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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빛 소설을 쓴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신춘문예에 당선돼 처음 소설을 발표한 2014년, 나는 생각했다. 아마도 3년 후면 소설집을 낼 수 있을 거라고. 대부분의 소설가가 그런 주기로 소설집을 출간하고 작품 활동 을 이어 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예상은 빗나갔다. 청탁이 들어오지 않았다. 5년 동안 단편 소설 두 편을 발표한 게 전부였다. 나는 소설가로서 실패했음을 깨달았 다. 소설을 포기할지 수천 번 고민했다. 하지만 그만둘 수 없었다. 현실 적으로 천 원도 벌기 힘든 무용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소설을 사랑 했고, 소설을 쓸 때만큼은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즐거움을 느꼈다. 생계를 이어가야 했기에 소설을 쓰면서 병행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출판사로부터 청탁을 받지 못하면 장편 소설 공모전을 통해 책을 출간 할 수 밖에 없는데, 장편은 통상적으로 2년은 너끈히 걸리는 작업이었 다. 묵묵히 소설만 쓰다간 굶어 죽을 판국이었다. 그 시기에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플랫폼 노동이 눈에 들어왔다. 위 탁 받은 물건을 배송하면 수수료를 받는 시스템이었다. 육체적으론 고됐지만 보람은 있었다. 수천 매의 원고를 써도 양파 한 자루 살 돈을 벌지 못했는데, 물건을 배송지에 갖다 주기만 하면 통장에 돈이 들어왔으니까. 하지만 매일 무거운 물건을 들고 다니다 보니 손목 과 허리에 통증이 생겼고, 일용직과 다름없는 만큼 미래를 꿈꾸기 힘들 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결국 그 일을 그만두고 자영업을 시작했다. 카페를 운영하면 일하는 틈틈이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목이 좋은 자리는 권리금이 높았고, 공사비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권리 금 없는 자리를 계약해 전문가가 필요한 일을 제외하곤 가족과 함께 가 게를 꾸렸다. 집에 있는 에어컨을 떼어 와 달고, 대부분의 집기는 중고 로 구입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가게를 열었다. 처음엔 손님이 좀 드는가 싶었지만 인근에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오면서 매출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와중에 근처에 카페가 계속 생겨났고, 몇 달 뒤엔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국을 강타했다. 결국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소설을 계속 썼다. 물건을 나르느라 손목이 아플 때면 냉 찜질을 하면서, 카페를 운영할 땐 손님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매 일 반 페이지라도 쓰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한겨울에 매출이 급감해 월 세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상금을 받아 월세를 해결하자는 생각으 로 공모전에 장편 소설을 투고했다. 가게 문을 닫은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당선 전화를 받았다. 그렇게 나 는 6년 만에 첫 책을 출간했다. 이후 플랫폼 노동 경험을 그린 장편 소 설을 펴냈고, 그 책 덕분에 작가로서 이름을 조금 알렸다. 자영업 경험 을 담은 소설 역시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에 다른 일은 거부하고 소설만 계속 썼다면, 혹은 소설 쓰기를 진 즉에 포기했다면 나는 결국 책을 내지 못했을 것 같다. 과거에 포기하 고 실패한 일들이 결과적으론 내 소설의 자양분이 됐으니까. 청탁이 없던 시기에 생활고를 겪은 것이 나의 문학적 세계관을 형성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먹고사는 문제와 불안정한 주거 문제 를 자주 다룬다. 마음 깊이 새겨진 경험이 있어 나에겐 결코 가볍지 않 은 주제고, 지금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기에 일생에 걸쳐 문학으로 표 현하고 싶은 중요한 테마다. 예전엔 문학이 될 만한 '아름다운 것'을 찾아다녔다면 이젠 내 삶을 깊 숙이 들여다본다. 이미 그 안에 문학이 잠재되어 있다. 내가 할 일은 그 것을 발굴해 나만의 문장으로 표현하는 일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이 고생 끝에 행복이 온다는 게 아니라, 결국 낙이 될 만한 뭔가를 찾게 된다는 뜻이라고 생 각한다. 살아가면서 고생이 계속될 수 있지만, 어느 시점엔 삶을 이끌 어 나아갈 동력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그것은 우리 삶 속에 이미 존재하면서 우리의 눈길과 손길을 기다리 고 있다. 반짝이는 빛을 되찾을 때까지. 이서수 |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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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소설 뿐 아니라
모든 예술이 빛 나기 까지는
캄캄한 밤이 여러날 지나가야 하지요.
생계를 위한 다른 방법이 있으면
좋은데 두가지가 함께 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공감가는 멘트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산 님 !
좋은글 감사 합니다
고운 댓글 남겨주신
동트는아침 님 !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정말이지 저렇게 기다리면 큰일이지요.
이서수님의 글 공감합니다.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망실봉님!
주말 휴일 즐겁게 보내셔요...^^*
바다고동님의 향기나는
댓글 감사합니다~~
고운밤 보내세용 ~^^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반짝이는 빛
좋은 글 고맙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오늘 하루 수고
마니 하셨습니다~
핑크하트 님 !
평안한 저녁시간
되시어요~^^