해 있는 택시에 올랐다.
기사가 그를 반갑게 맞았다.
"어서 오세요. 어디로 모실까요?"
"선진그룹으로 가주세요."
"알겠습니다."
택시는 남자를 태우고 미끄러지듯 공항을 빠져나갔다. 스쳐 지나는 낯익은 풍경이 남자의 기
분을 가볍게 했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어디 멀리 다녀오셨나 봅니다?"
기사가 룸미러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네. 외국에 나갔다 오늘 귀국하는 길입니다."
"외국에 오래 있으셨어요?"
"5년이요."
"아이구, 그럼 한국이 많이 그리웠겠네요?"
남자가 슬며시 미소 지었다.
"네. 많이 그립더군요."
"그럼요. 아무리 외국물이 좋다고는 하지만, 가족이 있는 집보다는 못하죠.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고."
기사의 주저리가 이어지는 동안, 택시는 어느새 선진 그룹 정문에 도착해 있었다. 남자는 비
용을 지불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회사를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오랜만이에요, 아버지."
남자는 경영공부를 마치고 5년만에 한국에 돌아온 태일이었다.
태일은 회사로 들어가려던 발길을 멈추고 방향을 돌렸다. 먼저 찾아뵐 분이 있었음을 잠시
잊었던 것이다. 바로 자신의 어머니였다.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어머니가 잠들어 계신 곳으로 향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태일은 자신이 빈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창문너머로 주위를 둘러보며 꽃집을 찾았다. 그
흔하던 꽃집들이 오랜만에 돌아온 태일의 눈에는 잘 띄지 않았다. 그러다 스쳐 지나도 잘 모
를 만큼 작고 아담한 꽃집을 발견했다.
태일은 기사에게 잠시 세워줄 것을 요청했다. 택시가 멈추자, 태일은 재빨리 꽃집으로 걸음
을 옮겼다. 문이 활짝 열려진 꽃집에 발을 들였다. 꽃 내음이 그의 코끝을 자극했다.
꽃집 주인으로 보이는 한 여자가 문을 등진 채, 꽃을 손질하고 있었다. 어딘가 낯설지 않은
뒷모습의 여자였다.
"여기 수국 한 다발 주세요."
태일이 말했다.
"네. 잠시만 기다......"
손님을 맞기 위해 뒤돌아 서던 여자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놀란 채 굳어졌다. 여자를 바라보
던 태일의 눈동자가 떨렸다.
그 여자는 은수였다.
여기 있었니? 이렇게 가까운 곳에 네가 있었던 거니?
은수는 태일의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또 한편으론 불안하고 마음 아팠다. 조금씩 묻어가던 일
들이 다시 그녀의 가슴에 되새겨졌다.
태일은 핏기 없이 굳어 가는 은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우리 언제 본 적 있나요?"
태일이 물었다.
그러자 은수의 눈망울이 흔들렸다.
그 말을 지금껏 기억하고 있었나요? 날 기억하고 있었나요?
은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단 한번도."
"그렇군요."
"네."
은수는 힘겹게 뒤돌아 태일을 외면했다. 자신의 뒷모습이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였지만 얼굴
을 마주보는 것보다는 숨쉬기가 편할 것이라 여겼다.
혀끝으로 마른 입술을 축였다.
"수국 한 다발이라고 하셨죠?"
"네. 어머니께 드릴 선물이거든요."
"네."
은수는 떨리는 손으로 수국 한 다발을 포장했다. 최대한 예쁘고 깔끔하게. 은수는 예쁘게 포
장된 수국 한 다발을 태일의 손에 건넸다. 아주 잠깐 서로의 손이 스쳤다. 움찔한 은수와는
달리 태일은 태연한 듯 했다. 못내 그것이 서운한 은수였다.
태일은 계산을 하고 뒤돌아 섰다. 그러다 다시 우뚝 멈춰서 은수를 향해 물었다.
"우리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거 맞죠? 전혀 모르는 사이죠?"
"......네."
태일이 뒤돌아 은수를 바라보았다.
뜻밖에도 그가 밝은 음성으로 말했다.
"잘됐네요."
"네?"
"그럼 이제부터 서로 알아 가면 되겠네요. 그렇죠?"
"네?"
놀란 은수의 얼굴 위로 태일의 미소가 밝게 빛났다.
언제나 사람들은 우연을 생각한다. 우연한 사랑, 우연한 만남. 그리고 우연한 헤어짐.
하지만 이 세상에 우연이라는 것은 없다. 모두가 필연이며 필연인 동시에 인연이 되고 운명
이 된다. 그것은 돌고 돌아 사람들, 친구, 가족,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에게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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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숨가쁘게 쓰고 올렸습니다.
잘 읽으셨나요??
마지막을 이렇게 장식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었는데...
아쉽고 또 아쉽네요..
제대로 쓰는 솜씨는 아니지만, 그래도 비슷하게 흉내는 내고 싶었었는데..ㅠㅠ
그래도 여건이 안맞았으니 어쩌겠어요.. (이걸로 위안을 삼는다는^^;;)
미흡한 점 이쁘게 봐주시고, 오래 기다려주시고, 또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말만 그렇게 하는거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 전혀 아닙니다.
여러분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글을 쓸 수 있었던 거고, 조금씩 발전할 수 있었던 거라는거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한 마음 가지고 있으니까 의심말고 제 마음 받아주세요~~!ㅎㅎㅎ
오늘은 너무 피곤하네요..
일하느라 몸을 축냈더니 눈이 제대로 떠지지도 않아요..ㅠㅠ
언제 돌아올지 기약할 수는 없지만 제가 글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은
언젠가는 꼭 돌아올 겁니다. 그때 저 모른 척 하시면 속상해서 울어버릴 거예요..
그러니 반가이 맞아주세요~~ㅎㅎ
항상 행복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들이 다 잘 풀리시고,
두루두루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이제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부족한 글을 읽고 손수 댓글까지 남겨주신 님들, 복받으실 거예요~!ㅎㅎㅎ 백설이님, 아카이민우혈님 안녕잘가님,2021sy님 마님과 돌쇠님, ashley님 아몰라-_-님, 럭키솔님, Smail님, 왕바보삐리리님. 일일이 코멘달아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래도 제 마음은 너무 감사해한다는 거 알아주세요^^ 모든 분들 감기 조심하시구요, 행복하세요^^
첫댓글 우연이라..... 그렇게 다시 시작해도 좋을지도... 그동안 좋은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릴께여^^ 다시 좋은글 만나때까지 건강하십시오....
아~해피엔딩이네요~다행이에요~!수고하셨고요 다음에도 재밌고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너무 수고하셨고요 소설 잘 읽었습니다^ -^
우와~~너무 멋져요~~둘의 아름다운 사랑은 이제부터 겠지여~~언제라도 님을 다시 뵐 수 있길~~정말 축하드리고 수고 하셧어여~~
아~~~드디어 마지막이군요! 너무 잘 봤습니다. 새드로 끝나지 않아서 참 다행이에요! 둘의 우연을 가장한 만남이 다시 이루어지겠죠?? 다시 좋은 글로 찾아오실거죠?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수고하셨어요^^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순진한여우님의 소설을 너무 늦게 알게되었네요!!!!! 그래서 처음부터 다 읽어보앗습니다!!!!!!
마지막 멋있게 끝났어요~
좀 어색하네?하하
마지막 너무 멋지다 > <와~
아 . 마지막에먼가쏙 ! 맘에들어오네 ~~~
이제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부족한 글을 읽고 손수 댓글까지 남겨주신 님들, 복받으실 거예요~!ㅎㅎㅎ 백설이님, 아카이민우혈님 안녕잘가님,2021sy님 마님과 돌쇠님, ashley님 아몰라-_-님, 럭키솔님, Smail님, 왕바보삐리리님. 일일이 코멘달아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래도 제 마음은 너무 감사해한다는 거 알아주세요^^ 모든 분들 감기 조심하시구요, 행복하세요^^
사랑의 결말은 왜이리로 멀리 돌아서 가는지..
쉽게 쉽게 가도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